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권 13화
163. 너 이거 틀렸다 (1).
요미안은 전형적인 모험가답게 돈을 밝혔다.
그렇기에 모험가 길드 내에서도 수전노로 소문나 평가가 좋지 않았 다.
그의 평가를 더 떨어트리는 이유 중 하나가 더 있었다.
바로 길드를 통하지 않고 의뢰를 받는 것이었다.
가끔 모험가 길드•가 아닌 모험가 에게 직접 의뢰를 하는 경우가 있 었다.
그런 경우는 두 가지.
첫 번째는 모험가 길드와 사이가 좋지 않거나.
두 번째는 비밀스레 물건을 구해 야 하는 경우.
둘 다 일반 의뢰비보다 더 많은 보상을 빋을 수 있었다.
이번 의뢰 역시 길드를 통하지 않은 의뢰였다.
캐슬 오브 로디악에 잠깐 들렀는 데 한 마법사가 신선한 요정의 가 루를 구해다 달라고 했었다.
애초에 요정의 가루에 신선한 것 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그렇기에 몇몇 모험가들은 연금 술사 길드나 상아탑에서 구한 요정 의 가루를 가져다줬었다.
‘그런데 귀신같이 알아챘단 말이 지……친한 모험가들이 성질을 냈던 것 을 떠올린 요미안은 슬쩍 손을 보 았다.
그의 손에는 채취한 지 하루도 되지 않은 요정의 가루가 들려 있 었다.
"하. 진짜. 운도 좋지.”
설마 거기서 요한을 만날 줄 누 가 알았겠나.
거기에 그가 요정의 가루를 내어 줄 줄은 누가 알았겠나.
“그래. 역시 모험가 길드를 따르 는 것보다는 외부에 줄을 만드는 것이 이득이라니까.”
모험가 길드를 통하지 않은 의뢰 를 하면 길드에서의 평판이 낮아진 다.
하지만 알게 뭔가.
은 등급 모험가가 되려면 모험가 길드뿐만 아니라 외부의 평판도 높 아져야 한다.
그런 만큼 요한과는 친하게 지내 는 것이 나았다.
현재 로드만 왕국에서 가장 큰 이슈인 요한이다.
그가 로만 후작과 싸워 이기기만 한다면.
그리고 그와의 연결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기만 한다면.
요한 덕분에 은 등급에 쉽게 오 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약자는 약자의 방법을 써야 하 지.’
거기에 양심에 찔리는 일도 아니 었다.
요한은 분명 자신에게 말했었다.
자신의 명령을 잘 들으면 은 등 급까지 올려주겠다고.
비록 길로틴을 찾는 일은 실패했 지만 요한은 분명 말했었다.
할 일 있으니 나중에 바그너 영 지로 오라고.
그러니 이 귀한 요정의 가루도 순순히 내어준 것 아닌가.
‘아〜 요한 공자님께서 더 높이 올라가셨으면 좋겠다.’
그리되면 요미안이 직접 요한과 모험가 길드의 중재 역할을 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럼 모험가 길드에서의 평판?
아무 의미 없다.
펠론 백작을 쓰러트린 마스터다.
거기에 그는 헨드릭 산맥의 악몽 이라는 케리만까지 잡지 않았는가.
천하십강 율경과 싸워 이겼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아직 성인도 되지 않은 나이에 그 정도라니.
정말 장래가 기대되는 사람이다.
그런 그의 밑에 들어가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요미안은 성큼성큼 걸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수도 바깥에 있는 호도라는 마을이었다.
비싼 땅값 때문에 성안이 아닌 바깥에서 사는 이들의 마을이다.
그 마을에 들어간 요미안은 곧장 주점으로 향했다.
수도에 있는 주점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허름한 주점이다.
안으로 들어간 그는 구석에 앉아 있는 검은 로브의 남자를 보았다.
묘하게 불길한 기운을 내뿜는 사 람이 다.
그 기운 때문일까?
주당들도 그의 근처로는 가지 않 고 있었다.
테이블에 술 한 병만 놓은 채 참 새 눈물만큼 홀짝거리던 그에게.
요미안은 당당히 걸었다.
“……무슨 일이지.”
“요정의 가루를 찾는다 들었소 만.”
“막 채취한 것이 아니면 필요가 없다.”
“오늘 채취한 거요. 오늘.”
슬쩍 고개를 든 남자를 본 요미 안은 움찔했다.
그의 얼굴에 가득 그려진 흉측한 문신 때문이었다.
