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권 11화
211. 초전 박살 (3).
다 죽어가던 요한은 보는 이가 질릴 정도의 식사를 하고 나서야 혈색이 돌아왔다.
“어휴. 이제 좀 살 것 같네.”
“야스진.”
윌카스트 백작은 노심초사하며 기다리던 야스진에게 명했다.
그는 요한의 팔을 잡고 바로 신 성력을 발휘했다.
놀랄 정도로 요한은 피를 흘렸 다.
틀림없이 몸에 문제가 있을 것이 라 윌카스트 백작은 걱정하고 있었 다.
“음…… 별 이상 없으십니다.”
"정말인가?”
“예.”
야스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 야 월카스트 백작은 안도했다.
그는 요한의 머리를 살짝 쥐어박 았다.
“녀석아. 이 아비 심장 멈추는줄 알았다.”
“하하하. 뭐 이 정도 가지고.”
“아무튼 조금 쉬고 있거라. 나머 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까.”
가장 위협이 될 성마 기사단을 물리쳤다.
남은 성마 기사단의 수는 약 절 반가량.
그 정도면 엄청난 피해라고 할 수 있었다.
또 바그너 기사단에서 노획해 온 장비들도 상당했다.
“나머지는 우리에게 맡겨다오.”
“예. 부탁드립니다. 아. 그리고 광약과 플로란스도 딱히 할 일 없 으니까 데려가서 쓰십시오.”
“네 보호를 해야 하지 않을까?”
방벽 위에서 지켜봤었다.
성마 기사단이 당하기 시작하자 결국 천왕이 나섰던 것을.
그가 얼마나 분노했는지 정도는 윌카스트 백작도 알고 있었다.
“괜찮습니다.”
“그렇다면야…… 알겠다. 좀 쉬 고 있으렴.”
윌카스트 백작은 자상히 말하고 나갔다.
로만 후작도 성마 기사단이 이렇 게 허무하게 무너질 줄은 몰랐을 것이다.
이번 전투로 그가 세운 전략의 대부분이 무너져내렸을 터.
그것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현장 에 가 있는 것이 나았다.
윌카스트 백작이 나가자마자 요 한은 피식 웃었다.
“야. 사제 될 사람이 거짓말해도 되냐?”
“공자님.”
간신히 웃는 얼굴을 유지하던 야 스진은 다급히 말했다.
"몸이 왜 이러신 겁니까?”
요한의 상태를 확인하며 알게 되 었다.
그의 몸은 엉망이었다.
특히 머리 쪽이 최악이었다.
“이런 상태의 환자는 저도 알고 있습니다. 계속된 과로를 버티지 못하고 코피를 흘리며 죽은 사제분 이 계십니다.”
치유사 교육을 받으며 환자들에 대해서 배운 적이 있었다.
그때 봤던 자료 중 하나가 요한 과 상태가 비슷했었다.
몸의 기력이 크게 저하되고 머리 쪽에 문제가 있었다.
“그리고 벽이 하나 더 사라지셨 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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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의 몸에서 느껴지는 벽은 이 제 셋뿐이었다.
얼마 전에 검진했을 때는 네 개 의 벽이 있었다.
그런데 그 짧은 시간에 요한이 벽을 하나 더 무너트린 것이다.
“설마 이게 벽을 없애신 것과 관 련된 겁니까?”
“부정하기는 힘드네.”
“하아……싱글거리는 요한을 향해 야스진 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요한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만약 그 상태가 계속되었 다면?
어쩌면 요한도 그 사제처럼 결국 고꾸라져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공자님께서 눈치를 주셔서 거짓을 말하기는 했지만…… 다시는 이 런 짓은 하지 말아주십시오.”
“알았어. 왜 화를 내냐?”
“제가 지금 화를 내지 않게 생겼 습니까!?”
으르렁거리는 야스진의 기백에 요한은 어깨를 으쏙였다.
자신을 향한 걱정이 느껴지고 있 다.
그런 사람에게 뭐라고 하겠나.
그냥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 다.
‘이거면 괜찮아. 죽지만 않으면된다.’
코어는 신체의 회복 속도도 늘려 준다.
그런 만큼 여섯 개의 코어가 있 으니 지금의 부상도 금방 회복될 것이다.
“당분간은 제 허락 없이는 전투 에도 나가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어쭈? 너 지금 나한테 명령하는 거냐?”
“예. 주치의로서의 명령입니다.”
야스진은 서슬 퍼런 기세로 말했 다.
그의 기백에 요한은 가볍게 두 손을 들었다.
