- 10권 22화
247. 끝났다 (1).
세레나의 목이 나뒹구는 것을 본 요한은 뒤를 돌아보았다.
놀란 플로란스와 에밀리를 향해 요한은 심드렁하게 말했다.
“야. 다 끝났다.”
“어...... 어?”
“방금 그건……얼빠진 얼굴로 서 있는 그들을 무시한 채 요한은 바닥에 구르고 있는 세레나의 머리와 몸을 잡았다.
그리고 지옥문 근처로 터벅터벅 걸었다.
“요한!!”
“어떻게 된 거냐!! 방금 그 건……!?”
“설명할 시간은 없고,여유도 없 고. 하고 싶지도 않은데. 그리고 너 희가 알 필요도 없는 거야.”
“그래도 알아야겠다면?”
자신의 앞을 막은 플로란스를 향 해 요한은 한숨을 쉬었다.
“그럼 가르쳐는 주겠는데 공짜로는 힘들지.”
싱긋 웃는 요한을 보던 플로란스 는 지팡이를 잡았다.
오랜 시간 자신을 괴롭히던 일이 끝났다.
하지만 그녀는 이것이 끝이 아니 라고 생각했다.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 다.
세상이 하얗게 물들었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 한 존재와 요한이 싸웠었다.
그것은 무엇이고.
또 요한이 말한 잠든 자는 누구 란 말인가.
“그 여자는 왜 죽인 거야?”
“그럼 그냥 살려두리?”
“아니 그래도…… 악마를 그렇게 해치울 수 있는 힘을 지녔다면……“내가 보기엔 악마만 해치운 것 같지는 않은데.”
요한이 차분히 말했을 때 가인이 이끌고 갔던 자들이 복귀했다.
그들의 표정은 차갑게 굳어 있었 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에밀리가 묻자 가인은 침울한 어 조로 입을 열었다.
“잡혀 있던 자들은…… 모두 하 얗게 굳어 있었습니다.”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악마들과 몬스터들까지.
그곳에 있던 모든 존재가 하얗게 굳어 죽어있었다.
“요한 공자. 그 여자는 어떻게 됐습니까?”
“내 손에 있는 게 뭘까?”
가인을 향해 요한은 세레나의 머 리를 들어 올렸다.
비록 머리카락 색이 다르기는 하 지만 아까까지 싸웠던 여인이었다.
그녀가 죽은 것을 보고 가인은 안도했다.
“다행입니다. 그런데 그 여자는 도대체……“아니 난 이해를 못 하겠네. 얘 가 누군지,그리고 어떻게 그 힘을 얻은 것인지가 중요한 일일까?”
“그게 중요하지 않으면 뭐가 중 요합니까?”
요한은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쪽으로 눈을 돌린 가인은 침을 꿀꺽 삼켰다.
열려 있는 지옥문의 안쪽에서 수 많은 악마들이 자신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제물이 되어 문을 열어야 할 존 재가 죽었다.
그것을 눈앞에서 지켜보고 있어 야만 했던 악마들이다.
“재들부터 신경 써야 하지 않을 까 싶은데.”
“그,그렇군요.”
일단 지옥문을 파괴해야 한다.
가인은 빠르게 납득을 하고 물었 다.
“지옥문을 파괴할 수 있는 방법 이 없습니까?”
“복잡할 것도 없어. 지옥문은 그 냥 공격해서 부숴버리면 끝이야.”
씩 웃은 요한은 악마들과 싸우고 있는 아군을 가리켰다.
멀리서 들려오는 전투의 소리에 가인과 그를 따르는 이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저들과 합류해서 지옥문을 파괴 하면 되지 않을까 싶네.”
“요한 공자님. 합류하시겠습니까?”
요한이라면 분명 힘이 될 수 있 을 것이다.
가인이 진지하게 요청하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어휴. 나도 힘을 너무 썼더니 피곤해.”
그의 거절에 가인은 아쉬워했다.
겉으로 보기에 요한은 꽤나 멀쩡 해 보였다.
하지만 그가 몇 시간 동안 세레 나와 붙어 싸웠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럼 백왕께서는……“나는 돕도록 하지.”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요한 공자님. 일단 후방으로 복귀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난 내가 알아서 갈게. 에밀리도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모두의 시선에 에밀리는 순간 당 황했다.
하지만 요한이 굳이 남으라는 언 급을 했다면 떠날 필요는 없었다.
“내가 요한과 함께 복귀하도록 하겠다.”
“그럼 그렇게 하시지요. 후에 뵙 겠습니다.”
인사를 한 가인이 떠났다.
그들의 뒤를 따르려던 플로란스 는 요한의 어깨를 잡았다.
