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권 25화
175. 내기할까? (4).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파보는 책상을 내려치며 소리쳤 다.
하지만 그의 외침에도 요원들은 답할 수 없었다.
“요한을 미행 갔던 놈들이 전부 연락 두절이다.”
부들부들 떨며 그가 말하자 요원 들은 머뭇거렸다.
“혹시 요한 공자에게 당한 것이아닐까 싶습니다.”
“……요한을 찾아보도록.”
미행을 보내놨더니 실종이 되다 니.
어이없어하던 그는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때 였다.
“구,국장님!”
“뭐야!?”
“이것을 봐주십시오!”
요원은 다급히 주머니를 내밀었 다.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요원들 의 인식표였다.
한둘이 아니다.
열 개나 되는 인식표를 본 파보 는 까득 이를 갈았다.
“할렘가의 소매치기 놈이 가져온 것입니다.”
“뭐?”
혹시 소매치기가 훔쳤나?
하지만 고작해야 소매치기에게 당하기에는 요원들이 너무 강했다.
가장 약하다고 해도 유저 수준이 다.
그리고 요원 중에는 마법사도 있 었다.
그런 이들이 고작 소매치기 따위 에게 당할 리 없잖은가.
“잠깐만. 가져왔다고?”
치안통제국에서는 체포 업무도 한다.
그런데 소매치기가 뭐 때문에 이 것을 가지고 온 것일까.
“그놈을 데리고 와!!”
잠시 후 간사하게 생긴 남자가 들어왔다.
잔뜩 주눅 들어 있던 그는 파보를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아이고 나으리.”
“이게 어디서 났지?”
“그,그게…… 요한 공자님께서 저에게 심부름을 시키셨습니다.”
"요한이? 왜?”
“이걸 전해주면 천 골드를 준다 고 해서……요한 같은 귀족에게는 푼돈이지 만.
할렘가에서 천 골드는 큰돈이다.
그렇기에 이 소매치기는 위험을 무릅쓰고 여기까지 온 것이었다.
“이걸 요한이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나?”
“모,모르겠습니다.”
“……알았다.”
파보는 이를 갈았다.
요한이 이것을 보낸 이유가 무엇 일까?
“아,그. 그리고.”
“뭐냐?”
“그게…… 저,전언이 있는템쇼.”
요한도 피에 미친 살인귀가 아니 니.
요원들의 목숨을 끊을 리는 없을 것이다.
일단 목숨은 살려야 할 것 아닌 가.
그는 힘없이 소매치기를 보았다.
“말해라.”
“그,공자님께서 이 전언을 알려 주고…… 그게.”
소매치기는 굉장히 부담스러워했 다.
말을 꺼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겁먹은 얼굴로 머뭇거리던 소매 치기는 조심스레 말했다.
“이,일만 골드를 받으라고……“이런 미친……!!”
그냥 전언 하나 전하는데 일만 골드라니.
파보는 어이없어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그의 목을 잡은 파보는 얼 음장같이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네놈이 죽고 싶은 것이냐?”
"하,하지만 그렇게 받지 못한다 면 저,전달하지 말라고 하셨습니 다.”
“네놈의 몸에 물어볼 수도 있다.”
w o o o......w두려워하던 소매치기는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는 목이 졸리는 상황에 서도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이놈을 데리고 가라.”
“전언을 듣지 않으실 생각이십니 까?”
“고문해서 알아둬라.”
“요,요한 공자님께서 말씀하셨 습니다!”
“뭐라고?”
“한 시간! 한 시간 안에 고,공자 님께서 계신 곳으로 오지 않으신다 면……••••••“무슨 일이 생겨도 모른다고 ,’
“빌어먹을 자식!!”
크게 발을 구르며 파보는 소매치 기를 노려보았다.
시간이 없다.
간단한 고문만이라면 십 분이면 끝난다.
하지만 저놈이 버틴다면?
한 시간은커녕 하루가 걸릴지도 몰랐다.
고민하던 파보는 결국 입을 열었 다.
“일만 골드라고 했나?”
“예에……파보는 바론 교단에서 인증해주 는 전표를 꺼냈다.
일만 골드짜리 전표를 그가 내밀 자 소매치기는 고개를 조아렸다.
“그,그럼 모시겠습니다.”
“모셔? 전언이라더니.”
“전언은…… 그게 요한 공자님이계신 곳으로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후. 가지. 얘들아. 무기 챙 겨라.”
요원들은 분노하며 무기를 챙겨 들었다.
무장한 일급 요원 서른 명.
