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권 5화
230. 혹시 모를 일은 일어나 .
지 않는다 (2)
‘아버지가 귀족원의 위원이 되신 다면 나야 편해지지.’
은퇴한 귀족만이 귀족원의 위원 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마고 후작 역시 귀족원의 위원이 다.
그렇게 따진다면 월카스트 후작 역시 위원이 될 자격이 충분했다.
"하하하. 그럼 가도록 하세. 에밀리. 자네도 같이 오게나.”
“예.”
딱히 귀족들 간의 권력 다툼에는 관심이 없는 에밀리다.
하지만 예만 원장이 저렇게 말하 고,또 요한도 응했는데 대응하지 않을 필요는 없었다.
그렇게 예만은 자신과 친한,혹 은 친해져야 할 귀족들에게 요한을 소개해주었다.
한참 소개가 끝났을 때쯤 파티장 에 올 사람들이 전부 왔다.
파티장의 문이 닫히고 잠시 후 웅장한 연주가 시작되었다.
“폐하께서 나오시겠군.”
예만 원장의 말대로였다.
궁내부원은 다른 어느 때보다 더 큰 어조로 외쳤다.
“로드만 왕국의 국왕 폐하이신 타이로돈 로드만 폐하께서 입장하 십니다!”
문이 열리며 타이로돈이 들어왔 다.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 러보다가 말했다.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주어 모 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오. 모두파티를 즐겨주시기 바라겠소.”
차분히 말한 그는 뒤로 물러나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작년 게이돈 후작가가 역모를 꾸몄고,그것에 대응하기 위해 두 가문이 힘을 써주었소.”
로만 게이돈.
한때 로드만 왕국을 양분하던 강 력한 귀족이었다.
물론 그가 역모를 꾸민 것은 맞 았다.
타로트 왕제와 협력하여 로드만 왕가를 집어삼키려 했었다.
하지만 그것이 알려진 것은 아니 었다.
하지만 알게 뭔가.
원래 세상은 승자에 의해 결정되 기 마련이었다.
‘만약 우리 쪽이 패배했다면 우 리가 역모를 꾸몄다는 얘기가 나왔 겠지.’
요한은 타이로돈 국왕을 보며 피 식 웃었다.
‘왕가에 준 것도 많으니 알아서 잘 처리해주는군.’
로만 후작을 쳐냄으로써 왕가도 많은 것을 얻었다.
그러니 왕가도 바그너 후작가를 호의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요한이 생각하는 사이 한참 떠들 던 타이로돈 국왕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때 한 명의 영 웅과 만날 수 있게 되었소. 요한. 이리 나오도록.”
“예.”
국왕이 부르는 대로 요한은 성큼 성큼 나섰다.
그가 다가오자 타이로돈 국왕은 뒤로 손을 내밀었다.
기다리고 있던 미하엘은 상자를 건네주었다.
"역적 로만 게이돈을 치고,위험 한 존재였던 카일로를 제거한 그대 를 치하하노라.”
타이로돈은 상자를 내밀었다.
금과 은,보석으로 치장된 귀한 상자다.
천천히 상자를 열어보니 상자 안 에는 한 자루의 검이 들려 있었다.
‘수호기사의 검은 아니고…… 단 순한 선물이군. 꽤 비싸 보이는데.’
보석과 금으로 덕지덕지 치장되 어 있는 검을 받은 요한은 고개를 조아렸다.
“로드만 왕국의 귀족으로서 왕가 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겠습니다.”
귀족들이라면 누구나 하는 달콤 한 말에 불과했다.
타이로돈 국왕도 그것을 알고 있 는지 크게 기뻐하는 기색 없이 고 개를 끄덕였다.
“오늘 열리는 파티는 왕가에서 제공하는 파티이니. 모두 즐겨주기 를 바라겠다! 연주를 시작하도록!!”
악사들이 연주를 시작하고 타이 로돈 국왕은 뒤쪽에 있는 옥좌에 앉았다.
요한은 상자를 든 채 자리로 복 귀했다.
사교계라고 하지만 일단은 무도 회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몇몇 용감한 공자들은 귀족가의 영애,혹은 부인들에게 댄스 신청을 시작했다.
그렇게 하나둘씩 커플들이 나가 춤을 추자 예만 원장은 요한과 에 밀리의 어깨를 잡았다.
“자네들은 안 나가나?”
“아. 저는……“에밀리. 저기 영애들의 시선이 보이지 않나?”
요한과 춤을 추고 싶어 하는 영 애들과 부인들은 많았다.
하지만 지금 그의 파트너는 에밀 리.