“요한.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겠다.”
“그러려무나.”
“이게 끝인가?”
더 이상 이런 위험은 없냐는 의 미가 내포된 질문이었다.
요한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웃으며 말했다.
“에이〜 설마. 아직 멀었어.”
“……알았다. 일이 끝나고 율리 아 영지에서 보도록 하자.”
고개를 끄덕인 플로란스가 떠났 다.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보던 에밀 리는 요한에게 눈을 돌렸다.
“그런데 왜 난 남으라고 한 거 지?”
"나 좀 도와줘.”
“뭘 하려고?”
“시체처리 해야지.”
머리와 몸이 분리된 세레나의 시 체를 들고 요한은 지옥문 근처로 다가갔다.
지옥문 근처에는 꺼지지 않는 지 옥불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 지옥불의 열기 때문에 나타난 헬하운드들을 가리키며 요한은 천 천히 말했다.
“재들 좀 잡고 있어. 난 얘 시체 좀 태울 거니까.”
“그거 하려고 남으라고 한 거 야!?”
“그럼 내가 널 왜 남으라고 했겠 냐?”
마스터쯤 된다면 헬하운드와 싸 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이없어하던 에밀리는 땅이 꺼 지라 한숨을 쉬었다.
“그래…… 이런 거라도 해야지.”
“훌륭하구만. 그래. 사람은 원래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만 하면 되는 거야.”
허탈한 어조로 중얼거린 그녀에 게 웃은 요한은 지옥불 쪽으로 걸 었다.
그의 예상대로 세 마리의 헬하운 드는 요한이 접근하자 이를 드러내 며 으르렁거렸다.
“가라. 에밀리.”
“예. 예.”
투덜거리며 대꾸한 에밀리가 헬 하운드들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 사이 지옥불에 다가간 요한은 세레나의 시체를 망설임 없이 지옥 불에 던졌다.
‘위대한 성녀였지만 결국 타락한 여자야. 네가 지옥불에서 영원히 고통받기를 바라겠다.’
시체가 완전히 지옥불에 의해 태 워지는 것을 요한은 싸늘히 지켜보 았다.
그 시체가 완전히 타버렸을 때쯤 에밀리는 마지막 남은 헬하운드의 목을 날려버렸다.
“후우……“수고했다. 가자.”
“이제 끝이야?”
“그럼 뭐 더 할 것 있나?”
“으으음……지옥문 근처에 오래 있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에밀리는 힐끔 지옥문 안쪽을 보 았다.
끝없이 넓은 지옥에 수도 없이 많은 악마들이 있었다.
그 악마들 중 가장 큰 악마인 보 가스의 눈과 눈이 마주쳤다.
움찔한 에밀리가 고개를 돌리자 요한은 보가스를 보며 씩 웃었다.
“야! 내 말 들리냐! 너 나 알 지?”
[네놈이구나! 네놈이 디아볼로스 를 지옥으로 보냈어!!]
“디아볼로스랑 재밌게 놀아!!”
여유롭게 웃으며 요한은 손을 흔 들어 주었다.
분을 참지 못한 보가스는 들고 있던 창을 지옥문에 몇 번이나 휘 둘렀다.
하지만 대악마인 보가스의 공격 에도 지옥문은 뚫리지 않았다.
그를 향해 비웃음을 던진 요한은 쓱 몸을 돌렸다.
“이,이래도 괜찮아?”
“디아볼로스가 무서워서 세상으 로 도망 나오려는 놈이야.”
“그래도……“머지않아 디아볼로스에게 잡아 먹히겠지. 어차피 일용할 양식이 될 놈인데 뭐가 무섭겠냐?”
‘그리고 나와도 상관없고.’
덕분에 세레나를 편하게 잡은 데 다가 두 번째 전조도 쉽게 해결했 다.
그런 만큼 보가스가 나와준다면 그 열정과 열의를 봐서 직접 상대 해 줄 생각이었다.
싱글거리는 요한을 힐끔 본 에밀 리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
“도대체 넌•…"
“자. 그럼 우리는 복귀해볼까?”
“복귀? 이걸 그대로 두고?”
“지옥문은 저들이 와서 파괴하겠 지. 남은 악마들도 이제는 거의 오 합지졸 수준이고.”
의식이 치러지지 않은 채 세레나 가 죽었다.
거기에 두 번째 전조가 되어버린 세레나에 의해 강한 악마들이 대다 수 죽어버렸다.
지금 남아 있는 것은 저급한 악 마나 몬스터 정도뿐.
그들이라면 저들이 전부 해치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더 이상 이곳에서는 신경 쓸 것이 없다.
