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권 6화
181. 너희 좀 늦었다 (2).
‘어떻게 위조 금화를 유통했는지 확실히 알겠다.’
하이마스 전의 주교도 빈민가로 봉사활동을 자주 갔다고 한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 역시 마찬 가지였을 것이다.
그들의 물품은 검문을 하지 않았 다.
바론 교단 주교가 직접 빈민을 구제하러 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바론 교단에 대한 신뢰 와 예의 때문에 병사들은 검문을 하지 않았다.
'거길 노린 것이었군.’
요한은 게르가를 차가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가 수레를 이끌고 움직이자 요 한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대부님. 아까 병사에게 듣기로 지금 빈민가에서 이상한 일 이 일어난다고 들었습니다.”
“예. 저도 알고 있습니다.”
빈민가 사람들이 실종된다.
그 이야기를 듣고 하이마스가 직 접 왕궁에 요청했었다.
하지만 빈민가에서 사람이 실종 되는 일은 비일비재한 일이다.
몇 차례 병사들이 파견되기는 했 지만 특별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었 다.
“제가 확인을 좀 해보고 싶은 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요한의 요청에 하이마스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무척이나 기뻐하며 요한 의 손을 잡았다.
“진심이십니까? 공자님께서 나서 주시는 겁니까?”
로디악 기사단이나,성철쇄 기사 단.
그리고 수도에 머무는 몇몇 기사 단에도 요청해봤었다.
하지만 빈민가의 일까지 그들이 전부 확인할 수 없었다.
기사 몇몇을 보내 며칠 정도 빈 민가에 머무르게 한 것이 다였다.
하지만 그때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아직까지 그 일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었다.
“치안통제국에도 요청해봤지만.••…그들은 아예 빈민가를 없애버리 자고 얘기할 뿐이었다.
그래서 도와줄 곳을 찾지 못했었 다.
“또 교단에 성기사들을 요청해봤 습니다.”
성기사들이 해야 할 일은 아주 많다.
그들의 파견을 요청하는 곳도 많 고.
그러니 차등 순위를 둬 올해 겨 울에 성기사단이 파견된다고 했었 다.
그런 상황에서 요한이 나서준다 니.
무려 마스터인 데다가 케리만을 잡은 강자다.
요한이 나서준다면 해결할 가능 성이 크지 않을까 싶었다.
“공자께선 빈민가의 일을 해결하 실 수 있으십니까?”
하이마스는 줄을 서고 있는 아이 를 데리고 왔다.
꼬질꼬질하고,콧물을 흘리는 아 이였다.
“이 아이의 아버지가 얼마 전 실 종되었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예. 이 아이뿐만이 아닙니다.”
남자,여자.
그리고 아이들까지.
실종되는 이들은 많았다.
하지만 누구도 그들을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을 구원할 수 있는 겁니 까?”
“까짓거 한번 해보죠.”
‘전부 살아 있다는 보장은 못 하 겠지만.’
요한이 웃으며 말하자 하이마스 는 그의 손을 꽉 잡았다.
“부디 이것을 가져가 주십시오.”
그는 자신의 목에 걸려 있는 디 바인 마크를 내밀었다.
주교가 쓰는 상당히 귀한 성물이 다.
그것까지 내어주는 것을 보니 정 말 빈민가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 던 모양이다.
“대부님께서 이리 마음을 쓰시고계셨다면 진작 저에게 말씀하시지 그러셨습니까.”
"공자께서도 바쁘신 듯하여……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요한은 백작가의 장남이다.
비록 후계자는 아니지만 마스터 이고,또 악마들을 쓰러트린 영웅 이기도 했다.
그런 사람에게 빈민가에서 일어 나는 사건을 조사해달라는 것이다.
치안통제국에서조차 제대로 보지 않았던 일을 부탁하는 것은 아니라 고 생각했다.
"저도 대부님께 자주 부탁을 드리는데…… 아무튼 다녀오겠습니다. 하지만 너무 큰 기대는 하지 마십 시오.”
“부디 바론님의 은총이 함께 하 시길 빌겠습니다.”
마침 게르가도 골목을 통해 사라 지고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요한은 병사에게 빈민가의 지도를 받아 빠르게 지형 을 외웠다.
“빈민가는 자기들 멋대로 증축과 개축을 하여 지도가 맞지 않을 수 도 있습니다.”
“알아. 대충 길만 좀 파악해보려고 하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마.”
빠르게 지도를 외운 요한은 게르 가가 간 쪽으로 들어갔다.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니 악취가 더욱 심해졌다.
이 정도 악취라면 기사는커녕 일 반 병사들도 쉽게 들어가지 못할 정도다.