요미안도 오랫동안 모험가 생활 을 하며 별의별 사람들을 다 봤다.
하지만 저런 끔찍한 문신은 처음 이다.
‘정말 재수 없군.’
그나마 경험 많은 요미안이기에 버틸 수 있었던 것이지.
그것이 아니었다면 바로 소스라 치게 놀라며 도망갔을 것이다.
“앉게.”
그는 차분히 자리를 권했다.
솔직히 남자의 얼굴을 마주하며 거래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나.
상대는 돈 주는 사람.
그러니 따를 수밖에.
요미안은 순순히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신선한 요정의 가루 한 주머니 에 이만 골드라고 들었는데.”
이 정도면 시세의 두 배다.
요미안은 주머니를 탁자 위에 올 려놓았다.
“확인해보슈.”
주머니를 열어 본 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문신이 꿈틀거리며 만들어낸 흉 측한 모습은 두렵다고 생각될 정도 였다.
“훌륭하군. 이걸 어디서 구했 나?”
"훔친 것 아니니 걱정 말고. 자 세한 사정을 듣고 싶으면 모험가길드에 의뢰를 하셨어야지.”
상대는 물건을 원했고.
요미안은 돈을 원했다.
이런 거래에서는 그것만 하면 된 다.
사내는 납득을 하고 고개를 끄덕 였다.
“따라와라.”
“여기서 바로 주는 게 아니라?”
“이만 골드를 들고 다닐 정도로 멍청하지 않다.”
요미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물건을 팔겠다고 와서 공격해 돈 을 가져가는 강도가 없는 것은 아 니니까.
요미안이 요정의 가루가 담긴 주 머니를 챙기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 났다.
“따라오도록.”
그를 따라가려던 요미안은 슬쩍 벽을 보았다.
얼마 전 실종되었다는 아이의 그 림이 었다.
‘저것도 현상금이 꽤 있군.’
그렇기에 요미안은 수배지를 떼어내 품에 넣었다.
* * *사내를 따라간 곳은 호도마을에 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별다를 것 없는 산이다.
산길을 타고 오르며 요미안은 피 식 웃었다.
“이거 산적 소굴로 데리고 가려는 건가?”
“그럴 생각은 없다. 자. 여기서 기다려라.”
산 중턱쯤에 도착하자 그는 오솔 길로 빠졌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보며 요미안 은 슬쩍 검을 만지작거렸다.
품에 넣어둔 마법 방해의 스크롤 도 확인했다.
돈을 주겠다고 해놓고 공격해서 물건을 빼앗는 놈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만반의 준비를 한 그는 아까 얻은 수배서를 살폈다.
‘어디 보자……사라진 아이는 열 살의 어린아이 였다.
부모와 함께 요한이 케리만을 쓰 러트린 것에 대한 축하 축제에 다 녀 왔다.
낡았지만 깨끗한 옷.
그리고 바론 교단에서 나눠 준 하급 성해포를 둘렀다.
거기에 붉은 가죽신을 신은 아이 의 그림이었다.
그것을 훑어본 요미안은 씩 웃었 다.
‘이거 잘만하면 꽤 벌겠는데.’
아이의 부모는 왕궁에서 일하는 관리 였다.
그런 만큼 아이를 구해낼 수 있 다면 그 보상을 상당히 얻을 수 있 을 것이다.
그가 수배서를 보고 있을 때 숲 에서 검은 로브의 남자가 내려왔다.
“확인해 보도록.”
“오.”
백 골드짜리 금화가 이백 개.
하나하나 세어 본 요미안은 만족 하며 요정의 가루를 내밀었다.
“거래는 끝났다.”
“그런데 여기서 사나? 여기 뭐 없잖수.”
“네가 관심 가질 필요는 없다.”
쌀쌀맞게 말한 그가 오솔길을 타 고 가자 요미안은 씩 웃으며 외쳤 다.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주쇼!!”
이만 골드라는 수입을 얻었다는 것에 기뻐하며 수도로 복귀했다.
이대로 돈을 모으면 미래에도 행 복한 일만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기뻐하던 요미안이 분노 하게 된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섯 개가…… 가짜라고?”
“그래. 위조 금화다.”
오러를 이용해 금화를 반으로 자 르니 그의 말대로였다.
내부가 금이 아닌 다른 금속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런 개새끼가!!!”
이 또한 모험가 길드를 통하지 않은 거래의 단점이었다.
신용의 문제가 걸리는 것이다.
요미안은 분노하며 모험가 길드 를 나섰다.