일 다 했으니 난 코어나 늘 리러 가야겠다.’
발걸음이 가볍다.
느긋하게 걷는 요한을 멍하니 바 라보던 에밀리는 다급히 외쳤다.
"같이 가!!”
* * *지옥문이 해체되는 것을 기다릴 이유는 없었다.
잡아야 할 세레나도 잡았으니 요한은 별다른 걱정 없이 엘도란 영 지로 복귀했다.
그가 돌아온 것을 본 유아랑은 감탄했다.
“아니 이건 그리핀 아닙니까? 요 한 공자님. 그리핀 라이더라도 되 신 겁니까?”
“어? 아니. 먹이 주고 여기까지 태워달라고 한 건데? 저기 말 몇 마리만 가져와라. 얘 먹이로 주게.”
“예? 아니 그건 어떻게……“내가 부탁했어!!”
요한의 머리 위에서 튀어 오른 파헬벨이 외쳤다.
자랑스러워하는 그녀를 보며 유 아랑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준비 좀 해. 그리핀한테 목적지 까지 태워달라고 할 거니까.”
"준비야 항상 되어 있습니다. 그 나저나…… 이걸로 끝입니까?”
“거의 다 끝났어. 이제 마무리 단계고 거기까지 내가 있을 필요는 없지.”
유아랑은 함께 온 에밀리를 보았 다.
에밀리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유아랑은 바로 납득했다.
"뭐 공자님이 그렇다면 그런 것 이겠지요.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간 김에 녹색 산맥 도 좀 들를 거야.”
“녹색 산맥은 왜요?”
“청삼 좀 구하려고.”
엘프들이 산다는 녹색 산맥에 들 른다는 말에 에밀리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그러려면 여기가 아닌 북쪽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도대체 어딜 가려는 건데?”
“돌아오지 않는 자의 숲. 거기 통과해서 녹색 산맥으로 갈 거야.”
그럼 이동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 는다.
요한이 유아랑에게 받은 짐을 어 깨에 메며 답하자 에밀리는 기가 막혔다.
“돌아오지 않는 자의 숲이라니 H 거긴……!”
“거기 통과하는 방법도 다 있네 요. 아. 그리고 지옥문과 관련된 일 이 끝나면 뒤처리 좀 해줘!”
활짝 웃으며 요한은 에밀리의 어 깨를 턱 잡았다.
귀찮은 일을 떠넘기려 하는 요한 을 보며 에밀리는 신음했다.
“끙…… 끄으응…… 너란 녀석 으......w“완전 멋있지!?”
“멋있겠냐!”
결국 버럭 화를 내버린 에밀리는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그럼 이거 하나는 확실히 해줬 으면 해.”
“재 다 먹으면 바로 갈 거야. 빨리 말해.”
살아 있는 말을 공격해 죽이고 뜯어먹는 그리핀을 가리켰다. 그리 핀에게 주어진 말은 다섯 마리.
순식간에 그리핀은 두 마리의 말 을 뜯어먹어 버렸다.
“전에도 했던 질문이야. 너는 로 드만 왕국의 적인가?”
“아니야.”
"하아…… 그럼 됐어. 일 다 끝 나면 수도로 복귀해줬으면 해.”
“왜?”
세레나를 본 사람들은 많다.
그들은 각지에 세레나가 가진 힘 에 대해 보고를 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정체를 알기 위해 요한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둘째 치더라도.
세레나를 잡지 못했다면 지옥문 이 열리는 사고가 발생했을지도 몰 탔다.
아니. 모든 것을 하얀 기루로 만 들어버리는 그녀 때문에 큰 피해가 날 수도 있었다.
“이번에 너는 큰 공을 세운 거니 까. 왕가에서도 나름의 보상을 해 줄 거야.”
“준다는 거 받지 않을 이유는 없 지. 그렇게 할게.”
일곱 번째 코어를 만들면 시간적 여유가 생긴다.
그때라면 수도에 들러서 포상을 받을 여유 정도는 될 거다.
요한은 대수롭지 않게 승낙하고 그리핀의 위에 올랐다.
“에밀리 자작님! 다음에 또 뵙겠 습니다!”
요한과 유아랑을 태운 그리핀이 날아올랐다.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에밀리가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을 때. 로디 악 기사단의 단원이 달려왔다.
“에밀리 부단장님! 본국에서 연 락이 왔습니다!”
“연락? 아. 이쪽 일이 끝나서 그 런 것인가? 벌써 연락이 갔나 보 군?”
하지만 로디악 기사단 단원의 표 정은 그런 것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긴장한 에밀리에게 그는 심각하 게 말했다.
“필로틴 제국에서 내전이 일어났 다고 합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