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권 14화
164. 너 이거 틀렸다 (2).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이야기는 들었다.”
나마스는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요한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요한이 떨떠름해 했을 때.
그의 뒤를 이어 로도가 들어왔 다.
"왕자님H 위험한 일입니다!”
“에에잇! 시끄럽다!”
‘왜 이래?’
나마스를 말리려는 로도.
그리고 그를 타박하는 나마스.
성철쇄 기사단이 로디악 기사단 의 사무실에서 떠들고 있었다.
그들을 지켜보던 요한은 인상을 쓰며 말했다.
“뭐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십니 까?”
“이번 실종사건. 네가 맡았다 지?”
“예.”
딱히 숨길 생각은 없었다.
요한이 대수롭지 않아 하며 대꾸 하자 나마스는 씩 웃었다.
“나와 성철쇄 기사단도 함께하겠 다.”
“필요 없습니다.”
“뭣이!?”
나마스는 놀랐지만 요한 입장에 서는 딱히 대수로울 일이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범인도 대충 특 징지은 데다가 위치도 알아냈다.
잡는 것도 어렵지 않을 텐데 굳 이 나마스까지 끼워 줄 필요가 있 나 싶었다.
“성철쇄 기사단은 전원이 익스퍼 트다.”
“들었습니다.”
“나 또한 익스퍼트이고.”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분명히 도움이 될 텐 데?”
“안된다는 말은 안 했습니다만.”
단순한 전력으로 생각한다면 성 철쇄 기사단은 큰 도움이 된다.
성철쇄 기사단의 총원은 수습기 사까지 포함한다면 오백이 넘는다.
또 휘하의 병사까지 친다면 천이 넘어가는 상황.
그 정도라면 막강한 힘이라고 할 수 있었다.
요한이 순순히 긍정하자 나마스 는 당황했다.
"그런데 왜?”
“필요 없으니까 필요 없다고 하 지 이유가 뭐가 필요합니까?”
“끄으응……나마스가 도우려는 이유 정도는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를 지지하는 세력은 적다.
그렇기에 이런 일을 해결하여 업 적을 달성.
귀족들과 평민들의 지지를 얻어 내려는 것이다.
“분명 도움이 될 텐데……“정 도와주고 싶으면 일 끝나면 수습이나 해주십시오.”
그 외에는 필요 없다.
상대가 금기를 범한 마법사인 이 상 사람 많이 데리고 가봐야 피해 만 커진다.
괜히 나마스를 데리고 갔다가 그 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걸 가지고 중앙 귀족들뿐만 아 니라 왕가에서도 문제를 삼을 수 있었다.
나마스를 데리고 가서 성철쇄 기 사단의 힘을 빌리는 이득.
그리고 그가 다칠 수도 있다는 위험.
둘을 비교해보면 위험이 더 컸 다.
애초에 성철쇄 기사단의 도움이 없어도 적을 잡을 자신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나 마스는 머뭇거릴 뿐이었다.
전면에서 나서는 것이 아닌 사후 정리라면.
그리 큰 업적을 달성할 수는 없 다.
“싫으면 관두시고.”
일이 끝난 이후의 뒷정리 정도라 면 로디악 기사단에게 맡겨도 된다.
요한의 말에 나마스는 고민했다.
“좋다.”
“어?”
이 정도로 말했으면 더러워서라 도 안 한다고 할 줄 알았다.
요한이 의외라는 듯 바라보자 나 마스는 진지하게 말했다.
“사후 정리 역시 중요한 일이니 까.”
“성철쇄 기사단이 맡을 만한 일 은 아닌 듯싶습니다만.”
“나라를 위한 일에 경중이 어디 있나. 상대가 나라의 적이라면 모 든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렇습니까?”
“사실 성철쇄 기사단에서도 이번 일을 따로 조사하고 있었다.”
나마스는 가져온 자료를 내밀었 다.
도둑 길드에서 조사한 것 이상으 로 상세한 자료였다.
요한이 천천히 자료를 훑어보자 나마스는 자료의 몇몇 부분을 가리 켰다.
“사건의 현장에서 발견된 석필 가루에 대한 조사가 끝났다.”
“상아탑에서도 뭔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래. 그래서 조사를 좀 해봤지. 이건 황금시대 이전. 암흑시대에 오래된 자의 비술을 쓸 때 쓰던 석 필이 다.”
거기까지는 몰랐던 셀렌과 파이 고는 놀란 눈으로 나마스를 보았다.
그 시선에 우풀해 하며 나마스는 계속 설명을 이어나갔다.
“오래된 자의 비술 중 시간과 차 원에 관련된 비술을 쓸 때는 특별 한 석필이 필요하지.”
“예.”
