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권 24화
199. 어머 귀여워라 (2).
궁금해하는 광약에게 요한은 싱 글벙글 웃었다.
“광약. 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 어.”
“뭡니까?”
"몬스터 토벌 좀 해라.”
“그거야 상관없습니다만…… 병 사나 기사들을 이끄는 것은 좀 힘 들 것 같습니다.”
“누가 이끌래? 혼자 해. 자.”
요한은 품에서 꺼낸 지도를 보여 주었다.
몬스터 서식지가 있고,토벌을 해야 하는 지역이 상세히 적혀 있 었다.
그것을 본 광약은 고개를 끄덕였 다.
“일단 이 지역만 토벌하면 되겠 군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소드 댄싱의 흔적을 많이 남겨두라고.”
“예.”
왜 그래야 하는 것 따위는 묻지 않았다.
요한은 로드.
시키면 그냥 하면 되는 것이다.
광약이 납득하자 요한은 해야 할 일에 관해서 설명했다.
그와의 이야기를 마치고,요한은 유아랑을 찾았다.
“온종일 바쁘시더군요. 찾아다녔 습니다.”
요한이 오자 유아랑은 안도했다.
그를 향해 요한은 씩 웃었다.
“슬슬 때가 되었지??”
“예. 안 그래도 오늘 저녁에 피 어날 것 같아 저택에 다녀왔습니 다.”
그런데 요한이 온종일 없었다.
그가 없이 드라이어드가 육체를 가지는 것을 보게 될까 걱정이었다.
"그런데……“왜?”
“그 백색 로브를 입으신 분. 혹 시 백왕 플로란스 님 아니십니까?”
“맞아. 알아?”
“옛날 한 번 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유저조차 되지 못했을 때였지요.”
유아랑은 요한과 함께 드라이어 드가 있는 곳으로 향하며 말했다.
어렸을 때 잠깐 봤었다.
그때 그녀가 보인 드루이드의 능 력을 보고 한때 드루이드가 되기를 바란 적도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도착하 자 요한은 탄성을 터트렸다.
“오우……드라이어드의 묘목은 벌써 커다 란 꽃 한 송이를 피우고 있었다.
그리고,그 꽃은 마치 숨 쉬는 것처럼 꽃잎이 들썩이고 있었다.
“아. 시작한다.”
그들이 도착하고 얼마 후,꽃에 서 나고 있던 빛이 사그라지기 시 작했다.
움직이던 붉은 꽃잎이 하나씩 하 나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모든 꽃잎이 떨어졌을 때 나무 줄기 위에는 손바닥만 한 크기의 소녀가 앉아 있었다.
허리까지 오는 긴 붉은색 머리 칼.
피처럼 붉은 눈동자.
어지간한 요정보다 훨씬 아름다 운 소녀는 멍한 눈으로 요한과 유 아랑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저거 괜찮은 겁니까?”
“괜찮아. 원래 저렇게 육체를 얻 게 되면 영양분을 얻기 위해 공격 을 하기 마련인데……적의는 없었다.
그저 순수하고,순박하게 요한과 유아랑을 바라보기만 할 뿐.
잠시 둘을 인식하기 위해 노력하 던 소녀가 살짝 손을 뻗었다.
“오오……!"
땅에서 나무 덩굴이 피어올랐다.
하지만 공격하려는 것 같지는 않 았다.
그저 유아랑과 요한에게 덩굴을 내뻗을 뿐.
그렇게 둘을 만지작거리던 소녀 는 덩굴을 타고 요한에게 다가갔다.
“나를 피워준 거…… 너지?”
“나다.”
“내 이름…… 뭐야?”
생각하지 않았다.
순간 말문이 막힌 요한은 입을 열었다.
"그냥 드라이어드……“아니 공자님. 그래도 드라이어 드는 좀……요한의 손바닥 위에 있던 드라이 어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구라도 보면 사랑스럽다고 생 각할 귀여운 소녀였다.
그녀의 귀여움에 반한 유아랑이 싱글벙글 웃었을 때.
요한과 유아랑은 휙 고개를 돌렸 다.
인기척이 느껴진 것이다.
“뭐냐? 너. 여기 출입금지라고 적혀 있는 것 안 봤냐?”
“드라이어드의 기운이 느껴져서 찾아왔다. 그런데……그녀는 요한의 손 위에 있는 드 라이어드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것이 적대감일지도 모르기에 요한과 유아랑은 긴장했다.
하지만 그들의 긴장을,플로란스 는 단 한마디로 없애버렸다.
"어머나. 귀여워라.”
“......어?”
“응?”
두 남자는 잘못 들은 줄 알았다.