그를 다시 만나서 이 문제에 대 해 따져야 했다.
다행히 그가 간 곳이 어디인지는 알 수 있었다.
호도 마을로 간 후 산에 올라갔 을 때.
그는 당황했다.
분명 그 로브의 남자가 갔던 오 솔길을 타고 올라갔었다.
그런데 돌아오니 다시 원래 자리 가 되었다.
아무리 걸어도 계속 같은 곳으로돌아올 뿐이었다.
요미안도 숙련된 모험가.
이런 경우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이 지역에 위험한 마 물이 있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는 마법사가 접근 을 막기 위해 결계를 만들었다는 것.
혹시나 싶어 마법 방해 스크롤을 사용해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상아탑의 마법 방해 스크롤만으 로는 쩔 수 없는 알 수 없는 힘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 * *“……그래서 바로 복귀한 것입 니다.”
“그래? 아. 그 금화 가지고 있 냐?”
“예. 여기.”
모험가 길드에서 가짜로 판명 난 금화를 받았다.
자세히 봐도 진짜 금화와 별 차 이가 없었다.
- 까득.
금화를 깨물어 본 요한은 이리 저리 상태를 살폈다.
꽤 두껍게 도금을 해서 그런 것 일까?
표면에는 선명한 이빨 자국이 남아 있었다.
“백 골드짜리 금화는 다른 금화 에 비해서 크고 두껍지. 그렇기에 이런 식으로 쓸 수 있다는 건가.”
“그런 듯합니다. 요 근래 수도에 위조 금화 사건에 관한 이야기 가 퍼지고 있었는데…… 설마 제 가 걸릴 줄이야!”
분을 참지 못하며 화를 내는 그 를 보던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잘했다. 이건 내가 가 져가지.”
“공자님. 그놈을 잡으러 가실 겁 니 까?”
“그래야지 않겠냐. 아. 그래. 너 도 개한테 원한 있지?”
“그렇습니다!”
돈이 전부인 요미안이다.
그런 만큼 자신에게 사기를 친 것은 용납할 수 없었다.
씩씩거리는 요미안의 어깨를 잡 으며 요한은 담담히 말했다.
“모험가 길드 가면 솔라랑 마세 츠 있을 거야. 개들한테 여관으로 오라고 그래.”
“알겠습니다.”
요미안에게 명령을 내린 요한은 바로 로디악 기사단으로 향했다.
그가 내린 명령 때문인지 로디 악 기사단은 꽤나 한산했다.
“요한 공자님.”
"말씀하신 대로 남는 인원은 전 부 예만 원장의 호위로 보내놨습 니다.”
남은 것은 파이고와 셀렌이었 다.
만약을 위해서 로디악 기사단에 서 대기하고 있는 그들에게 요한 은 반 토막 난 금화를 던졌다.
“이건……“너희 위조 금화 사건도 조사하 고 있었지?”
“예. 실종사건과 함께 에밀리 부단장이 조사를 하고 있었습니 다.”
파이고는 서랍을 열었다.
서랍에는 백 골드짜리 금화가 몇 개 들어 있었다.
그중 하나를 꺼내 내밀자 요한 은 오러 블레이드로 금화를 잘랐 다.
금화의 안쪽은 정체불명의 금속 으로 되어 있었다.
“에밀리도 이것을 가지고 있었 나?”
“예. 저와 에밀리 부단장이 반 씩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창고 구역에서 위조 금화가 유통된다는 이야기를 들어서……그것과 함께 실종사건을 조사하 고 있었다.
파이고의 설명을 들은 요한은 금화를 받았다.
“뭔가 단서를 발견하신 겁니 까?”
“그래.”
“그럼 저희도 가겠습니다!”
아무리 요한이 마스터라지만 혼 자서 가는 것은 위험할지도 모른 다.
파이고와 셀렌이 무기를 챙기자 요한은 그들을 힐끔 보았다.
그 무심한 시선에 둘은 움찔했 다.
"위험할 텐데.”
“각오했습니다.”
결의를 다진 그들을 향해 요한 은 피식 웃었다.
“그럼 따라와. 하지만 자기 목 숨은 알아서 챙겨.”
냉담한 반응에도 둘은 진지한 표정을 유지했다.
“알겠습니다.”
둘이 대답을 했을 때.
로디악 기사단의 문이 열렸다.
들어온 이를 본 셋은 의아해했 다.
“아니 왜……r들어온 사람은 다름 아닌 성철 쇄 기사단의 단장.
나마스 로드만이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