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권 19화
219. 혹시 불만 있으십니까? .
(1)
“이반?”
“예.”
“그 녀석은 왜?”
“개인적인 사정입니다.”
그 당시 일에 대한 해결이 끝나 지 않았다.
그것을 그냥 넘길 수는 없는 노 릇 아닌가.
이번에 가면서 열심히 괴롭힐 생 각이었다.
"투왕이나 백왕이 함께 갈 줄 알 았건만.”
“이쪽도 바쁠 텐데 같이 계시지 요. 주변 정리도 필요한 것 아닙니 까.”
바그너 영지.
그리고 전 게이돈 영지.
두 곳의 영지를 관리하려면 인력 이 부족하다.
기존의 바그너 영지 쪽의 관리는 친한 이들에게 도움을 받는다고 치 더라도.
전 게이돈 영지를 합병하는 과정 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다.
요한이 웃으며 말하자 윌카스트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배려해줘서 고맙구나.”
“아들이 아버지를 생각하는 것인 데 뭐 문제가 있겠습니까. 그럼 저 는 준비하고 바로 출발하도록 하겠 습니다.”
윌카스트 백작에게 인사를 하고 요한은 밖으로 나갔다.
전 게이돈 영지.
이제는 신 바그너 영지가 될 거 리의 분위기는 꽤나 무거웠다.
영지민들 입장에서는 평생 모시 던 사람이 바뀐 것이다.
그 과정에서 있었던 이해관계들 이 모두 무너져내렸다.
그러다 보니 영지민들의 분위기 는 무거울 수밖에 없었다.
“저놈입니다! 저놈!”
예전에 성마 기사단에 줄을 대고 있던 상인이 경비병에 의해 잡혀 끌려가고 있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반란의 위험이 있는 이들에 대한 조사와 처분은 계속되고 있었다.
"아이고! 나으리! 아닙니다요!! 아니에요! 저는 그냥 선량한 상인 입니다요!!”
“저놈이 로만에게 식량을 준 놈 입니다!”
“종업원이 증인입니다!”
누군가는 밀고하고.
또 누군가는 숨겨주고.
혼란스러운 모습이 이어지고 있 었다.
그것들을 지켜보던 요한은 포박된 이들을 끌고 가는 기사 중 하나 를 잡았다.
“야. 이반.”
“헉! 요한 고,공자님!”
바쁘게 일하던 기사 이반은 하얗 게 질린 채 딱딱히 굳었다.
요한의 이름이 울려 퍼지자 그 주변에 있던 이들이 공포에 질렸다.
광왕 요한의 이름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들도 미쳐 죽 을 수 있다는 것 때문일까?
영지민들은 경계하며 공손히 고 개를 조아렸다.
“바쁘냐?”
“조,조금 바뽑니다만.”
“그래? 뭐 문제라도 있나 보지?”
“그것이…… 여기저기 신고가 많 이 들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레드햇 무사대도 남아 있고. 또 다른 곳에서 보내 준 기사들과 병 사들도 꽤 있을 텐데? 그렇게 할 일이 많아?”
"그렇긴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바쁜 것은 사실이지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답하는 이 반을 빤히 보던 요한은 옆의 기사 에게 물었다.
“내가 이반을 데리고 헤고만 공 국에 좀 다녀오려고 하는데. 문제 있나?”
있을 리가 있나.
요한의 질문을 받은 기사는 황급 히 고개를 저었다.
“그,그럴 리가요.”
“너 없어도 된다네?”
“……야. 세이츠. 어떻게 이럴 수 있냐……“잘 갔다 와. 단장님께는 내가보고드리마.”
이반의 어깨를 툭툭 쳐 준 세이 츠는 다른 병사들과 함께 이동했다.
그들이 멀어지자 요한은 웃으며 다시 물었다.
“바쁘냐?”
조금 전까지는 바빴지만 순식간 에 한가해졌다.
이반은 거의 울 기세로 고개를 저었다.
"아,아닙니다.”
“그럼 나랑 같이 갈 수 있겠네?”
“그…… 렇지요.”
“좋지? 가면서 같이 훈련도 하 고. 가문의 영광으로 생각해도 좋 아.”
어깨를 토닥여 준 요한이 가버리 자 이반은 땅이 꺼지라 한숨을 내 쉬었다.
* * *말했던 대로 요한은 이반만 데리 고 여행길에 올랐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공자님. 식사하십시오.”
“오. 그래.”
야스진과 다르게 이반은 기사다.
야외 훈련을 가며 식사 준비부터 시작해 잠자리 준비까지.
대부분 그가 할 수 있었다.
덕분에 요한은 쾌적한 여행을 즐 길 수 있었다.
이반이 정성스레 만든 수프를 받 은 요한은 한입 먹어 본 후 훈훈한 미소를 지었다.
“이반아. 수프가 짜다.”
“죄,죄송합니다!”
“소금값도 그리 싸지 않은데 이 렇게 소금을 많이 넣었어?”
