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권 9화
159. 오해다 (2).
애초에 숨길만 한 것도 아니다.
다만 요한이 아까 티타니아에게 오지 말라고 한 것은 이것 때문이 었다.
“회귀 전에도 그러더니만.”
회귀 전에도 요한은 티타니아를 만났었다.
그때는 유니콘이 아닌 차원수가 요정의 숲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차원수를 쓰러트릴 때 티타니 아와 함께 싸웠고 요한의 영역선포 를 보고 기절했었다.
그것 때문에 일부러 배려해줬더 니 그 배려를 스스로 걷어차 버렸 다.
“이게 네 팔잔가보다.”
요한은 티타니아를 양손에 살며 시 든 채 마을을 향해 걸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요한의 손에서 꼼지락거리는 것 이 느껴졌다.
“아……“깼나?”
“헉…… 무,무서운 꿈을 꾼 것 같아요. 분명, 분명 꿈이겠지요? 그 래요. 꿈일 거예요. 꿈……현실부정을 하는 그녀에게 요한 은 딱 잘라 말했다.
“애석하지만 현실이다.”
“히 익?!”
요한의 손 위에 있는 것조차도 두려웠던 모양이다.
그녀는 빛의 날개를 펼쳐 하늘로 치솟았다.
“ o * O......”.
두려워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 를 향해 요한은 평온한 어조로 말 했다.
“네가 날 어떻게 보든 상관없는 더L 줄 건 줘야 하지 않겠나?”
“그렇…… 그렇죠.”
유니콘을 잡으면 스팅어를 내어 주기로 했었다.
티타니아는 덜덜 떨며 요한과 함 께 마을로 돌아왔다.
마을에서는 마세츠와 솔라가 나 눠 준 사탕과 과자로 파티가 열리 고 있었다.
“신〜 난다〜 신난다〜”
“달콤한 사탕! 좋아 좋아!”
“세상에서 과자가 제일 좋아〜 달콤하고 바삭한 쿠키 어서 오세 요〜”
자기들 멋대로 춤을 추며 음정과 박자를 무시한 노래를 불러대기 시 작했다.
기뻐하는 요정들의 옆에서 마세 츠와 솔라는 더 기뻐했다.
“요정의 가루가 이만큼이나……“신난다……!”
두 개의 가방 한가득 요정의 가 루로 가득 찬 주머니가 들어갔다.
저 정도면 바그너 영지에서 입은 손해는 모두 메꾸고 훨씬 남을 정 도다.
"앗!! 공자님!”
"오셨습니까!!”
요한 덕분에 이만큼 요정의 가루 를 얻을 수 있었다.
그들은 가방을 들어 올리며 외쳤 다.
“공자님 것도 모아놨습니다!”
“그래. 잘했다. 그럼 요정의 샘에 서 물 떠가지고 가자고.”
사탕과 과자도 이미 다 나눠줬 다.
더 이상 나눠줘 요정의 가루를 채취할 방법은 없었다.
벌 만큼 벌었다는 것을 안 그들 이 요한의 말에 동의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요정들은 그들을 둘러쌌 다.
“우리 축제를 열 거야!”
“요정의 축제에 초대할게!!”
사탕과 과자를 잔뜩 받았기 때문 일까?
요정들은 무척이나 기뻐하고 있 었다.
그들이 자신들을 잡자 마세츠와 솔라는 웃으면서도 요한의 눈치를 살폈다.
“공자님. 저기…… 유니콘은 잡 으셨습니까?”
잡지 못했다면 축제를 즐기고 가 자.
솔라는 자신의 내심을 숨기며 물 었다.
하지만 요한은 왼손에 들려 있는 유니콘의 뿔을 들어 올려 그녀의 기대를 한방에 무너트렸다.
“진짜 잡으셨어요!?”
“그깟 말 하나 못 잡겠냐. 티타 니아.”
“예!? 예엣!?”
“스팅어 줘.”
볼 일은 다 봤으니 남을 이유는 없다.
티타니아는 머뭇거리다가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 파헬벨이 요한의 어깨로 날 아들었다.
“요한! 요한!”
“왜.”
"축제를 즐기고 갈 생각은 없어?”
“딱히……? 즐겨봤자 뭐 나오는 건 없지 않나?”
“아앗! 정말! 넌 왜 이렇게 인간 답지 않아?”
파헬벨은 허리를 숙이며 요한에 게 투정을 부렸다.
스팅어를 들고나온 티타니아는 요한에게 달라붙어 있는 파헬벨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파,파헬벨!”
“예! 여왕님!”
“저,절대 그분을 놀라게 해서는안 돼.”
‘그분?’
‘여왕이 왜 인간에게?’
티타니아의 반응에 마세츠와 솔 라는 의아해했다.
하지만 요한도 그 존대를 받아들 였고,티타니아 역시 당연하다고 여겼다.
“여기…… 여기 있습니다.”