"알았어. 알았어.”
“에휴.”
땅이 꺼지라 한숨을 쉰 야스진은 요한의 몸에 치유술을 걸어주고 나 갔다.
그가 나가자 요한은 자신의 손을 보았다.
영역선포로 인한 부담이 그의 몸 에 남아 있었다.
‘다른 세계의 힘을 불러오는 것 도 쉬운 일은 아니지. 이 정도는예상했던 거다.’
환생을 하게되면 요한이 얻었던 모든 힘은 초기화가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힘을 쓰는 법도 잊어버리는 것은 아니었 다.
방법은 안다.
다만 그 규칙이 이 세계와 맞지 않기 때문에 못 쓰는 것 뿐.
그렇기에 만들어낸 꼼수가 바로 코어를 이용해 자신만의 영역을 만 드는 것이었다.
코어는 단순히 오러와 신체능력 의 강화에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문을 열고,그 안에 있는 힘을 받아들여 다른 차원의 힘을 쓰는 것.
있을 수 없는 일을 가능케 하는 것이었다.
성마 기사단에게 쓴 것 역시 요 한이 다른 차원에서 환생했을 때 쓴 힘이었다.
바로 초능력.
뇌력(腦刀)을 강화하여 현실에 영향을 끼치는 강력한 힘.
요한은 그것을 이 세계에서 구현 한 것이었다.
“그래도 회귀 전에 썼을 때보다 는 부담이 적네.”
훈련을 한 보람이 있다.
회귀 전에 처음 다른 세계의 힘 을 끌어와서 썼을 때는 어땠는가.
거의 사흘을 꼼짝도 하지 못했고 정상이 되기까지 한 달여의 시간이 걸렸었다.
하지만 지금은?
잘 먹고 잘 자고 꾸준히 훈련하 며 육체를 단련했다.
그 덕분에 요한의 뇌 역시 강해 져 있었다.
그러니 그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한 사흘 정도만 쉬면 완전히 회 복되겠군.”
- 주르륵.
코에서 검은 피가 흘러내렸다.
아직도 부담이 남아 있다는 표시 였다.
옆에 있는 수건으로 코피를 닦아 낸 요한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단전만 있었다면 천마신공이라 도 썼을 텐데…… 쯧. 어쩔 수 없 나.”
다른 세계의 힘을 쓸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버터내는 것은 현 실의 육체.
없는 것을 가지고 싸울 수는 없 는 법이다.
요한은 아쉬워하다가 침상에 벌 러덩 누웠다.
“이 정도 해줬으면 당분간은 알 아서 하겠지……* * *사흘 동안 요한은 몸을 회복하는 데만 집중했다.
만약 전황이 좋지 않았다면 요한 도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그를 부르는 사람은 없었 다.
그렇게 사흘을 내리 쉰 후에야 요한은 막사에서 나와 지휘부의 막 사로 향했다.
“저 왔습니다.”
"몸은 괜찮은 거냐?”
지도를 보고 있던 마고 후작은 활짝 웃으며 물었다.
“예. 제 몸은 괜찮습니다.”
마고 후작은 슬쩍 야스진을 보았 다.
야스진은 별문제 없다는 듯 고개 를 끄덕였다.
“완전히 회복되셨습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구나. 자. 이 걸 보거라.”
마고 후작은 옆에 쌓여 있는 친 서들을 보여주었다.
그중 하나를 들어 올린 요한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어휴. 진짜 너구리 같은 놈들.”
“그 너구리들이 힘이 되어주고 있 으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없지.”
요한이 성마 기사단을 쓰러트렸 다.
그리고 그 사실을 마고 후작은 바로 로드만 왕국 전역에 알렸다.
그것 때문에 지금까지 사태를 관 망하던 귀족들이 움직이기 시작했 다.
“이것 봐라.”
마고 후작은 화려한 친서를 보여 주었다.
그의 손에 있는 것 말고도 꽤나 많은 친서나 선물들이 마고 후작의 곁에 있었다.
“어디 보자……승전을 축하한다.
전부터 마고 후작과 윌카스트 백 작을 흠모하고 있었다.
이번 전쟁에 한 팔 거들고 싶다.
대부분의 친서들이 비슷한 내용 이었다.
밀릴 것 같았던 윌카스트 백작 측이 유리해진 것을 보고 합류하려 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추수철이라 병력 빼기 힘들다더 니.”
요한은 같잖다는 듯 친서를 구겨 획 던졌다.
그를 향해 마고 후작은 싱긋 웃 었다.