“죄,죄송……“그만큼 네가 날 생각해주는 것 이겠지?”
요한은 짜다면서도 수프를 한 그 릇 다 먹었다.
그리고 옆에 둔 작대기를 잡았 다.
“네가 나를 생각해주는 마음에 나도 보답을 해줘야겠지?”
“히 이익……이반의 얼굴은 금세 파랗게 질렸 다.
“우리 바그너 백작가도 조만간 후작가가 될 거고. 그리되면 프란 츠가 후작가 후계자가 되는 것인 데……요한은 작대기를 까딱거렸다.
그것을 본 이반은 덜덜 떨며 검 을 잡았다.
“후작가의 호위기사가 되려면 마 스터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냐? 무기 들어. 대련 시작하자.”
모르는 이들이 본다면 부러워 미 칠 것이다.
천하십강의 위치에 오른 천왕 카 일로를 이긴 요한이다.
물론 광왕이라는 무시무시한 별 호가 붙어 있기는 하지만 그의 검 술은 결코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 이와 매일 대련을 한다?
검을 쓰는 이는 억만금을 주고서 라도 하고 싶은 일이었다.
그리고 모든 검사가 부러워할 만 한 일을 겪고 있는 이반은 죽을 맛 이었다.
“오,오늘은 살살 부탁드립니다.”
"어허. 날 이렇게 생각해주는데열과 성을 다해서 가르쳐야지.”
“아니 어제는……어제는 수프가 싱거웠다.
수프를 먹어본 요한은 감격했었 다.
- 짠 음식은 몸에 안 좋지. 내 몸을 생각해서 이리 싱겁게 해줬으 니 대련을 해주마.
그저께는 빵이 딱딱했다.
- 단단한 뻥■을 씹으면 턱관절이 강화되는데,턱관절이 강화되면 힘 을 주기 편해진다. 이렇게 날 생각 을 해줬으니 대련을 해주마.
말 그대로 기승전 대련이었다.
이반은 아예 희망을 버리려는 마 음을 가지고 입을 열었다.
“공자님. 그냥 대련을 하시겠다 고 말씀을 하시면 따르겠습니다.”
“그래? 그럼 너 앞으로 매일 나 랑 대련이다.”
“어,언제까지 해야 합니까?”
“네가 마스터에 오를 때까지.”
평생을 익스퍼트에서 머무는 기 사가 수도 없이 많다.
이반 역시 자신도 그렇게 될 것 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스터라니.
어쩌면 평생 요한에게 시달려야 할지도 모른다.
한 번 덤빈 대가로는 너무나도 가혹했다.
“공자님. 전에는 제가 정말 잘못 을......M그때 관도 쪽에서 시끄러운 소리 가 울려 퍼졌다.
“뭐야?”
요한은 짜증 섞인 눈으로 길 끝 쪽을 보았다.
한 대의 마차가 달려오고 있었다.
마차를 몰고 있는 것은 중년의 남성.
그의 갑옷에는 투박한 화살이 꽂 혔고,마차 여기저기에 창이나 갈 고리가 걸려 있었다.
“쫓기는 것 같습니다.”
“허. 이거 참.”
“돕지 않으실 겁니까?”
“글쎄.”
쫓기는 자라고 해서 반드시 선한 자가 아니다.
추격하는 자라고 해서 반드시 악 한 자가 아니다.
사정을 모르는 이상 함부로 개입 할 필요는 없었다.
그때 마차를 몰던 중년인은 요한 일행을 발견하고 다급히 외쳤다.
"도망치시오! 도망쳐!”
“몬스터라도 오나? 뭘 그리……“오크들이오!! 오크들이 공격해오 고 있소!!”
다급히 말한 후 중년인은 더 빠 르게 마차를 몰았다.
하지만 요한 일행은 도망칠 생각 따위는 하지 않고 있었다.
그것을 본 마차의 중년인은 이를 갈며 마차를 세웠다.
“도망쳐야 한다 하지 않았소H 빨리 여기 타시오!! 같이 갑시다!”
“아. 거. 얼마나 온다고 도망을 쳐.”
중년인의 외침에 요한이 퉁명스 레 대꾸했을 때.
이반은 눈을 가늘게 뜨고 길 쪽 을 응시했다.
"오크입니다! 오크!!”
"누가 모른다냐?”
달려오고 있는 것은 녹색의 괴물 들이었다.
바그너 영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몬스터인 오크.
그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던 요한 은 작대기를 획 던졌다.
“수가 좀 많네.”
대충 세어도 오십은 넘어 보인 다.
저렇게 오크가 몰리는 것도 쉽게 볼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마침 잘됐다. 이쪽도 영지에 통 합될 지역이니까. 몬스터 토벌한다 고 생각하자.”
좋은 훈련이 되게 생겼다.
요한은 자리에서 일어나 관도에 올라섰다.
-크아아아!!
선두에서 달리던 오크는 관도에 올라온 요한을 보자마자 포효했다.
