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권 16화
191. 누가 강할까 (2).
필로틴 제국에 있어야 할 흑왕이 로드만 왕국에 온 것도.
그가 아카데미의 축제인 추기제 때 난동을 부린 것도.
거기에 백왕이 검은 숲에서 나왔 다는 것도.
그리고 흑왕이 죽은 것도.
모두 놀라운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사람들이 신경을 쓰 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요한 공자님께서 흑왕 문댄서를 죽였잖아!!”
“그래서?”
“그럼 흑왕의 자리는 요한 공자 님께서 받아가야 하는 것 아니야?”
“야. 그렇게 따지면 인왕 율경을 패퇴시킨 것부터 따졌어야지.”
캐슬 오브 로디악의 주점.
이 시기에는 추기제에 관한 이야 기로 주당들이 이야기꽃을 피우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의 주제는 완전히 달 탔다.
과연 요한이 천하십강 수준일까.
그것에 대해서만 사람들은 집중 하고 있었다.
“그건 아니지. 어쨌든 율경은 살 았잖아.”
“다 죽은 거 블링크 부츠 도움받 아서 산 것에 불과한 것 아닌가?”
“원래 목숨 끊어지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야.”
남자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최강 의 자리에 오르는 것.
그것을 생각한다면 주당들이 이 렇게 떠드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난 요한 공자님께서 충분히 천 하십강 자리에 오를 만하다고 생각 하는데.”
어쨌든 요한은 로드만 왕국의 사 람이 다.
그런 사람이 천하십강에 오르면 로드만 왕국의 위상도 높아진다.
나라를 생각하는 이들은 요한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 다.
“아니 그렇지만 이번에 흑왕을 잡은 것은 백왕의 난입 때문 아니 었나?”
틀린 말은 아니다.
만약 요한이 흑왕 문댄서를 이길 수 있었다면 그냥 싸워서 이겼을 것이다.
하지만 요한과 문댄서의 싸움을 봤던 이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흑왕이 더 유리했다고.
하플링의 신체를 이용한 빠른 검 술로 흑왕이 요한을 압도했다.
거기에 요한은 그저 막거나 가끔 반격을 하는 정도였다.
“만약 정면으로 붙었다면 흑왕이 이기지 않았을까?”
“맞아. 상황을 따지면 그렇지.”
그때 붙은 상황 자체가 흑왕에게 꽤나 불리했었다.
아카데미 거리에서 한정된 시간 을 가지고 싸워야 했다.
물론 문댄서의 부하들이 그 자리 에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카데미의 학생들도 요 한을 도왔다.
거기에 자경대도 출동하지 않았 는가.
그것을 생각하면 흑왕도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데도 백중세였다?
그럼 실제 실력으로 따지면 요한 이 진다는 것이었다.
“거기에 문댄서는 플로란스를 엄 청나게 싫어한다고. 유명한 이야기 잖아.”
문댄서의 부하들이 플로란스에 의해 몰살당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이후로 문댄서는 플로란스 를 증오하며 몇 차례나 암살을 시 도했었다.
그런 상대가 눈앞에 나타났는데 어떻게 정신을 차릴 수 있었겠나.
“마스터도 정신 못 차리면 유저 에게 진다고. 그럼 유저가 마스터 보다 강한 거냐?”
“장난하냐? 예시가 그런 거지. 애초에 방심을 한 놈이 잘못한 거 아니야?”
격렬한 토론은 술이 들어갈수록 계속되었다.
그리고.
“야! 로드만 왕국 사람이면 요한 공자님 응원해라!”
“사실만 놓고 보자는 거잖아!”
“어쨌든 로드만 왕국의 귀족이신요한 공자님이니 공자님이 천하십 강에 오를 만하다!”
“반박 시 매국노.”
논리적으로 떠들던 이들의 대화 는 감정싸움이 되었다.
무작정 요한을 응원하는 자들.
그리고 설레발 치지 말고 상황을 지켜보자는 이들.
그들은 멱살까지 잡아가며 싸우 기 시작했다.
“뭔 반박 시 매국노야! 괜히 좋 아하다가 요한 공자님이 패배하면 어쩌려고 그러냐?”
구석의 자리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던 프란츠는 쓰게 웃었다.
"형님. 괜찮으신 겁니까?”
요한이 문댄서를 죽이고 하루가 지났다.
단 하루 만에 소문이 퍼져 꽤나 많은 이들이 요한을 찾고 있었다.
“저한테도 연락이 왔어요.”
요한의 앞에 앉아 있던 헤이로나 는 땅콩을 오물거리다 말했다.
어떻게든 요한과 접촉하라는 것.
그리고 도브다만 왕국으로 넘어 오게 해달라는 것.