"그 석필을 만들기 위한 재료는 리치의 뻣가루. 그리고 사람과 몬 스터의 뻣가루. 마지막으로 특별한 연금술이 필요하다.”
제대로 조사를 한 모양이다.
나마스는 다른 자료를 보여주었 다.
연금술사 길드에서 인증해 준 자 료였다.
이제는 쓸 일이 없어서 만들어지 지 않는 특수한 석필의 제조법이었 다.
“이 석필을 만들기 위한 재료는 리치의 뻣가루도 그렇지만. 요정의 가루가 필요하다. 그것도 채취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요정의 가루가.”
나마스는 마지막 자료를 내밀었 다.
로브를 뒤집어쓴 남자의 모습이 었다.
얼굴에 흉측한 문신이 새겨져 있 는 남자의 몽타주였다.
“모험가 중에는 길드의 의뢰를 받지 않고 의뢰를 하는 이들이 있 다더군. 그들 사이에서 요 근래 조 금 유명한 이야기가 있었다.”
“신선한 요정의 가루를 구해다 달라……?”
“그래. 그리고 그는.”
“호도 마을에서 거래를 한다.”
요한이 무덤덤하게 말하자 나마 스는 흠칫 놀랐다.
자신과 성철쇄 기사단이 몇 주간 고생해가며 알아낸 정보였다.
그것을 수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요한이 알고 있을 줄이야.
"아,알고 있었나?”
“저도 오늘 알았습니다. 아는 모 험가가 그를 봤다고도 하고.”
“그…… 그런가.”
실망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이번 사건의 해결에 뭔가 도움이 될 줄 알았는데.
이미 알고 있는 정보였다니.
그의 어깨가 축 늘어지자 요한은 씩 웃었다.
“아무튼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몽타주는 저도 없었거든요.”
그저 얼굴에 문신이 있다는 것만 들었을 뿐이다.
요한이 몽타주를 흔들며 말하자 나마스의 기세가 다시 솟아올랐다.
“그,그렇지? 하하. 우리의 노력 은 헛된 것이 아니었군.”
“그럼 뒷 일은 부탁드리겠습니 다.”
"음. 맡겨주게나.”
요한이 나가자 셀렌과 파이고는 난감해했다.
비록 로디악 기사단과 성철쇄 기 사단은 같은 등급의 기사단이다.
그런데 뒷수습을 맡겨야 한다는 것이 조금 미안했다.
“왜 그런 표정들인가?”
“잡일만 시키는 것 같아 죄송스 럽군요.”
“송구스럽습니다.”
셀렌과 파이고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자 나마스는 멋들어진 미소 를 지었다.
“그런 소리 마라. 아까 말했듯 지원과 사후 정리 역시 중요한 일 이다.”
“하지만.”
“기사는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람 을 돌봐야 하는 자들이다. 우리 성 철쇄 기사단은 모두가 익스퍼트이 지만.”
기사도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마스는 실망하지 않 은 표정이었다.
그의 반응에 셀렌과 파이고는 감 탄했다.
“훌륭하십니다.”
"별말을 다 하는군. 가보도록.”
요한이 셀렌과 파이고만 데리고가겠다고 했다면.
그들만 필요하다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괜히 자신을 신경 쓰다가 범인을 놓치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나.
나마스는 웃으며 그들의 등을 토 닥여주었다.
* * *요한은 바로 여관으로 향했다.
여관에는 요미안과 솔라,마세츠 가 기다리고 있었다.
“요미안의 말을 듣고 복귀했습니 다만.”
“죄송합니다. 제대로 된 정보는 구할 수 없었습니다.”
“됐어. 정보는 내가 구했으니까. 자. 일단 인사들 해.”
무덤덤한 표정으로 요한은 자신 의 뒤에 있는 기사 둘을 내밀었다.
셸렌과 파이고가 그들과 인사를 끝내자 요한은 차분히 말했다.
“요미안. 네가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한 이유는 간단해. 그곳에 차원 의 결계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야.”
"차원의 결계요?”
"그래. 너희들도 내가 케리만을 잡은 것에 대해서는 알지?”
“예.”
“그것과 비슷해. 물론 케리만이 있던 곳에 차원의 결계가 펼쳐진 것은 아니지만.”
케리만이 있던 곳에는 한 단계 더 높은 진이 펼쳐져 있었다.
요한은 차분히 현 상황을 설명했 다.
“그럼 그 차원의 결계는 어떻게 뚫어야 합니까?”
“방법은 간단하니까 너희들은 전 투 준비나 해둬.”
“알겠습니다.”
* * *방침은 이미 정해졌다.
그들은 요한과 함께 곧장 수도 에서 빠져나갔다.