그리고 이급 요원 서른 명.
거기에 국장인 파보까지.
칠십여 명의 요원들을 데리고 파 보는 소매치기를 따랐다.
그렇게 걸어 그가 도착한 곳은.
“……뭐냐. 여긴.”
“고,공자님!!”
바로 마고 후작의 저택이었다.
소매치기는 요한을 보고 빠르게 달려갔다.
“수고했다. 돈 받았냐?”
“예! 바,받았습니다요!”
“그래. 가라.”
말을 마친 소매치기가 떠났다.
그가 멀어지자 요한은 웃으며 말 했다.
“내가 보낸 선물은 잘 받으셨 나?”
“네놈H 우리 요원들을 어떻게 한 것이냐!”
“몰라. 내가 어떻게 알아.”
“뭐!?”
그를 노려보던 파보가 지팡이를 들어 올린 순社요한은 어깨를 으쓱였다.
“요원들의 인식표는 그냥 오다가 주웠을 뿐이야.”
“그렇다면 우리 요원들은 어디로 갔지!?”
“글쎄? 바론 님이라도 뵈러 간 것 아닌가 싶은데?”
“뭐라고!? 네놈이!!”
“에이〜 순수한 선의로 전해준 건데 왜 그러실까?”
누가 믿겠나.
파보는 무시무시한 눈으로 요한 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요한은 그저 심드렁할 뿐 이다.
“너 왜 눈 그렇게 뜨냐? 눈 안 깔지?”
“……원하는 게 뭐냐.”
“딱히 원하는 거 없는데?”
“네놈이 잡아간 우리 요원들을되돌려 놔라!! 되돌리지 않으면!”
“어쩔 건데?”
씩 웃은 요한은 미스릴 검을 뽑 았다.
그가 검을 뽑은 순간.
저택의 정원에 있던 타이론 기사 단이 나섰다.
기사들을 뒤에 둔 채 요한은 싱 긋 웃었다.
“치안통제국에서 마고 후작님도 치려는 건가?”
웃는 얼굴이지만,그 얼굴에 살 의는 잔뜩 담겨 있었다.
아예 작정하고 자신들을 이곳으 로 부른 것이다.
파보는 까득 이를 갈았다.
“앞으로 요원들. 길 다닐 때 조 심하라고 해둬. 요새 세상이 참 위 험하잖아. 안 그러냐? 얘들아!?”
“그렇긴 하지요.”
“가뜩이나 욕먹는 치안통제국인 데 말입니다.”
북방의 검은 요새에 다녀온 이 후.
타이론 기사단은 요한을 꽤나 좋 아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요한의 힘이 되어주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타이론 기사단과 요한.
싸워보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장소가 좋지 않았다.
“네놈이 언제까지 그렇게 오만방 자할 수 있을지 두고 보겠다.”
“그거 보는 사람들 많으니까 같 이 봐라.”
협박에 가까운 경고에도 요한은 그저 즐거워할 뿐이었다.
그리고 한마디.
경고를 되돌렸다.
“그리고 두고 보는 동안 치안통 제국 요원의 절반은 바론 님 만나 러 가겠네.”
“……역시 네놈이구나! 네놈이 우리 요원들을 습격했지!?”
“뭐,네 말대로 내가 그랬다고 치자.”
요한은 한걸음 성큼 걸어나갔다.
그리고 다시 한걸음.
또다시 한걸음.
요원들을 앞에 두고도 요한은 전 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저.
요원들을 사냥감으로라도 생각한 다는 듯 같잖아할 뿐.
그 시선에 파보가 분통을 터트렸 을 때.
요한은 어느새 그의 앞까지 다가 와 있었다.
“내가 그랬다고 치더라도…… 네 가 뭘 할 수 있는데?”
요한은 마스터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치안통제국에 는 마스터가 없었다.
만약 요한이 따로 떨어져 있는 치안통제국 요원들을 하나하나 습 격한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
치안통제국 자체의 힘으로 요한 을 잡으려면 요원들이 한데 뭉쳐 있어야 했다.
‘빌어먹을 자식.’
하지만 그리된다면 치안통제국의 움직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요한을 방해하는 것은 둘째치고 위조 금화 사건을 조사할 수조차도 없었다.
“다른 마스터에게 도와달라고 청 해보렴. 수도에 마스터가 누가 있 더라……?”
느긋하게 말한 요한은 손가락을 튕겼다.
마치 지금 깨달았다는 둣.
하지만 실상은 놀리는 것에 가까 웠다.
“아. 로디악 기사단의 단장과 부 단장이 마스터였구나?”
