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권 21화
246. 있어서는 안 될 존재 (3).
‘저 꼴을 보아하니 재가 지금 두 번째 징조가 된 것 같은데……요한의 기억에 의하면 두 번째 징조는 대머리 남자였다.
온몸에 문신이 새겨진 올드원 중 하나.
자신의 신앙이 무너져내려 다른 자를 받아들인 자였다.
그런데 세레나가 전조가 되다니.
요한은 그녀를 보다가 씩 웃었 다.
‘나쁠 것 없다.’
회귀 전과 비교한다면 오히려 좋 은 상황이었다.
그때는 단 세 명이서 전조와 싸 웠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플로란스!! 저걸 잡아야 해!! 저 게 백색병의 원인이다!”
“그래!? 어떻게 싸워야 하지!?”
“그냥 싸워! 뭘 어떻게야!”
플로란스는 순간 딱딱히 굳었다.
그녀는 획 고개를 돌려 그를 노 려보다가 외쳤다.
"너 저걸 잡기 위해서는 준비해 야 할 것이 많다고 했잖아!!”
그것 때문에 요한의 요청에 따라 성물이나 마석,재료 같은 것을 구 해다 줬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저런 소리를 하다니.
그녀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하며 요한에게 물었다.
“아. 그거. 사실 거짓말이었어.”
"개자식!!”
속았다는 생각에 포효하며 플로 란스는 지팡이를 내리찍었다.
그 순간 수십 줄기의 가시덩굴이 세레나를 향해 쏟아졌다.
하지만 그 덩굴의 공격에도 세레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들 뿐 이었다.
-파사사삭!!
그녀의 몸에서 뿜어진 빛이 덩굴 에 닿았다.
그것만으로도 덩굴은 하얗게 굳 어 가루가 되어 사라지기 시작했다.
“뭡니까! 요한 공자님! 저건 도대체……!?”
금 등급의 모험가가 되기 위해서 는 힘만 강해서는 안 된다.
수많은 자료들을 읽고,많은 유 적을 돌아야 한다.
경험도 많아야 할뿐더러 통찰력 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최고의 모험가라 할 수 있는 금 등급에 오를 수 있었다.
그런 금 등급의 모험가인 가인조 차 저런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저게 나가면 보가스 이상으로 위험해지니까 여기서 잡읍시다!!”
요한의 외침이 아니더라도 알 것 같았다.
세레나라 불린 여인이 내뿜는 빛 에 맞은 자는 하얀 가루가 되어버 린다.
지금이야 악마들과 몬스터에게 쓰고 있다지만 저게 사람들에게 쏘 아진다면?
그럼 엄청난 피해가 생길 것이 다.
아니.
벌써 위험은 시작되고 있었다.
세레나의 손이 겨눠진 곳에 있던 모험가 하나가 고통을 호소했다.
“아…… 안돼……- 퍼석!
삽시간에 그의 몸이 하얗게 물들 어 굳어버렸다.
무게를 버티지 못한 그가 쓰러지 고,몸이 하얀 가루가 되어 흩날린 다.
그것을 본 가인은 침을 꿀꺽 삼 켰다.
“저 여자를 공격해라!!”
상대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적이 위험하다는 것그렇기에 가인의 외침에 구출대 는 바로 공격을 퍼부었다.
오러 블레이드,화살,마법.
연금술 용액과 신성한 공격까지.
쏟아지는 포화를 그대로 받아들 이던 세레나가 입을 열었다.
[아아아아아아아!!]
그녀의 함성과 함께 이어지던 공 격이 하얀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저게 뭐야!?”
“어중간한 공격은 가루로 만들어 버리는 거지.”
놀란 에밀리는 검을 꽉 잡은 채 머뭇거렸다.
어떻게 공격을 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요한. 넌 저게 뭔지 알고 있지.”
“알지.”
“그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도 알아?”
“알아.”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말했잖아. 그냥 공격하라고. 저 빛에 맞으면 바로 즉사니까 잘 피 해 다니고.”
이미 다른 이들도 어떻게 싸워야 할지는 대중 눈치챘다.
만약 빛이 쏘아진다면 연금술 시 약을 던지든.
하다못해 오러 블레이드를 쓰든.
어떻게든 빛에 직격당하는 것만 은 피해야 한다.
“저 빛만 주의해.”
씩 웃으며 말한 요한은 바로 뛰 어나갔다.
“핫!!”
낮은 기합성과 함께 요한의 미스 릴 검이 세레나의 가슴을 갈랐다.
가슴이 갈라질 정도의 상처다.
하지만 세레나는 아랑곳하지 않 고 요한에게 빛을 쁨어낼 뿐이었다.
“어이쿠!”
춤추듯 움직여 빛을 피해낸 요한 이 검을 움직였다.
또다시 목이 베였지만 세레나는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았다.
근접한 상태에서 요한은 계속해 서 검을 휘둘렀다.
