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권 20화
245. 있어서는 안 될 존재 (2).
오크에 빙의된 악마 토기오는 씩 웃었다.
세레나를 잡는 데 성공했다.
이제 그녀가 가진 신앙심이 보가 스에게 향하게만 하면 된다.
그럼 지옥문이 열리고 보가스와 악마들이 세상에 나올 것이다.
[세상은 이제 보가스님의 것이 다!!]
피가 가득 채워진 잔을 들어 올 리며 그는 기쁘게 외쳤다.
하지만 그 외침이 공동에 울려 퍼지기도 전 벌컥 문이 열렸다.
[허억…… 허억…….]
엘프 모험가에게 빙의되어 있던 미얄이 었다.
그가 들어오자 토기오는 의아해 했다.
[뭐냐?]
[크…… 큰일…….]
미얄은 말을 꺼내지 못했다.
몸이 점점 하얗게 물들어가기 시 작했기 때문이었다.
긴 다리도.
긴 팔도.
엘프의 상징인 긴 귀도.
완전히 하얗게 변하며 가루가 되 어 버린다.
[뭐야……!]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악마로서 수천 년을 넘게 살아온 토기오였다.
하지만 그도 이런 광경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쥬빌레!! 쥬빌레!!]
토기오는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남자를 불렀다.
눈에 천이 감긴 그는 고개를 저 었다.
그의 천리안으로도 이런 광경은 본 적이 없었다.
[그럴 리가……? 이럴 리 없는 데…… 이래서는…….]
-파사사삭!!
그 사이 미얄의 몸이 완전히 가 루가 되어버렸다.
토기오는 지옥불에 감싸진 창을 잡아들었다.
[모두 와라!!]
그의 명령에 악마들이 날아들었 다.
창문을 깨고,벽을 부수며 악마 들과 몬스터들이 자리 잡았다.
강한 이들이다.
보가스를 따르는 악마들 중에서 도 정예들만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안 의 악마들은 모두 불안해하고 있었 다.
뭔가가 오고 있다.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건…… 도대체…….]
악마들은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 끼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기다렸을까.
- 찰팍.
살이 바닥과 부딪히는 소리가 들 렸다.
악마들은 긴장하며 침을 꿀꺽 삼 켰다.
-끼이이익.
문이 열렸다.
열린 문 너머에 있는 것은 백발 의 여인이었다.
그녀를 빤히 보던 토기오는 멍하 니 중얼거렸다.
[세레나……?]
지하실에 잡혀서 고문을 당하고 있어야 할 그녀가 왜 여기 있단 말 인가.
신앙을 잃고,그 숭배의 대상을 보가스로 해야 할 그녀가 왜 여기 있단 말인가.
아니,금발의 머리는 왜 백발이 되어 있단 말인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마주한 토 기오는 그녀에게 창을 겨눴다.
[저 계집을 잡아!!]
그의 명령에 따라 몬스터들과 악 마들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들의 손톱과 무기가 세 레나에게 닿는 일은 없었다.
[으아……?]
[어,어째서!?]
세레나의 근처에 다가간 것만으 로 몸이 굳어가고 있었다.
새하얗게 굳어버린 몸이 가루가 되어 흐트러진다.
빙의 된 몸뿐만이 아니었다.
[이건…… 이건 말도 안 되는…….]
악마들이 대륙에 나왔을 때 죽음 을 겪게 된다면 지옥으로 역소환된 다.
소멸을 겪기 위해서는 지옥문을 통해 지옥에 있는 본신이 밖으로 나오고.
그때 죽어야 소멸된다.
지금 나와 있는 악마들은 지옥문 이 아닌 계약을 통해 나와 있는 자 들.
무슨 짓을 당해 죽어도 역소환 될 뿐 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 었다.
하얗게 몸이 물들고 가루가 된 악마들은.
[시,싫어!! 싫어!!]
소멸되어 가고 있었다.
[싫어어어어!!!]
끔찍한 비명을 내지르며 악마 하 나가 완전히 가루가 되어버렸다.
그것을 본 악마들은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이…… 이건 도대체…….]
나직이 토기오가 중얼거리자 세 레나는 손을 들었다.
그녀의 손이 가리키고 있는 곳은 바로 토기오.
그 손길에 놀란 토기오는 도망치 기 위해 몸을 날렸다.
[윽!!?]
손에서 쏘아진 빛이 토기오의 몸 에 적중당했다.
놀란 토기오는 자신의 손을 보았 다.
다른 이들처럼 하얗게 굳어버릴 까 그는 걱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변화가 없었다.
