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권 11화
161. 대타 (2).
회귀 전 예만 원장은 이번 일의 피해자가 되었었다.
그리고 펠론 백작에게 구해졌다.
그 빚 때문에 예만 원장은 끝까 지 반대하던 로만 후작의 사령관 취임에 손을 들었다.
회귀 전에 얻었던 정보를 떠올리 며 요한은 쓰게 웃었다.
‘지금이야 별 의미가 없는 일이 지만……예만 원장과 함께 왕궁을 걷던 요한은 주변을 힐끔 보았다.
몇몇 로디악 기사단의 단원들이 보였다.
궁성을 지켜야 하는 그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좋아 보이 지 않았다.
“에밀리가 실종된 것 때문에 저 러는 것이겠지요?”
“그렇지.”
에밀리는 마스터이고,또 로디악 기사단의 부단장이다.
그런 사람이 실종되었으니 당연 히 걱정될 수밖에.
하지만 로디악 기사단은 왕궁 수 호의 기사단.
당장에라도 실종사건에 투입되고 싶지만 임무를 버릴 수는 없었다.
“그런데. 자신 있나? 에밀리 역 시 마스터인데 실종되었어. 혹시 위험한 일이라면……요한의 실력은 믿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불안감이 완전히 가시는 것은 아니었다.
예만 원장은 로만 후작과의 대결 에서 요한에게 건 사람이다.
괜히 이번 일 때문에 요한이 다 치는 게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하하. 딱히 문제가 될 만한 일 도 아닙니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그는 슬쩍 주변을 둘러보았다.
왕궁의 복도를 걷던 기사들의 인 사를 받아 준 예만 원장은 차분히 말했다.
“에밀리는 로디악 기사단의 부단 장이며,또 많은 기사들의 존경을 받고 있지.”
“그렇습니까?”
“그래. 또한 미혼이라는 것 때문 에 꽤 많은 귀족들이 탐을 내고 있 어.”
영지가 없는 중앙 귀족.
그리고 마스터라는 실력.
거기에 로디악 기사단의 부단장.
신붓감으로는 상당히 괜찮은 조 건을 가진 여인이었다.
“그녀를 포섭하고자 하는 이들은 많지.”
“그러겠죠.”
지방 귀족 측에서 에밀리를 가문 으로 끌어들인다면.
그것으로 가문에 마스터 하나를 넣게 되는 것이다.
"유노 알지?"
“예. 제가 죽인 작자잖습니까.”
“그도 에밀리와 칼슨을 이어주게 하려고 했었지.”
“아. 그래요? 나이 차이가 꽤 날 텐데.”
그건 몰랐다.
요한이 놀라며 답하자 예만은 살 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외에도 꽤 많아.”
“그런데 그 이야기를 왜 하십니 까?”
“아니,바그너 백작가에서도 그 런 생각을 하나 해서.”
요한은 마스터다.
그리고 혼기가 꽉 찬 남성이기도 했고.
그에게 쏟아지는 사교계의 관심 은 보통이 아니었다.
“에밀리가 바그너 백작가의 신부 로 가게 된다면. 중앙 귀족들은 마 스터를 하나 잃게 되는 것이지.”
그리고 지방 귀족들은 마스터를 얻게 된다.
그런 논리 때문에 중앙 귀족 측 에서는 요한의 참가를 곱게 보지 않을 것이다.
“그 말씀을 지금 하신다는 것은 중앙 귀족은 이번 일을 돕지 않겠 다는 것이군요.”
“그래. 이번 일을 맡은 치안통제 국은 특히 더 거슬려 하겠지.”
요한이 이번 일을 잘 해결한다 면?
치안통제국은 말 그대로 개망신 을 당하게 된다.
로디악 기사단이야 에밀리를 구 할 수 있으면 그래도 낫다.
하지만 치안통제국은?
얻는 것 없이 잃게만 되는 것이 다.
“이런 일 막으라고 있는 부서인 데 이 난리가 났으니…… 그들의 도움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걸 세.”
예만의 말에도 요한은 딱히 걱정 하지 않았다.
‘어차피 도움받을 생각도 없었 어.’
필요한 것은 정보.
그리고 사람 조금에 불과했다.
그 정도라면 로디악 기사단과 도 둑 길드만 활용하면 된다.
거기에 솔라와 마세츠도 협력한 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 정도면 됐다.
“그리고 로디악 기사단의 협력을 제대로 받기도 힘들 거야.”