그 공격에 세레나가 속수무책으 로 당하고 있을 때.
플로란스의 지팡이가 움직였다.
-딸랑! 딸랑! 딸랑!
세 번의 종소리와 함께 수백 줄 기의 덩굴이 치솟았다.
그녀는 이 순간을 항상 고대해왔 다.
백색병의 원인헤이로나를 죽일 자.
자신에게 공포와 고통,절망을 만들어 낼 자.
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순간만 을 기다렸다.
-딸랑! 딸랑!
종이 부서지라 플로란스는 지팡 이를 휘둘렀다.
세레나의 몸을 감싸고 있던 덩굴 에 칼날과 같은 가시가 돋았다.
그것을 보던 플로란스는 지팡이 를 쿵 내리찍었다.
-카가가가가가!!!
무언가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덩 굴이 움직였다.
아예 덩굴로 감싸 갈아버리려는 것이다.
“이거라면!!”
플로란스가 포효하며 마지막 일 격을 시전했다.
가시덩굴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땅속으로 가져가 완전히 묻어버 리려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파사사삭……!
가시덩굴이 하얀 가루로 변해버 리고 있었다.
상처 하나 없는 세레나가 여유롭 게 나오자 플로란스는 입술을 깨물 었다.
아까 그 공격을 맞았다면 누구라 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상처 하나 없다는 것이 그녀에게 절망감을 불렀다.
꿈에서 본 광경이 떠올랐다.
하얗게 물들어버린 헤이로나.
점점 부서져 가루가 되어버리는 그녀.
그녀를 안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자 플로란스는 겁에 질렸다.
“야!! 뭘 그렇게 얼어붙어 있냐!? 잘하고 있어!”
그 공포를 지워 준 것은 요한의 외침이었다.
“요한!!”
“계속 쳐! 계속!”
저건 마왕 등장의 전조이지 마왕 은 아니다.
마왕조차도 불사가 아닌데 고작 해야 전조가 불사겠는가?
세레나의 몸이 회복되는 이유는 단하나.
그녀에게 자리 잡은 존재 때문이 다.
‘그걸 계속 버틸 수는 없어.’
저 몸이 움직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 그 한계가 올 때까지 치 면 된다.
“요한 공자!! 정말 잡을 수 있는겁니까!?”
가인이 묻자 요한은 고개를 끄덕 였다.
그 와중에도 요한의 손은 멈춰지 지 않았다.
“믿겠소!! 여러분!! 이 개 조로 나뉘어서 싸우도록 합시다!!”
플로란스의 공격을 맞고도 살아 있다.
아니,그 수준이 아니다.
근접하여 싸우는 요한이 날리는 공격 하나하나가 모두 치명적이다.
그런데도 세레나는 여전히 멀쩡히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정말 불사자가 아닐까.
저 끈질긴 생명력과 강대함.
그리고 한 대 맞으면 즉사한다는 공포는 도망치라 말하고 있었다.
그 공포를.
“우리가 밀리면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 그러니까 싸워!!”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에밀리의 외침과 함께 날려버렸다.
* * *“아이고 힘들어•"…한 대 맞으면 무조건 죽는다.
그 긴장감 때문인지 원거리에서 지원만 하는데도 진이 빠졌다.
모험가 중 하나가 힘겹게 말하자 연금술사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소리 할 때냐. 공자님께선 저렇게 싸우고 계시는데.”
하얀 여인에게 근접해서 요한은 벌써 몇 시간째 혼자 싸워나가고 있었다.
힘들고 지친 것을 떠나서 긴장감 이 막대할 것이다.
그런데도 요한은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괜히 천하십강이 아니구나.”
저 정도 체력과 집중력.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 다. 칼날 위를 맨발로 뛰어다니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런데도 요한은 멈추지 않았다.
“요한!! 교대한다!!”
플로란스가 지팡이를 내리찍으며 덩굴을 쏘아내자 요한은 뒤로 빠졌 다.
“빵! 빵!! 육포!!”
에밀리는 황급히 챙겨 온 빵을 던졌다. 그것을 받은 요한은 빵을 뜯어 먹으며 외쳤다.
“너희도 놀지 말고 공격해!!”
빵과 고기,그리고 던져 준 음료 까지 먹으며 외친 요한은 다시 전 투에 들어갔다.
그렇게 또다시 긴 시간 동안 싸 워나갔을 때.
세레나의 움직임이 변했다.
“으라차!!”
그녀의 팔을 잘라낸 요한이 심장 에 오러 블레이드를 꽂았다.
아까와 같았다면 바로 회복되어 야 했다.
하지만 그녀의 팔은 회복되지 않 고 있었다.
“오!!”
그것을 본 이들이 환호성을 터트 렸을 때 요한은 강하게 외쳤다.
“이제부터 자신 없는 사람들은 물러나!!”
