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권 2화
202. 증거 있냐 (3).
“하지만 그건 가주님께서……“아버지는 내가 설득할게. 헬리 안. 너는 자리만 만들어줘.”
파룬은 이미 마음을 정했다.
그를 향해 헬리안은 쓰게 웃었 다.
그저 안타까운 동생이라고만 생 각했던 파룬은 남자가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헬리안은 고개를 끄덕 였다.
“알겠습니다. 바로 가주님과 약 속을 잡겠습니다.”
파룬이 결의를 다졌는데 따르는 이로써 어찌 가만히 있겠나.
헬리안이 뜰을 나가자 파룬은 몸 안에서 용솟움치는 힘을 느꼈다.
그리고.
그 힘을 가지게 해 준 요한을 떠 올리며 중얼거렸다.
"반드시 널 돕겠어.”
* * *오래간만에 윌카스트 백작과 함 께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
두 부자가 오붓하게 식사를 하고 있을 때.
하온달이 기겁하며 달려왔다.
“백작님!! 공자님!”
“무슨 일이냐.”
“로,로만 후작의 사신이 왔습니 다!”
“오. 그래? 누가 왔는데?”
먹던 스테이크까지 내려놓고 요 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자 하온 달은 다급히 외쳤다.
“로만 후작 휘하의 마법사. 돌프 발첸입니다!”
“그게 누군데?”
“야곱이 새로 받아들인 마법사입 니다.”
“다른 놈은? 혹시 마스터나 익스 퍼트 왔냐?”
“혼자 왔습니다.”
“……아. 그래? 아쉽네.”
요한은 자리에 다시 앉았다.
그가 식사를 끝내려 하자 와인을 홀짝거리던 윌카스트 백작은 놀랐 다.
“요한! 스테이크 네 접시만 먹어 서 되겠니!?”
“이따가 또 먹으려구요.”
"아. 그래? 그나저나 로만 후작 의 사신이라…… 왜 왔을까?”
“왜 왔겠습니까? 도발 아니면 선 전포고겠지요.”
“추수철인데?”
“예. 뭐. 추수철이니까 왔겠죠?”
요한은 대수롭지 않아 했다.
그의 반응에 윌카스트 백작은 눈 을 가늘게 떴다.
“너 무슨 짓 했니?”
“네.”
"이,이 녀석아.”
너무 당당해서 말이 나오지 않았 다.
월카스트 백작은 이마를 감싸 쥐 었고 요한은 싱글거렸다.
“나쁠 일이 아닙니다. 자자. 가시 죠.”
월카스트 백작을 데리고 응접실 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검은 로브를 입고 있는 청년 마법사가 있었다.
"로만 후작님 휘하 야곱 스승님 의 제자. 돌프 발첸입니다.”
"오. 야곱이 또 제자를 구했나 봐? 세상에. 박복도 하지. 제자를 두 명이나 내 손에 잃게 생겼네?”
이미 로만 후작과 요한의 사이는 갈 데까지 가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야곱의 제자 하나 나 둘 더 죽인다고 해서 티나 나겠 나?
요한은 웃으며 오러 블레이드를 뽑았다.
"자. 할 말 있으면 빨리 해 봐.”
“제가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돌프는 품에서 수정구를 꺼냈다.
애초에 혼자 왔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사자로 보내면 요한이 죽이거나, 포로로 잡을 것임은 로만 후작도 예상했다.
그렇기에 버림패로 쓰려고 마법 사 하나만 보낸 것이다.
그것도 그리 실력이 없는 자를 말이다.
요한은 신기해하며 돌프를 보았 다.
“너 여기 오면 죽는 거 몰랐냐?”
“예상은 했습니다.”
“그런데?”
“……제 가족에게 보상금이 지급될 것이라 말씀하셨습니다.”
돈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
요한은 그를 빤히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널 죽여봤자 별 의미는 없겠고…… 일단 얘기나 해 봐야겠군. 연결해봐. 아버지. 괜찮으시죠?”
“그래.”
윌카스트 백작은 의자에 편히 앉 은 채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수정구 안에서 로만 후작의 얼굴 이 모습을 보였다.
[오래간만이군.]
“예. 오래간만입니다. 로만 후작 님. 승전에 관한 이야기는 들었습 니다. 축하드립니다.”
윌카스트 백작은 속과는 정반대 되는 말을 꺼냈다.
그를 향해 로만 후작은 씩 웃었 다.
