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권 17화
167. 오. 자신 있나 봐? (1).
“어......?”
막대한 적의와 악의만을 지닌.
이 세상의 그 어떤 몬스터보다
강한 개였다.
그 개가 요한의 한마디에 꼬리를 말았다.
알 수 없는 신음을 낸 개의 모습이 이상해졌다.
아까까지만 해도 모든 증오와 분 노,악의를 드러내던 개였다.
하지만 요한을 마주한 것만으로.
마치 두려움이라도 느껴버린 듯.
그대로 흉측한 머리를 돌려 도망 쳐버렸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천천히 차원의 틈이 닫히고,금 이 간 수정구가 완전히 박살 나자 요한은 웃으며 몸을 돌렸다.
“자. 그럼 돌아가 볼까?”
“희!?”
“뭘 그리 놀래.”
“너…… 너 뭐…… 뭐야.”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마주한 에 밀리는 덜덜 떨었다.
요한에게서는 아까의 그 개와 같 은 위압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그걸 떠나 요한에게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욱 두려웠다.
“뭐냐니. 내 이름 몰라?”
"그,그런 의미가 아니잖아!!”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 개가 도 망가버린 것인가.
아니, 그 개는 도대체 무엇인가.
뭐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것인 가.
묻고 싶은 것은 많지만 입 밖으 로 나오는 것은 없었다.
"사람은 말야.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마주하면 맞서거나 외면하지.”
터벅터벅 걸어온 요한은 미스릴 검을 들었다.
그가 자신을 내려다보며 검을 들 어 올리자 에밀리는 저항할 생각조 차 하지 못했다.
그저 멍하니 요한을 올려다볼연구실의 벽에 붙어 있는 발광석 에서 뿜어진 빛이 순백의 검에 비 쳤다.
그 날카로운 날이 번뜩인 것을 본 에밀리는 눈을 질끈 감았다.
-철컹!
오러가 담긴 미스릴 검이 에밀리 를 구속하고 있던 사슬을 잘라버렸 다.
마력이 담겨 일반 사슬보다 훨씬 단단한 사슬이다.
그것이 잘리자 에밀리는 당황했 다.
“왜……r“왜는 뭘 왜야. 내가 여기 왜 왔 다고 생각하는 건데?”
요한이 자신을 죽여 아까의 일을 숨기려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가 자신을 구해주자 에 밀리는 그저 얼떨떨할 뿐이었다.
“예만 원장님이나 깨워.”
“아…… 으…… 예.”
머뭇거리던 에밀리는 자신도 모 르게 존대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반말을 하던 사이에 격차가 생긴 것이다.
그녀를 향해 한차례 웃음을 터트 린 요한은 휙 몸을 돌렸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평소대 로 가자고.”
“그,그렇지만.”
“딱히 숨길 생각도 없었던 일이 니까.”
“그럼…… 마,말해도 되는 겁니 까?”
“하고 싶으면 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요한 은 연구실 내에 있는 다른 문들을 부줬다.
안쪽에 있는 시체들.
그리고 넋이 나간 사람들.
잠들어 있는 사람들.
모두 실종신고가 된 사람들이었 다.
실종된 모든 사람을 발견한 것은 아니었다.
요한이 발견한 것은 삼십여 명 정도.
그중에서도 살아있는 사람은 스 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흑...... 으으으...... 흐아아앙……실종되었던 소녀가 힘없이 흐느 끼기 시작했다.
그 소녀의 등을 토닥여주며 요한 은 차분히 말했다.
“다 끝났다. 이제 집에 갈 시간 이다. 너의 부모가 널 기다리고 있 으니 걱정 마라.”
“으아아아앙!!”
빼빼 마른 소녀는 요한의 품에 안긴 채 엉엉 울었다.
아이의 울음 때문일까?
넋이 나가 있던 사람들도 구해졌 다는 안도감에 울부짖었다.
그렇게 연구실 내부에 울음이 퍼 져나갔다.
그때.
연구실과 바깥을 잇는 복도 쪽에 서 인기척이 들렸다.
“마침 잘됐네.”
슬쩍 고개를 돌린 요한은 자리에 서 일어났다.
구원받은 사람들은 두려워하며 요한의 뒤로 이동했다.
그 사이 예만을 챙겨 나온 에밀 리는 머뭇거리며 요한의 곁으로 향 했다.
“저,요한 공자.”
“뭐.”
“이번 일에 대한 자세한 설명 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해줄 수는 있는데 지금은 좀 힘 들 것 같다.”
통로를 통해 들어 온 것은 검은 제복을 자들이었다.
그들을 본 에밀리는 안도의 한숨 을 내쉬었다.
저 제복.
아는 제복이었다.
“치안통제국의 요원들입니다.”
"그래?”
