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권 5화
180. 너희 좀 늦었다 (1).
윌카스트 백작과 마고 후작은 복 귀하지만 요한은 남아야 했다.
마땅히 머물 곳이 없는 요한에게 마고 후작은 저택을 넘겼다.
“저택 부수지 마라.”
“에아 제가 무슨 항상 사건과 사고만 몰고 다니는 사람도 아니 고.”
지금까지 요한이 저지른 사건사 고가 몇 건인가.
마고 후작은 요한을 빤히 보다가 마차에 올랐다.
윌카스트 백작도 요한을 한번 안 아 주고 말했다.
“여기 저택 비싸단다.”
"압니다.”
저택 자체도 비싸지만 이곳의 땅 값도 보통이 아니다.
이 저택을 구매하고자 하는 귀족 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요한이 괜히 사고 쳤다가 배상할 것만 생각하면 윌카스트 백작은 위 가 지끈거렸다.
“난 널 믿는다.”
“예. 믿으셔도 됩니다.”
“그래…… 빌헬미나. 잘 부탁드 리겠습니다.”
빌헬미나에게도 당부를 한 윌카 스트 백작도 마차에 올랐다.
그들을 호위하는 메이가 타이론 기사단과 함께 떠나자.
요한은 몸을 돌렸다.
“요한? 오늘 저녁에 뭘 먹고 싶 니?”
“할머니가 만드신 거라면 뭐든 좋아요. 전 그럼 훈련을 해야 하니……“후후. 그래.”
언제든,어디에 있든.
특별한 일이 없다면 요한의 습관 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많이 먹고 많이 훈련을 해야 한 다.
‘레이몬이 엘릭서를 더 빨리 만 들어준다고 했으니…… 몸을 더 만 들어야 해.’
여섯 번째 코어가 만들어지며 생 길 반동은 보통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미리미리 준비해야 했다.
‘반년 안이라……반년 안에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중 가장 큰 일이 바로 로만 후 작과의 싸움.
틈틈이 도둑 길드로부터 받는 보 고에 의하면 전쟁은 올해 안에 끝 날 것처럼 보였다.
당연히 승리는 로만 후작 측.
전후처리와 더불어 승리 보상금, 그리고 배상금까지 받는다면.
그것을 이용해서 로만 후작은 바 그너 영지를 공격할 가능성이 컸다.
‘나도 좀 아슬아슬하다는 거지.’
레이몬이 엘릭서를 올겨울이나 봄까지 만들어 가지고 온다면.
로만 후작과의 전쟁은 꽤 쉬워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늦어진다면 요한 도 꽤나 각오를 해야 했다.
‘각오는 원래 했었던 것이니……요한은 천천히 검을 잡고 들어 올렸다.
“훈련이나 하자.”
* * *요한이 수도에서 훈련을 하며 시 간을 보낸 지 며칠이 지났다.
그동안 요한도.
그리고 치안통제국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먼저 움직인 것은 요 한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신전 앞에서 기다리던 하이마스 는 활짝 웃었다.
그는 요한이 진짜로 오자 양팔을 벌리며 반겼다.
"바론님께서 요한 공자께 축복을 내리시길 빌겠습니다.”
“하하. 주일에 이렇게 빈민의 구 제와 치료를 위해 나서시는 주교님 께 더 축복이 있어야지요. 그런 데……요한은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신전 앞에는 꽤나 많은 수레들이 있었다.
수레 위는 음식과 물,약이 들어 있는 상자와 나무통으로 가득 채워 져 있었다.
“저건 뭡니까?”
“빈민 구제는 빈손으로 할 수 있 는 일이 아니지요.”
아무리 좋은 설교를 하고,교리 를 전파해도.
배고픈 이들에게는 죽 한 그릇이 더 중요하다.
그러니 먼저 해야 할 일은 굶주 리고 병든 이들을 돌보는 것이다.
바론의 뜻을 널리 퍼트리는 것만 큼,그들의 삶을 챙기는 것이 중요 하다.
“전 주교께서도 이 일을 하셨지요.”
“아…… 그랬군요. 그래서 저 건……?”
“신도분들의 지원입니다.”
“그래요?”
요한은 슬쩍 수레들을 살폈다.
수레들에는 귀족,그리고 상인들 의 문장이 찍혀있었다.
바론교와의 친분을 알리고 자신 이 자비를 베풀 줄 안다는 것을 보 여주는 일종의 광고였다.