하지만 이미 치안통제국과 로디 악 기사단은 적대관계나 다름없었 다.
그들에게 협조를 요청한다?
그것도 요한을 치기 위해서?
거절은커녕 오히려 요한과 손을 잡을지도 몰랐다.
“다른 마스터들 잘 포섭해보렴. 뭐 너희들과 손을 잡아 줄 마스터 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빙글 몸을 돌린 요한은 저택으로 향했다.
그가 들어가는 것을 보며 파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지금 요한은……케리만을 죽이고.
수도에서 실종된 사람들을 구했 다.
그것만으로도 요한을 좋게 보는 사람들은 많았다.
요한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요한과 적대적인 위치에 있는 이 들을 포섭해야 했다.
‘일단은 상아탑.’
요한이 죽인 아리오스.
그리고 눈앞에 있는 파보.
둘은 상아탑 소속이다.
당연히 상아탑에 지원 요청을 했 을 것이다.
그리고 남은 것은?
지금 로드만 왕국에서 익히 알려 져 있는 사실을 떠올려야 했다.
파보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요한 을 노려볼 수 있었다.
“천하십강을 앞에 두고도 네놈이 그렇게 잘난 체할 수 있을까?”
저택으로 들어가려던 요한의 발 걸음이 멈췄다.
뒤돌아 서 있던 요한은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 다.
“오. 로만 후작에게도 요청을 하 시겠다?”
“너와 로만 후작의 사이는 좋지 않지. 만약 치안통제국이 그를 돕 는다고 한다면.”
그럼 로만 후작이 마스터를 보내 줄지도 몰랐다.
어쩌면 천왕 카이로를 보내줄 수 도 있었다.
로만 후작 역시 요한을 죽이고 싶을 테니 말이다.
“그래. 가능하다면 해보렴. 아니, 꼭 해라. 부탁할테니까.”
도발하듯 그를 비웃으며 요한은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마고 후작의 저택으로 들어 간 이상 건드릴 수는 없었다.
결국 파보는 분통을 터트리며 돌 아갔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힐끔 보며 요한은 주먹을 쥐었다.
‘여기서 로만 후작과 카이로가 와준다면 무척이나 감사한 상황인 데……이것만큼은 요한도 확신할 수 없 었다.
그냥 얌전히 기다리는 수밖에.
“공자님.”
“응?”
“치안통제국이 저렇게 나오는데. 저희가 공자님의 호위를 맡는 것이 낫지 않나 싶습니다.”
“아냐. 그럴 필요 없어. 마고 후 작님만 호위해서 돌아갈 준비나 해.”
“하지만 파보 백작은 상아탑에 소속되어 있는 마법사입니다. 혹시 라도 상아탑에서 지원을 온다 면……그럼 요한도 힘들 것이다.
걱정하는 메이에게 요한은 씩 웃 었다.
“상아탑의 지원? 하고 싶으면 마 음대로 하라고 그래.”
여유롭게 요한이 말했을 때.
마고 후작의 저택의 정원으로 검 은 로브를 입은 이들이 들어왔다.
상아색 지팡이를 들고 있는 세 명의 마법사.
그들 중 선두에 선 노인을 본 요 한은 반가워했다.
“이야. 이거 오래간만입니다?”
노인은 로브의 후드를 벗었다.
그리고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그래. 오래간만이구나. 예전에봤을 때는 그렇게 뻔뻔한 면상이 아니었는데.”
노인을 본 타이론 기사단의 기사 들은 놀랐다.
“처,천하십강 암왕 레이몬 님!”
파보가 상아탑에 지원 요청을 했 을 것이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설마 암왕이 직접 올 줄 이야.
놀란 그들이 무기를 잡으려는 순 간 요한은 손을 들었다.
“마침 잘 오셨군요. 안 그래도 거래물품이 있었는데.”
요한이 말하자 암왕의 뒤에 있던 마법사는 눈살을 찌푸렸다.
"거래? 우리는 파보의 요청을 받 고……“난 지금 암왕과 이야기를 나누 고 있다. 뉘신지도 모를 마법사는 찌그러져 있지그래?”
“뭐!?”
발끈한 마법사가 지팡이를 들려 고 하자.
레이몬은 희미하게 웃었다.
“역시 네 녀석은 얕볼 수 없는 놈이다.”
“감사합니다. 그럼 얘기해볼까 요?”
요한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사베 트의 연구자료를 꺼냈다.
“이거 필요해서 오셨습니까?”
자료를 본 레이몬의 입가에 미소 가 걸렸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