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권 2화
227. 너 나 기억하지? (3).
티타니아의 전언이 떠올랐다.
디아볼로스를 피해 악마들이 도 망치고 있다는 이야기.
그것을 떠올린 요한은 웃으며 고 개를 끄덕 였다.
“그렇구만.”
“그래서 말인데…… 공자님. 혹 시 거기 가보실 생각은 없으십니 까? 지옥문이 열리면 그 순간 악마 들이 뛰쳐나올 겁니다.”
“로드만 왕국이라면 괜찮지만 다 른 나라에 벌어진 일에 내가 끼어 들기는 좀 힘들지.”
아무리 지옥문이라고 하더라도.
공식적인 요청이 아니라면 타국 의 귀족인 요한이 나서기는 어려웠 다.
“하지만 공자님은 모험가 자격이 있으시잖습니까. 그것도 흑석 급이 시니……그뿐인가?
요한은 천하십강이 되어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그런 요한이 지옥문의 문제를 해 결하러 간다고 한마디 해준다면?
그럼 도브다만 왕국에서도 군소 리 없이 길을 열어줄 것이다.
요미안은 허둥거리며 요한을 설 득해나갔다.
“저희들이 보필할 수도 있습니 다. 제가 또 도브다만 왕국 쪽 길 은 잘 압니다.”
“원하신다면 가시는 동안 배부르 게 드실 수 있게 요리 잘하는 모험 가들도 동행시키겠습니다.”
“도브다만 왕국이 과일 요리로 아 주 유명합니다. 또 거기는 소를 많 이 키우는 곳이라 소고기도 좋고.”
요한이 식도락을 즐기는 것을 이 들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은 손바닥을 비비 며 어떻게든 요한을 포섭하려 했다.
하지만 요한은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나 수도에 가야해.”
“아……“그. 저희도 들었습니다. 그럼 수 도에서 볼일 보시고 바로 도브다만 왕국으로 가시면 안 됩니까?”
“도브다만 왕국에는 지금 플로란스도 있을걸?”
자국 내의 천하십강에게 요청하 지 타국의 천하십강에게 요청하겠 는가.
‘해왕이 온다면 모를까. 딱히 얻 을 것도 없는데 끼기는 그렇지.’
해왕 역시 회귀 전 요한을 치는 데 가담했던 자였다.
그런 만큼 그냥 넘어갈 수는 없 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면 그가 직접 나설 생각은 없었다.
“으음…… 그럼……“공식적인 요청이 있다면 참가하 지.”
"모험가 길드에 알려도 됩니까?”
“그래. 알려. 그리고 나 며칠 안 에 수도에 갈 건더L 너희도 같이 가지 그러냐?”
현재 율리아 영지에는 모험가 길 드가 없다.
그러니 그것을 알리려면 어차피 율리아 영지를 떠나야 했다.
“수도로 가는 길에 타이론 영지 도 들를 거야. 거기서 전하면 되지 않나?”
“아단에게 요청할까 했는데. 그 래도 되겠죠.”
솔라가 고개를 끄덕이자 요한은 가볍게 기지개를 켜고 걸었다.
“그럼 난 떠날 준비할 테니까 너 희들도 갈 준비해둬.”
“예!!”
* * *다음 날 아침.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새벽이 되 자마자 요한은 율리아 영지에서 출 발했다.
이반과 헤로도톤,솔라,마세츠, 요미 안.
이 다섯 명만 수행 인원으로 데 리고 떠난 것이지만.
여행길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 다.
일단 수도까지 가는 길목에서 요 한의 얼굴을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거기에 시비가 붙어도 수행원들의 선에서 해결이 된다.
그렇기에 요한 일행은 별다른 문 제 없이 수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공자님. 그럼 저희는……“아. 그래. 잘 갔다 와.”
“마고 후작님의 저택에서 머무르 실 예정이십니까?”
“그래야지. 마고 후작님도 지금 수도에 올라오셨다고 하시니까.”
올라오는 길에 타이론 영지에 들 러 마고 후작이 가면 같이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마고 후작은 먼저 출발했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그때의 일을 떠올린 요한은 어깨 를 으쓱였다.
“알겠습니다. 자. 가자.”
모험가들이 떠나자 이반과 헤로 도톤은 불안해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저 세 명이 있 어서 요한을 보필하는 것이 쉬웠다.
그런데 그들이 빠지니 불안해진 것이다.
“알겠습니다.”
이반은 바짝 정신을 차리고 길을 안내했다.
능숙하게 길 안내를 하던 그는 순간 당황했다.
"어? 여기가 아닌가?”
