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권 16화
166. 너 이거 틀렸다 (4).
“그럴 리 없다.”
“틀렸다니까 그러네.”
“그럴 리 없다. 네놈이 뭘 안다 는 것이냐.”
요한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두 권 의 책을 꺼냈다.
그것을 본 남자의 얼굴은 딱딱히 굳었다.
“그,그건.”
한 권은 천 마리 검은 염소를 쌓 는 방법.
그리고 다른 하나는 에드몬드의 연구일지 였다.
마법사라면 당연히 천 마리 검은 염소를 쌓는 방법에 집중해야 했다.
하지만 이 남자가 보고 있는 것 은 요한의 오른손에 들린 에드몬드 의 연구일지였다.
“에드몬드의 연구일지!! 네놈이 어째서 그걸 가지고 있나!”
“어째서겠냐? 내가 에드몬드를 잡았으니까 가지고 있는 거지.”
요한은 심드렁히 말한 후 근처에 있는 상자 위에 앉았다.
"네 연구 일지를 보니까 차원에 대해서는 꽤 조사를 한 모양인데. 시간에 관한 연구는 잘 되어 있지 않더라고.”
에드몬드는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사자부활을 써가며 연구했다.
그런 만큼 그의 연구는 상당히 깊이가 있었다.
그것에 비한다면 이 연구는 확실 히 깊이가 얕았다.
남자는 부들부들 떨며 요한에게 다가갔다.
그가 다가오는 것을 마주하던 요 한은 두 권의 책을 아공간 주머니 로 되돌렸다.
“나,나,난 그,그것을 원한다.”
“너…… 아니지. 우리 통성명이 나 하자고.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 지만 요한 바그너라고 한다.”
“사베트 반슈타인이다.”
그의 이름을 들은 순간 철창 안 에 갇혀 있던 에밀리는 기겁했다.
그녀도 아는 이름이었기 때문이 었다.
“사베트 반슈타인!? 최악의 연금술사!?”
자신의 실험을 위해서 수많은 사 람들을 실험재료로 썼다.
그 결과 연금술사 길드에서 추방 당한 연금술사다.
분명 연금술사 길드의 공격을 받 아 죽었다고 알려졌었다.
그런데 그가 살아있을 줄이야.
에밀리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동안 사베트는 천천히 후드를 벗었 다.
그는 전에 만났던 올드 원의 남 자와 마찬가지로 대머리에 흉측한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뭐,뭘 원하는가. 그 연구일지를 나에게 준다면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주겠다.”
“뭘 줄 수 있는데?”
“뭐든! 금을 원하나?”
그는 실험실의 구석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몇 가지 약품을 커다란 납덩이에 뿌렸다.
순간 납덩이에서 은은한 빛이 뿜 어지며 커다란 금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가 원하는 만큼의 금을 주겠 다.”
“장난하냐. 연금술로 만든 금에 무슨 가치가 있다고.”
"그렇다면 영원한 생명은 어떠 냐?”
“리치에는 관심 없다.”
“그렇다면…… 현자의 돌!! 현자 의 돌을 만들어주마!”
“가져와 봐.”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 그때 얘기하자고.”
요한의 대답에 사베트는 이를 갈 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
그는 탐욕을 눈에 담은 채 요한 을 노려보았다.
“굳이 위험한 선택을 하겠다면 어쩔 수 없지.”
“그래. 그렇게 나올 것 같더라.”
요한은 슬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였다.
구석에 있던 커다란 철 우리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여…… 여긴……?”
빛이 사라지자 나타난 것은 한 명의 노인이었다.
당혹스러워하던 그는 요한을 보 자마자 기겁했다.
“자,자네가 여기 왜 있는 건 가!?”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만. 호위 안 받으셨습니까?”
나타난 노인.
그는 바로 귀족원장인 예만이었 다.
철 우리에서 나온 그는 주변을 둘러보다 사베트를 보고 흠칫 놀랐 다.
“저, 저자는 뭔가!?”
심각하게 두려워하는 예만은 허 둥거리며 요한의 뒤로 달려왔다.
그를 방패막이 삼은 예만은 주변 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철창에 갇혀 있는 에밀리 도 발견하고 나서야 흠칫 놀랐다.
“에밀리!? 자네는 또 왜……?"
그제야 예만은 사태를 파악했다.
자신도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요,요한. 이게 도대체……“일단 저기 에밀리 쪽으로 가 계 십 시오.”
“알겠네!”
그는 다급히 에밀리가 있는 철창 으로 향했다.
철창을 열려고 했지만 두꺼운 자 물쇠 때문에 열 수 없었다.
