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권 23화
198. 어머 귀여워라 (1).
“선물이요?"
“에로도가 뜬금없이 나한테 원한 있어서 이랬겠냐. 분명 누구 사주 를 받았겠지.”
그리고 그 사주는 아마 로만 후 작 측일 것이다.
물론 확인이 되어야 하지만.
요한은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아무튼 그런 게 있어. 야야. 그 럼 일단 주변 정리부터 하자고.”
느긋하게 말한 요한이 걸어가자 하온달은 의아해했다.
하지만 요한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하루 이틀인가.
그는 그냥 그러려니 생각하고 그 의 뒤를 따랐다.
* * *몬스터 토벌을 끝내고 요한은 바 로 탈무의 연구실로 향했다.
현자의 돌을 만들 때 썼던 마법 물품들과 시약은 아직 남아 있었다.
그것을 이용해 그가 뭔가를 만들 기 시작하자 류트를 깎던 광약은 그에게 다가갔다.
“뭘 만드십니까?”
“새롭게 태어날 녀석. 그 녀석을 잘 훈련해서 몬스터 토벌을 좀 편 하게 하려고.”
설마 이렇게 쉽게 소환의 결정을 얻을 줄은 몰랐다.
좋은 것을 얻었다면 잘 써야 하 지 않겠나.
요한은 금팔찌를 툭 치며 무덤덤 하게 말했다.
“이게 뭔지는 알지?”
“소환의 결정 아닙니까. 이거 꽤 귀한 건데. 어디서 나셨습니까?”
“오다가 주웠어. 하…… 나도 이 런 것 좀 얻었으면 좋겠다.”
요한은 힐끔 책상 위에 있는 호 라이즌 큐브 두 개를 보았다.
두 큐브를 이용해서 꾸준히 몬스 터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아공간 주머니 는커녕 좋은 아이템 하나 나오지 않았다.
‘에이씨. 포기하고 그냥 열어버릴 까?’
호라이즌 큐브를 보며 인상을 쓴 요한은 한숨을 쉬고 작업에 집중했 다.
유리병에 담겨 있는 붉은 시약을 아주 조심스레 보라색 시약에 섞었 다.
그 안에 약초의 즙을 담고,납을 잘라 넣는다.
한참 약재를 배분하여 끓이거나, 섞고.
다른 시약과 합치던 요한은 금팔찌를 들었다.
팔찌에 붙어 있는 보석을 떼어낸 그는.
숨까지 멈춘 채 만든 시약 안에 조심스레 보석을 넣었다.
“너 당분간 여기 있을 거지?”
“예. 딱히 할 일이 없으니 훈련 이나 하려고 합니다만.”
“그럼 잘 됐다. 이것 좀 지켜보 고 있어.”
"알겠습니다. 그냥 지켜보면 됩 니까?”
“음. 조합에 실수하지는 않았지 만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도 있거 든. 이 상태에서 거품이 생긴다거 나,빛을 발한다거나. 아무튼 변화 생기면 바로……“바로?”
“오러 블레이드로 소멸시켜버려.”
“아. 예.”
치우라는 것도 아니고 소멸이다.
요한이 쓴 재료들 중 일부는 광 약도 아는 것이었다.
몇몇은 동전으로도 구할 수 있는 잡초 같은 약초다.
하지만 몇몇 시약은 한 병에 몇 천 골드가 넘는 것들도 있었다.
그런 것을 써서 만든 것인데 그 냥 날려버리라니.
보통 물건은 아닌 듯싶었다.
“그럼 난 나갔다가 오지.”
"알겠습니다.”
광약에게 시약을 보게 하고 요한 은 기사단으로 향했다.
기다리고 있던 하인스는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공자님. 그 에로도라는 여인에 게 자백을 받아냈습니다.”
"오호. 역시 로만 후작?”
“예.”
예상했던 대로 에로도는 로만 후 작이 보낸 테러범이었다.
원래는 바그너 성 내에서 심연의 주시자를 소환하려 했다.
그것을 통해 영지 내에 혼란을 일으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실토했 다.
"이야. 목숨 걸고 했네.”
“성공하면 소환의 관을 로만 후 작이 주기로 했답니다.”
“와씨. 그건 또 어디서 난 거 야?”
요한은 짜증스러운 어조로 투덜 거리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 외에는? 왜 테을 마을 근처 에서 소환한 거래?”
“모험가들의 추적이 너무 집요해 서 그들을 뿌리치기 위해 소환했다 고 하더군요.”
비록 피해는 모험가들 정도밖에 없지만.
큰 위험을 초래한 행위를 했다.
그렇다면 그냥 놓아 줄 수는 없 었다.
“영지에서 그런 일을 하면 어떻게 되지?”
