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권 11화
186. 저로 인해 부담 갖지 않기 .
를 바랍니다. (3)
회귀 전의 프란츠를 떠올렸다.
그때는 더 상황이 안 좋았었다.
가문은 망하고 프란츠는 아카데 미에서 일 년 배우고 떠났다.
이후 광약이 청삼을 대가로 가르 쳐 준 소드 댄싱을 홀로 익히고.
그것을 자의로 해석해가며.
이십 대에 유저에 오르고.
삼십 대에 익스퍼트에 올랐다.
그리고 삼십 대 말에 마스터의 경지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다시 귀족이 되었었다.
몰락한 영지 귀족이 그 정도로 기어 올라가는 것.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마왕 등장의 전조로 세상 이 개판이 나 있는 상황에서도.
프란츠는 포기하지않고 아득바득 기어 올라갔었다.
“난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를 더 잘 알아.”
“……하지만 형님.”
프란츠는 떨리는 눈으로 요한을 보았다.
요한은 프란츠의 어깨를 곽 잡았 다.
“나는 너를 믿는다.”
‘네가 추기제에서 우승하고,날 아카데미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줄 것이라고 믿는다.’
“너는 할 수 있어.”
‘넌 바그너 영지를 잘 다스려서 날 먹여 살릴 것이다.’
“형님…… 전 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할 수 있어.”
요한은 단언했다.
자신보다 더 자신을 믿어주는 그 의 태도에 프란츠는 당황했다.
"저를…… 어떻게 믿으십니까?”
요한은 쪼그려 앉은 채 프란츠와 눈을 마주했다.
그의 눈에는 절망이 담겨 있었 다.
그 절망을 마주하던 요한은 피식 웃었다.
"너 지금 힘들어서 그러는 거냐?”
“아닙니다.”
“그저 위로를 원하면 얼마든지 해줄 수 있어. 응원해줄까? 그것도 해줄 수 있어.”
그는 프란츠를 일으켜 세우고 검 을 쥐여주었다.
“그런데 네가 바라는 건 그게 아 닌 것 같단 말이지.”
프란츠는 고개를 떨꿨다.
그를 향해 요한은 검을 겨눴다.
"어리광을 부리려면 검으로 부 려. 네가 할 일은 그거니까.”
“제가…… 제가 만약.”
“추기제에서 또 우승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그가 추기제에서 우승하지 못한 다면?
일이 상당히 꼬이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자의 돌 을 얻지 못하지는 않는다.
다만 상당히 고생스러워서 그렇 지.
“너 추기제 우승하는 거 말고도 할 거 많아. 고작 이거 실패했다고 내가 너 버리겠냐?”
“예? 하,할 거라뇨?”
“당장 바그너 영지 키우는 것. 그리고 병사들 키우는 거. 우리 로 만 후작이랑 싸워야 하는 거 알 지?”
“예.”
“그것들만 해도 할 일이 많다. 그런데 너 자꾸 쓸데없는 소리 할 래?”
“ ,,“그리고……요한은 입을 열려다가 멈췄다.
그가 씩 웃자 프란츠는 떨떠름해 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다. 이건 뭐 굳이 말할 필 요는 없겠다.”
마왕 등장의 전조.
그리고 마왕이 등장했을 때 생길 혼란.
그때 버려주려면 프란츠가 잘해 줘야 했다.
요한은 웃으며 그의 어깨를 잡았 다.
"그러니까 내가 너 여기서 우승 못 한다고 안 잡아먹어.”
‘죽도록 괴롭히겠지만.’
요한은 웃으며 검을 까딱거렸다.
“아무튼 네가 넘어야 할 산이 많 은데. 매번 이렇게 주저앉을거냐? 응?”
"그건…… 아닙니다.”
“익스퍼트도. 추기제에서 우승하 는 것도. 네가 넘어야 할 산에 불 과해.”
요한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그 검을 간신히 막은 프란츠는 묵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힘들다? 괴롭다? 그렇게 징징거 릴 시간 있으면 훈련이나 해라.”
“ ,,“너 진짜 힘들면 나한테 이런 소 리도 못해. 할 만큼 해봐. 그래도 안 되면. 그럼 어쩔 수 없지.”
“형님……“하지만. 내가 말했듯아 넌 할 수 있다.”
요한의 선언에 프란츠는 눈을 질 끈 감았다.
절망감에 취해서 요한에게 추태 를 보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렸을 때 모두가 그에게 말하지 않았던가.