“넌 자식아. 지도 볼 줄도 모르 냐? 하. 안 되겠다. 너 오늘 나랑 대련해.”
“히익……너무 긴장한 탓에 길을 잃었다.
이반이 신음하자 헤로도톤은 빠 르게 지도를 확인한 후 길잡이를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마고 후작의 저택 앞에 도착하자 헤로도톤은 안도했다.
“여깁니다.”
“오. 그래. 너 지도 볼 줄 아는구 나?”
“그때 공자님께서 말씀해주셔서 독도법은 완벽하게 익혀놨습니다.”
자랑스럽게 말하는 헤로도톤을 향해 요한은 웃었다.
“훌륭하다. 좋아. 이렇게 노력했 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너도 대련이다.”
“ o ”
이래도 대련,저래도 대련이다.
두 기사가 긴장하는 것을 보며 피식 웃은 요한은 저택 안으로 들 어갔다.
뜰에는 타이론 기사단의 기사들 이 있었다.
“앗! 요한 공자님!!”
“언제 오셨습니까!?”
“방금 왔다. 메이는?”
“지금 안에 후작님과 함께 계십 니다. 들어가시겠습니까?”
“음. 그래야지. 그리고 재들 쉴 곳 좀 마련해줘. 오늘 나랑 대련해 야하는데 준비는 해둬야지.”
오늘 밤 요한과 대련을 한다는 것 때문일까?
풀 죽어있는 두 명을 본 타이론 기사단의 단원들은 쓰게 웃었다.
그들과 간단한 인사를 나눈 요한 은 바로 저택으로 들어갔다.
저택 안에는 사용인들이 꽤나 바 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공자님. 어서 오십시오. 오시느 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꼬리를 흔들며 야칸이 요한을 반 겼다.
그의 인사를 가볍게 받아 준 요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람이 많네? 뭐야?”
“오늘 이곳에서도 파티가 예정되 어 있습니다.”
“어. 그래?”
“귀족원 위원분들과 다른 귀족분 들도 많이 참가한다고 하십니다. 그리고 아카데미에서도 꽤 오실 것 이고.”
“오호. 그렇군. 그런데 후작님 은?”
“파티장에 계십니다. 바로 가시 겠습니까?”
"가야지.”
왔는데 인사 정도는 해야 할 것 아닌가.
요한은 웃으며 걸었다.
“후작님! 저 왔습니다!”
“오! 요한!”
잔에 담긴 와인을 홀짝이며 사람 들에게 지시하던 마고 후작은 반갑 게 그를 맞이했다.
“이거 천하십강께서 찾아주시니 삼대의 영광이군. 하하하.”
“그냥 일생의 영광으로만 여기시 지요.”
“이 녀석에겐 농담을 못 하겠네.”
빙긋 웃은 마고 후작은 바쁘게 움직이는 메이드를 불렀다.
그녀에게 차와 다과,그리고 빵 을 가져오라 말한 마고 후작은 자 리에 앉았다.
“뭔가 좀 먹어야겠지?”
“역시 마고 후작님. 저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시는군요. 하하하.”
잠시 후 나온 차와 빵,다과들을 요한은 빠르게 퍼먹었다.
잘 먹는 그를 보며 흐뭇해하던 마고 후작은 천천히 말했다.
“네가 왕가의 파티에 참여할 줄 은 몰랐다.”
“폐하께서 직접 명령하셨는데 할 일 없으면 참가해야지요.”
“그래? 그럼 에밀리와 별 사이는 아니고?”
“별 사이 아닙니다. 아,그리고 이거.”
요한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스팅 어를 꺼냈다.
은은한 빛을 내뿜는 요정의 단 검.
그것을 본 마고 후작의 눈이 커 졌다.
“스팅어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현자의 돌 뿐.”
“으음…… 약속을 지킬 생각은 하고 있구나.”
“약속한 시각이 다 되어가고 있 으니까요. 아무튼 저는 약속은 반 드시 지키니까 걱정 마시고.”
“그래. 믿고 있겠다.”
잔에 와인을 다시 따른 마고 후 작은 파티장 주변을 둘러보았다.
꽤나 큰 파티를 열려는 것인지 전보다 더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 처럼 보였다.
“그런데 요한. 들었냐?”
“뭐요? 지옥문?”
“그래. 아마 오늘 내 파티나. 아 니면 폐하의 주최로 열릴 파티에 도브다만 왕국의 사절이 올 것 같 다.”
“누가 온답니까?”
“토도 엘도만 백작. 그가 도브다 만 왕국의 사신으로 나섰다고 하더 군.”