“에!?”
“나도 전력을 다해야 하니까!!”
요한이 광왕의 이름을 얻게 된 배경은 다들 알고 있었다.
몇 시간을 세레나와 싸우던 요한 이다. 그 요한이 본격적으로 힘을 써야 한다면?
그럼 그의 말대로 물러나는 것이 나았다.
“혼자 괜찮겠어!?”
“자신 있으면 남든가!!”
버럭 외친 요한이 아공간 주머니 에 손을 넣었다.
그가 성궤를 꺼내자 가인은 다급 히 외쳤다.
“물러나!! 물러나라!!”
“너희는 가서 잡힌 애들이나 구 해!!”
가인은 고개를 끄덕이고 일행들 을 이끌었다.
이미 세레나가 요한과 싸우며 쏘 아낸 빛 때문일까?
주변에 몬스터나 악마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빠르게 예정했 던 목적지로 이동할 수 있었다.
“요한! 괜찮아!?”
이 자리에 남은 것은 에밀리와 플로란스뿐.
그들이 가지 않은 것에 요한은 의아해했다.
"너흰 왜 안 갔냐?”
“그,그건.”
“뭐 됐어. 너희라면 저항할 수 있을 테니까.”
요한은 아공간 주머니에 다시 성 궤를 넣었다.
성궤에 있는 석상을 꺼낼 것이라 생각한 둘은 의아해했다.
“나와! 자식아!!”
그 의문은 바로 다음 순간 풀리 고 말았다.
요한은 비틀거리는 세레나를 향 해 크게 검을 휘둘렀다.
그 공격에 세레나의 가슴이 갈라 졌다.
“으......W순간 주변이 새하얗게 물들었다.
놀란 둘이 경계하는 사이 갈라진 세레나의 가슴에서 하얀 액체가 흘 러나왔다.
천천히 바닥을 메운 하얀 액체가 변화를 시작한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형태였다.
원통형 몸에 박쥐의 날개를 지니 고. 수십 개의 눈과 함께 수많은 촉수를 지닌 괴물이었다.
그 괴물을 본 순간 에밀리는 톨 라이도의 개를 봤을 때를 떠올렸다.
그녀는 저 정체불명의 괴물 역시 톨라이도의 개와 같은 종류라고 직 감했다.
그런 괴물을 앞에 두고 요한은 여전히 강인함을 보였다.
“하! 우리가 너무 빨리 만났나? 제대로 힘도 갖추지 못해 약해빠졌 구나!!”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스러운 존 재를 보고 약해빠졌다니.
그 외침에 저항하듯 괴물의 거대 한 날개가 펄럭였다.
머리 부분의 촉수가 화살처럼 날 아들었다.
하지만 매서운 공격은 요한의 오 러 블레이드에 쉽게 막혀버릴 뿐이 었다.
“이렇게 약해 빠져가지고 퍽이나 잠든 자를 깨우겠다!!”
-서걱!!
촉수를 베어넘긴 그는 그대로 돌 진해 거대한 날개를 베어버렸다.
고통을 호소하며 촉수가 꿈틀거 렸지만 그 또한 요한의 검격을 버 텨내지 못했다.
"하하하! 쉽다! 쉬워!! 이거 이 짓이 이렇게 즐거운 줄은 몰랐네!”
72번의 환생을 통틀어 전조를 이 .
렇게 쉽게 잡아보기는 처음이다.
요한은 무척이나 즐거워하며 괴 물을 베어 나갔다.
그렇게 공격하던 요한은 촉수와 날개가 잘려버린 원통형의 몸을 향 해 미스릴 검을 내질렀다.
-푹!!
그 공격에 관통된 괴물이 하얗게 물들었다.
주변과 동화되어가며 하얀 가루 가 되어 사라져버리자 하얀 세상이 무너졌다.
-챙그랑!!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다 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게 되었다.
아까와 다른 것은 단 하나.
백색의 머리칼을 가지고 있던 세 레나의 머리카락 색이 금발로 돌아 왔다는 것뿐이었다.
주저앉아 혼란스러워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요한은 차분히 말했다.
“신앙을 버림으로써 존재해서는 안 될 자를 부른 거구나.”
“아…… 아아……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떠오른 모양이다.
세레나는 힘겹게 손을 들었다.
“내가…… 내 잘못이…… 아니 야……“성녀가 될 정도의 신앙을 가진 자가 자신의 고통 때문에 신앙을 버렸지. 뭐. 그게 잘못이라고는 하 지 않겠지만……“아니야…… 바,바론이 우리를 버렸어…… 바론이…… 그래서…… 그래서……세레나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 다.
그녀의 부정을 마주하며 요한은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서걱!!
세레나의 머리가 떨어진다.
머리를 잃은 몸이 축 늘어지자 요한은 어깨를 으쏙였다.
“그건 바론에게 가서 변명해보라 고.”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