“예. 요한 공자께서 저들에게 지 원을 요청하셨습니까?”
“아니.”
“……예?”
“난 재들한테 여기에 대해서는 알리지 않았어.”
그의 말이 끝났을 때 들어온 요 원들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잠시 후 안으로 들어온 것은 아 리오스 백작이었다.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인상을 찌 푸렸다.
“치안통제 부국장. 여긴 어떻게 오신 겁니까?”
"어떻게 오긴. 우리 치안통제국 에서도 여기를 의심하고 있었지.”
"그런데 왜……?”
“이 사람아. 상황을 봐가면서 움 직여야 했을 것 아닌가. 적당히 때 를 맞춰서 우리가 나서려고 했는 데……그는 슬쩍 요한에게 시선을 보내 고 인상을 찌푸렸다.
“어느 망나니가 멋대로 나선 탓 에 치안통제국에서 준비한 것이 모 두 무너져내렸지.”
“그 어느 망나니가 날 말하는 건 가?”
아리오스는 대답하는 대신 손을 들었다.
그의 신호에 따라 치안통제국의 요원이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요한은 가볍게 미스릴 검 을 휘두를 뿐이었다.
-카가가가각!!!
바닥이 파이며 미스릴 검이 선을 만들었다.
그 선은 요원들과 요한의 사이를 정확히 가르고 있었다.
“뭐하는 짓이지?”
“내가 묻고 싶은 짓인데. 댁들이 여기를 노리고 있었든 말든 여길 찾고,또 범인을 잡은 건 나다.”
요한은 천천히 미스릴 검을 겨눴 다.
치안통제국의 요원들을 앞에 두 고도.
요한은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저 냉담한 반응만을 보일 뿐.
“여긴 내 거다. 그 선 넘는 놈 를.”
내밀어 진 검이 당겨졌다.
그 검에 붉은 오러가 피어오르자 아리오스 백작은 지팡이를 잡았다.
“죽는다.”
요한은 꽤나 진심이었다.
기껏 일 다 해놨더니 엄한 놈들 이 와서 날로 먹으려 하고 있었다.
그것을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었 다.
“경고라도 해주는 것을 감사히 여기도록 해.”
“하. 이거 고마워서 눈물이 나겠 군.”
“그런데 밖에 있던 놈들은 어디갔냐?”
요한의 질문에도 아리오스는 대 답하지 않았다.
그저 비릿하게만 웃을 뿐이었다.
그는 천천히 연구실 내부를 둘러 보았다.
꽤나 많은 자료들.
그리고 재료들과 마법진의 흔적 들.
그것들을 훑어보던 아리오스는 지팡이를 내렸다.
“이곳에 있는 모든 것은 로드만 왕국의 치안관리국에 귀속된다.”
“누구 마음대로?”
“왕국법에 따라서. 왕국에 죄를 범한 자가 가진 모든 물품은 그 왕 국에 속한다.”
요한은 목에 걸려 있는 모험가의 증표를 보였다.
그것을 본 아리오스의 표정이 굳 었다.
“모험가가 던전을 탐험하고 그곳 을 먼저 발견한 이상 왕국법은 통 하지 않아.”
“네놈은 로드만 왕국의 귀족이 다!!”
“모험가이기도 하지.”
요한은 씩 웃으며 당당히 그들을 마주했다.
그를 이글거리는 눈으로 보던 아 리오스는 획 에밀리에게 눈을 돌렸 다.
“에밀리 부단장!! 자네는 어쩔 생각인가! 계속 거기에 있을 것인 가!?”
최악의 경우 요한과 싸울 수도 있다.
그런 경우에 에밀리라면 큰 도움 이 될 것이다.
“이곳은 왕국이 가져야 하는 곳 이다!! 자네가 로드만 왕가를 따르 는 귀족이라면 이쪽으로 와라!!”
거친 외침에 에밀리는 요한을 보 았다.
하지만 요한은 그녀에게는 신경 도 쓰지 않고 있었다.
로디악 기사단의 부단장.
그리고 로드만 왕국의 중앙 귀 족.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아리오스의 요청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이곳은 차원의 금기를 연구하고, 어느 정도 실현을 시킨 자의 연구 실이다.
이 자료들을 상아탑에 넘긴다면 상아탑에서는 로드만 왕국에 막대 한 보상을 해 줄 것이다.
하지만 도의를 따르자면 요한의 옆에 있는 것이 맞았다.
자신을 구해줬다.
그리고 저 뒤에 있는 이들을 구 해줬다.
아니,그것뿐인가?
‘만약 요한 공자가 없었다면아까의 그 개가 세상에 나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개는 분명 캐슬 오브 로디 악을.
아니,더 나아간다면 로드만 왕 국 전체를 먹어치웠을지도 모른다.