도브다만 왕국에 생긴 지옥문으 로 인한 피해가 생각보다 심각한 것 같았다.
한참 설명을 한 마고 후작은 싸 늘히 말했다.
“함부로 갈 생각 말아다오. 다른 나라의 일이다.”
“지옥문인데 다른 나라 일이라고 그냥 넘어가기는 좀 그렇긴 하지 않습니까?”
“최악의 경우 돕고 나서 욕먹는 경우가 있으니 이러는 거다.”
인도적인 지원을 갔다가 뒤통수 를 맞는 일은 많다.
그러니 철저하게 대가를 받으며, 요청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법이다.
마고 후작이 경고하자 요한은 고 개를 끄덕였다.
“사절까지 보냈다면 도브다만 왕 궁에서도 요청하겠지요.”
"그래. 그리고 한 가지 더.”
마고 후작은 요한의 손을 꽉 잡 았다.
“만약 네가 가더라도 내 딸의 저 주는 풀어주고 갔으면 싶구나.”
“그럴 생각입니다.”
“그게 정말이냐?”
“예. 아무튼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고…… 저는 좀 쉬어야겠군요.”
“오늘 파티에는 참석하지 않을 거니?”
마고 후작은 아쉬워했다.
파티에 누가 참석하느냐에 따라 파티의 급이 결정되는 것이다.
이제는 단순한 공자로 취급할 수 없는 요한이다.
그가 자리를 빛내준다면 좋을 것 이다.
“저녁에 만날 사람 있습니다.”
“만날 사람? 누구? 에밀리?”
새롭게 천하십강에 오른 요한.
그리고 로디악 기사단의 부단장이며 마스터인 에밀리.
작년부터 뭔가 얘기가 있던 둘이 함께 파티에 참여한다.
그것 때문에 사교계에서도 이래 저래 말이 많았다.
분명 오늘도 그것 가지고 사람들 의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다.
“에밀리 아닙니다.”
"그럼?”
“아카데미에서 아는 사람들 좀 만날 겁니다. 갔다 와서는 이반과 헤로도톤 봐줘야 하고. 파티 참가 할 겨를이 없군요.”
가볍게 말해 준 요한이 나가자 마고 후작은 와인을 홀짝거렸다.
“허허. 녀석. 그래도 바쁘게 살아 가고 있구만.”
저택에서 나온 요한은 홀로 아카 데미 거리로 향했다.
추기제 때와 다르게 아카데미 거 리는 꽤나 한산했다.
아카데미의 학생들.
혹은 아카데미에서 일하는 이들.
자경대나 몇몇 상인들.
그들을 지나치며 걷고 있을 때 밝은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요한 공자님!?”
“어……요한은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서 있는 것은 양손에 잔 뜩 짐을 들고 있는 여인이었다.
“엘레나 교관님?”
"후후. 기억해주셨군요?”
자신을 기억해줬다는 것 때문일 까?
아카데미 연금술학 교관인 엘레 나는 활짝 웃었다.
“후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제가 친서 보냈는데받으셨죠?”
“하하. 예. 그런데…… 짐이 많군 요.”
“필요한 것들이 많아서요. 이제 곧 시험 철이잖아요?”
“그렇군요. 제가 좀 들어드리지 요.”
아카데미의 교관 정도 된다면 이 정도 짐을 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또한 요한의 배려라면 받아들이는 것이 예의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그녀가 안고 있던 짐을 가볍게 들고 요한은 아카데미로 걸었다.
근황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걷던 도중 엘레나 는 박수를 쳤다.
“공자님. 혹시 시간 괜찮으세요? 짐도 들어주셨는데 차라도 한잔 대 접해 드리고 싶군요. 여쯤고 싶은 것도 있고……"제가 아카데미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겁니까?”
“호호. 그건 좀 힘들구요. 괜찮은 카페가 있으니 거기로 가죠.”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보였 다.
그녀의 제안에 요한은 고개를 끄 덕였다.
아카데미 정문 앞에 도착하자 엘 레나는 짐을 받아들고 안으로 들어 갔다.
잠시 후 나온 그녀와 함께 카페 에 들어간 요한은 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무엇입니 까?”
요한이 정중히 묻자 그녀는 진지 한 어조로 답했다.
“혹시 현자의 돌을 만드는 법에대해서 아시나요?”
“그건 갑자기 왜 물으시는 겁니 까?”
“지금 아카데미 안에 현자의 돌 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며 이런 것이 돌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녀는 품에서 꺼낸 양피지를 내 밀었다.
그리고.
그것을 받은 요한의 입가에 미소 가 걸렸다.
‘시작됐구나.’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