여왕이 내민 것은 그녀의 몸만 한 크기의 단검이었다.
은색의 단검에 요정어가 새겨져 있다.
자루는 나무 덩굴로 둘둘 말려 고정되어 있었다.
검집조차도 없는 단검을 받아 이 리저리 살핀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 다.
“깔끔한 거래 고맙네.”
“벼,별말씀을……요한을 대하는 티타니아의 태도 는 공손하고,또 무척이나 조심스 러 웠다.
티타니아의 그런 태도에 요정들 은 궁금해했다.
“여왕님! 여왕님!”
“왜 그래요!? 왜 저 인간에게 공 손해요?”
“아,아니……뭐라고 말해야 할까.
요한의 뒤에서 문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안에 요정의 여왕조차 겁을 집어먹을 괴물이 있었다고 말 할까?
이건 요정들이라고 해도 믿지 않 을 것이다.
그녀가 머뭇거리자 파헬벨이 크 게 외쳤다.
“앗!? 여왕님!”
“으,으응?”
“이 인간에게 반했구나!!”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당황한 티타니아가 입을 쩍 벌리 자 파헬벨은 두 손을 모으며 활짝 웃었다.
그녀의 외침을 들었기 때문일까?
요정들은 요한과 여왕을 둘러싸 며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다.
“요정의 세상에는 하나의 전설이 있지〜”
“전설에 따르면 언젠가 숲과 여 왕님을 괴롭히는 나쁜 놈이 나타나〜”
어느새 꺼내 온 것인지 몇몇 요 정들은 피리까지 불고 있었다.
요정의 음악과 춤을 보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마세츠와 솔라는 감탄 하며 그들의 연주를 즐겼다.
"아아. 여왕님. 여왕님. 언제까지 그렇게 근심에 차 계실 건가요〜”
"그때 한 인간이 나타났어〜!!!”
폴짝 뛰어오른 파헬벨은 요한의 머리 위에 올랐다.
그의 검은 머리칼을 잡아들어 올 리고,그의 머리 위에서 날며 황금 빛 요정의 가루를 뿌렸다.
“여왕님. 여왕님. 아름다운 여왕 님. 당신의 근심과 걱정은 제가 전 부 해결해드릴게요〜”
파헬벨의 아름다운 목소리에 이 어 어설프게 만든 드레스를 입은 요정이 나왔다.
"아아〜 나의 인간님. 당신이야말 로 저의 영원한 반려랍니다〜”
파헬벨.
그리고 드레스를 입은 요정.
둘은 서로의 손을 잡고 춤을 추 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요정들은 즐거워하며 노래를 이어나갔다.
"그리하여 인간은 모험을 떠났다 네〜 한 자루 검을 들고〜 욕망의 용을 잡고〜 알 수 없는 괴물을 쓰 러트렸어!”
요정들이 날아올랐다.
그들은 요한과 마세츠,솔라의 주변에 요정의 가루를 뿌리며 피날 레를 장식했다.
“그리하여 돌아온 인간과 여왕님 은 결혼을 하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 다〜”
“와……“저 요정의 노래는 처음 들어봅 니다…… 그런데 가사가 왜 저러 지?”
절대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었 다.
요정들이 뿌리는 요정의 가루.
그리고 요정들의 연주.
그들의 연주에 따라 녹색이던 하 늘이 형형색색으로 변화했다.
그뿐만 아니라 요정의 가루를 뿌 리며 날아다닌 탓에 주변이 황금색 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실로 환상적인 공연이었다.
자신과 티타니아를 대상으로 한 공연을 본 요한은 씩 웃었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걸리자 티타 니아는 조마조마했다.
그리고 그녀의 기대에 맞게 요한 은 입을 열었다.
“내 영역에……“아앗H 안됩니다! 안됩니다!”
요한이 다시 영역전개를 선포하 려 하자 티타니아는 황급히 그를 잡았다.
* * *쓸데없는 배려를 받았다.
티타니아는 부끄러움이 많으니 둘만의 시간을 주겠다며 요정들이 물러나 버렸다.
그것도 샘까지 안내하겠다며 마 세츠와 솔라를 데리고.
덕분에 티타니아로서는 죽을 맛 이었다.
아직도 요한이 무서운데 그와 둘 이 있어야 한다.
공기마저도 어색하고 무겁기 그 지 없었다.
"저……“이거 맛있네.”
요정들이 선물로 주고 간 음료수 를 홀짝이며 요한은 남은 빵을 뜯 어 먹었다.
“뭐 할 말이라도 있나?”
“아뇨. 저기. 그게. 아까 그건 뭐 였습니까?”
“수호자다. 잠든 자가 깨어나지못하게 하는 수호자.”
“그,그런가요?”
하지만 티타니아가 아는 한 그런 무시무시한 수호자 따위는 없었다.
결국 그녀는 골똘히 생각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때 마세츠와 솔라가 다가왔다.
“공자님!!”
“물 다 떠왔습니다!”
