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권 4화
204. 여섯 번째 (2).
“암왕께서 오셨다고!?”
삽시간에 무거운 분위기가 사라 졌다.
이미 수도에서 레이몬이 요한에 게 호의적이었던 것을 아는 마고 후작과 윌카스트 백작.
그리고 그것을 모르는 이들도.
모두 기뻐하고 있었다.
"상아탑에서 저희를 지원하는 겁니까?”
“그런 것이라면 승산이 있습니 다!”
“일단 안으로 모시게나! 어서!”
“예!”
밖으로 나간 아단은 레이몬을 데 리고 들어왔다.
그는 주변을 둘러 본 후 살짝 묵 례했다.
“이거 귀족분들이 많이 계시는구 만.”
“암왕. 어서 앉으시지요.”
"차 드시겠습니까?”
자신을 반기는 훈훈한 분위기를 느낀 레이몬은 딱 잘라 말했다.
“미안하지만 이번 영지전에 참전 하러 온 것이 아니오.”
따뜻했던 분위기가 한순간에 얼 어붙었다.
모두가 딱딱히 굳자 레이몬은 요 한을 잡았다.
“거래를 하러 왔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상아탑이 이런 영지전에 참가하 는 일은 거의 없다.
물론 상아탑의 지부가 있는 곳이 라면 그 지부 소속의 마법사들이 돕기는 한다.
하지만 로드 정도 되는 이는 결 코 쉽게 나서지 않는다.
“아버지. 저. 잠시만.”
“그,그래……시무룩해진 월카스트 백작에게 쓰게 웃은 요한은 레이몬을 데리고 나갔다.
아무도 없는 복도에서 요한은 두 권의 책을 꺼냈다.
천 마리 검은 양을 쌓는 방법.
그리고 에드몬드의 연구일지.
두 권의 책이 모습을 드러내자 레이몬도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넣 었다.
“오호……허공에서 나온 그의 손에는 황금 색 물약이 들어 있는 작은 병이 있 었다.
알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엘릭서다.
황금시대에서조차 거의 제작이 불가능했던 절대의 비약.
그것이 드디어 세상에 모습을 보 였다.
“참나. 이렇게 빨리 만들 줄 알 았으면……‘그냥 좀 기다렸다가 암살할걸. 아니. 일곱 번째 코어도 만들고 난 후에 싸울 걸 그랬나……? 아니지. 그때까지 로만 후작이 잘도 기다리 겠다.’
이미 각오했던 일이고,싸울 방 법도 생각해놨었다.
여기서 코어가 하나 더 늘어난다 면 좀 더 쉽고 빠르게 승리를 쟁취 할 수 있다.
“기껏 잠도 안 자고 밥도 안 먹고 노력해서 만들었더니만.”
“이렇게 빨리 엘릭서가 만들어질 줄은 모르셨지요?”
“ —O 으仁] •”
미련을 버렸기 때문일까?
요한의 말대로 그도 이렇게까지 빠르게 엘릭서를 만들 줄은 몰랐다.
평소라면 실패했을 실험들이 계 속해서 성공했다.
빌헬미나에 대한 미련과 걱정을 버렸기 때문에.
그는 평소보다 몇 배의 집증을 더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엘릭서를 빠르게 만들 어낸 것 이었다.
“그래서? 불만이냐?”
“아뇨. 자. 여기 있습니다.”
요한은 꺼낸 두 권의 책을 내밀 었다.
그 책을 바라보던 레이몬은 천천 히 입을 열었다.
“그전에 한 가지만 묻자.”
“말씀하시죠.”
"로만 후작과 영지전이 시작된다 고 들었다. 상아탑의 지원이 필요 한가?"
“호......w■斤 .
물론 있으면 좋다.
하지만 그 거래 대가가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연간 오십만 골드. 그리고 바그 너 영지에 상아탑 지부를 만들어라. 또 바그너 영지 내에 재능이 있는 이들은 상아탑에서 우선 선발하겠 다.”
그 외에도 물자라든가 식량을 매 년 지불해야 한다.
운영과에서 내어 준 계약서를 보 여주며 레이몬이 말하자 요한은 피 식 웃었다.
“그거 말고는?”
“엘릭서를 받지.”
엘릭서를 대가로 두 권의 책을 얻기로 했다.
그리고 다시 거래를 하는 것이다.
요한이 가지고 있는 엘릭서를 넘 겨준다면?
상아탑은 이번 영지전에 참가할 것이다.
운영과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떠 올리며 레이몬은 천천히 말했다.
