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권 8화
158. 오해다 ⑴.
억울한 듯 솔라가 외쳤지만 유니 콘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저 다시 뿔을 쳐들고 마법을 준비할 뿐이었다.
이번에는 좀 강렬한 뇌격을 뿜어 내려는 듯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황금빛 전격을 뿔에 담은 유니콘은 요한을 향해 뿔을 겨눴다.
“나의 영역을 짓밟은 놈들!! 모두 흙으로 돌려보내 주마!!”
아까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렬 한 전격이었다.
수십 갈래로 갈라지는 전격이 자 신을 향해 쏘아지자 요한은 미스릴 검으로 전격을 강하게 후려쳤다.
“아니!?”
놀랍게도 요한의 일격에 맞은 마 법이 그대로 소멸되어 버렸다.
그것에 놀란 유니콘은 요한을 노 려 보았다.
“마법을 소멸시키다니! 그 무기!! 미스릴이구나!”
“그걸 이제 알았나?”
“쳇!! 두고 보자!!”
뿔이 빛난 순간 유니콘의 몸이 사라졌다.
블링크로 순식간에 멀어진 것이 다.
갑자기 나타나서 공격하고 사라 져 버렸다.
유니콘을 놓쳤음에도 요한은 별 다른 아쉬움을 느끼지 못했다.
그는 검을 다시 아공간 주머니에 넣고 파헬벨에게 말했다.
“요정의 숲이 아니라 유니콘의숲이었나?”
“으…… 그게.”
“됐어. 일단 요정들이 사는 마을 로 가자고.”
요한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걸 었다.
그가 성큼성큼 걷자 파헬벨은 날 개를 퍼덕이며 날아가 그의 어깨에 앉았다.
“길 알아?”
“알지.”
회귀 전의 기억을 떠올리며 요한 은 숲을 걸었다.
그 사이 마세츠와 솔라는 요한에 게 따라붙었다.
"요정의 숲에 원래 유니콘이 있 었습니까?”
“길드에 전해지는 기록에는 그런 것 따위는 없었는데……유니콘은 성수이지만 마수이기도 했다.
자신의 영역의식이 강하고 빠르 게 움직일 수 있다.
또한 뿔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난 검사와 같아서 어지간한 모험가는 상대할 수도 없다.
거기에 마법도 수준급.
어지간해서는 피하는 게 상책인 몬스터 였다.
그런 유니콘이 요정의 숲에서 출 몰한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게 말야•…"
파헬벨은 조심스레 말했다.
“얼마 전에 이 숲에 유니콘이 들 어왔어. 그리고 요정의 샘 쪽을 자 기 영역으로 삼겠다고 하더라고.”
“아…… 그래?”
다른 것도 아니고 요정의 샘 쪽 을 자기 영역으로 삼았다.
요정의 샘물을 원하는 둘에게 있 어서는 치명적인 일이었다.
“공자님.”
“왜.”
“그런데 공자님께서는 유니콘이 있는 것을 알고 계셨습니까?”
“아니. 나도 몰랐는데?”
회귀 전 요한이 요정의 숲에 들 어가는 것은 훨씬 후의 일이다.
그때는 누가 처치했는지 유니콘 은 존재하지 않았었다.
당연히 이번 일은 요한도 몰랐 다.
“그런데 왜 놀라지 않으십니까?”
“놀라야 하나?”
유니콘이 있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이 있나 싶었다.
모험가 길드에서는 주의해야 할 몬스터다.
하지만 잡지 못할 몬스터도 아니 었다.
“잡으면 되잖아.”
"아. 그렇군요.”
아까 요한이 유니콘과 상대하던 것을 생각하면 문제가 될 것 같지 는 않았다.
그 강하다는 유니콘이 요한을 보 고 도망쳐버렸으니 말이다.
“뭐야!? 너 유니콘을 이길 수 있 어?”
"고작해야 축생에 불과한데 뭐 문제 될 것 있나.”
수풀을 걷어 올리며 요한은 무덤 덤하게 답했다.
그때 근처에서 황금빛 가루가 쏟 아져 내렸다.
나뭇잎에 있던 요정의 가루였다.
“가루! 가루!”
마세츠와 솔라는 황급히 주머니 를 들었다.
요정의 가루를 담은 그들은 꽤나 행복해했다.
“마을에 들어가면 요정의 가루 정도는 얼마든지 얻을 수 있을 텐 데. 뭐하러 그렇게 모으냐?”
“아니 그렇게 말씀하셔도……“저희에게는 비싼 물건이니까요. 모을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모아둬 야죠.”
둘의 말에 요한은 피식 웃었다.
가루를 모으는 것에 요한이 관심 을 두지 않자 둘은 열심히 가루 채 집에 힘썼다.
그사이 더 안쪽의 숲으로 들어가 자 요한의 어깨에 있던 파헬벨이 날아올랐다.
“여기가 우리 마을이야!”
거목이 있는 곳이다.
나무 위에 있는 작은 집들.
그리고 나무 구멍에 만들어진 집 들.