문제는 그 변화가 다른 이들에게 퍼져간다는 것이었다.
[아…… 아아…….]
천리안을 지닌 악마 쥬빌레가 하 얗게 변하고 있었다.
아니,그녀뿐만이 아니었다.
토기오의 주변에 있던 다른 악마 들과 몬스터들.
모두가 세레나의 근처에 있던 자 들처럼 하얗게 물들어가는 것이었 다.
[이건 말도 안 되는…… 말도 안 되는 일이야!!]
마법도,주술도,오러도.
심지어 천사나 악마의 힘에도 이 런 것은 없다.
이래서야 마치 역병 같지 않은 가.
병을 가지고 있는 자가 멀쩡한 이들에게 들어가 병을 퍼트리는 것 처럼.
세레나의 빛에 당한 자들의 주변 으로 하얗게 물드는 이들이 늘어나 고 있었다.
[제기랄!! 빛에 맞은 놈들은 모두 후퇴…… 아니!! 자결하라!!]
이곳의 밖에는 보가스를 모시기 위한 악마들이 존재했다.
아니,악마들뿐만이 아니다.
지옥문이 열리면 뛰쳐나올 악마 들을 위한 제물들도 많았다.
그것을 잃을 수는 없다.
토기오는 이를 갈며 세레나에게 달려들었다.
[망할 년!!]
그의 손에 들린 창이 세레나의 복부에 꽂혔다.
그것을 본 토기오의 입가에 미소 가 걸렸다.
하지만 세레나는 아무렇지 않게 손을 뻗었다.
[아…… 아아…….]
그녀의 손에 잡힌 토기오의 몸이 하얗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모두가 침묵했다.
이 자리에 있는 몬스터와 악마 들.
그들 모두가 한 소녀를 두려워하 며 침묵하고 있었다.
- 챙그랑!
비틀거리면서도 세레나는 복부에 박혀 있던 창을 빼 바닥에 떨어트 렸다.
그리고 그녀는.
초점 없는 눈으로 이 자리에 있 는 모두를 훑어보며 손을 뻗었다.
그 순간.
그녀의 손에서 모두를 하얗게 굳 혀 소멸시키는 빛이 뿜어졌다.
페이톤의 안내를 받아 도착한 곳 은 성해포로 만들어진 막사였다.
안으로 들어가니 순백의 사제복 을 입은 노인이 있었다.
“어서 오십시오. 요한 공자. 그리 고…… 백왕. 로드만 왕국의 에밀 리 자작께서도 어서 오시고.”
에밀리는 노인을 보며 깜짝 놀랐 다.
“토드만 주교님께서 어째서!? 이 제 일선에서 물러나셨다 들었는데!”
토드만 바실리.
바론 교단에서도 손꼽히는 엑소 시즘의 대가였다.
이제는 일선에서 물러나 제자만 키운다던 그였다.
설마 그가 직접 을 줄이야.
놀라는 에밀리를 힐끔 본 요한은 가볍게 묵례했다.
“바그너 후작가의 장남인 요한 바그너 입니다.”
“하이마스 주교께 공자님의 말씀 은 많이 들었습니다. 악마들을 몇 차례나 물리치셨다지요?”
“예.”
“이번에도…… 도와주실 수 있으 십니까?”
“물론입니다.”
“그럼 작전을 설명하겠습니다. 지 그□ ......,•’
그때 였다.
막사의 문이 벌컥 열리며 성기사 하나가 들어왔다.
“주교님!”
“무슨 일이길래 이리 소란이십니 까?”
“지금 모험가 길드와 연금술사 길드, 그리고 상아탑,도브다만 왕 국기사단에서 주교님을 만나기 위 해 찾아왔습니다.”
“안 그래도 모시려 했는데 잘 되 었군요. 들어오시라 전해주시겠어 요?”
여유롭게 웃은 그가 말하고 잠시 후 다급한 표정으로 넷이 들어왔다.
“모험가 길드 소속의 금 등급 모 험가. 가인 베돈입니다.”
“연금술사 길드의 지부장 칼바이 츠라고 합니다.”
“상아탑 자연과 로드 버밀리온이 오.”
“도브다만 왕국기사단 단장 페비 든 카이츠 백작입니다.”
넷이 인사를 건네자 토드만은 가 법게 합장했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자마자 토드 만은 본론을 꺼냈다.
“그런데 왜 이리 급하게 찾아오 셨습니까?”
“악마들과 몬스터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소.”
버밀리온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지옥문 근처에 결집해 있던 악마 들과 몬스터들이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주 변을 공격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반응이라 놀 랄 수밖에 없었다.