“극형에 처합니다.”
“해. 그럼.”
요한의 명령에 하인스는 의아해 했다.
그 표정을 마주하던 요한은 궁금 해하며 물었다.
“왜?”
“이걸 가지고 로만 후작에게 항 의하시지 않으실 생각이십니까?”
하인스의 질문에 요한은 빙긋 웃 었다.
참 순진한 생각이다.
“내가 개를 데리고 귀족원에 가 서 로만 후작을 고발했다고 치자.”
“예.”
“로만 후작이 그래! 내가 했다! 이러겠어?”
“어……하긴 그렇다.
누가 테러를 사주했다고 대놓고 나서겠는가.
죽어도 발뺌할 것이 분명했다.
“에로도가 계약서라도 가지고 있 다고 해?”
“아닙니다.”
“그럼 뭔가 증표라도?”
“그것도 없습니다. 그저 로만 후 작과 신의로 계약을 했다고 합니 다.”
하인스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 다.
원흉이 누군지 아는데 추궁할 수 없다.
증거가 없다는 것이 이렇게 안타 까울 수 없었다.
요한도 그것을 알기에 굳이 에로 도로 로만 후작을 건드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이걸로 로만 후작 건드릴 수는 없어. 그냥……요한은 목에 손을 가져갔다.
“죽여버려.”
“알겠습니다. 하지만……하마터면 영지 내에 큰 피해가 생길 뻔했다.
그런데도 공격하지 못하고 넘어 가야 한다는 사실이 하인스는 무척 이나 아쉬웠다.
“물론 나도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으니까 걱정 말렴.”
“예? 그게 무슨……“하하. 그런 게 있단다.”
요한은 능글맞게 웃었다.
그가 저렇게 웃는다는 것.
결코 좋은 일을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헤로도톤이라는 모 험가 있잖습니까.”
“아. 그래. 왜?”
“바그너 기사단에 임관하고 싶다 고 하더군요. 실력도 괜찮은 편입 니다. 자질도 있고. 조금만 가르치 면 금방 유저에 오를 겁니다.”
“그래?”
“어떻게 합니까? 받아줘도 되겠 습니까?”
기사는 되고 싶다고 해서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신원의 보증이 필요하고,또 충 성심이 필요했다.
"모험가 출신 기사들은 그놈의 자유인지 뭔지에 자꾸 이끌려 서……충성을 하겠다고 맹세한 후에 나 중에 실력이 올라가면 몇 년 일하 다가 때려치우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모험가를 하다가 기사에 지원하는 자들은 대부분 백안시를 하기 마련이다.
특히나 지금 바그너 기사단은 한 참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요한이 있는 영지였기 때문이었 다.
잘만 하면 마스터.
그것도 천하십강과 비견된다고 할 정도의 젊은 마스터가 있는 가 문의 기사단.
운 좋게 그의 눈에 들면 수련을 봐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때문인지 바그너 기사단에 들 어오고 싶어 하는 지원자들이 은근 히 많았다.
“이왕이면 경력자가 필요합니다 만……"경력자들만 뽑으면 신입은 어디 서 경력을 쌓냐? 그냥 받아줘.”
“어?”
요한이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 다.
놀란 하인스가 눈을 동그랗게 뜨 자 요한은 빙긋 웃었다.
“어차피 우리 로만 후작과 싸워 야 해. 전력은 많을수록 좋지.”
“그렇지만……몇 년 안에 자유를 찾아 떠날 수 도 있다.
하인스는 그것을 걱정했지만 요 한은 대수롭지 않아 했다.
“우리가 언제 그런 거 신경 썼 냐? 그리고.”
요한은 탁자를 툭 쳤다.
그 맑은 소리에 하인스의 눈이 커졌다.
“우리가 로만 후작 이기면 제발 바그너 기사단의 단원이 되고 싶다 고 난리를 치는 놈들이 넘쳐날 거 다.”
“하아. 그렇겠지요?”
요한의 말대로였다.
로만 후작을 이기고,게이돈 영 지를 바그너 백작이 차지하게 된다 면?
물론 그 영지를 전부 바그너 백 작이 얻지는 못할 거다.
절반 정도는 지원해 준 마고 후 작,그리고 윌카스트 백작을 도운 귀족들에게 나눠줘야 한다.
그리고 남은 절반 중의 일부는 귀족원에 내어줘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나눠줘도 알짜배 기는 바그너 백작령에서 얻을 것이 다.
그럼 바그너 백작가가 승작하기 에 충분할 것이다.
“저희들의 실력도 늘려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지. 그래도 명색이 후작가 의 기사단이면 마스터 하나쯤은 있 어야겠지.”
마스터라는 말에 하인스는 시무 룩해졌다.