오물은 길가에 그대로 버려졌고, 곳곳에는 쥐나 개의 사체들이 있었 다.
‘할렘가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말이지.’
그래도 할렘가는 성 내부에 있어 서인지 적어도 위생에 대한 신경을 쓰고 있었다.
하지만 빈민가는 더욱 처참했다.
‘수레바퀴 자국이 있으니 일단은 이걸 따라가면 되…… 지 않겠네.’
골목으로 들어가던 요한은 히죽 웃었다.
두 갈래 길로 갈라졌다.
그런데 그 두 갈래 길 모두에 방 금 생긴 것 같은 수레바퀴 자국이 있었다.
‘일부러 이걸 여기다가 만들었 군.’
추적을 피하기 위한 시도가 벌써 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어쩌면 요한을 경계하는 것일지 도 몰랐다.
요한은 두 갈래 길을 빠르게 살 피고 오른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길 옆에 있는 집의 문 을 벌컥 열었다.
“히 익!?”
갑자기 들어온 요한을 본 소년 거지는 기겁했다.
그에게 다가간 요한은 손을 뻗었 다.
“천 골드 주지. 여기 수레 지나 가는 거 봤냐?”
천 골드라는 말에 거지의 눈이 빛났다.
그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봐,봤습니다. 매주 한 번씩 수 레가 이 길을 통해서 지나갑니다.”
“어디로 가는지도 아나?”
“조,조금은……“안내해.”
"예.”
천 골드에 눈이 뒤집힌 거지는 요한에게 안내하며 말했다.
바론 교단에서 음식과 약을 나눠 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은 무교이고,바론을 따르지 않기에 그것을 받으러 가지 않았다.
그래서 수레가 어디로 간 것인지 알 수 있었고 쫓았었다 말했다.
묻지도 않은 말을 하는 소년에게 요한은 씩 웃었다.
“그런데 그 수레는 왜 따라갔 지?”
“그게……“훔치려고 했군.”
“……그, 그냥 좀 뭔지 궁금했을 뿐입니다.”
사실 훔치려고 했었다.
하지만 수레에 다가갔을 때 게르 가가 무기를 뽑아 협박을 했었다.
그 이후로 그냥 보며 손가락만 빨았었다.
“어떤 운 좋은 놈들이 그걸 먹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 여깁니다 요. 제가 아는 곳은 여기까지입니 다.”
골목의 끝에 도착하자 거지는 비 굴하게 웃으며 손바닥을 비볐다.
그에게 웃어 보인 요한은 전표를 올려주었다.
“혀,현금은 없으십니까?”
“현금은 백 골드밖에 없는데?”
빈민가의 거지에게 전표는 의미 가 없었다.
그가 아쉬워하자 요한은 씩 웃었 다.
“어차피 너 돈 갖고 있어 봤자 너 다음날 싸늘한 시체로 발견될 텐데.”
“윽…… 그,그건 그렇지만.”
“성에 와서 요한 바그너를 만나러 왔다고 해.”
“요한 바그너……?"
“날 모르나?”
“예. 죄,죄송합니다.”
빈민가에는 아직까지 요한의 명 성이 알려지지 않은 듯 보였다.
거지 소년은 송구스러워하며 고 개를 조아렸다.
“지금이라도 알아두겠습니다!”
“그래. 그런데 너 이름이 뭐냐?”
“헤일로라고 합니다.”
“그래. 헤일로. 아무튼 인생 역전하고 싶으면 잘 찾아와.”
“예!”
꾸벅 인사한 그가 사라지자 요한 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레바퀴의 자국은 여기저기 나 있었다.
‘제대로 위장을 했군. 하지만……거의 다 온 것 같았다.
두 개의 골목 끝에 더 이상 수레 바퀴 자국은 없었다.
그게 뜻하는 것이 무엇일까.
‘가건물이 많다는 것은 뭔가를 숨기기도 좋다는 얘기지.’
씩 웃은 요한은 골목을 걷다가 벽을 후려갈겼다.
-와지끈!!
나무판자로 만들어진 벽이 박살 났다.
그 순간 판자의 안쪽에서 날카로 운 칼날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요한이 거기에 당할 만한 사람은 아니 었다.
간단히 칼날을 피한 그는 뻗은 손에 힘을 넣었다.
“으싸!!”
벽이 무너지며 그의 손에 한 남 자가 끌려 나왔다.
게르가였다.
낭패한 표정의 그가 바닥을 구르 자 요한은 그를 가볍게 걷어차 버 렸다.
“뭐,뭐냐!?”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이다.”
약과 음식이 있어야 할 통이나 상자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그저 표면을 덮고 있을 뿐.