그녀가 먼저 춤을 추지 않으면 댄스의 신청을 할 수도 없다.
“요한이 직접 나서서 신청한다면 모를까. 실례가 되는 것이지.”
“흠…… 어쩔 거지?”
“다음 곡 시작하면 갔다 오자.”
다음 곡이 시작하자 요한은 에밀 리와 함께 나갔다.
그들이 나간 것을 보며 파티장의 사람들은 눈을 빛냈다.
“한 곡 빠르게 추고 감시 시작하 자.”
“응. 넌 그렇게 해. 난 다른 영애 들과 춤을 추면서 주변을 경계할 테니까.”
“뭐? 그러면서 가능해?”
“그정도야 쉽지. 그리고 춤추면 서 주변을 확인할 수도 있고.”
에밀리에게 속삭인 요한은 스텝 을 밟았다.
조금 빠르다 싶은 그의 스텝에도 에밀리는 잘 따라왔다.
“보기보다 제법인데?”
“나도 귀족이야. 춤 정도는 연습 해뒀다고.”
"그럼 좀 더 빠르게 간다.”
다른 이들보다 좀 더 크고 화려 하게.
요한과 에밀리는 춤을 추며 주변 을 살폈다.
그렇게 한 곡이 끝나자 여기저기 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역시 요한 공자님.”
“다음은 나다.”
“웃기네. 내가 먼저 갈 거야.”
영애들이 눈을 빛낸다.
그것을 힐끔 본 에밀리는 작은 어조로 말했다.
“인기 많아서 좋으시겠어?”
“부럽냐? 질투는 하지마라.”
씩 웃은 요한은 에밀리를 예만 원장이 있는 곳까지 에스코트했다.
“예만 원장님. 저는 다른 영애들 이 있어서……“아. 그래. 그래. 많이 추게나. 내 가 추천하고 싶은 영애는……“하하하. 시간이 허락하는 한 많 은 분들과 추고 싶군요.”
춤을 추는 것도 요한에게는 훈련 이 된다.
그러니 굳이 한 명과만 계속 출 생각은 없었다.
예만 원장은 아쉬워하며 몇몇 영 애나 부인을 추천하고 있을 때.
파티장의 입구에 서 있던 궁내부 원이 외쳤다.
“하이마스 주교님과 바론 교단의 사제분들께서 도착하셨습니 다! ”
"오! 하이마스 님께서!?”
“이번 파티에는 참석하지 않으신 다고 하지 않았던가!?”
입구를 통해 여섯 명의 사제들이 모습을 보였다.
하얀 성의를 입은 하이마스는 타 이로돈 국왕에게 인사를 하고 바로 요한에게 다가갔다.
“대자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대부님.”
“이거 참. 대자님께서 찾아와주 실 줄 알고 기다렸는데. 꽤나 바쁘 셨던 모양이군요.”
훈훈하게 웃으며 하이마스는 요 한에게 말했다.
그가 수도에 들어왔다는 이야기 를 듣고 기다렸었나 보다.
아쉬워하는 그에게 요한은 바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이래저래 할 일이 있어서. 무도회가 끝나면 찾아뵈려 했습니다.”
“그렇습니까…… 아. 그리고 늦 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윌카스트 바그너의 후작위 승작.
그리고 요한이 광왕이 된 것.
그것들을 포함한 축하인사였다.
“그리고 대자님. 저……“제 이명 때문에 그러시는 거군 요.”
“그렇습니다.”
광왕.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어버릴 수 있는 강자.
오래된 자의 석상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자.
그것을 들었기에 하이마스 입장 에서는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오래된 자의 석상은 아주 위험 한 물건입니다. 부디 그것에 휘말리지 않으시기를 빌겠습니다.”
“제 나름대로 조절해가며 쓰고 있으니 대부님께서는 걱정하지 않 으셔도 됩니다.”
“예. 믿겠습니다. 그럼…… 저도 다른 분들과 이야기를 조금 나눠야 겠군요.”
하이마스는 주변에 있는 영애들 과 부인들의 시선을 느끼고 말했다.
바론 교단의 주교인 하이마스가 요한을 잡고 있으니 접근하지 못하 는 것이다.
그들을 배려하기 위해 하이마스 는 웃으며 뒤로 물러났다.
“예만 원장님. 이번에……하이마스가 예만 원장과 이야기 를 나누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요한은 바로 영애들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요한 공자님! 저와 춤을!!”
“제가 먼저입니다! 요한 공자님! 저 기억나시지요? 앨라 파인입니 다!”
