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권 17화
217. 그냥 가면 섭섭하지 (2).
-챙!! 챙!! 챙!!
빠르게 움직이는 검과 검이 맞부 딪 힌다.
한 손에는 미스릴 검.
또 다른 한 손에는 오러 블레이 드.
두 자루의 검을 휘두르는 요한의 공세는 빠르고 예리했다.
“큭……!!”
펠론을 이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계하기는 했었다.
한차례 검을 나누고 어지간한 마 스터보다 훨씬 강할 것이라는 생각 은 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하아아압!!”
크게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러 요 한을 밀쳐낸 카일로는 숨을 천천히 들이마셨다.
호흡을 정돈한 그는 싸늘한 어조 로 말했다.
“어린놈이 제법이구나.”
“그럼 실력도 없는 놈이 까부는 줄 알았어?”
빙글 미스릴 검을 돌려 역수로 잡은 요한은 자세를 낮췄다.
돌격을 준비하는 그를 응시하던 카일로는 천천히 오러 블레이드를 겨눴다.
“내가 간다.”
어찌나 강한 돌진인지 돌 바닥이 박살 날 정도다.
성난 호랑이처럼 날아든 그가 머 리를 노리자,요한은 웃으며 미스 릴 검을 들었다.
-채애애앵"
오러 블레이드와 미스릴 검이 부 딪히며 만들어진 파공음이 주변으 로 퍼져나갔다.
그 기세 때문일까?
병사들은 차마 그들의 싸움에 끼 어들 수 없었다.
“공자님을 구원해라!!”
“어림없다!!”
아무리 요한이 강하다지만 천하 십강에는 안 될 것이다.
그리 생각한 바그너 기사단의 기 사들은 요한을 도우려 했다.
하지만 카일로를 따르는 병사들 은 바그너 기사단을 필사적으로 막 아냈다.
그들이 싸우는 동안에도 요한과 카일로의 검격은 멈추지 않았다.
한차례 돌격이 이어지며 또다시 피와 살의가 낭자한다.
그것을 무시한 채 카일로는 요한 에게 검을 휘둘렀다.
一챙! 챙! 챙!!
검속이 점점 빨라진다.
그것을 요한은 침착하게 막아내 고 있었다.
“뭐냐. 고작 이 정도냐!?”
포효한 카일로는 그의 검을 걷어 내고 빠르게 오러 블레이드를 내질 렸다.
날카로운 오러가 요한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을 피해낸 요한은 뒤로 물러 나고 슬쩍 고개를 내렸다.
깊게 베인 팔에서 피가 흘러나오 고 있었다.
“조금만 더 깊었다면 네 팔이 잘 렸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봐줬어? 고마워서눈물나겠네.”
봐주지 않았다.
원래라면 그의 팔이 잘려나갔어 야 했다.
카일로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저 녀석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싸우면 싸울수록 강해지는 자가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자신과 검을 부딪칠수록 요한은 점점 완성되어가고 있었다.
실력을 빼앗기는 느낌까지 들 정 도였다.
"흥!! 넌 아직 멀었다!!”
“그래? 이제 다 온 것 같은데!”
다시 한 번 요한과 카일로가 부 딪 혔다.
그 파공음.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아까는 서로 물러났지만,이번에 는 카일로가 밀렸다.
힘과 힘의 싸움에서 물러난 것이 다.
카일로의 안색이 흐려졌다.
"너. 점점 느려지는 것 같다?”
아니다.
요한이 빨라지고 있을 뿐이다.
그것을 알고 있을 텐데도 그는 싸늘히 빈정거리고 검을 겨눴다.
“흡!!”
두 자루 검이 춤추듯 카일로를 압박해나갔다.
“맙소사……카일로가 밀리고 있었다.
그것도 아직 성인조차 되지 못한 요한에게.
천하십강이 무너지는 모습과 함 께 새로운 천하십강이 탄생하고 있 었다.
“공자님!! 쓰러트려 버리십시오!!”
요한을 향해 병사 하나가 외쳤 다.
그를 시작으로 다른 이들도 응원 을 시작했다.
로만 후작을 잡는 것도 중요하 다.
하지만 새로운 천하십강의 탄생 도 중요하다.
그들의 응원을 듣던 요한은 어이 없어하며 외쳤다.
“야!! 지금 응원할 때냐!!?”
“헉!”
정신을 차린 병사들이 다시 전투 를 시작했다.
그들이 싸우는 것을 보던 요한은 머리를 노린 오러 블레이드를 피해 냈다.
“빈틈!!”
강한 공격은 틈을 보이기 마련.
카일로의 복부에 드러난 틈을 요 한은 미스릴 검의 자루로 강하게 후려쳤다.
"큭……!!”
명치를 맞은 그가 비틀거리며 물 러 났다.