"왕궁, 그리고 중요 인물의 보호 때문에 그러십니까?”
“그렇지.”
로디악 기사단의 임무는 왕궁과 왕가의 수호.
그 임무를 수행하려면 기사단원 절반 정도를 쓸 수 없다.
“나머지는 협력적이겠지만……“그 정도면 됐습니다.”
요한이 대수롭지 않게 답하자 예 만은 안도했다.
그래도 그가 지원이 적다며 불만 을 보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이야기가 끝났을 때쯤 그들은 알 현실 앞에 도착했다.
로디악 기사단원들이 실시하는 몸수색을 받은 그들은 바로 알현실 로 들어갔다.
“타이로돈 국왕 폐하께서 납십니다!”
우렁찬 외침과 함께 국왕이 나왔 다.
자신을 수호해야 할 기사단의 부 단장이 실종된 것 때문일까?
그의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그의 질문에 예만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폐하. 귀족원 원장 예만 톨기스 가 아뢰옵니다. 이번 수도에서 벌 어지고 있는 실종사건으로 에밀리 크롬웰 자작도 피해를 입었습니다.”
예만이 보고하자 타이로돈의 표 정은 더 나빠졌다.
그의 옆에 서 있던 노년의 기사 가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그를 본 요한은 씩 웃었다.
‘저게 미하엘이군.’
로디악 기사단의 단장이며 왕가 의 수호기사.
자신이 나설 수 없다는 것이 그 는 꽤나 안타까워 보였다.
“그래서. 예만 원장. 그대가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 국 왕이 떨떠름히 물었다.
그 질문을 받은 예만은 기다렸다 는 듯 답했다.
"저희 귀족원에서도 그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귀족원에 기사를 요청했지만 거 부하지 않았소? 그런데 이제 와서 왜?”
요한은 슬쩍 예만을 보았다.
하지만 예만은 그 시선은 애써 무시할 뿐이었다.
“그때는 상황이 여의치 않았을 뿐입니다.”
“귀족이 피해를 입으니 그때야 나선다라……양유위가 마련해 준 보고서에도 그 내용이 있었다.
실종자들은 대부분 평민이었다.
그렇기에 귀족원에서는 실종사건 을 해결하기 위한 병력과 지원을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결국 귀족이 당했다.
그제야 귀족원이 움직이는 것이 국왕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라도 돕겠다는 것 이오?”
국왕은 요한에게 힐끔 시선을 보 냈다.
천하십강인 율경을 이기고.
에슐론을 생포하고.
펠론 백작과 유노를 죽인 요한.
어쩌면 천하십강 수준의 힘을 가 졌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귀족원에서 내세우는 대표는 요한. 그대이고?”
"예.”
요한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를 지그시 바라보던 국왕은 씁 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거절하고 싶 었다.
귀족원,그리고 요한.
둘 다 왕가의 명령을 거부했었 다.
자존심 때문에라도 귀족원과 요 한의 지원 따위는 받고 싶지 않았 다.
하지만 지금은 자존심을 세울 때 가 아니었다.
“혹시 에밀리에게 사감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귀족들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문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국왕이 묻자 요한은 딱 잘라 부 정했다.
"제 결혼 문제는 가문이 결정할 일이지요. 특히나 사람을 구하고 왕국의 위기에 나서는 것인데 무 슨 다른 마음이 있겠습니까?”
에밀리를 구하는 것이 연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요한의 냉담한 반응에 국왕은 살짝 안도했다.
“어쨌든 요한. 그대가 나서준다 면 나 역시 믿어도 되겠지.”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요한이 예를 갖춰 대답하자 국 왕은 미하엘에게 눈을 돌렸다.
"로디악 기사단을 요한이 통솔 할 수 있게 전해두게나.”
“알겠습니다.”
국왕이 나가자 미하엘은 요한에 게 다가갔다.
그리고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내밀었다.
“이 검을 가지고 명령한다면 로 디악 기사단의 지원을 받을 수 있 을 것이다.”
“감사히 쓰지요.”
“하나……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
비록 미하엘보다 약하기는 하지 만.
에밀리 역시 마스터였다.
또한 아카데미에서 많은 교육을 받았다.
그런 만큼 어지간해서는 당할 일이 없는 여자다.
“에밀리가 당했는데. 너라고 해 서 당하지 않을 것 같은가?”
"그거. 도발이십니까? 아니면 걱정이십니까?”