“나쁘지 않은 거래다.”
“저한테는 충분히 나쁜 거래입니다.”
‘미쳤냐. 고작 상아탑의 힘 따위 얻겠다고 엘릭서를 포기하게.’
엘릭서를 얻지 못하면 여섯 번째 코어를 만들 수 없다.
그렇기에 요한은 딱 잘라 거절했 다.
“로만 후작이 도와달라고는 안 했습니까?”
“했지. 하지만 거절했다.”
"왜요? 거기서 줄 것들이 많을 텐데.”
바그너 백작령에 요청한 것 정도 는 로만 후작도 약속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아탑이 로 만 후작의 요청을 받지 않은 이유.
요한은 대충이나마 알 수 있었 다.
“레이몬. 당신이 반대한 겁니까?”
"아닌데? 쓸데없는 오해 마라.”
레이몬은 냉정히 부정했다.
하지만 그의 귀는 살짝 붉어져 있었다.
“상아탑이 참가해도 상관없습니 다.”
“마법의 극을 따라야 하는 자들 이 사사로운 일로 영지전에 참가하 다니. 다른 로드들도 좋아하지 않 았다.”
“그럼 이 요청은 뭘니까?”
“운영과에서 내세운 조건일 뿐이 다.”
상아탑에서 진짜로 노린 것은 엘 릭서의 회수일 뿐이지 그런 재산 같은 것이 아니다.
“그나저나 하나 더 주셔야 할 것 이 있는 것 같은데.”
"후……레이몬은 아쉬워하며 아공간 주 머니에서 상자를 꺼냈다.
“진품입니까?”
“맞다. 진품이다. 상아탑의 비고 에 잠들어 있던 것을 내가 직접 가 지고 왔지.”
상자를 열어보니 성물과 함께 성 해포로 작은 무언가가 감싸져 있었 다. 요한은 천천히 성해포를 펼쳐 보았다.
그 순간 요사스럽고,또 끔찍한 기운이 피어올랐다.
“너도 알겠지만. 최소 익스퍼트 수준이 아니라면 그 기운에 저항하 는 것은 쉽지 않을 거다. 그리고 마스터라 하더라도 오랫동안 옆에 두면 그 광기에 휘말릴 거다.”
오러나 마력을 다뤄 정신력이 강 한 자가 아니라면.
저 석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 감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오래 본다면 석상을 찬양 할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미쳐서 오래된 자 에게 집착하는 광신도가 될 거다.
“압니다.”
다시 성해포에 감싸 상자에 넣 고,아공간 주머니에 보관한 요한 은 어깨를 으쏙였다.
“오신 김에 할머니나 보고 가시 죠?”
“……나중에.”
아직은 마음의 정리를 끝내지 못 한 것일까?
순간 움찔한 레이몬은 힘겹게 고 개를 저었다.
“그럼 나는 가보도록 하지.”
그는 요한의 손에 들려 있는 두 권의 책을 받아 복도를 걸어나갔다.
“껍입맛을 다신 요한은 회의실로 복 귀했다.
그가 들어오자 마고 후작은 걱정 하며 물었다.
“암왕께서 뭐라고 하셨냐?”
“별거 없고 잘 싸우라고 하더군 요.”
“그,그래? 그게 다야? 뭔가 은 밀히 돕거나 그런 것은?”
“없습니다.”
“빌헬미나 님께 부탁드리면 안 될까?”
윌카스트 백작이 묻자 요한은 정 색 했다.
빌헬미나에게 이런 부탁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엘릭서를 받은 이상 그런 부탁 안 해도 된다.
“그럼 저는 예정대로 다녀오지요. 그리고 암왕까지 낄 필요 있겠습니 까? 천하십강이 벌써 셋이나 되는 데.”
“그,그렇지. 셋이지…… 셋?”
전략 회의를 위해 현재의 전력에 대해서는 모두 말해주었다.
백왕 플로란스.
투왕 광약.
둘이 있는 것은 들었지만 셋이라 니?
윌카스트 백작은 놀라며 물었다.
“혹시 다른 천하십강도 오기로 한 거냐!? 응?”
“패왕이 와줬으면 좋겠는데.”
“지왕도 괜찮지요. 그의 소환술 이라면 큰 도움이 될 테니까요.”
그들은 생각도 안하는데 다들 열 심히 떠들고 있었다.
시끄럽게 떠드는 그들을 향해 요 한은 빙긋 웃었다.
“전 해왕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해왕도 죽일 놈 중 하나다.