커다란 물통에 요정의 샘물이 가 득 담겼다.
요한의 것까지 해서 세 통이나 떠온 그들은 싱글벙글 웃었다.
"그럼 가자.”
“축제는 안 보실 건가요?”
“재들 축제라고 해봤자 아까 봤 던 거의 연장선에 불과해. 그거 계 속 보고 싶냐?”
유치한 가사만 빼면 장관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것도 처음 볼 때나 그 렇지 계속 보게 되면 질릴 뿐이다.
솔라는 파헬벨을 잡고 물었다.
“요한 공자님의 말씀이 사실이 야?”
“응. 역시 축제에는 춤과 노래지.”
“하. 하하. 그럼 우리는 가볼게. 초대는 고맙지만 말야.”
“우〜 아쉽다〜”
사탕도 주고,과자도 주고.
거기에 유니콘까지 잡아준 데다 가 여왕의 마음까지 훔쳤다.
그런 이들을 보내는 것이 요정들 은 아쉬웠다.
하지만 간다는데 어쩌겠나.
“그럼 이거 받아줘!!”
“뭐냐? 이건?”
파헬벨과 요정들은 한 자루의 피 리를 가져왔다.
꽤 고급스러운 피리였다.
요한도 회귀 전에 본 적이 없는 피리였기에 그도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다.
“요정의 피리야.”
“이걸 불면 우리가 여왕님의 반 려가 될 사람에게 갈 수 있어.”
“일단 오해는 풀고 싶은데. 나 얘랑 아무런 사이도 아니다.”
티타니아는 황급히 동의했다.
하지만 요정들은 그저 웃을 뿐이 었다.
“에이. 부끄러워하지 말고. 넣어 둬. 넣어둬.”
“언젠가 필요할 거야〜”
준다는데 굳이 거절할 필요가 있 을까?
요정을 부를 수 있는 피리라면 쓸모가 있다.
연금술을 하거나 마법 도구,혹 은 시약을 만들 때 요정의 가루는 자주 필요한 것이니 말이다.
요정들은 티타니아의 손에 피리 를 쥐여주었다.
그것을 들고 어쩔 줄 몰라 하던 티타니아는 결국 요한에게 피리를 내밀었다.
"잘 쓰지.”
요한이 순순히 피리를 받아들자 요정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
“뽀뽀해!”
“뽀뽀해! ”
“저,적당히들 하지 못해요!?”
결국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티 타니아가 강하게 외쳤다.
그녀가 화를 내자 요정들은 손을들고 도망쳐버렸다.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요정들을 보며 씩씩거리던 티타니아는 요한 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여왕님이신데 요정들의 대접 이……마세츠가 쓰게 웃으며 말하자 티 타니아는 서글픈 얼굴로 대답했다.
“요정의 여왕이라는 것은 여러분 이 아시는 것과는 다른 위치입니다. 그저……“요정을 통제하고,또 요정의 숲 을 지키는 자리지. 여왕이라고 해 서 막강한 권력과 권위를 가진 것 은 아니야.”
요한의 설명에 솔라와 마세츠는 놀랐다.
그런 정보는 모험가 길드에도 없 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요정들은 자유분방하고 조심성이 없어.”
“그건 보면 압니다.”
“그래. 티타니아에게 존대를 하 는 정도도 요정들이 최대한 예의를 갖추는 거야.”
“그렇구나……“요정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십니 까?”
"관련된 책을 좀 봤을 뿐이야.”
요정의 피리를 아공간 주머니에 넣은 요한은 빈 가방 안에 물통과 요정의 가루가 담긴 주머니를 넣었 다.
“그럼 간다.”
요정들이 떠들 뿐이지.
실제로 티타니아가 자신에게 반 한 것 따위가 아닌 것 정도는 안 다.
그가 간단히 인사만 하고 가버리 자 마세츠와 솔라는 멍청히 서 있 는 티타니아에게 인사했다.
“그,그럼.”
"다음에 또 될 수 있으면 좋겠습 니다.”
멍하니 서 있던 티타니아는 화들 짝 놀라며 날아올랐다.
"조심히 가세요!”
“안녕〜”
“다음에 또 봐요〜!”
둘의 인사는 있었지만 요한의 인 사는 없었다.
그저 요한은 멀어지기만 할 뿐.
홀로 남게 된 티타니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그때.
도망쳤던 요정들이 다시 돌아왔 다.
“와! 여왕님!”
“반려가 될 사람이 떠나서 슬프 신가 봐!”
“축제다! 축제를 열자! 여왕님을 위로하는 축제를 여는 거야!!”
요정들이 다시 떠들썩하게 노래 를 부르며 연주를 시작했다.
씁쓸한 표정으로 그들을 보며 티 타니아는 생각했다.
‘잠든 자가 일어나지 못하게 하 는 수호자라고?’
그녀는 웃고 떠드는 요정들을 무 시한 채 요정의 기록이 남아 있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