-캬아아아!
-크어!!
그를 뒤따르던 오크들이 그 포효 에 응답한 순간.
"흡.”
요한은 빠르게 달려가 선두에 있 던 오크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간단히 날아간 머리가 바닥을 구르자 요한은 그 머리를 걷어찼다.
“야. 이반. 봤지? 이렇게만 해. 오크는 목을 자르면 죽어.”
“목 자르면 트롤도 죽습니다.”
“하하. 자식. 정색하기는. 농담이 안 통하네.”
이반을 향해 히죽 웃은 요한은 오러 블레이드를 길게 뽑았다.
그 순간 요한에게서 막대한 위압 감이 피어올랐다.
"몬스터 잡는 것도 훈련되거든? 대련하기 싫으면 나보다 많이 잡 아.”
요한을 따라 달려온 이반은 한숨 을 쉬고 검을 꽉 쥐었다.
* * *오십여 마리의 오크가 전부 참살 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 다.
요한이 사십 마리 이상.
그리고 이반이 다섯 마리를 잡았 다.
고작 둘이 오십여 마리의 오크를 잡은 것이다.
"귀,귀하께서는 누구십니까?”
오러 블레이드.
그리고 순백의 검.
그에 어울리는 엄청난 검술.
중년인은 얼빠진 표정으로 공손 히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남 이름 물어볼 때는 자기 이름 부터 밝히는 것이라고 안 배웠냐?”
“아…… 저. 저는 헤고만 공국 로로바 남작가의 가신인 윙가르트 입니다.”
“요한 바그너다.”
“요한…… 요한 바그너!? 광왕 요한!?”
“그래. 그런데 헤고만 공국이라. 헤고만 공국에서 여긴 왜 왔지? 어? 설마……요한은 기대감을 품으며 눈을 반 짝였다.
“선전포고?”
“그,그럴 리가요.”
로만 후작과 전쟁을 치른 지 일 년도 지나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국력이 크게 소모되 어 공국은 전쟁을 할 여력이 없었 다.
“그럼 뭔데? 관광하러 가냐? 지 금 관광 가기는 좀 그런데.”
“그것도 아닙니다.”
윙가르트는 송구스러워하다가 마 차로 향했다.
잠시 후 마차에서 금발의 소녀가 내렸다. 청초한 드레스를 입은 금 발 벽안의 소녀는 종종걸음으로 요 한에게 다가갔다.
"반갑습니다. 광왕 요한 님. 저는 헤고만 공국의 로로바 남작가의 가 주인 레이카 로로바라고 합니다.”
프란츠와 비슷한 나잇대로 보이 는 소녀다. 그녀를 빤히 보던 요한 은 윙가르트에게 눈을 돌렸다.
"가주?”
“예.”
“로로바 남작가가 신생 남작가인 가?”
“그건 아닙니다. 로로바 남작가 의 모든 어른께서 돌아가셔서…… 제가 남작위를 받았지요.”
레이카는 조심스레 답했다.
어린아이인데도 어린아이가 가지 는 치기는 없었다.
그녀를 빤히 보던 요한은 뒤통수 를 긁적거렸다.
“그렇구만. 그래. 뭐 어딜 가는지 는 모르겠지만 잘 가도록 해.”
"아,아뇨. 저는 요한 공자님을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날2”
요한은 레이카를 보다가 빙긋 웃 었다.
“미안하지만 결혼 요청이나 약혼 요청이나,혹은 고백은 사양이다. 안 그래도 그런 거 많아서 골치 아 프거든.”
“하하…… 예. 그런가요.”
어색하게 웃은 레이카는 살짝 고 개를 저었다.
그녀도 들어 알고 있었다.
요한을 잡으면 가문이 크게 부훙 한다는 것을.
그것 때문에 예전에 로로바 남작 가에서도 그에게 친서를 보내려 한 적이 있었다.
“그럼 잘 가라. 야. 이반. 우린 하던 거 마저 해야지?”
그냥 넘어가나 했던 이반의 안색 이 흙빛으로 물들었다.
그가 가려고 하자 레이카는 다급 히 잡았다.
“요한 공자님. 저기. 괜찮으시다 면 거래를 하시겠습니까?”
“되게 뜬금없네. 뭔 거래?”
“제가 영지를 되찾을 수 있게 도 와주십시오.”
“남의 나라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 로로바 영지는 로만 후작에게 당했기 때문 에……요한은 윌카스트 백작에게 받은 권리서를 보았다.
그 권리서에 적혀 있는 세 개의 영지 중 하나가 바로 로로바 영지 였다.
“그렇구만. 거래라…… 이렇게 자 신 있게 말하는 걸 보니 내가 관심 가질만한 것이겠지?”
요한은 웃으며 권리서를 까딱거 렸다. 그것을 본 레이카는 단호히 말했다.
“열다섯 칸짜리 아공간 주머니. 어떻습니까.”
“거래 성립!”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