“이거 참. 바그너 백작가도 참가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군요.”
“이미 며칠 전 윌카스트 백작님 께서 후원금을 주시고 가셨습니다.”
"그렇군요.”
‘하긴 아버지가 이런 일에 가만 히 계실 분은 아니지.’
아마 프란츠까지 만나고,교관들 에게도 식사 대접을 겸한 뇌물을줬 을지도 모른다.
요한은 빙긋 웃으며 다가오는 사 람들을 보았다.
수레를 이끌고 힘든 일을 도와주 기 위한 이들로 보였다.
“그럼 여러분. 기도합시다. 저희 를 기다리고 있는 불쌍하고 안타까 운 이들을 위해 기도하여 그들이 평안 할 수 있도록 기원합시다.”
하이마스가 수녀들을 모아 기도 를 시작했다.
한걸음 뒤로 물러난 요한이 생각 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
가장 큰 수레를 맡고 있던 남자 가 그에게 다가갔다.
“아이고.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요한 공자님. 저는 헬도위 남작의 집사인 게르가라고 합니다요. 잘 부탁드립니다.”
“게르가라……자신에게 인사한 중년 남성을 요 한은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 게르가는 의아해했 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요?”
“아니. 그런 건 아닌데. 하하. 반 갑구만.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 탔어.”
“하하. 저도 요한 공자님을 직접 될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를 시작으로 다른 이들이 요한 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들의 인사를 받아 준 요한은 기도를 끝낸 하이마스에게 다가가 물었다.
“헬도위 남작가가 지원을 많이 합니까?”
“아. 예. 전대 주교께서 계실 때 부터 꾸준히 지원을 했었지요.”
“이름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남작가가 다른 나라의 수도에 머무 르고…… 또 이렇게 기부를 한다 라.”
“그런 귀족들은 꽤 많이 있지 않 습니까?”
변경 쪽에 영지를 가진 귀족들 중에는 영지를 넘기고 다른 나라의 귀족이 되려는 이들이 있다.
물론 진짜로 그렇게 한다기보다 는.
그런 식으로 자신의 입지를 왕국 에 알리는 것이다.
헬도위 남작가도 그런 남작가 중 하나다. 라는 것이 하이마스의 설 명이었다.
“흐음……“왜 그러십니까?”
“아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자. 나귀에 오르시지요.”
하이마스가 탈 나귀의 고삐를 요 한은 웃으며 잡았다.
그의 행동에 하이마스는 깜짝 놀 탔다.
백작가의 공자가,그것도 마스터 인 요한이 스스로 종자 노릇을 하 려는 것이다.
“어허? 공자님. 그러실 필요 없 습니다.”
“대자 된 자로서 대부께 뭐 해드 릴 것은 없고. 이런 일이라도 해야 지요. 괜찮습니다.”
하이마스는 요한을 향해 미안하 다는 듯 살짝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공자께서는……“비록 제가 바론교의 성기사가 될 수는 없지만. 대부님을 위한 종 자 정도는 되어드릴 수 있습니다.”
난감해하던 하이마스는 결국 그 의 배려를 받았다.
그를 태운 나귀가 이동하자 뒤따 라 수레들도 움직였다.
힐끔 고개를 돌린 요한은 수레를 이끄는 이들을 보며 씩 웃었다.
‘이야. 여기서 아는 얼굴을 만나 게 될 줄은 몰랐네.’
가장 큰 수레를 이끄는 이들과 함께 하는 자.
요한은 게르가를 보고 확신했다.
이번 위조 금화 사건이 빈민가에 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이유는 간단했다.
회귀 전의 위조 금화 사건.
그것은 로만 후작이 해결했었다.
그때 그 죄로 손목이 잘린 남자 가 노예가 되었고 요한과 함께 일 했었다.
그가 바로 헬도위 남작가의 집사 인 게르가였다.
‘그리고 그의 진짜 정체는……요한은 씩 웃으며 게르가를 향해 이를 드러냈다.
‘흑왕 문댄서의 떨거지였지.’
* * *빈민가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중 천에 떴을 때쯤이었다.
빈민가가 보이기 시작하자 몇몇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렸다.
코를 찌르는 지독한 악취 때문이 었다.
“요한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정말 귀족이라면 절대로 오지 못 할 만한 곳이다.
캐슬 오브 로디악에서 벗어나 반 나절 정도 떨어졌을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생활 수준이 차이 가 난다.