요한은 이렇게 팍팍 커나가는데.
그리고 밑에 있는 기사들 중에서 는 익스퍼트에 오르는 기사들이 많 은데.
하인스만이 지극한 정체상태였 다.
"어깨 좀 펴라. 뭐냐?”
“하아……“너 인마. 내가 다 알아. 너 아버 지 밑에서 고생하고,그동안 바그 너 영지를 위해서 열심히 한 거. 내가 모르겠냐?”
“가,감사합니다.”
요한과 하인스의 나이 차이는 두 배가 넘는다.
그런데도 하인스는 어른에게 위 로받는 듯한 묘한 기분에 빠졌다.
“내가 나중에 잘 챙겨줄게. 걱정 마.”
“으음…… 말씀만이라도 감사드 립니다.”
"조만간 청삼 구해다 주마.”
“예!”
말만이라도 기쁘다.
하인스는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 였다.
그를 향해 마주 웃어 준 요한은 테이블에 놓인 지도를 챙겼다.
지도에는 현재 발견된 몬스터 토 벌 지역에 대한 표시가 적혀 있었 다.
“여기만 토벌하면 되는 거지?”
“그렇습니다. 기사들과 병사들을 준비……“하지 마.”
"예?”
“나 혼자서 몬스터 토벌하러 다 닐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너희들 은 너희들 일이나 해.”
이미 작년에도 했던 일이다.
요한이 또 혼자 몬스터 토벌을 위해 나서준다고 하니 하인스는 그 저 감사할 뿐이었다.
“감사합니다.”
“뭘. 별소리를 다 하네."
* * *기사단을 빠져나간 요한은 저택 으로 향했다.
저택에 마련된 객실로 들어간 그 는 멍하니 앉아 있는 플로란스에게 물었다.
“넌 여기서도 그걸 뒤집어쓰고 있냐?”
“신경 쓰지 마라. 그런데 무슨 일이지?”
“너 할 일 없지? 나 좀 도와.”
“백색병에 관련된 일이냐?”
“내가 하는 모든 일은 백색병에 관련되어 있지.”
밥 먹는 것.
훈련하는 것.
심지어 쉬는 것과 누군가와 싸우 는 것까지.
백색병에 관한 일은 어차피 요한 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니 그 준비과정이라고 친다 면 관련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날 이용할 생각이군.”
“그럼 내가 너 고이 모셔다 둘 줄 알았냐r말없이 자신을 보는 플로란스를 향해 요한은 빙긋 환한 미소를 지 었다.
“백색병 처리 끝날 때까진 그냥 내 밑에서 일해야 하는구나. 라고 생각해.”
“하아. 좋다. 뭘 해야 하지?”
“잠깐 어디 좀 갔다 와야겠는 데.”
“어디?”
“그건 도착했을 때의 기쁨으로 남겨두라고.”
의아해하는 플로란스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이고 요한은 바로 연구 실로 향했다.
그가 시킨 대로 광약은 납 그릇 을 진지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때? 변화는?”
"없습니다.”
“좋아. 그럼 시간도 얼추 된 것같으니……요한은 집게를 들었다.
은색으로 반짝거리는 시약 안쪽 에 들어가 있는 마력 결정을 잡고.
그는 천천히 들어 올렸다.
"이게 뭡니까?”
"기다리면 알 거야.”
은색 시약을 받아들이고 있던 소 환의 결정에서 빛이 흘러나오고 있 었다.
그 빛이 가라앉자 광약은 눈살을 찌푸렸다.
본 적이 있는 물건이다.
“이거…… 지왕 아인낫슈의 반지 에 있는 보석과 같은 것입니다만.”
“맞아. 이게 바로 강화의 소환석 이야.”
천하십강 중 지왕.
절대의 소환사 아인낫슈가 가진 열 개의 반지 중 하나.
그 반지에 있는 보석과 똑 닮았 다.
광약은 눈을 가늘게 뜨며 보석을 가리켰다.
“분명…… 그 보석으로 강화하 면……“아머 나이트 하나 소환하면 바 로 데스 나이트 수준으로 강화할 수 있지.”
그런 보물을 이렇게 만들어낼 줄 은 몰랐다.
광약은 황당해하다가 물었다.
“그걸 어디에다가 쓰실 생각이십 니까?”
“어디에다가 쓰긴.”
요한은 피식 웃었다.
“몬스터 강화할 때 쓸 거야.”
“예? 몬스터는 강화해서 어디에 다가 쓰시려는 겁니까?”
궁금해하는 그에게 요한은 히죽 웃었다.
“아무리 약해도 한대 맞았는데 갚아줘야 하지 않겠어?”
영문을 알 수 없는 말에 광약은 그저 고개만 갸웃거렸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