그러며 생겨난 빈틈을 요한은 놓 치지 않았다.
공격.
그리고 또 공격.
계속된 공세에 카일로의 손이 바 쁘게 움직였다.
그리고.
-서걱!!
요한의 미스릴 검이 그의 복부를 베어 넘겼다.
“커억……!!”
이번에는 전과 달랐다.
갑옷으로 방어될 정도의 깊이가 아니다.
카일로는 하얗게 정신이 물들어 가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몸을 돌 렸다.
“네놈……입가에서 피를 흘리며 자신을 노 려보는 카일로를 향해 요한은 차가 운 미소를 지었다.
“이것으로 끝내주지.”
이번 것은 막지 못한다.
그렇다면.
카일로는 입술을 꽉 깨물고 남은 모든 힘을 끌어올렸다.
"하아아아아!!!”
할 수 있는 것은 함께 죽는 것방어를 도외시한 채 카일로는 기 합을 토해내며 요한에게 달려들었 다.
크고 짙어진 오러 블레이드가 날 아들었다.
그것을 요한은 왼손의 오러 블레 이드로 가볍게 막아내었다.
“아니……!?”
“힘이 너무 들어갔어. 야. 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잖냐.”
회귀 전 카일로도 요한을 치기 위해 율호와 함께 왔었다.
그때의 카일로의 공격은 더욱 예 리하고 무거웠었다.
그런데 더 젊고 강해야 할 지금 이런 가벼운 공격이라니.
요한은 얼굴에 드러난 실망감을 지우지 않은 채 미스릴 검을 휘둘 렸다.
“한심하다.”
-록•1111•••붉은 오러 블레이드가 카일로의 심장을 꿰뚫었다.
그가 털썩 무릎을 꿇자 요한은 빙글 몸을 돌렸다.
“으라차!!”
강한 기합성과 함께 미스릴 검이 카일로의 목을 베어 넘겼다.
그 위력 때문일까?
목이 베인 카일로의 머리가 튕겨 날아가 버렸다.
그것이 바닥을 구르자 요한은 검 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자!! 우리도 로만 후작 잡으러가자!!”
천하십강 카일로가 죽었다.
그것만으로도 윌카스트 백작군의 사기가 크게 치솟았다.
“와아아아!!”
“공자님!!”
“공자님!!”
“새로운 천하십강!!”
믿는 구석이었던 카일로가 죽었 다는 것은 낮아질 대로 낮아진 로 만 후작군의 사기를 완전히 지워버 렸다.
절망한 이들이 하나둘씩 무기를 떨어트렸다.
그들을 향해 요한은 강하게 외쳤 다.
“항복하는 놈들은 살려준다!! 무 기 버려!!”
무기를 떨구는 이들이 점점 늘어 나기 시작했다.
그것에 놀란 기사들이 어떻게든 사기의 저하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요한은 그것을 그대로 두 지 않았다.
“얘들아!! 쳐라!!”
병사들과 기사들이 나서고 요한 역시 움직였다.
그렇게 남은 적들을 쓸어버리고 났을 때쯤.
드디어 월카스트 백작이 입성했 다.
“오셨습니까.”
“고생 많았다.”
감격에 젖은 어조로 말한 윌카스 트 백작은 요한을 꽉 끌어안았다.
그의 등을 토닥여 준 월카스트 백작은 차분히 말했다.
“남은 것은 로만 후작뿐이구나.”
“예. 그거 잡으러 광약이 갔습니 다. 바그너 기사단도 출동했으니 걱정 마시지요.”
“그래?”
그들이라면 충분히 잡았을 것이 다.
윌카스트 백작은 웃으며 요한의 어깨를 토닥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정말 수고 많았다. 아들아. 난 네가 정말 자랑 스럽구나.”
* * *게이돈 성에 입성한 윌카스트 백 작은 병력을 인솔하여 항복하지 않 은 이들을 잡았다.
성문이 열렸고 천왕 카일로가 죽 었다.
그것이 알려지자 저항은 급속도 로 줄어들었다.
그렇게 성 주변의 정리를 끝내자 들어 온 마고 후작과 함께 윌카스 트 백작은 영주 관저로 향했다.
바그너 영지의 영주관저보다 몇배나 큰 저택의 앞에는 이미 꽤 많 은 이들이 포박되어 있었다.
“로만 후작. 이렇게 보게 되니 참으로 반갑구려.”
끝까지 저항을 했는지 로만 후작 의 상태는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 다.
여기저기 상처를 입은 그를 내려 다보며 마고 후작은 싸늘히 말했다.
“그럼 이 영지전의 끝을 알려야 겠소.”
“……한 가지만 묻겠다.”
“말해보시구려.”
마고 후작이 허락하자 로만 후작 은 요한을 보았다.
모든 것이 틀어진 것은 요한 때 문이었다.