플로란스의 입에서 예상치 못한 말이 나왔다.
“아. 뭐 물론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긴 하지만…… 너 혹시 이게 뭔지 아냐?”
요한의 질문에 플로란스는 가볍 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손 쪽으 로 다가갔다.
“드루이드의 방식으로 키운 드라 이어드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
“뭣이라!?”
유아랑은 획 요한을 보았다.
요한도 공격적이지 않은 드라이 어드를 키우는 법을 배웠다고 했었 다.
그렇다면 이것이 드루이드의 방 식이었단 말인가.
“그게 드루이드의 방식이었다고?”
“그래. 몰랐나?”
플로란스는 드라이어드에게 손가 락을 내밀었다.
길고 하얀 손가락을 드루이드는 양손을 내밀어 살짝 만지작거렸다.
“드루이드의 방식은 어떻게 알고계신 겁니까?”
“아니. 그 노인네가 드루이드는 아니었는데.”
‘뭐야? 사기 친 거였어?’
회귀 전에 만났던 블랙 드래곤 교율.
그는 자신이 발견한 방식으로 키 웠다고 했었다.
하지만 플로란스의 모습을 보니 거짓 같지는 않았다.
요한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 노인네 진짜. 이걸 가지고 그 렇게 잘난척을 하더니.’
그런데 이게 그의 방식이 아니었 을 줄이야.
요한은 어이없어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뭐. 교율이 직접 드루이드들에게 가르쳐줬을 수도 있겠지. 이건 뭐 중요한 게 아니니까.’
“드라이어드를 이렇게 키워내는 자가 있을 줄은 몰랐군. 엘프에게 남겨진 것인가?”
“엘프에게 전해지던 거였습니 까?”
끄덕.
플로란스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유아랑은 한숨을 쉬었다.
“제가 아니라 요한 공자님께서 방법을 알아서 키우신 겁니다.”
“그런가……“왜. 불만 있냐?”
“아니.”
플로란스는 손가락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드라이어드와 놀아주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마음에 들었는 지 드라이어드는 계속 그 손가락을 잡으려 팔을 버둥거리고 있었다.
“어,어쨌든 얘의 이름부터 정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름이 뭐가 중요하냐. 그냥 드 라이어드라고 하자.”
"에휴……“엘마는 어떤가.”
“뭐?”
“위대한 드루이드 마이노를 지키 던 수호자. 그 드라이어드의 이름 이 엘마였다.”
“뭐든 상관없어. 너. 엘마 마음에 드냐?”
드라이어 드.
아니 이제는 엘마라 불려야 될 소녀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넌 엘마라고 하자. 그리고 자.”
아까 만들었던 강화의 결정을 꺼 낸 요한은 엘마에게 내밀었다.
“이거…… 뭐야?”
“네 힘이 강해지게 하는 거다.”
헤그의 유적에 있던 드라이어드 가 미스릴의 마력을 얻어 강화한 것처럼.
엘마 역시 강화는 가능했다.
요한은 강력한 힘을 지닌 강화의 결정을 내밀었다.
요한의 선택에 플로란스는 걱정 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자칫 잘못하면 이 영지의 모든 산과 밭이 마를지도 모른다.”
강화된 드라이어드가 작정하고 양분을 빨아들이면 무한정으로 흡 수할 수 있다.
그것을 생각하면 요한의 행동은 바그너 영지를 폐허로 만들 위험한 일 일지도 몰랐다.
그녀의 말에 요한은 고개를 저었 다.
“그 정도는 교육할 수 있어.”
“그렇다면 말리지는 않지.”
플로란스가 물러나자 요한은 손 에 들고 있는 강화의 결정을 내밀 었다.
“받아.”
엘마는 자신의 머리만 한 보석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하지만 거부하지는 않았다.
작은 손이 강화의 결정에 닿은 순간 결정에서 빛이 뿜어졌다.
그 빛은 빠르게 엘마에게 흡수되 었다.
강화의 결정을 모두 흡수한 엘마 는 요한의 손바닥에 얼굴을 비볐다.
“나 배고파.”
이들을 공격하거나,마음대로 주 변의 양분을 흡수하지 않았다.
그저 배고프다고 요청만 했을 뿐 이다.
그녀의 요청에 요한은 바로 유아 랑에게 명령을 내렸다.
“남아 있는 구아노와 부엽토 가 져와.”
“알겠습니다.”
창고에서 부엽토와 구아노를 가 지고 나온 유아랑은 그것을 바닥에 깔았다.
요한의 손에서 폴짝 뛰어내린 엘 마는 덩굴을 뻗었다.
