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권 24화
224. 안정 (3).
“산중수행이라니 요……이미 요한은 천하십강의 반열에 올라갔다.
그런데도 훈련을 멈추지 않는다 는 것에 프란츠는 놀랄 수밖에 없 었다.
“난 아직 모자란다.”
“예?”
도대체 얼마나 되어야 요한은 만 족할 수 있을까.
프란츠는 멍하니 요한을 보았다.
“그럼 프란츠도 왔으니까 술래잡 기는 여기까지만 해야겠군. 에……차분히 주변을 둘러 본 요한은 빙긋 웃었다.
“이반. 테오. 로가딘.”
“예?”
“너희들은 끝까지 안 잡히고 잘 도망치더라.”
“하. 하하하…… 가,감사합니다.”
이곳에 있는 기사 중 가장 강한 것이 바로 셋이었다.
그러다 보니 도망치는 기사들을 이끌며 요한을 피해 다닐 수 있었 다.
요한은 무척이나 만족스러워했 다.
“너희들이 이렇게 하루하루 발전 하는 것을 보니 내가 다 뿌듯하네.”
“가,감사합니다.”
“공자님 덕분입니다.”
“하해와 같은 은혜에 어떻게 대 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살기 위해서는 아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굽신 거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요한이 봐 줄 사람은 아니었다.
“너희 셋은 강제 참가다.”
"예!?”
“아니 왜?”
“저희는 잡히지 않았잖습니까!”
억울해하는 셋을 향해 요한은 웃 었다.
"그거야 내 마음이지. 내일 출발 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도록.”
시무룩해진 셋을 향해 프란츠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도 요한이 작정하고 가르친 다면 실력은 확실히 오를 것이다.
당장 프란츠가 산증인이지 않은 가.
“형님. 저도……“넌 할 일 많으니까 수행하지 말 고 일해.”
“예?”
추기제 전까지만 해도 요한은 프 란츠를 키우기 위해 별짓을 다 했 었다.
그렇기에 프란츠는 기대했었다.
이번 겨울 요한에게 제대로 배울 수 있다면?
그럼 저번 하성제에서의 실패를 만회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요한이 훈련을 마다할 줄 이야.
“왜.”
“아니…… 예상 밖이라서 그렇습 니다.”
“바그너 백작가는 내년부터 후작 가가 될 거다. 후작가의 후계자는 단순히 강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알지?”
“예. 헤르듀크 왕자님께 들었습 니다.”
“영지관리를 할 수 있는 좋은 기 회니까 이번에 좀 해.”
당황한 프란츠를 향해 요한은 싱 긋 웃으며 어깨를 토닥였다.
“힘내라. 동생아.”
“아…… 예.”
검술을 단련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요한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후계자가 된 이상 의무는 많다.
프란츠는 의무를 미루고 권리만 챙기는 귀족이 될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요한의 말을 순순 히 받아들였다.
“자! 그럼 복귀하자!! 라고 하기 전에. 저분들은 누구시냐?”
“오면서 만난 사제님들입니다.”
요한은 프란츠를 지나치고 뒤의 사제들에게 다가갔다.
이미 소문이 날 대로 난 요한이 다.
그를 본 사제들은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요한 공자님을 뵙습니다. 바론 님의 낡은 지팡이인 로마니 아인스 입니다.”
“요한 바그너입니다. 그나저나 사 제님들께서 왜 여기까지 오신 겁니 까?”
“하하하…… 바로미로 사제님의 임기가 끝나셨기 때문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전에 말씀하셨 지요. 모시러 오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바로미로는 내년부로 상급 사제 가 된다.
그렇기에 교단 본부로 가서 제자 들을 키우는 일을 해야 했다.
그런 만큼 그를 모시기 위해 사 제들이 직접 온 것이었다.
“그럼 이곳에는 다른 사제분이 오시는 겁니까?”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빙긋 웃은 로마니는 성호를 그었 다.
“꽤 많은 사제 분들께서 바로미 로 사제님의 후임이 되고 싶어 하 십니다.”
"하하하. 별것 없는 영지인데 뭐 굳이 그러실 필요야…… 아. 날도 추운데 이곳에서 이렇게 계속 이야 기할 필요는 없겠군요.”
날씨가 차다.
건장한 기사들이야 그렇다고 치 더라도 사제들까지 이 날씨에 계속 밖에 둘 필요는 없었다.
“바그너 기사단. 손님들을 모셔 라.”
“예!!”
우렁찬 외침과 함께 기사들은 사 제들을 둘러쌌다.
그들의 호위를 받게 된 것에 사 제들은 안도했다.