그렇기에 한마디 한 요한은 뒤통 수를 긁적거렸다.
“그런데 다들 아닙니다.”
“그,그럼?”
“제가 천하십강 중 하나가 될 겁 니다.”
무덤덤하게 요한이 말하자 다들 멍한 표정이 되었다.
“요한. 너 천하십강 수준 아니라 면서.”
그에게 직접 들었던 것이다.
윌카스트 백작이 당황하며 묻자요한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 그때는 아니었죠.”
“……무슨 소리냐!?”
“일단 계세요. 전 준비 좀 하고 올 테니까.”
엘릭서를 얻은 이상 여섯 번째 코어를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금까지 요한은 꾸준히 단련을 하며 몸을 키워나갔다.
이 정도라면 엘릭서의 힘까지 이 용했을 때 여섯 번째 코어를 바로 만들 수 있다.
요한은 여유롭게 웃으며 저택을빠져나갔다.
* * *바로 빌헬미나의 과자집으로 향 한 요한은 키득거렸다.
과자집 앞에서 서성이는 남자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하이고. 안 먹는다더니. 그건 또 월니까?”
“그,그냥 후배로서 여기까지 왔 는데 준비한 선물도 드리고 가지 않으면……“참…… 뭐라고 말해야 하나. 구 질구질하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집착이 심하다고 해야 하나.”
“시끄럽다! 그냥 후배가 인사차 온 것뿐이야!”
양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던 레이몬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 때문인지 과자집의 문이 열렸다.
“어머? 레이몬? 요한도 왔구나? 어서들 들어오렴.”
그녀가 웃으며 반기자 레이몬은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가방을 내려놓은 후 허리 를 숙여 인사했다.
“잠깐 얼굴만 뵈려고 온 것뿐입 니다. 아. 그리고 선배. 이건 선물 입니다.”
“아니. 여기까지 왔는데 차라도 한잔하고 가야지.”
“나중에 또 오겠습니다. 요한. 그 럼 난 간다.”
더 이상 빌헬미나를 보지 못하고 레이몬은 잰걸음으로 가버렸다.
그가 간 것을 아쉬워하던 빌헬미 나는 쓰게 웃었다.
“뭘 이리 가져왔을까……가방 안에는 장신구나 화장품, 그리고 드레스가 있었다. 파티용이 라기보다는 실용적인 것들이었다.
그것을 바라보던 빌헬미나는 감 탄했다.
“이렇게 귀한 것들을…… 요한. 너도 좀 보렴.”
“예.”
가방을 들어 과자집 안으로 옮긴 후 그는 빌헬미나와 함께 내용물을 살폈다.
그리고 움찔했다.
"하. 이 여우 같은 노인네.’
가방 안에 있는 것은 여성들을 위한 것만이 아니었다. 작은 단검이 나 지팡이도 몇 자루 들어 있었다.
“어머. 이건……단검과 지팡이 역시 마법이 걸린 물건들이 었다.
그것들을 이 가방에 숨겨서 전해 준 이유가 무엇일까.
‘그래도 빌헬미나가 있다고 은근 히 도움은 주는구만.’
로만 후작의 요청을 상아탑에서 거절한 것처럼.
상아탑은 바그너 영지를 돕지 않 을 것이다.
그렇기에 레이몬은 몰래 도와준 것이었다.
직접 만든 마검과 지팡이를 줄 테니 알아서 쓰라는 이야기다.
요한은 단검과 지팡이를 들어보 았다.
“할머니. 이거……“어디 보자…… 오. 이거. 파이어 볼 마법을 하루에 다섯 번 쓸 수 있는 지팡이구나. 이건 워터볼이고. 이건……빌헬미나가 쉽게 감정을 끝내자 요한은 그것들을 자루에 챙겨 넣었 다.
“고마워요. 할머니. 할머니 덕분 에 암왕이 만든 물건도 받네요.”
“뭘 나 때문이니. 후후…… 그나 저나 영지전이 벌어진다면서.”
“예. 할머니는 걱정 마세요. 반드 시 이길 테니까.”
“……그래.”
빌헬미나가 나선다면 큰 도움이 될 거다.
하지만 요한은 그녀에게 참전을 요청할 생각 따위는 조금도 없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럼 샌드위치 좀 만들어줄래 요?”
“그거야 어렵지 않은데…… 왜? 배고프면 지금 해줄게.”
빌헬미나가 주방으로 들어가며 말하자 요한은 웃었다.
“이따가 힘 좀 써야 할 것 같아 서요.”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