그런 위험을 막아준 사람을 버린 다?
그래서는 안 된다.
신의를 버려서는 더 이상 기사라 할 수 없었다.
"요한 공자.”
“왜.”
심드렁한 반응에 갈등은 순식간 에 끝을 맺었다.
아무리 그녀가 로디악 기사단의 부단장이라고 할지라도.
아무리 그녀가 중앙 귀족이라고 할지라도.
신의를 어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 했다.
그렇기에 그녀는 오러 블레이드 를 피워 올리며 요한의 옆에 섰다.
이해할 수 없는 존재와 힘을 합 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옳다
고 그녀는 판단했다.
“도와…… 주지.”
존대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여졌지만.
그녀는 전에 하던 대로 평대를 써 버 렸다.
혹시나 요한이 기분 나빠하지 않 을까 걱정된 그녀가 힐끔거렸지만.
요한은 그것은 신경도 쓰지 않는 듯싶었다.
익스퍼트와 마법사로 이루어진 치안통제국 요원들이 전투 준비를 시작했다.
그들이 포위를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요원 중 하나가 요한을 경계하며 선을 넘었다.
그 순간 요한은 바로 검을 음직 였다.
-서걱!!!
날카로운 일격은 요원의 목을 베 어 넘겼다.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한 그가 쓰러지자 요한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말했을 텐데. 선 넘으면 죽는다 고.
"네놈이 해버렸구나!!”
요한이 요원을 죽인 것이 더 기 쁜 듯싶었다.
아리오스는 크게 외치며 지팡이 를 들었다.
그의 지팡이에 빛이 모이는 것을 본 요한은 담담히 말했다.
“너희 안 무섭냐? 여기 마스터가 둘인데?”
“하하하…… 우리 치안통제국의 요원들을 얕보지 마라. 아무리 마 스터가 둘이라고 하지만.”
익스퍼트와 마법사가 이 정도로 있다.
그럼 요한과 에밀리를 잡는 정도 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 치안통제국 요원은 수가 많으면 더 강해지지. 합공을 얼마 나 연습했는데.”
“그래. 그런데 지금 나랑 싸운다 는 것은 내가 구한 사람들도 공격 하겠다는 건가?”
“뭐. 피해가 생길 수도 있겠지. 적당히 보상 정도는 해주겠다.”
아리오스의 대답을 들은 요한은 씩 웃고 검을 겨눴다.
요원들도 무기를 들거나 지팡이 를 들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 상황 속에서 에밀리는 이를 악물고 오러 블레이드를 뽑았다.
“아리오스 부국장!! 여기서 물러 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요한 공 자는……"요한이 천하십강 율경을 이겼다 는 정보는 있어. 하지만 요한. 네가 율경을 이긴 것은 결국 상성 덕분 아닌가?”
소드 댄싱을 익힌 요한이니 가능 했을 것이다.
그렇게 추정하는 아리오스를 향 해 에밀리는 당황했다.
그녀가 말리는 이유는 그것 때문 이 아니었다.
아까 그 무시무시한 개를 한마디 만으로 되돌려 보낸 요한이다.
그에게 무슨 힘이 있는지 모르는 이상 건드려서는 안된다.
그녀가 다급히 말하려고 할 때.
요한은 웃으며 검을 까딱였다.
“참. 이걸 충신이라 해야 할지 역적이라고 해야 할지.”
치안통제국을 제외하면 왕가의 힘은 수도방위군과 로디악 기사단.
그리고 성철쇄 기사단만이 남는 다.
가뜩이나 왕가가 귀족들에게 힘 에서 밀리는 판국에 왕가의 힘 하 나가 몰살되게 생겼다.
요한은 천천히 검을 들었다.
“그렇게 죽고 싶다는데 소원 들 어줘야지.”
이를 드러낸 그가 나서려는 순 社“이게 뭐하는 짓들이냐!!”
통로에서 거센 외침이 들렸다.
모두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나마스 왕자님? 왕자님께서 어째서……?”
로드만 왕국의 제 이왕자.
나마스 로드만이었다.
그는 치안통제국과 요한 일행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당장에라도 싸울 것 같은 그들을 노려보던 나마스는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요한. 어떻게 된 일이지?”
“수도의 실종사건을 일으킨 범인 을 제거하고 사람들을 구했지요.
그런데 치안통제국이 갑자기 와서 자기네가 먹겠다고 하더군요.”
그의 설명을 들은 나마스 로드만 은 아리오스를 힐끔 보았다.
그 시선에 아리오스는 황급히 답 했다.
“뭔가 오해가 있으신 듯싶습니 다.”
“오해는 무슨. 야. 어디 되도 않 는 사기를 치냐? 그 말 들은 게 지 금 몇 명인데.”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