어느새 요한의 옆으로 간 게르가 는 웃으며 빈민가를 가리켰다.
"이런 악취는 처음이시지요?”
« O ,,f.......
사실 많이 봤다.
네 번째 전조가 시작되고.
차원수들이 날뛰며 마왕이 등장 하게 되며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그 가운데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이 향기 따위를 신경 쓰겠 나?
귀족이든 평민이든.
공평하게 그들은 생존에만 집중 할 뿐이었다.
그때와 비교한다면 지금의 악취?
웃으며 받아들일 정도다.
“못 참을 정도는 아니네.”
“어…… 그,그러십니까?”
“왜?”
“아뇨. 빈민가 쪽에는 냄새가 덜 나는 곳이 있으니까. 그쪽을 추천 드리려고 합니다.”
‘이놈 보소?’
겉으로만 보면 순수하게 배려하 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게르가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요한으로서는 순수하게 받아 들일 수 없었다.
‘내가 엄한 곳에 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겠지?’
요한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 다.
“그게 낫겠군.”
“제가 잘 안내하겠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빈민가의 목책이 열렸다.
안에는 빈민가를 통제하고 있는 병사들이 있었다.
그들의 안내를 받으며 빈민가의 거리를 지나고 있을 때.
몇몇 거지들이 수녀들을 음흉한 눈으로 보며 입술을 할았다.
“저 저!”
“눈 돌리지 못해!?”
거지들을 향해 병사들이 버럭 소 리를 질렀다.
할렘가도 그렇지만 빈민가도 그 리 올 만한 곳은 아니다.
특히나 수녀들 같은 사람들은 더 욱더.
그렇기에 말리고 싶었지만 어쩌 겠나.
하이마스는 사제가 되었을 때부 터 빈민과 고아,굶주린 이들을 돌 보기로 바론에게 맹세했다.
그 맹세를 함께한 수녀들이다.
그러니 그를 따를 수밖에.
병사들이 거지들을 윽박지르자 수녀 중 하나가 웃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사람인 이상 저럴 수밖에요.”
“하지만 수녀님. 불미스러운 일 이라도 생겼다간……“바론님께서 저희들을 지켜주실 것입니다.”
“ -O 으仁! .....•”
수녀들의 말에 병사들은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하이마스와 수녀,수레가 지나가고 마지막으로 요한이 뒤를 따랐다.
그를 본 병사들은 당황했다.
“혹시 요한 공자님 아니십니까?”
“맞아.”
“요한 공자님께서 여기에!? 무슨 일이십니까!?”
“대부님께서 바론님의 은총을 베 풀러 다니시는데. 대자로서 한 번 이라도 모셔야지.”
“어휴. 공자님께서 함께 계시니 걱정이 줄겠습니다.”
"왜?”
요한이 웃으며 묻자 병사는 주위 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사실 요 근래 빈민가에서 이상 한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상한 일이라…… 무슨 일?”
“밤중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또 사람들이 실종되고……“그런 건 흔한 일 아닌가?”
그의 질문에 병사는 고개를 저었 다.
단순히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는 어려웠다.
“빈민가에서 살인사건이 꽤 일어 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체는 발견 됩니다. 하지만 시체도 없고……“그래?”
“예. 외부인이 실종되는 일은 없 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알겠다. 어쨌든 여기 있는 동안 주교님과 수녀님들의 호위는 좀 부 탁하지.”
그 정도는 원래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병사들은 대수롭지 않 아 했다.
빈민가의 목책 문이 닫히고.
수레들이 완전히 빈민가 안으로 들어왔다.
하이마스가 이끄는 이들이 빈민 가의 중앙에 도착했을 때.
이미 그들을 반기는 빈민들이 꽤 나 나와 있었다.
“아이고! 주교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음식과 약을 원하는 이들이 간절 히 외치고 있었다.
그들을 안타깝다는 듯 바라보던 하이마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럼 평소 하던 대로. 일단 한바퀴 돌도록 합시다. 저는 수녀들 과 함께 중앙에 있을 테니……“예. 다녀오겠습니다.”
수레의 절반은 이곳에 남는다.
그리고 빈민가에서 움직이지 못 하는 이들을 위해 식량을 나눠주러 따라온 이들이 움직인다.
하이마스의 요청에 각 귀족가, 상단에서 온 이들이 나설 준비를 하자 요한은 힐끔 게르가를 보았다.
게르가는 헬도위 남작가의 수레 를 꽉 잡고 있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