“지옥문이 열리려 하는 것일까 요?”
“그건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확실한 것은?”
“무언가를 두려워하며 도망치는 듯합니다.”
몇 시간 전부터 악마들의 움직임 에 혼란이 생겼다.
그 이유를 알아보고,또 혼란을 이용해 모험가들을 구출해내는 데 는 성공했다.
가인은 아까 있었던 일을 말해주 었다.
그 말을 들은 토드만 주교는 무 척이나 기뻐했다.
“그거 축하드릴 일이군요.”
“아쉽게도 모두를 구하지는 못했 지요.”
“금방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안 그래도 모험가들을 잠입시켰 습니다. 그런데 말씀드렸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악마들이 그런 모습을 보이면 좋은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들 불안감을 감추지 못 했다.
알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악마들마저 도망쳐야할 만한 일 이 벌어졌다는 것이 마냥 좋은 것 이 아니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제 생각에는 악마들이 꾸미는 일에서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잘못되었다? 지옥문을 열 수 없 게 되었다는 말씀이십니까?”
토드만이 묻자 버밀리온은 고개 를 끄덕였다.
기록에 따르면 지옥문이 열리면 수많은 악마들이 나온다고 했었다.
지옥에서 빠져나온 그들의 허기 를 달래주기 위해 지옥문을 연 악 마들은 제물을 먹이로 바친다.
그런데 그 제물들이 도망치게 놔 둔다?
그리고 혼란스럽게 움직인다?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지금 그들은 지옥문이 문제가 아니게 된 것 같소.”
"로드 버밀리온. 그럼…… 지금 저들을 쳐야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일단 상아탑에서는…… 그리고 연금술사 길드에서는 그리 생각하 고 있소.”
토드만은 신음하며 요한 일행을 둘러보았다.
“요한 공자님. 지금 막 오셔서 피로하시겠지만…… 지금 움직여주 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언제든 환영입니다. 그런데 세 레나 수녀는 어떻게 합니까?”
“구해야지요. 의심 가는 곳은 지 옥문에서 인접한 중앙 신전 쪽입니 다. 그곳에 강한 악마들이 많이 몰 려 있으니…… 아마 거기에 잡혀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토드만이 설명을 끝내자 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은 내가 알고 있소. 요한 공자. 원한다면 안내해드리리다.”
“감사할 따름이군요.”
“뭘. 그곳에는 모험가 길드의 직 원들도 있고. 또 모험가들도 많이 잡혀 있소.”
그들을 구하고 싶은 가인은 요한 과 손을 잡기를 원했다.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고…… 저희들도 바로 준비를 해야겠군요.”
악마들과 전면전을 펼쳐야 한다 면 사제들도 반드시 참가해야 한다.
자리에서 일어난 토드만은 지휘 봉을 잡았다.
“바로 가지요.”
* * *요한과 플로란스,그리고 에밀리 는 가인이 이끄는 구원대에 속했다.
성기사들과 마법사, 연금술사까 지.
꽤 많은 인원들이 함께하는데도 가인은 부담을 갖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이 뭔지는 다들 아시 리라 믿습니다.”
다른 부대들이 악마들과 몬스터 들을 상대하는 사이 잠입해 세레나 를 비롯한 잡힌 이들을 구출한다.
가인의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 다.
“그럼 가겠습니다.”
지옥문 근처는 모험가 길드에서 정찰한 대로였다.
진형은 꽤나 개판이었다.
이정도면 잠입하지 못하는 것이 우스울 정도다.
몬스터와 악마들은 다들 혼란에 빠져 피아 구분조차 제대로 못 하 고 있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지?”
에밀리가 묻자 요한은 찜씹한 기 분을 감추지 못했다.
"아…… 이거 좀.”
“왜 그래?”
"그냥 좀 불길해서.”
그가 나직이 중얼거렸을 때.
반대편에서 두 마리의 악마가 달 려 왔다.
악마의 기운을 풀풀 풍기는 그들 을 보며 가인은 이를 갈았다.
"전투 준비!”
[아…… 사,살려…… 줘…….]
하지만 그의 생각과는 일이 다르 게 진행되고 있었다.
악마들은 쫓기고 있었다.
[제,제발…… 제발…… 소멸되기 싫…….]
말을 다 잇지도 못한 채 악마들의 몸이 하얗게 물들었다.
그것을 본 가인이 의문을 품었을 때 플로란스는 창백히 질렸다.
“설마”
“오…… 이야. 이게 이렇게 된단 말이지?”
요한의 시선 끝에 닿아 있는 것.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세레 나였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