난감해하던 그가 어쩔 줄 몰라 하는 사이 요한은 인상을 쓰며 검 을 휘둘렀다.
-서걱!!
단 일격.
요한의 검에서 흩뿌려진 오러는 철창을 잘라버렸다.
철창이 열리자 예만은 허둥거리 며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의 힘으로는 사슬을 풀 수는 없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천천히 들어 올린 검이 자신에게 겨눠지자 사베트의 입꼬리가 올라 갔다.
"네놈 따위가 외계의 힘을 빌리 는 나를 이길 수 있을 성싶으냐?”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이러 지.”
요한의 자신감을 받으며 사베트 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의 손에서 나온 것은 작은 수 정구였다.
말 그대로 완벽한 구체다.
지금의 기술로는 구현조차 할 수 없을 것 같은 수정 구슬을 쥔 그는 손을 번쩍 들었다.
“외계의 존재여!!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라!!”
그의 외침이 터진 순간 수정구에 서 빛이 뿜어졌다.
주변을 가득 메우는 빛이 사라졌 을 때 나타난 것은 흰색 털을 가진 늑대인간 다섯이었다.
“저놈을 쳐라!!”
사베트의 명령을 따르는 늑대인 간들이 요한에게 달려들었다.
흉흉한 기세를 흩뿌리며 달려드 는 늑대인간들을 응시하던 요한은 미스릴 검을 꽉 잡았다.
그리고 바로 전투를 시작했다.
* * *“네놈……사베트의 안색은 점점 푸르게 물 들어가고 있었다.
그것을 마주하던 요한은 미스릴 검을 까딱였다.
사베트가 차원수를 소환한 것도 벌써 세 번째였다.
처음은 흰색 늑대인간.
두 번째는 기계수.
세 번째는 사람의 머리 형상의 괴물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요한의 상대가 되 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렇지 않게 그들을 쓰러트린 요한은 차분히 말했다.
“더 데려와 봐.”
“이놈……!!”
분노한 그가 수정구를 들었다.
그 순간 요한은 바로 음직 였다.
세 번의 차원수 소환을 거치며 요한은 은근슬쩍 그에게 접근하고 있었다.
분노 때문에.
그리고 차원수가 쉽게 당했다는 것 때문에.
계속 방심하고 있던 사베트였다.
갑작스레 요한이 튀어나오자 사 베트는 황급히 뒤로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거리 때문에 얌 전히 있었던 요한이다.
거리를 잡은 이상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흡!”
낮은 기합성과 함께 오러 블레이 드가 휘둘러졌다.
일격에 왼팔이 잘려나가고.
이어지는 미스릴 검에 가슴이 갈 라졌다.
바로 죽어도 이상치 않을 치명상 을 입은 사베트는 부들부들 떨었다.
“이 개 같은……“자. 그럼 가라.”
요한은 빙글 검을 돌렸다.
역수로 잡은 미스릴 검은 주저앉 아 있는 사베트의 심장을 노리고 있었다.
“내가…… 내가 죽으면 어떤 일 이 벌어지는 줄 아나!!”
“알 바냐.”
경고하듯 외친 그를 비웃으며, 요한은 망설임 없이 그의 가슴에 검을 꽂았다.
“끄아아악!!”
“세상에는 말이지. 꼭 하지 말라 면 하는 놈들이 너무 많아.”
금기가 왜 금기겠는가.
하면 위험하니까 금기라는 것이 다.
그런데도 하지 말라는 일을 하는 놈들은 너무 많았고.
요한은 그것이 굉장히 거슬렸다.
“으아아악!! 아아악!!”
가슴에 꽂힌 검이 천천히,그리 고 확실히 사베트의 심장에 파고들 었다.
그 고통에 몸부림치는 사베트를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며 요한은 천천히 중얼거렸다.
“어쨌든 너의 연구자료는 내가 잘 써먹어 주마.”
-푹!!!
밀려들어 가던 검이 완전히 심장 을 꿰뚫었다.
마지막 일격을 제대로 맞은 사베 트의 눈에 힘이 풀렸다.
그가 눈을 감지도 못하고 죽는 것을 본 요한은 미스릴 검을 회수 했다.
“자. 그럼 주변 정리부터 시작해 볼까?”
여유로운 표정으로 요한은 연구 실을 뒤졌다.
그렇게 얼마나 뒤졌을까?
그는 구석에 곱게 놓여 있는 성 괘를 발견했다.
“오호.”
성괘를 열어보니 성물과 성해포 로 감싸진 작은 석상이 있었다.
한 마리 흉측한 개를 닮은 석상 이었다.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석상을 확인한 요한은 씩 웃었다.
‘역시 여기 있었군.’