윌카스트 백작을 쳐내고 바그너 영지를 차지해야 하는 계획. 완벽 했던 계획이 틀어진 것은 요한의 등장부터 였다.
“넌 도대체 뭐냐.”
모든 부분에서 요한은 이해할 수 없는 존재였다.
절맥에 걸려 평생 움직이지 못하 고 고통받으며 죽을 것이라던 요한 이다.
그런 요한이 멀쩡히 돌아다닌 것.
그리고 그가 마스터에 오르고 급 속도로 성장한 것.
이후 그가 행한 모든 것들.
그 모든 것이 이해할 수 없는 부 분이었다.
“너만은 알 수 없었다.”
“그래?”
“너는 도대체 무엇이냐. 아니……칼날 같은 살의를 담아 요한을 노려보며 로만 후작은 으르렁거렸 다.
“사람이 맞기는 한 것이냐?”
“사람 맞아. 내가 사람이 아니면 뭐라고 생각하는데? 악마?”
요한은 싱글거리며 성물을 보여 주었다.
악마라면 이런 성물을 옆에 둘 수조차 없을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성물을 만지던 그 는 그것을 품에 넣었다.
“난 인간이고. 요한이다. 그거면 된 것 아닌가?”
‘、크. ”
끝까지 자신을 밝히지 않는 요한 을 노려보던 로만 후작은 마고 후 작에게 눈을 돌렸다.
“마고 후작. 이런 말을 아시오?”
“무슨 말?”
“사냥이 끝났을 때. 사냥개는 잡 아먹힌다는 것을.”
마고 후작과 손을 잡고 요한은 많은 일을 했다. 그리고 결국 로만 후작을 쓰러트렸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무엇일 까.
“요한의 다음 목표가 당신일 수 도 있소.”
“그러냐?”
“아닌데요.”
마고 후작은 웃으며 물었고,요 한은 고개를 저었다.
그를 보며 한차례 웃은 마고 후 작은 로만 후작에게 천천히 말했다.
“요한이 타이론 영지를 원하고, 우리 가문을 무너트리기를 원한다 고 생각하시오?”
“저런 놈은 목표를 이루려는 놈 이지. 나를 치는 목표를 이룬 놈 이…… 또 다른 목표를 가지지 않 겠소?”
“그러냐?”
“아닌데요.”
“하하하하!!”
“하하하하!!”
마고 후작과 요한이 서로를 보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둘의 사이라도 갈라 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둘은 그 정도 말로 갈라 질 정도로 나약한 관계가 아니었다.
그들을 노려보던 로만 후작은 이 를 갈았다.
“자. 이제 슬슬 보내드려라. 요 한. 준비한 것이 있지 않았나?”
“아. 예. 야" 가져와!!”
잠시 후 화려한 상자를 든 기사 가 다가왔다.
요한은 상자를 열어 본 후 빙긋 웃었다.
“로만. 당신이 전해 준 고급 수 의. 그동안 이걸 입히는 날을 얼마 나 기대했는지 모를 거다.”
“……큭!! 애송이가!”
“그 애송이가 당신을 바론님께 이끌어주지.”
미스릴 검을 뽑아 든 요한은 로 만 후작의 앞에 섰다.
살려줄 생각 따위는 없어 보이는 요한을 노려보며 로만 후작은 이를 갈았다.
"나를 죽이면 바그너 백작가는 후작가가 되겠지. 하지만 윌카스트 따위가 후작의 작위를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으냐?”
“아버지라면 가능하시겠지. 자. 그럼. 유언이라도 남겨보지 그래? 들어줄 수 있는 건 들어줄게.”
유언을 받아준다고 하자 로만 후 작은 입을 열려 했다.
하지만.
요한은 그를 향해 웃으며 가볍게 미스릴 검을 휘둘렀다.
-서걱 H일격에 로만 후작의 목이 잘려나 갔다. 마지막 말조차 꺼내지 못한 로만 후작이 죽어버렸다.
로드만 왕국에 단 두 명 있는 후 작 중 하나.
강력한 대귀족이었던 로만 후작 의 최후치고는 꽤나 싱거운 마지막 이었다.
“생각해보니 우리 만났을 때 말 은 안하기로 했었지? 순간 잊고 있 었네. 하하. 내 정신 좀 봐.”
요한은 그의 시체를 내려다보며 수의를 가져온 기사에게 말했다.
“저거 입혀서 바론교의 장례절차 대로 해드려라. 그리고……남은 것은 로만 후작의 일가다.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는 이들을 훑어본 요한은 슬쩍 마고 후작을 보았다.
“게이돈의 피를 이어받은 이들은 단 한 명도 살려두지 마라.”
후환 따위는 남겨두지 않겠다는 듯.
마고 후작은 웃는 얼굴로 냉정히 명령을 내렸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