[고맙네. 자네의 응원이 참으로 고마웠다네]"별말씀을. 로만 후작님께서 이 기실 줄 알았으면 지원이라도 보내 드릴 걸 그랬습니다.”
물론 그 지원이 가는 대상은 헤 고만 공국일 것이다.
로만 후작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 다.
[요새 자네 아들이 아주 인기더 군. 얘기를 들어보니 흑왕도 이겼 다면서?]“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세간에 서는……[백왕 플로란스의 부하가 되었다 는 이야기도 있어.]
윌카스트 백작은 살짝 주먹을 쥐 었다.
요한이 문댄서를 잡을 때 플로란 스가 개입했던 것을 로만 후작이 언급한 것이다.
플로란스가 아니었다면 요한이 흑왕을 칠 수나 있었겠냐는 이야기.
그의 도발에 윌카스트 백작은 빙 긋 웃었다.
“저희 요한이 좋은 사람들과는 친하게 지냅니다.”
[그럼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 는 이야기겠구만.]"하하. 로만 후작님이야 아주 좋 으신 분이시지요.”
[그리 생각하나?]“예. 정말이지…… 좋으셨던 분 이었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텐데.”
잠시 말이 멈췄다.
로만 후작은 한숨을 쉬고 윌카스 트 백작에게 말했다.
[이보게. 윌카스트 백작. 우리 이렇게 하는 것 어떻겠나?]
“어떻게요?”
[바그너 백작가의 후계자는 프란 츠지?]
“예.”
이건 왜 물어보는 것일까.
윌카스트 백작은 고개를 갸웃거 리다가 이어진 로만 후작의 말에 딱딱히 굳었다.
[요한을 내놓게. 그를 준다면 내. 바그너 백작가. 용서해주지.]
“어찌 아비에게 아들의 목숨을 버리라 하실 수 있으십니까.”
딱딱히 굳은 월카스트 백작의 말 을 들은 로만 후작은 웃었다.
[귀족은 말이야. 가문을 지키는 것을 가장 중요시해야 해. 요한을 보게나.]요한의 능력은 대단하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 다.
지금이야 잘 나간다고 하더라도 한번 삐끗하면?
가문 전체가 날아갈 수 있었다.
[요한을 내어주게. 그리고 우리 다시 옛날처럼 좋게 지내는 게 어떻 겠나?]
“들을 가치가 없는 말이군요.”
윌카스트 백작은 단호히 거절했 다.
그의 답을 듣자 로만 후작은 고 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받아들일 것이라는 생각 은 하지도 않았다.
[그럼 요한과 잠깐 이야기를 나 누고 싶은데. 괜찮겠나?]
"우리가 얘기할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기다리고 있던 요한이 나섰다.
수정구 너머로 그를 보던 로만 후작은 빙긋 웃었다.
[내가 귀족 생활을 하면서. 너 같 은 망나니를 한두 번 본 줄 아냐?]
“흐......w仁1一 .
[너 같은 놈들 많았다. 그런데 그 놈들. 전부 어디 갔는 줄 아느냐?]
“바론님 만나러 갔겠지?”
이제 완전히 적대 분위기다.
요한은 지금까지 로만 후작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담아 했던 존대도 치웠다.
그리고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지금까지 댁이 만나봤던 놈들과 나는 말이지……천천히 수정구 앞으로 다가간 요 한은 이를 드러내었다.
"수준이 좀 다를 거다.”
[하하하!! 넘치는 패기. 마음에 들어. 그럼 한 가지만 묻자.]
“짖어보렴.”
[어떻게 알았나? 내가 바그너 영 지를 치려고 했다는 것을 말이야.]
로만 후작이 윌카스트 백작을 치 려 했다는 것.
최초의 판이 무너진 것은 하이데 의 생일 파티 때였다.
그때부터 로만 후작은 꾸준히 생 각해왔다.
도대체 요한이 어떻게 알았을까 라는 질문의 답은 아직도 구하지 못했다.
“뻔히 눈에 들여다보여서 알게 된 것뿐이야.”
[그래? 뭐 아무튼 좋아. 그리고 하나만 더 묻자.]
“그래. 그래.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마음껏 물어봐. 어차피 우 리 다음에 만나면 대화 따위는 없 을 테니까.”
요한은 직접 보면 바로 죽여버리 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만 후작은 화를 내지 않았다.
그저 신중히 물을 뿐이었다.
[대곡창지대에 벌인 일. 네가 한 일이냐?]
“응? 그게 무슨 소리0竹 뭔일있 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요한은 고 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답변에 로만 후작은 입을 다물었다.
[됐다.]