“걱정이지. 비록 내가 중앙 귀 족 출신이지만. 자네가 로드만 왕 국의 강력한 힘이라는 것은 부정 할 생각 없네.”
그의 진지한 발언에 요한은 어 깨를 으쏙였다.
진심인 듯싶었다.
그렇기에 요한도 진심으로 답했 다.
“최대한 빨리 에밀리 자작을 구 해오도록 하지요.”
꾸벅 인사를 한 요한이 나간다.
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미하엘 은 씁쓸해했다.
“하지만 치안통제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밖으로 나오자마자 요한은 예만 에게 말했다.
“원장님께서는 당분간 호위를 제대로 갖추셔야 할 것 같습니 다.”
“음? 나는 왜?”
“이유는 묻지 마시고. 로디악 기사단원들을 붙여드릴 테니 그들 과 계속 같이 다니십시오.”
남는 로디악 기사단이 전원 붙 는다면 예만을 지키는 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의 제안에 예만은 쓴웃음을 지었다.
“나에게 붙일 사람이 있다면 자 네가 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제 걱정은 하지 마시고.”
“그렇다면 호의는 받아들이지.”
“로디악 기사단원들은 귀족원에 보내놓을 테니 그들이 찾아가면 함께 다니십시오.”
“알겠네.”
요한이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쯤 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예만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귀족원으로 돌아갔다.
홀로 거리에 남은 요한은 새롭 게 얻은 검을 힐끔 보았다.
예전에 마고 후작이 내밀었던 수호기사의 검이다.
그것을 허리에 찬 요한은 바로 여관으로 향했다.
“오셨습니까.”
“요새 수도 상황이 말이 아니더 군요. 공자님. 모험가들의 도움을 좀 받아서 정보를 캐보려고 하는 데……대기하는 동안 놀기만 한 것은 아니 었다.
솔라와 마세츠가 한마디씩 하자 요한은 드레이크 합금 검을 솔라 에게 던졌다.
“야. 너 이거 써.”
“헉! 주시는 겁니까!?”
“빌려주는 거거든? 그리고 너희 들. 수도 모험가 길드 지부로 가 서 대기해.”
“어…… 알겠습니다.”
이유를 물으려던 둘은 곧 입을 다물었다.
요한과 얼마간 같이 있으며 그 의 성격은 대충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묻지 말라고 하면 그냥 묻지 않 는 것이 낫다.
"모험가 길드로 가서 뭘 해야 합니까?”
“가서 수도 인근에서 발견된 던 전이나,혹은 이상한 일이 있는지 알아봐.”
“던전이요?”
“그래. 던전에 집착하는 모험가 들이라면 뭔가 알지도 모르지.”
‘없으면 도둑 길드 애들 풀어야 지.’
그들과 함께 밖으로 나간 요한 은 둘이 모험가 길드 쪽으로 가는 것을 보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가 향한 곳은 왕궁 근처에 있 는 커다란 건물.
꽤나 화려하고 큰 건물 앞에 선 요한은 바로 문을 열었다.
“이리 오너라! 지나가던 공자님 이신데 물 한잔 얻어먹자!!”
바쁘게 움직이던 이들은 요한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건장한 남녀는 요한을 보자 의 아해 했다.
“누구신지……?”
모르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몇몇은 요한을 알고 있 었다.
그들은 흠칫 놀라며 주춤거렸 다.
“요,요한 바그너!?”
케리만을 죽인 영응 요한 바그 너.
얼굴은 몰라도 이름을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로디악 기사단원들이 놀라자 요 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러 가지 사건을 조사하고 있 었는지 벽에는 꽤 많은 자료들이 있었다.
실종사건.
금화 위조 사건.
폭력 사건.
그 외에 왕가를 저주한다거나, 다른 나라의 첩보원에 관한 이야 기라거나.
쉽게 볼 수 없는 자료들을 훑어 본 요한은 담담히 말했다.
“설명할 시간 없으니까 바로 시 작하지. 이번 실종사건의 지휘자 가 되었다.”
놀란 로디악 기사단원들을 똑바 로 응시하며 요한은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지금 하던 모든 수사 및 심문 종료하고 여력 되는 인원 전부 귀 족원으로 가라.”
“거기는 왜 가야 합니까?”
중년 기사가 당혹스러워하며 묻 자 요한은 무덤덤하게 답했다.
“예만 원장이 당할 수도 있으니 까.”
요한의 말에 로디악 기사단원들 의 표정이 싸하게 굳어버렸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