“하지만 이들이 우리 쪽으로 온 것만으로도 로만 후작은 크게 위축 되고 있지. 그리고 말이다.”
마고 후작은 한 장의 종이를 보 여주었다.
로드만 왕가의 친서였다.
“왕가에서도 우리를 지지한다고 하더구나.”
“말로만 그런답니까?”
“아니. 성철쇄 기사단과 로디악 기사단을 움직였다.”
물론 실제로 그들이 싸우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단원 전원이 익스퍼트인 성철쇄 기사단.
그리고 오랜 시간 왕가를 수호하 고,또 치안통제국의 요원들을 흡 수한 로디악 기사단.
그들이 게이돈 영지 쪽으로 음직 인 것만으로도 로만 후작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또 로만 후작과 손을 잡았던 이 들이 하나둘씩 손을 떼기 시작하였 지.”
마고 후작은 챙겨 둔 친서 중 몇 몇을 내밀었다.
개중에는 게이돈 영지 근처에 있 는 영지의 귀족들도 있었다.
로만 후작이 강할 때는 그의 밑 에 들어가지만.
그가 한번 크게 밀리자 바로 이 빨을 들이대는 것이다.
“참나. 이러다가 우리가 물러나면 어쩌려고.”
“물러날 일이 없다는 것쯤은 그 들도 알 테니까.”
로만 후작의 자랑이며 강력한 힘 인 성마 기사단을 그렇게 쓰러트렸 다.
그런 만큼 로만 후작과 윌카스트 백작의 세력은 절대로 함께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분들은 어디 가셨 습니까?”
“군을 이끌고 나아갔다. 지금 이 곳에는 너와 나 정도만 있어.”
“광약과 플로란스도 갔습니까?”
“그래.”
성마 기사단의 패퇴로 꽤나 많은 귀족들이 합류했다.
현재 월카스트 백작군은 그들의 병력과 기사단이 함께하는 대군이 되었다.
그 정도라면 로만 후작과 전면전 을 벌인다고 하더라도 이길 수 있 었다.
“그럼 슬슬 저희도 가봐야겠군요.”
“그래야지.”
수비에서 공세로 전환했다는 것 은 적이 수비가 되었다는 것.
그만큼 더 많은 병력과 힘이 필 요하다.
이곳에 남아 있는 이들을 놀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거기에 성마 기사단을 쓰러트리 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요한이다.
그런 요한이 전장에 나선다면 군 의 사기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이미 출발 준비는 다 해놓았다.”
“어쩐지 어제 밖이 소란스럽더니 만.”
"하하. 너는 그냥 몸만 가면 되 는 거야.”
마고 후작은 꽤나 기뻐 보였다.
그를 향해 피식 웃은 요한은 주 머니에 손을 꽂은 채 말했다.
“그럼 지금 군은 어디에 있습니 까?”
“아까 들어온 연락으로는 게이돈 영지와 인접한 벨토만 영지를 함락 시켰다고 하더군.”
“아. 그래요. 사흘 만에 벨토만 영지를 차지했다라……아무리 광약과 플로란스가 있다 고 하더라도 사흘 만에 벨토만 영 지를 얻는다?
그 말은 로만 후작이 벨토만 영 지를 아예 포기했다는 것과 같았다.
지켜야 할 땅이 많아지면 병력은 분산될 수밖에 없다.
성마 기사단의 패배로 다른 귀족 들까지 자신에게 이빨을 들이대고 있다.
그런 상황이니 로만 후작은 지킬 수 있는 중요한 곳에서만 싸우는 전략을 꾸미고 있었다.
‘회귀 전과 같은 방식으로 싸우 고 있군.’
타로트와 싸울 때도 이런 방식이 었다.
요한과 레인저들이 성마 기사단 을 쓰러트렸을 때.
각지에서 로만 후작에 대한 반란 이 일어났었다.
그때 로만 후작은 지킬 곳을 줄 인 후 힘을 끌어모으려고 했었다.
‘그렇다면……로만 후작이 쓸 전략은 각개격파.
일단 가장 큰 적인 윌카스트 백 작의 군을 치고 나머지를 정리하려 할 것이다.
요한은 지도를 보며 생각하다가 씩 웃었다.
“가시죠.”
“너도 바로 전장에 참가할 예정 이냐?”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 그 전에.”
“음?”
“바그너 영지로 심부름 좀 보내 야 할 것 같습니다.”
“심부름? 뭐 가져올 것이라도 있 나?”
의아해하는 마고 후작에게 요한 은 싱글벙글 웃었다.
“예. 수의 가져와야 합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