“요한 공자? 저번에 바그너 영지 에서 뵈었습니다. 아아. 그때부터 얼마나 다시 뵙고 싶었는지 모르겠 습니다……꽤 많은 여인들의 댄스 요청.
그리고 똥 씹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젊은 귀족들과 공자들의 시선.
여러 가지 감정이 섞인 시선들을 느끼며 요한은 당당히 손을 내밀었 다.
“시간은 많습니다. 모자란 솜씨 나마 여러분들께서 선율을 즐길 수 있게 노력해보겠습니다.”
♦ * *몇 시간이 지났을까.
해가 질 때쯤 시작한 파티도 슬 슬 마무리를 보이고 있었다.
“그럼 오늘의 파티는 이것으로 종료하겠소!”
저번과 다르게 이번 파티에서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타이로돈이 직접 나서 폐회를 알 리자 요한은 슬쩍 에밀리를 보았다.
“이제 끝났군.”
"휴…… 다행이다.”
“단순한 협박이었던 걸까? 누가? 왜 그런 짓을 한 걸까?”
“글쎄……에밀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삼삼오오 모여 있던 귀족들 중 몇몇이 다가왔다.
“요한 공자. 괜찮다면 따로 티파 티를 할 생각인데. 함께 가지 않겠 나?”
“권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파트너를 돌려보내 줘야 해서……"아. 그런가? 그런데 파트너와 한 곡 추고 끝이라니. 소문은 거짓말 같군.”
요한과 에밀리 사이에 난 스캔들 은 그냥 무시해도 될 것 같았다.
그에게 관심이 있는 귀족들이 기 뻐하는 것을 본 요한은 고개를 끄 덕였다.
“하하하. 세상일 모르는 것 아니 겠습니까.”
“그런가? 이거 참. 그럼 잘 해보 시게나.”
그들이 떠나가자 요한은 슬쩍 에 밀리를 보았다.
파티가 무사히 끝난 것에 그녀는 안도하고 있었다.
“돌아가자고.”
“그래야지. 드레스도 오래간만에 입었더니 불편하네.”
몸에 달라붙은 엘븐 실크가 거슬 렸나보다.
하얀 장갑에 감싸진 손을 만지작 거리는 그녀를 힐끔 본 요한은 하 이마스와 예만,마고 후작에게 다 가가 인사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오. 그래? 하이마스 주교님. 그 럼 다음에 또……“원장님과 후작님께 바론님의 은총이 있기를 빌겠습니다.”
예만 원장도 마고 후작을 비롯한 다른 귀족들과 약속이 있었나보다.
그들이 가버리자 에밀리는 웃으 며 물었다.
“그런데 주교님께서는 갑자기 왜 파티에 참석하신 겁니까?”
"음…… 그게 말입니다.”
머뭇거리던 하이마스는 요한과 에밀리에게만 들릴 정도로 작은 어 조로 말했다.
“왕궁에서 악마의 기운이 느껴졌 습니다.”
“……예?”
에밀리의 표정이 굳었다.
그녀의 반응에 하이마스는 얼른 손사래를 쳤다.
“그래서 얼른 사제님들과 함께 와봤습니다.”
“그것을 왜 숨기고 계셨습니까?”
“폐하께서 주최하신 파티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악마의 기운이 느껴 진다고 어떻게 말하겠습니까?”
만약 진짜 악마가 나타난다면?
하이마스가 직접 나서서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다.
“저희가 느낀 악마의 기운은 그 리 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따 로 말씀드리지 않은 것입니다.”
“아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만약 하이마스가 악마의 기운이 느껴졌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말했 다면 파티는 또 엉망이 되었을 것 이다.
그것을 막아 준 하이마스에게 에 밀리는 고개를 숙였다.
“대부님. 혹시 그 악마의 기운은 아직 여기 남아 있습니까?”
“아닙니다. 저희가 파티장에 들 어오자 악마의 기운이 전부 사라졌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주교님께서는••…“파티 참가를 구실로 왔는데 바 로 나갈 수는 없었잖습니까.”
하이마스가 남은 이유는 하나.
로드만 왕가와 귀족들을 배려하 기 위함이었다.
그 배려에 에밀리는 어쩔 줄 몰 라 하며 하이마스에게 고개를 숙였 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로드만 왕가에는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 감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지켜 보던 요한은 담담히 물었다.
“그 악마의 기운이 누구의 기운 인지 아십니까?”
“글쎄요. 그것은 잘 모르겠군요. 다만 둘이었습니다.”
“둘이라……요한은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 둔 양피지와,그 안에 적혀 있었던 악 마의 이름을 떠올리고 씩 웃었다.
‘이거 잘하면 일이 뻘되 시작되 겠군.’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