그곳에서 나무 열매를 들고 밝게 웃으며 돌아다니는 요정들이 있었 다.
“인간이다!”
“인간!?”
“엘프도 있어!”
요한과 솔라,마세츠를 본 요정 들은 신기해하며 다가갔다.
하늘을 날아 다가오는 요정들을 보며 솔라와 마세츠는 침을 꿀꺽 삼켰다.
“요정 잡아갈 생각은 마라. 요정 의 숲에서 요정은 자유자재로 음직 일 수 있으니까.”
“아,알고 있습니다.”
모험가 길드의 요정의 숲에 있는 요정에 대한 기록에 남아 있었다.
요정의 숲에서는 요정을 잡아봤자 마음대로 탈출할 수 있다.
숲의 가호를 받기 때문이다.
요정을 잡을 기회는 오로지 요정 이 숲을 벗어났을 때뿐이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둘이 고개 를 끄덕였을 때 요한의 어깨에 있 던 파헬벨이 날아올랐다.
“얘들아! 이 요한이 유니콘을 잡 을 수 있다고 했어!”
“뭐!?”
“유니콘을!?”
요정들은 눈을 반짝거렸다.
그리고 요한의 앞에 빠르게 모였 다.
금세 수백은 되는 요정들이 그의 앞에 자리 잡고 외쳤다.
“유니콘을 쓰러트려 주세요!”
“그 녀석 혼내주세요!”
“그거 아주 순 나쁜 놈이에요!”
재잘재잘.
사랑스러운 소녀들이 주먹까지 들며 화를 내고 있었다.
그들의 성토를 듣던 요한은 씩 웃었다.
“여왕과 이야기할 테니 여왕을 불러라.”
“파헬벨!! 뭐야!”
“저 인간! 유니콘을 잡을 수 없 는 것 아냐!?”
아까 요한과 함께 있었던 파헬벨 은 당황했다.
조금 전 유니콘과 싸우며 전혀 밀리지 않았던 요한이다.
오히려 유니콘이 도망가지 않았 던가.
파•헬벨이 필A]■적 O g 그 일을 설 명하자 요정들은 다시 밝게 외쳤다.
"유니콘을 쓰러트려 주세요!”
“그 녀석 혼내주세요!”
“그거 아주 순 나쁜 놈이에요!”
“여왕 불러.”
요한은 단 한마디만을 한 후 입 을 다물었다.
요정들은 서로를 보다가 뿔뿔이 흩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다른 요정들과 다르게 빛의 날개 를 지닌 요정이 날아왔다.
다른 것은 날개뿐만이 아니 었다.
키도,그리고 외모도 달랐다.
소녀와 같은 요정들과 다르게 성 숙한 여인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우 아하게 날아와 요한의 앞에 멈춰 섰다.
“여왕 티타니아입니다. 여러분. 요정의 숲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 다.”
장난스러우면서도 .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 었다.
솔라와 마세츠가 그녀의 사랑스 러음에 놀랐을 때.
요한은 미스릴 검을 꺼내 앞에 놓았다.
"요한 바그너다.”
“그런가요? 반가워요.”
“서로 바쁠 텐데 본론만 이야기 하자고.”
생긋 웃는 여왕을 향해 요한은 천천히 말했다.
“유니콘 잡아주지.”
“고마워요. 당신의 호의에 요정 은 기쁨을 느낍니다. 당신을 요정 의 친구로……티타니아는 상냥히 웃었다.
안 그래도 유니콘 때문에 꽤나 골치 였다.
그것을 처치해준다고 하니 티타 니아는 활짝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요한은 그녀의 사랑스러 운 미소에도 입꼬리 하나 까딱이지 않았다.
“호의에는 보답이 따라야 하는 법. 그 대가로 스팅어를 받도록 하 지.”
“스팅어는 왜 필요로 하시는 겁 니까?”
“내가 아는 사람 저주를 풀어야 해서.”
현자의 돌이 가진 강한 힘으로 스팅어의 힘을 증폭시켜야 한다.
그래야 마고 후작의 딸,하이데 의 저주를 풀어 줄 수 있다.
회귀 전에 했던 방법을 떠올리며 요한이 말하자 티타니아는 상냥함 이 가득 담긴 미소를 지었다.
“타인을 위한 아름다운 마음씨. 정말 보기 좋습니다. 그럼 여쭤보 지요. 요한. 유니콘을 이기실 수 있 으십니까?”
“이길 수 있어. 파헬벨. 설명해 봐.”
파헬벨은 여왕에게 아까 봤던 것 을 설명했다.
얌전히 파헬벨의 설명을 들은 티 타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가능하시다면 해주세요. 저희가 요정의 샘을 다시 되찾을 수만 있다면 스팅어야 드릴 수 있 답니다.”
“그럼 됐어.”
스팅어와 더불어 유니콘의 뿔까 지 얻을 수 있는 기회다.
그것을 놓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가능하겠나요?”
그가 몸을 돌려 가려 하자 티타 니아는 걱정스레 말했다.