근성만큼은 인정한다고.
요한도 인정하던 근성이 절망에 억눌려 있었다.
요한의 타박을 받고 나서야 프란 츠는 겨우 정신을 차렸다.
‘나도 나를 믿지 못하는데…… 형님은 끝까지 나를 믿어주시는구 나.’
옛날에는 끔찍이 싫어했던 형이 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자랑스 럽고 믿음직스러워진 형이다.
그런 형이 이끌어 준다는데 뭐가 두렵겠는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다.
포기하지 않고,요한이 믿어주는 근성을 가지고 달려드는 것뿐.
프란츠의 눈에 깃들던 두려움과 절망이 사라졌다.
그것을 마주한 요한은 씩 웃었 다.
“정 못할 것 같으면. 어쩔 수 없 지. 하지만 걱정 마라.”
"예?”
“넌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우승시킬 테니까.”
만약 프란츠가 익스퍼트에 오르 는 것이 늦어진다면?
그렇다고 해서 요한이 가만히 있 을 사람이겠는가.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그를 우승 시킬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것 이다.
"어,어떻게요?”
프란츠는 움찔했다.
요한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다른 이들이라면 절대 하지 못할 일들을 요한은 아무렇지 않게 해버 린다.
그것이 귀족을 살해하는 일이라 고 하더라도 말이다.
침을 꿀꺽 삼킨 프란츠는 긴장하 며 검을 잡았다.
‘형님은 벌써 귀족을 두 명이나 죽였어.’
아무리 정당방위이고, 아무리 귀 족원에서 넘어간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요한의 평판에 좋을 리는 없었다.
강자에게는 항상 적이 생기기 마 련이다.
요한은 끝을 알 수 없는 강자다.
그런 강자가.
자신 때문에 책잡힐 일이 생기는 것이 프란츠는 싫었다.
“넌 그런 걱정하지 말고 익스퍼 트에 오를 생각이나 해라.”
무뚝뚝한 얼굴로 말한 요한을.
프란츠는 차마 바라볼 수 없었 다.
♦ * *추기제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 다.
그 와중에도 요한은 꾸준히 프란 츠를 가르쳤다.
주말에는 하이마스에게 부탁해 봉사활동을 빌미로 프란츠를 빼돌 렸다.
그리고 빈민가에서도 가르쳤다.
하지만.
“흐......,,1=1 ..
프란츠는 여전히 익스퍼트에 오 르지 못했다.
“일주일 후가 추기제 대전 예선 이라고 했지?”
“예. 그리고 제 시합은 십 일 후 입니다.”
비 오듯 땀을 흘리던 프란츠는 요한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지금쯤 익스 퍼트에 을라야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프란츠는 익스 퍼트에 오르지 못하고 있었다.
“예선 상대가 누구지? 오늘 결정된다고 하지 않았냐?”
첫 상대가 중요하다.
약한 상대라면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었다.
어떻게 가르칠까 생각하던 요한 은 프란츠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 헤르듀크 왕자님이십니 다.”
“아니 그 인간은 왜 참가하는 거 야?”
헤르듀크는 익스퍼트.
유저에 불과한 프란츠가 이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상대였다.
“제가 지는 겁니까?”
“뭐. 익스퍼트가 마스터를 꺾은 적이 없는 건 아냐. 유저가 익스퍼 트를 이긴 적도 있고.”
“그렇습니까?”
“하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 지.”
“그럼…… 어떻게 합니까……?”
난감해하는 프란츠를 보며 요한 은 어깨를 으쓱였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헤르듀크 왕자님한테 가서 이번 에는 좀 물러나 달라고 해야지.”
“예? 하지만 그럼……“말했잖냐. 난 널 우승시키기 위 해서 무슨 짓이든 할 거라고.”
그의 말에 프란츠는 가슴이 덜컹 하는 것을 느꼈다.
헤르듀크가 요한을 원한다는 것 은 알고 있었다.
애초에 프란츠가 헤르듀크의 파 벌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그것 역시 요한의 부탁 덕분이었 다.
그 때문에 요한이 북방에 갔었던 것을 생각하니 프란츠의 심장은 미 친 듯이 요동쳤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응?”
“형님께서 저 때문에 희생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얘는 또 뭔 소리야?’
요한이 저번 일로 나마스와 친분 을 다진 것은 헤르듀크도 알고 있 었다.
그런 상황에서 치안통제국 일로 성철쇄 기사단의 힘이 강해졌다.