“백작위에 영지까지 준다는데요? 그리고 도브다만의 왕족과 결혼도 시켜준다고 하고.”
“결혼은 지금 관심 없어. 그리고 영지는 무슨.”
영지 원했으면 그냥 프란츠 대신 후계자 됐다.
요한은 심드렁히 답하고 스테이 크를 썰었다.
그런 그를 향해 레이놀드는 눈을 반짝거 렸다.
“역시 강자답군요. 강자라면 작 위보다는 실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 이지요. 공자님. 저는 믿습니다.”
"어. 그래. 뭘 그리 믿니?”
“공자님께선 분명 천하십강 수 준,아니 더 강하시다는 것을.”
‘코어가 하나 더 생기면 그러겠 지만.’
주당들의 말은 둘 다 맞았다.
만약 일대일로 정면 대결을 했다 면?
순수한 검술과 오러로만 싸운다 면 요한이 진다.
그만큼 천하십강은 강하다.
하지만 그것도 순수하게 검술과 오러로만 싸울 때의 이야기.
요한이 영역선포를 쓴다면?
그것으로 틈을 만들어 낼 수 있 다면?
그럼 요한이 문댄서를 잡을 기회 를 가질 수 있었다.
‘물론 다섯 개의 코어로는 걔가 저항할 수 있긴 하지만.’
그래도 자신은 있었다.
“그나저나 스승님께서는 어디로 가신 걸까요?”
“어딘가에는 있겠지.”
플로란스에게 몇 가지 심부름을 시켰었다.
지금까지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나타났다는 것은.
그것을 해결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바깥이 시끄러우니 몸 을 숨기고 있는 정도다.
하지만 좀 조용해진다면 다시 몸 을 드러낼 것이 뻔했다.
“그런데 공자님.”
“왜.”
“자경대에서 설명하신 것이 정말 다인가요?”
어제 요한을 따라 함께 자경대로 함께 갔었던 헤이로나다.
그렇기에 그녀는 들을 수 있었 다.
그저 헤이로나의 가게에 가기 위 해서 요한이 왔고.
거기서 우연히 문댄서를 발견했 다.
그리고 바로 공격한 것이다.
“문댄서의 얼굴을 어떻게 알아보 신 겁니까?”
“예전에 봤어.”
“분장 엄청 잘했던데. 알아보신 거예요?”
“그런 분장이라고 하더라도 알아 보는 것이 어렵지는 않아. 마스터 쯤 되면 눈썰미가 좋아질 테니까 훈련해둬.”
“그렇습니까!?”
프란츠와 헤이로나,레이놀드는 깜짝 놀라며 서로를 보았다.
하지만 셋 다 마스터가 아니니 그의 말을 의심할 수도 없었다.
“마스터에 오르기 위해서는 오러 만 강화해서는 안 돼. 여러 가지 측면에서 훈련을 해야 하지.”
“아……아직 익스퍼트도 되지 못한 레이 놀드와 다르게.
프란츠와 헤이로나는 익스퍼트에 올라가 있었다.
마스터에 오르기 위한 길이라면 반드시 염두에 둬야 했었다.
“그럼 나는 이만 가보도록 할 까……?”
자리에서 일어난 요한이 나가려 고 하자 프란츠는 요한을 잡았다.
“와]?”
“형님. 저기……“아. 너 내일 시합이지?”
대전의 예선전.
헤르듀크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걱정을 하는 것일까?
하지만 프란츠의 얼굴에는 두려 움이 없었다.
“이번에 흑왕의 떨거지들과 싸우 면서 느꼈지?”
“예.”
익스퍼트가 어떻게 오러를 다루 면 싸워야 할지.
그것을 알게 되었다.
프란츠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 자 요한은 웃었다.
“그거면 됐어. 그 정도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거다.”
“예에……“정 뭐하면 밤에 찾아오든가. 마 지막 대련 해줄 테니까.”
요한은 빵을 입에 물고 일어나 나가버렸다.
그가 나가자 레이놀드는 두 손을 모았다.
“아. 진짜 멋있다…… 야. 프란 츠. 넌 좋겠다. 저런 형 있어서.”
어떻게든 자기 것을 빼앗기지 않 고,형제의 것을 빼앗으려 하는 관 계보다 훨씬 낫다.
부러워하는 레이놀드를 향해 프란츠는 쓰게 웃었다.
“좋지. 좋긴 한데……“한데?”
“형이 너무 위대해져서 오히려 걱정이다.”
프란츠는 문을 열고 나가는 요한 을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 * *주점에서 나온 요한은 곧장 저택 으로 향했다.
저택에 도착하니 에밀리가 뚱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흑왕이 죽었는데 왜 내가 여기 계속 있어야 하지?”
“있으면 좋지 뭘 그러냐. 그리고 너 휴가 냈잖아.”