회귀 전에는 로만 후작을 죽이고 나서 얻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여기 있다는 것은 로만 후작이 사베트의 모든 자료를 취했다는 이야기였다.
‘이제 와서는 의미 없지만.’
이번 생에서 사베트의 자료는 요 한의 것이 된다.
그는 만족스러워하며 석상을 다 시 성패에 담아 아공간 주머니에 획 던졌다.
그때 였다.
“요,요한?”
에밀리의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 다.
그녀는 연구실을 뒤지는 요한을 다시 한 번 필사적으로 불렀다.
“요한!! 요한!! 저걸 봐라!!”
“응?”
사베트의 몸이 점차 하얗게 굳어 가기 시작한 것은.
올드 원 때와 같다.
그의 몸이 변하자 요한은 에밀리 와 예만이 있는 철창으로 향했다.
그가 다가오자 에밀리는 입술을 깨물었다.
“저,저건 뭐냐? 도대체 저 건……?”
“별거 아니야.”
“뭐?”
사베트의 몸이 하얗게 굳어가는 것과 동시에.
그가 들고 있었던 수정구가 검 게 물들었다.
그 검게 물든 수정구에서 불길 한 빛이 뿜어지고 있었다.
“저게 별거 아니라고!?”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나저나 예만 원장님. 잠깐 기절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에밀리 정도라면 버틸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만은 이야기가 달랐 다.
“왜,왜?”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은 노약 자,어린이,임산부가 보면 곤란한 광경인지 라.”
요한에게 가려져 보이지 않던 예만이 궁금해하며 고개를 내밀려 는 찰나.
요한은 예만을 잡았다.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이기 마 련이지요.”
"그게 무슨 소린가?”
“괜한 거 궁금해하다가 피 본다 는 얘깁니다. 아무튼.”
요한은 주먹을 들었다.
그가 자신을 치려고 하자 예만 은 침을 꿀꺽 삼켰다.
“아,아픈 건가?”
“안 아프다고는 못하겠군요.”
“……최대한 살살해주게.”
씩 웃은 요한은 빠르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주먹은 예만의 턱을 스치 고 지나갔고.
그것만으로 예만은 풀썩 쓰러져 기절해버렸다.
“그럼 다음은 넌데. 넌 어쩔 래?”
“……저,저게. 저게 뭐야?”
어깨를 으쓱인 요한은 슬쩍 고 개를 돌렸다.
검게 물들었던 수정구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틈새에서 검은 기운 이 피어올랐다.
그 검은 기운이 하나로 뭉쳐지 기 시작하자 무시무시한 공포가 몰려왔다.
“별거 아니야. 원한다면 기절시 켜주지.”
“나,나…… 나는…… 나는 로, 로디악 기사단의 부,부단장으로 써.”
호랑이 앞에 있는 새끼사슴처 럼.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도 에밀리 는 필사적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 았다.
그녀를 향해 요한은 빙긋 웃었 다.
자기가 버텨보겠다는데 뭐라고 하겠나.
그럼 그냥 보게 둬야지.
성큼성큼 검은 기운 쪽으로 요 한은 아무렇지 않게 걸었다.
그가 검은 기운 앞에 도착했을 때.
검은 기운은 하나의 문을 만들 어내 버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 에서.
무언가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히익……비쩍 마른 한 마리의 개였다.
구슬처럼 커다란 눈을 지니고,드러난 갈비뼈에는 날카로운 가 시가 박혀 있다.
길고 긴 꼬리.
뼈밖에 없는 다리.
얼굴까지 나와 있는 흉측한 혀 가 꿈틀거릴 때마다 에밀리는 공 포에 질린 채 신음했다.
"저,저게…… 뭐야.”
“롤라이도에 나타난 개지. 시간 과 차원 사이에 살고 있는 굶주린 개.”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던 개는 하얗게 굳은 사베트의 몸을 집어 삼켰다.
그 순간 톨라이도의 개의 몸집 이 커졌다.
순식간에 연구실을 가득 메운 톨라이도의 개가 으르렁거렸다.
“아…… 아아……철 창살 너머에 앉아있던 에밀 리는 눈물을 흘렸다.
압도적인 공포에 몸을 떨며 두 려음에 떨었다.
저 개가 다 죽일 것이다.
자신도.
요한도.
예만도.
아니,수도에 있는 모든 존재들 도.
이 세상의 살아있는 모든 것을 저 개가 먹어치울 것이다.
압도적인 공포에 그녀가 절망하 는 사이.
요한은 입술을 비틀어 웃으며 말했다.
“꺼져.”
그 한마디만으로.
개는 꼬리를 내려버렸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