안쪽에는 합금을 만들기 위한 광 석이나 괴들이 잔뜩 있었다.
“이거 참. 빈민들에게 전달되어 야 할 약과 음식은 어디 가고 왜 이상한 재료들만 있을까?”
웃으며 물었지만 답은 보이고 있 었다.
가건물의 바닥에 지하로 연결되 는 입구가 있었다.
“빌어먹을!! 요한!! 네놈이 왜!?”
“말투를 들어보니 필로틴 제국 놈들인 것 같군.”
상자를 내리던 괴한들은 요한을 향해 단검을 던졌다.
그 단검을 오러 블레이드로 튕겨 낸 요한은 활짝 웃었다.
“너희. 흑왕 떨거지들이구나?”
“빌어먹을!!”
단번에 자신들의 정체를 알아낸 요한에게.
그들은 이를 갈며 달려들었다.
그런 그들을 마주하며 요한은 더 더욱 짙게 웃었다.
* * *전투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 다.
어렵지 않게 흑의인들을 모두 제 압한 요한은 구경 나온 거지들에게 말했다.
“쇠사슬 산다. 한 줄에 십 골드.”
“제가 있습니다!!”
쇠사슬 한 줄에 십 골드면 엄청 나게 비싼 가격이다.
거지들은 황급히 날뛰며 챙겨 둔 쇠사슬을 가지고 나왔다.
그중 가장 튼튼한 쇠사슬로 흑의 인들을 묶어 놓은 요한은 빈민가의 거지들에게 말했다.
“얘들 감시 잘해. 한 놈이라도 없어진다. 그러면……요한의 손에서 오러 블레이드가 피어올랐다.
그것을 본 거지들의 안색은 파리 해졌다.
"바그너 백작가의 이름을 걸고 빈민가. 전부 쓸어버릴 테니까.”
“히 익!”
“아,알겠습니다!!”
경고를 하고 요한은 느긋한 걸음 으로 지하로 내려갔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시끄러운 소 리가 들리고 있었다.
"오호.”
철창살이 입구를 막고 있었다.
도망치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것 처럼 보인다.
꽤나 두꺼운 철창살을 오러 블레 이드로 잘라버리고.
요한은 유유히 안으로 들어가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실종되었다는 사람들이 이곳에서 일하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금을 녹이고.
다른 금속을 녹여 합금을 만들 고.
주물을 통해 금화를 찍어내고 있 었다.
"네놈은 누구냐!”
“요한 바그너다.”
“……요한!? 요한이 왜 여기!?”
“그건 너희가 알 바 아니고. 어 디 보자……발에 사슬을 차고 있는 이들을 감시하던 흑의인들이 무기를 뽑아 들었다.
수는 약 서른 정도.
개중에는 익스퍼트뿐만 아니라 마스터도 있었다.
“요한 바그너. 너의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있다.”
“나도 너 들어 본 적 있어. 흑왕 문댄서의 떨거지 중에 좀 강하다 며? 라이네스 카이론.”
“뭐?”
자신의 이름을 요한이 알 줄은 몰랐다.
당황한 그가 반응하기 전.
요한은 다짜고짜 오러 블레이드 를 휘둘렀다.
갑작스러운 공격이지만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요한의 공격은 그것이 끝 이 아니었다.
“윽,자,잠깐. 거래를……“뭔 거래야.
힘에서 밀린 라이네스가 비틀거 린 순간,요한은 미스릴 검을 휘둘 렸다.
-서걱!
두번째 공격은 막을 수 없었다.
몸을 갈라버리려는 공격을 그는간신히 피했다.
하지만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었 다.
"크악!”
검격에 제대로 맞은 오른팔이 뚝 떨어져버렸다.
그 고통에 라이네스가 신음하기 도 전에 요한은 입꼬리를 비틀며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단 일격.
일격에 라이네스의 목이 갈라졌 다.
그가 목을 부여잡고 털썩 쓰러지 자 요한은 질린 이들을 둘러보았 다.
“문댄서의 떨거지들 중에 살려둘 놈은.”
“ ,,“이번 일에 로드만 왕국과 관련 된 자료,혹은 그것을 증언할 수 있는 놈뿐.”
천천히 움직여 철창살이 있는 곳 까지 간 요한은 근처에 있는 노역 자의 사슬을 잘랐다.
그 사슬로 철창살을 묶고 그는 히죽 웃었다.
“살고 싶으면 죽기 전에 알아서항복해라.”
말이 끝난 순간.
흑왕 문댄서의 부하들은 붉은 오 러 블레이드를 휘두르는 악마를 보 고 말았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