요한 때문에 무려 이 주일이나 휴가를 내버렸다.
그동안 미하엘이 국왕의 호위를 전담해야 했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는 에밀리로서는 미안하기 그지없었다.
“쉴 땐 쉬라고.”
“쉬는 게 쉬는 것이 아니라서 그 렇지.”
“흑왕이 죽었다고 개네 떨거지들 이 다 죽은 건 아니지. 원한 갚겠 다고 올 수도 있다고.”
“으......”
■면-.....-“그리고 할머니가 너 좋아하더 라. 잘 먹는다고.”
에밀리는 마스터다.
그만큼 활동량이 많고,그 활동 량을 채우기 위해서 많이 먹는다.
빌헬미나는 많이 먹는 사람을 좋 아하니 당연히 그녀를 좋아할 수밖 에 없었다.
“그,그래?”
“음. 너보고 신붓감이니 뭐니 하 시는데.”
“으엑.”
에밀리는 질색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났다.
괜한 오해가 점점 퍼지고 있기에 에밀리는 확실히 말했다.
"미안하지만…… 난 좀 별로다.”
“나도 그래. 그러니까 우리 서로너무 깊게 관여하지 말자.”
“……이렇게 내가 여기 있는 것 이 관여하는 것 아닌가?”
"이번만 빼고. 할머니가 너 좋아 한다니까.”
“빌헬미나 님은 엄청나게 생각해 주는군.”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에밀리는 그래도 안도할 수 있었다.
요한이 그나마 챙기는 사람이 있 다는 것에 안심한 것이다.
“그런데. 백왕과는 무슨 관계 지?”
이미 캐슬 오브 로디악에 파다한 소문이다.
그리고,흑왕을 잡을 때 백왕이 나서서 요한을 도왔다는 것.
그것 때문에 요한과 플로란스에 대한 소문도 퍼져나가고 있었다.
“일 때문에 만난 사인데?”
“그게 정말인가? 그 정도 사인데 그 백왕이 나서?”
타인에게 관심이 없이 홀로 살아 가는 백왕이다.
그런 그녀가 요한을 도왔다는 것.
그것을 가지고 로디악 기사단에 서도 쓸데없이 떠들고 있었다.
“라이벌이 출현했니 뭐니 하는 데……“밑에 애들 관리 좀 해라. 정 뭐 하면 재 데리고 가서 말하든가.”
“뭐?”
요한이 저택의 입구 쪽을 가리키 며 말하자 에밀리는 획 고개를 돌 렸다.
“헉!!”
아무런 기척도 느끼지 못했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었 던 입구에 하얀 로브를 뒤집어쓴 사람이 서 있었다.
길쭉한 지팡이를 들고 있는 여인 을 본 에밀리는 긴장하며 물었다.
"백왕…… 플로란스?”
“요한. 네가 말한 것을 가지고 왔다.”
단순히 걷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 걸음걸이에 담겨 있는 아름다움에 에밀리는 는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엄청난 위화감을 느꼈다.
어째서 일까?
‘저것 때문이다.’
백왕이 들고 있는 지팡이.
그 지팡이에 있는 종이 흔들리고 있었지만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았 다.
“어떻게 저럴 수가……“드루이드의 종은 적을 향해서만 울리는 거지. 저 종이 울릴 때 떠 올리라고. 백왕이 오고 있다는 것 을 ”
침을 꼴깍 삼킨 에밀리가 고개를 끄덕이자 요한은 손을 내밀었다.
“줘봐.”
플로란스는 아공간 주머니에 손 을 넣었다.
그곳에서 꺼내진 작은 상자 여섯 개에는 순수한 마력 결정이 들어 있었다.
“이것이면 되는 건가?”
“아직 모자라.”
- 딸랑!
플로란스의 지팡이에 있던 종이 움직였다.
아까 요한이 했던 말을 떠올린 에밀리가 검에 손을 가져갔을 때.
요한은 심드렁한 어조로 말했다.
“네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쉬운 일인 줄 아나?”
“이것을 구해오면 백색병을 막을 수 있다고 했을 텐데.”
“난 일단이라고 말했어.”
플로란스에게서 풍기는 위압감이 강해지고 있었다.
종이 울리는 소리가 점점 강해진 다.
그것을 마주하던 에밀리가 결국 검을 반쯤 뽑았을 때.
종소리가 멈췄다.
“……다음은 뭘 해야 하지?”
"내일 사과하러 가자.”
천하십강을 앞에 두고 요한은 한 점의 변화가 없었다.
세상 누가 천하십강 앞에서 저런 태도를 보일 수 있을까.
그 모습에 에밀리는 자신도 모르 게 생각했다.
‘진짜 요한. 천하십강보다 강한 것 아냐?’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