“감사합니다. 요한 공자님.”
“저도 바론님을 모시는 신자로서 사제님들은 존경하고 있습니다. 자. 날씨를 보아하니 눈이 올 것 같군 요.”
하늘에 먹구름이 끼고 있었다.
조만간 한바탕 눈이 내릴 것 같 았다.
“저. 공자님!”
이반은 살짝 손을 들고 머뭇거리 며 말했다.
“눈 오는데 산중수행은……“눈 오면 더 훈련되겠네. 이야〜!
이번에 훈련 가는 녀석들은 좋겠 다!”
비가 오든 눈이 오든 훈련을 빼 줄 생각이 없는 요한은 웃으며 말 하고 몸을 돌렸다.
* * *저택에 돌아온 프란츠를 바로 집 무실로 보낸 요한은 밖으로 나갔다.
그가 저택에서 나오자 시녀 한명이 요한에게 다가갔다.
“공자님. 마스터로부터의 전언입 니다.”
얼마 전에 저택에 새로 들어온 시녀였다.
물론 그 시녀라는 것은 가짜 신 분. 실제로는 도둑 길드의 정보원 이었다.
그녀는 품에서 꺼낸 서찰을 슬쩍 넘겼다.
“아직까지 첩자는 발견되지 않았 습니다.”
“신 바그너 영지 쪽의 관리는 어 떻게 하고 있지?”
“그쪽에도 길드원들이 가 있습니 다.”
"첩자는?”
“꽤 많습니다.”
“주의해서 파악하라고 전해.”
“예.”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그녀 는 종종걸음으로 멀어졌다.
그녀의 뒷모습을 보던 요한은 서 찰을 펼쳤다.
요한이 광왕의 이름을 얻고 난 이후 대륙의 정세에 대한 보고였다.
“흐...... wT3 .
주목할 만한 것은 흑왕의 뒤를 잇는 자에 대한 것이었다.
천왕 카일로는 요한과 일대일 대 결에서 패배했다.
그런 만큼 천왕을 대신하여 요한 이 천하십강 자리를 차지한 것에 대해서는 뒷말이 없었다.
하지만 흑왕의 자리는 달랐다.
요한이 흑왕 문댄서를 잡기는 했 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잡은 것이 과연 옳은가 라는 의견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리고 결국 그것 때문에 도둑 길드끼리의 싸움이 벌어졌다.
이후 마드모스 왕국의 도둑 길드 길드장인 체인켈 라모스가 흑왕이 되었다고 한다.
‘자기들끼리 죽으라고 싸우겠군.’
앞으로 체인켈은 강자들의 도전 을 계속해서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런 식으로 자신의 강함을 증명 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자기가 흑왕이라고 주장 하더라도 인정해주는 이가 없을 것 이다.
‘그럼 마드모스 왕국 쪽의 도둑 길드는 당분간 휴업 상태겠군.’
그 외에 몇 가지 정보들을 확인 한 요한은 한숨을 쉬었다.
‘잘됐네. 당분간 나한테 덤빌 놈 들이 없을 테니까.’
요한은 체인켈과 다르게 카일로 와 정면에서 싸워 승리했다.
그런 만큼 그의 실력은 검증된 것이나 다름없다.
광약처럼 강자를 찾아다니는 승 부사가 아닌 이상에야.
만만한 천하십강을 찾아다니는 것이 천하십강을 노리는 이들에게 는 더 좋다.
요한은 히죽 웃었다.
“그럼 난 올겨울은 마음 편히 훈 련이나 할 수 있겠군.”
* * *추웠던 겨울이 지나갔다.
쌓였던 눈이 녹고 그 아래 있던 이른 새싹이 하나둘씩 모습을 보이 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쌀쌀한 날씨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그 너 영지의 영지민들에게 지난 겨울 은 그리 추운 계절이 아니었다.
연초 세금 납부와 더불어 윌카스 트 백작의 승작이 있었다.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기존 바그 너 영지.
요한과 프란츠의 어머니 이름을 따 바뀐 율리아 영지에 삼 년간 세 금이 감면되었다.
평소에도 그리 세금이 많지 않은곳이 이곳이다.
그런데 감면까지 되었다.
그러니 영지민들 입장에서는 추 운 겨울이 오히려 따뜻하다 할 수 있었다.
“거기에 요한 공자님께서 천하십 강이시다 보니〜”
“엄한 놈들은 영지전은커녕 시비 도 못 걸잖아? 이야〜 이대로만 계 속 살았으면 좋겠네〜”
거리의 사람들의 기뻐하는 것을 들으며 프란츠는 쓰게 웃었다.