유니콘을 상대하는 방법은 마력 이나 오러와는 관계없는 순결한 처 녀를 제물로 바치는 것뿐.
그러나 요한이 데려온 솔라는 아 무리 봐도 오러를 사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니콘은 강합니다. 그리고 빠 5고”.
“나도 빠르고 강해.”
힐끔 티타니아를 본 요한은 말없 이 걸었다.
그가 멀어지자 솔라와 마세츠는 황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저희도 도와드려야 합니까?”
“아니. 너희 요정의 가루나 채취 해둬.”
“예!!”
마세츠와 솔라는 가방을 열었다.
가방에는 달콤한 사탕과 쟁이 들 어 있는 병이 들어 있었다.
“와!! 사탕이다!!”
아까 뿔뿔이 흩어졌었던 요정들 이 홍미를 보이고 모여들었다.
사탕을 받은 요정들이 날뛸 때마 다 황금빛 가루가 떨어졌다.
그들이 요정의 가루를 채취하는 사이 요한은 몸을 돌렸다.
‘빨리 가서 얻어 가지고 와야겠 군.’
그때 티타니아가 날아 요한의 어 깨에 앉았다.
그리고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혼자서는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나보다는 유니콘 걱정을 하는 게 나을 거다.”
“혹시 모르니 훌륭한 전사를 동 행시키고 싶습니다만……“누군데?”
“접니다. 저는 요정안을 지녀서 원한다면 뭐든지 볼 수 있답니다.”
유니콘이 환각이나 환영 마법을 펼쳐도 어디 숨는지 잡을 수 있다.
티타니아는 우줄해 하며 자랑스 레 말했지만 요한의 반응은 냉담했 다.
“와봤자 좋을 건 없으니까 넌 가 서 재들이랑 사탕이나 먹고 있어.”
그는 티타니아를 잡아 휙 던졌 다.
허공에서 빙글빙글 돌던 티타니 아가 따라붙기 전 요한은 빠르게 걸었다.
그렇게 요정의 샘 근처에 도착한 요한은 미스릴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아공간 주머니에 있는 불의 흡혈 귀의 석상을 꺼내 내려놓았다.
그 순간 숲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내 영역에서 이게 무슨 끔찍한 기운이…… 히익!!? 너,너는!?”
‘또 도망치면 잡기 귀찮아지니 빨리 끝내자.’
“내 영역에 온 것을 환영한다.”
유니콘이 나온 순간 요한은 주변 전체를 기준으로 영역전개를 선포 했다.
그와 마주친 유니콘은 그를 보자 마자 쪼그려 앉았다.
자신의 영역에서 불길하고,또 위험한 기운이 느껴져 달려왔다.
하지만 이런 것이 더 있을 줄은 몰랐다.
“이힝…… 이히히힝……아까까지만 해도 막대한 위엄을 보이던 유니콘이었다.
하지만 영역전개를 펼친 요한 앞 에서는 풀죽은 망아지보다 못했다.
“이히히히힝!”
바닥을 나뒹굴며 거품을 물고.
자랑인 뿔로 바닥만 푹푹 꽂을 뿐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다리를 이 빨로 깨물며 자해까지 시도했다.
저항에 실패하고 미쳐버린 것이 다.
“그럼……발광하는 유니콘을 내려다보던 요한은 하얀 목에 가볍게 검을 내 리 쳤다.
그 일격에 맞은 유니콘은 비명조 차 지르지 못한 채 즉사했다.
신성한 피가 바닥을 더럽히는 것 을 보며 요한은 유니콘의 뿔을 잘 탔다.
그리고 돌아가기 위해 몸을 일으 켰을 때.
숲에서 딱딱히 굳은 표정의 티타 니아가 날아왔다.
“……당신. 될니까.”
영역전개는 유니콘에게만 펼쳤을 뿐이다.
하지만 요정의 여왕만이 가진 요 정안은 요한의 뒤에서 나타난 거대 한 문과.
그 문 안쪽에 있는 괴물을 보게 만들었다.
“이건…… 이건 도대체……수많은 시간을 살아온 요정조차 도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고,존재 자체를 이해할 수 없는 괴물이었다.
불안감에 겁에 질려 버린 티타니 아는 나뭇가지에 주저앉았다.
빛의 날개를 움직이지도 못하고 덜덜 떠는 그녀를 향해 요한은 천 천히 다가갔다.
“히 익!?”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를 본 티 타니아는 덜덜 떨며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버렸다.
날개를 움직여 날 생각조차 못 한 그녀를 요한은 간단히 잡아챘다.
그리고,자신의 손바닥 위에 자 리 잡은 티타니아를 향해 입을 열 었다.
“너……“ ,,파랗게 질린 티타니아는 불쌍할 정도로 떨었다.
그녀를 응시하던 요한은 입을 열 었다.
“봤구나?”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티타니아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자신의 손안에서 기절한 티타니 아를 내려다보며 요한은 떨떠름히 중얼거렸다.
“봐도 상관없는데.”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