“그리고 당신이 보내 준 수의는 잘 보관하고 있어.”
[그거 잘됐군. 그런데 어쩌나? 네가 그것을 입을 일은 없을 것 같 은데.]
만약 잡게 된다면 바로 찢어 죽 이겠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고 요한은 크게 웃었 다.
“하하하하!! 나도 내가 입을 일 은 없다고 생각해! 그거 당신에게 입혀줄 테니까. 기대하라고!”
[행운을 빌지. 아. 그리고.]
로만 후작은 여유롭게 웃으며 말 했다.
[지금부터 영지전이 시작될 것이 야. 잘 막아보게.]
로만 후작의 말에 윌카스트 백작 의 표정이 굳었다.
추수철에 영지전이라니.
이러면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기 힘들다.
놀라는 윌카스트 백작을 보며 로 만 후작은 입술을 깨물었다.
‘월카스트 백작도 모르는 일이라면…… 요한이 아니라는 건가?’
그렇다면 드라이어드를 이용해서 대곡창지대에 테러를 한 것이 누구 란 말인가.
로만 후작은 살짝 주먹을 쥐었 다.
‘다른 무언가가 있다.’
로만 후작의 적은 많다.
그 적 중 하나가 기회를 노리고 이를 드러내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멈출 수는 없다.’
이대로 시간을 끌어봤자 불리한 것은 로만 후작이다.
원래 함께하기로 한 귀족들에게 이미 병력 대신 식량을 받았다.
그리고 전쟁 배상금으로 타고다 상가로부터 물자를 구매하기로 했 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내년과 내후 년은 굉장히 힘들어질 것이다.
‘이 영지전으로 바그너 영지와 타이론 영지의 식량까지 얻어내야 한다.’
"할 말 다했으면 이만 끝내지?”
생각을 이어나가는 로만 후작에 게 요한은 여유롭게 말했다.
로만 후작은 결국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통신을 끊었다.
수정구에 드러나 있던 로만 후작 의 얼굴이 사라지자 요한은 하온달 에게 손짓했다.
그가 다가오자 요한은 돌프를 가 리 켰다.
“얘 가둬.”
“알겠습니다.”
이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돌프는 순순히 하온달을 따라갔다.
그들이 방을 나가자 윌카스트 백 작은 요한을 잡고 물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로만 후작의 대곡창지대 네 곳. 제가 박살 내놨거든요.”
“뭐!?”
“하하. 일이 참 재밌게 홀러가게 되었습니다.”
“이 녀석아!! 그런 일을 할 거면 말을 하고 해야 할 것 아니냐!”
윌카스트 백작은 난감해했다.
당장 로만 후작과 전력을 생각해 본다면 아군이 밀린다.
특히나 지금 추수철이라면 도움 을 받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기에 그는 더욱 걱정하고 있 었다.
"그들이 도와주러 올지 걱정이구 나.”
“오겠죠.”
“오겠죠가 아니다! 녀석아! 그래! 그들이 돕는다고 치자. 하지만 성 마 기사단은? 그리고 천왕 카일로 는 어쩌려는 것이냐!”
만약 요한이 흑왕을 실력으로 죽 였다고 했다면 마음을 놓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고 요한 은 직접 말했다.
“저희도 천하십강 있어요.”
“천하십강? 설마 플로란스? 그녀 가 카일로를 막는다고 치면 다음은 어쩔 생각이냐?”
"야! 야스진!!”
밖에 있던 야스진이 헐레벌떡 들 어 왔다.
그에게 시켜 플로란스를 부르게 한 요한은 탁자를 톡톡 쳤다.
그리고 잠시 후.
방 안으로 두 명이 모습을 드러 냈다.
한 명은 윌카스트 백작도 알고 있는 플로란스였다.
하지만 다른 한 명은 달랐다.
세련된 갑옷을 입은 짧은 머리의 야성적인 전사였다.
“누구……?”
그를 응시하던 윌카스트 백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예전에 봤던 모습과 완전히 달라 서 못 알아봤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알 수 있었 다.
“광약도 참전할 겁니다.”
"어…… 어어. 그,그럼 성마 기사단은 어찌 상대할 생각이냐?”
“아. 그거요?”
요한은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빙 긋 웃었다.
“그건 그냥 제가 잡겠습니다.”
뒤뜰에서 키우는 닭이라도 잡아 오겠다는 듯.
요한은 무척이나 평온한 어조로 말했다.
“그냥 아버지는 다른 분들과 로 만 후작의 군대만 상대해주세요.”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