요미안의 안내를 받아 호도 마 을 인근의 산까지 도착하자 요한 은 주변을 살폈다.
그를 바라보던 셀렌은 걱정스레 물었다.
“정말 이곳입니까?”
“그런 것 같네.”
그저 모험가의 증언이라 불안했 었던 그녀는 안도했다.
하지만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셀렌. 파이고. 너희가 저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 봐.”
“알겠습니다.”
그들이 오솔길을 오르고 얼마나 지났을까.
솔라는 뒤를 보며 기겁했다.
“헉!?”
분명히 올라갔던 이들이다.
그런데 저들이 다시 되돌아 올 라오고 있었다.
셀렌과 파이고 역시 당황한 기 색이 역력했다.
“어떻게……?”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고 있 었다.
그들을 무덤덤하게 바라보던 요 한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미스릴 검을 꺼냈다.
“너희들은 일단 여기서 대기.”
“공자님 혼자 가시려는 겁니 까?”
“음. 여기는 지금 위상기하학상 의 특이곡면과 같은 형태라서.”
“……뭐요?”
어려운 말에 다섯은 당황했다.
그들이 우물쭈물 거리는 것을보며 요한은 씩 웃었다.
“긴 종이를 한번 꼬아서 붙인 띠라는거야. 그럼 계속 루프하게 되는 거지.”
“그런 결계가 있습니까? 공자 님. 저도 아카데미 졸업생입니다. 하지만 그런 결계는……듣도 보도 못했다.
놀라는 셀렌에게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아탑에서는 쓰지 않는 방식이니까. 아무튼 잘못 건드리 면 좀 골치 아픈 일이 벌어져.”
무심하게 답해 준 요한은 성큼 성큼 걸었다.
꽤 무성한 수풀과 나무들이 있 는 곳이다.
오솔길 외에는 사람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주변을 둘러보던 요 한은 씩 웃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코어를 가동 한다.
다섯 개의 코어가 맹렬히 회전 하다가 멈춘 순간.
요한은 입을 열었다.
“내 영역에 온 것을 환영한다.”
그의 영역전개가 펼쳐졌을 때.
주변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특별할 것 없던 숲이 일그러지 고 있었다.
쭉 뻗었던 길이 끊어짐과 동시 에 다른 곳과 연결되었다.
차분히 그 변화를 기다리던 요 한은 숲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보 며 코웃음 쳤다.
“하.”
-카아아아아!!
성난 기세를 보이며 달려온 것 은 가시 같은 검은 털을 가진 거 대한 늑대인간이었다.
날카로운 손톱을 번뜩이고. 핏 빛 눈동자를 부릅떴다.
누구라도 보면 기겁할 만한 몬 스터를 앞에 둔 채 요한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검을 휘두를 뿐.
단 일격에 두 토막 나버린 늑대 인간이 나가떨어지자 요한은 천천 히 미스릴 검을 넣었다.
“이 정도면 됐나.”
결계는 파괴되고 길은 새롭게 연결되었다.
요한은 다시 느긋하게 되돌아갔 고.
노심초사하며 기다리던 이들은 안도했다.
"별일 없으셨습니까?”
“별일 없었고. 저 위에 몬스터 가 좀 있는 것 같아.”
“몬스터요?”
“무슨 몬스터입니까?”
설명하기 난감했다.
수인족은 아니다.
그렇다고 웨어울프는 아니다.
“일단 가서 보자고.”
요한의 말대로 그들은 그와 함 께 오솔길을 타고 올라갔다.
그 오솔길의 중앙쯤에서 그들은 발견했다.
요한의 말대로였다.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형 태의 늑대인간이 반으로 갈라져 죽어 있었다.
“이건…… 립니까? 웨어울프는 아닌데.”
놀란 그들을 향해 요한은 씩 웃 었다.
이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것도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상대는 차원의 금기를 범한 자 야.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 라?”
«..... r广의아해하는 그들을 향해 요한은 낮게 웃었다.
“다른 차원의 괴물일 수도 있다 는 얘기다.”
“다른 차원의 괴물이요?”
"그래. 그런 괴물들을……요한은 회귀 전의 일을 떠올렸 다.
아니, 다른 차원에서 환생했을 때의 일을 떠올렸다.
매번 다른 차원에서 꼭 이런 일 이 있었다.
금기를 범하여 다른 차원의 힘 을 빌리는 놈들이 있었다.
그 대가는 과할 정도로 처참했 지만.
그들의 방법을 통해 요한도 코 어를 이용한 꼼수를 개발했다.
“공자님 그런 괴물들이 뭐 어쨌 다는 겁니까?”
“아. 그래. 그런 괴물들을 말이야.”
요한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차원수라고 하지.”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