영지민들은 무척이나 좋아하고 있었다.
하지만 기사들과 경비병들은 마 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다들 있나?”
기사단으로 들어간 프란츠는 안 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한숨을 쉬었 다.
기사단에 올 때마다 들리는 소리 다.
“끄어 억!!”
“느리구나! 쓰러지는 것조차!”
요한의 빠른 검에 맞은 기사들이 나가떨어진다.
예전에 자신도 했던 대련이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좋은 추억일 뿐이지.
그때 당시만 해도 정말 죽을 정 도로 고생했었다.
“형님.”
"어. 너 왔냐?”
“예. 저……아직은 쌀쌀한 날씨인데도 요한 은 상의를 벗고 있었다.
절맥에 걸린 채 누워 있을 때 뼈 와 가죽만 있던 그의 몸을 프란츠 는 알고 있었다.
그런 모습은 이제 없었다.
아직도 말라보이기는 했다.
하지만 요한의 상체는 아름답다 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근육이 붙어 있었다.
"그래. 내일 떠난다고?”
“예.”
올해 겨울 동안 제대로 훈련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프란츠는 요한과 단 한 번도 대련을 할 수 없었다.
임시 영주로서의 일이 바쁜 데다 가 요한이 상대조차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일만 했던 프란츠는 요한 에게 인수인계를 위한 문서를 내밀 었다.
“유아랑에게 넘겨.”
“형님께서 하지 않으시는 겁니 까?”
“내가 얼마나 바쁜데 이걸 잡고 있냐.”
작년에 요한이 했던 정책들은 대 부분 성공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요한이 영주 자리에 앉는다면 분명 잘할 것 같 았다.
그런데도 요한은 매일 훈련만 할 뿐이었다.
“끙……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너 학기 시작하면 신청해놔.”
“뭘요?”
“추기제 우승의 보상이 가족이 아카데미에 들어갈 수 있는 권한이 잖아?”
“아아. 그렇군요. 예. 언제로 신 청하면 됩니까?”
“하성제가 치러지기 전후로 한두 달쯤? 여유롭게 신청 가능하지 않냐?”
“예. 그정도는 가능합니다.”
“그럼 그렇게 해줘.”
‘분명 그때쯤이었지.’
요한은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렸 다.
이제 슬슬 아카데미의 연금술사 가 악마와 계약할 시기가 되었다.
사람들을 습격하여 그들의 생명 력을 빼앗고.
그것을 이용해서 현자의 돌을 만 들 것이다.
그것을 차지해야 했다.
“알겠습니다. 또 다른 것은 없습 니까?”
"다른 것?”
요한은 볼을 긁적거렸다.
딱히 없다.
“그냥 가서 열심히 해 봐.”
“•…"그게 답니까?”
“그럼 뭘 바라냐?”
요한은 되려 궁금하다는 듯 물었 다.
프란츠는 난감해했다.
“제가 하성제에서 우승하기를 바라시는 것 아니십니까?”
“어. 그래! 그렇지! 힘내라!”
그것뿐이다.
요한은 더 말하지 않았다.
프란츠는 난감해하며 그를 보았 다.
“왜. 저번처럼 훈련받고 싶어? 너무 힘들어하길래 이제 손 안 대 기로 했는데.”
“예!? 하,하지만.”
“원한다면 해줄 수는 있는데…… 이제부터는 손대중 없다.”
요한은 천천히 검을 들었다.
그것을 본 프란츠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럼 지금까지 그 훈련들이 손 대증을 해준 거였단 말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물러날 생 각은 없었다.
추기제에서 우승한 이후 욕심이 생겼다.
더 강해지고 싶다.
적어도 요한이 자신에게 등을 맡 기게 할 수 있을 정도는 되고 싶 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프란츠는 검을 잡았고.
-퍽 H일격에 나가떨어졌다.
"이제부터는 아카데미에서 배워. 거기서 배우는 게 나을 거다.”
“……집중 훈련은 이제 없는 겁 니까?”
“뭘 또 집중 훈련까지 하냐? 야. 네 나잇대는 익스퍼트만 돼도 잘한 거야. 이제부터는 천천히 익혀나가.”
“……형님처럼 강해지고 싶습니 다. 제가 형님의 등을 지키고 싶습 니다.”
프란츠의 눈에 근성의 불길이 치 솟았다.
그것을 보며 요한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하!!”
그리고 또다시 일격이 이어졌다.
한 대 더 맞은 프란츠가 나가떨 어지자 요한은 심드렁한 어조로 말 했다.
“내 등짝 볼 생각 말고 훌륭한 영주가 되어서 나 보살필 생각이나 해라.”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