요한과 나마스 사이의 연이 생긴 것이다.
헤르듀크로서는 요한이 나마스 쪽으로 갈까 걱정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요한이 부탁한다 면?
헤르듀크 입장에서는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냥 받을 것 받겠다는 생각 밖 에 하지않던 요한은 황당해했다.
“아니. 야. 나 희생할 생각 없는 데?”
“아닙니다. 헤르듀크 왕자님께 서…… 형님을 얼마나 원하는지. 전 알고 있습니다.”
“지금 나 원하는 사람 많아.”
헤르듀크뿐인가?
나마스 왕자.
거기에 마고 후작.
예만 원장.
다른 귀족들.
심지어 요한이 율경을 쓰러트린 것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도 요한을 탐내고 있었다.
저번에 감옥에 갇혀 있을 때 전 해진 타국의 친서만 해도 수십 통 이다.
하지만 프란츠는 그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자신이 끔찍하게 싫어했던 형.
이제는 존경의 대상이 된 형.
그런 형이 좁은 곳에 자리를 잡 아야 하는 것이 싫었다.
하늘보다 넓은 날개를 자신 때문 에 펼치지 못한다는 것이 싫었다.
"괜히 저 때문에 형님께서 책잡 히실 필요 없습니다.”
“아니 책 안 잡히는데……프란츠의 근성에 불이 붙었다.
그를 바라보던 요한은 어깨를 으 쏙였다.
‘이놈이 뭔 생각을 하는지는 모 르겠지만. 그걸로 근성을 불태울 수 있다면…… 써먹어 줘야겠지?’
“그래서? 내가 얌전히 있어도 네 가 헤르듀크 왕자를 이길 수 있다 고?”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 그럼 한번 대보자고.”
요한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그것을 프란츠는 아슬아슬하게 막아냈다.
“어쭈?”
다시 한 번 공격.
또다시 막아낸다.
점점 요한은 속도를 높였고.
프란츠는 무아지경에 빠진 채 검 을 휘둘렀다.
그의 근성.
그리고 요한이 자신 때문에 희생 을 감수할 것이라는 불안감.
그것이 프란츠의 실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었다.
"흥.”
점점 빨라지는 검격을 요한은 정 확히 맞춰서 상대해주었다.
검과 검이 맞부딪힌다.
일반 청강검과 드레이크 합금 검.
두 자루의 보검이 부딪칠수록 허 공에 붉고,푸른 기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하아아압!!”
큰 기합성을 내뿜으며 프란츠는 요한의 어깨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그 공격을 가볍게 피해낸 요한은 프란츠의 복부에 주먹을 날렸다.
원래라면 맞았어야 할 그 공격 으프란츠는 리드미컬한 발놀림으로 가볍게 피해냈다.
그리고 몸을 빙글 돌렸다.
-서걱!
푸른색의 오러가 요한의 옷자락 을 베었다.
팔랑이며 떨어진 옷깃을 내려다 본 요한은 피식 웃었다.
“거봐. 자식아. 하면 되잖아.”
“어......?”
프란츠의 검에 푸른 오러가 얼렁 이고 있었다.
요한의 오러에 비하면 무척이나 약하지만.
그래도 오러다.
그는 멍하니 오러를 바라보다가 자신의 안을 관조했다.
지금까지 육체를 강화하는 데만 쓰였던 심장의 오러가 전신에 퍼지 고 있었다.
“이,이거……“일단 익스퍼트는 찍었고…… 십 일 남았나?”
익스퍼트에 올라갔으니 이제 훈 련 방식을 바꿔야 한다.
요한은 살짝 검을 들어 올리며말했다.
“이제부터는 오러를 강화하는 훈 련을 할 거다. 각오는 됐냐?”
“……예.”
그가 의지를 불태우자 요한은 빠 르게 검을 휘둘렀다.
익스퍼트가 되었다는 기쁨.
그리고 요한의 기대를 충족시켰 다는 자부심.
의기양양하게 검을 든 프란츠는.
-채애앵!!
“끄억!!”
요한의 일격에 맞고 기절해버렸 다.
그가 쓰러졌을 때.
저택의 문이 열렸다.
“요한? 프란츠 데리고……빌헬미나는 기절한 프란츠와 요 한을 번갈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 쉬었다.
"요한! 동생을 잘 돌봐줘야지!”
“저 완전 잘 돌봐주고 있는데 요!?"
누구도 믿지 않을 소리를 요한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