"와…… 굉장하네요.”
빠르게 부엽토와 구아노가 말라 가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유아랑이 감탄하는 사이.
요한은 잠자코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만.”
“으■方 ”
".
“먹어.”
« O ,,"方'
엘마는 요한이 말하는 대로 영양 분을 흡수하는 것을 조절했다.
스스로 욕망을 절제할 수 있는 법을 엘마는 빠르게 익혀가고 있었 다.
“강화의 결정이 확실히 도움이 되는군. 참 좋은 선물을 받았어.”
원래라면 한 달 정도 시간을 들 여서 가르쳤어야 했다.
하지만 강화의 결정 덕분인지 엘 마는 꽤나 차분히 요한의 명령을 받아들여 나갔다.
“그런데 드라이어드는 키워서 뭐 에 쓰려는 것이지?”
"이래저래 쓸 곳이 있어. 백색병 때문은 아니고. 더 너머의 일을 위 해서지.”
“더 너머?”
“그래. 말했던 것처럼 네가 나랑 같이 갔다 올 곳이 있어. 준비해두 라고. 내일 떠날 거니까.”
요한은 유아랑의 머리 위에 엘마 를 올려놓은 후 획 떠나버렸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보던 유아랑 과 플로란스는 의아해했다.
하지만 둘 다 요한의 생각을 읽 지 못했다.
* * *다음날이 되자 요한은 테을 마을 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집시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게이돈 영지로 가라.”
“예!? 거,거기는 왜요?”
“가라면 갈 것이지 말 많네. 싫 어? 싫으면 관두고.”
퉁명스러운 요한의 말에 집시들 은 움찔했다.
어제저녁에 에로도가 극형에 처 해졌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자칫 잘못하면 그녀와 한패로 몰 려 극형에 처해질까 두려웠다.
“알겠습니다……“게이돈 영지의 영역에…… 에. 어디 보자. 타힐리 마을 알지? 게 이돈 영지의 대곡창지대가 있는곳.”
“예. 압니다.”
“거기 근처에서 만나자고.”
그들을 떠나보내고.
요한은 약속지점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하자 숨어서 기다리고 있던 광약은 떨떠름함을 감추지 못 했다.
“이 여자가 왜 여기 있는 겁니 까?”
“내가 불렀으니까.”
광약은 옆에 서 있는 플로란스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가 가진 투쟁심이 플로란스와 의 싸움을 바라고 있었다.
“둘이 치고받고 싸우든 말든 내 알바는 아니지만 그건 나중에 내 일 끝나고 해라.”
“싸울 생각 없다.”
"난 있다. 로드의 일만 끝나면 바로 도전할 거다.”
“그 도전. 받아들이지 않겠다.”
광약의 투지를 플로란스는 아무 렇지 않게 넘겨버렸다.
그것 때문일까?
그는 난감해하며 요한을 보았다.
“나보고 어쩌라고. 재가 싸우기 싫다는데 내가 억지로 싸우게 할 수 있겠냐?”
“……알겠습니다.”
“당분간은 같이 일할 거니까 사 고 치지 마라.”
“예.”
“광약. 바로 출발해.”
"예. 로드께서도 몸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광약은 예정대로 요한 대신 몬스 터 토벌에 나섰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보며 플로란 스는 짧게 혀를 찼다.
“광약을 부하로 받아들였나?”
“당분간이야. 너랑 같지 서로 이 룰 것만 이루고 나면 해산할 거니 까 크게 신경 쓰지 말라고.”
“이룰 것이라…… 그래서? 나는 왜 나오라고 한 것이지?”
“게이돈 영지의 타힐리 마을 알 지? 거기까지 가는 드루이드의 길 을 좀 쓰자.”
무척이나 당당한 요청에 플로란 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혼자 가는 것도 아니고. 거기까 지는 왜 가자는 것이지?”
요한의 요청에 따라 플로란스는 로브를 살짝 들춰 보였다.
로브로 숨겨져 있는 작은 상자 안에는 엘마가 들어가 있었다.
그녀를 받아 어깨에 올린 요한은 여유롭게 말했다.
"거기도 지금쯤이면 한참 추수의 기쁨에 기대하고 있겠지?”
“아마…… 그러겠지.”
지금 날씨라면 밀과 다른 작물들 이 황금색으로 물들어갈 시기다.
이제 며칠 안에 추수를 시작할지 도 모른다.
플로란스는 가볍게 동의하려다가 흠칫 놀라며 요한을 보았다.
그녀를 향해 요한은 키득거렸다.
“너 설마.”
“그래. 우리 엘마. 밥 먹이러 가 는 거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