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권 7화
157. 원하는 자들 (3).
그는 손바닥을 비비며 요한에게 다가가 굽실거렸다.
“아! 보셨습니까!? 하하. 어땠습 니까?”
“그것도 의미 없더라.”
“아이고 안타까워라…… 더 열심 히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길로틴을 찾는 일에 동원되었던 요미 안이다.
그는 더욱 비굴하게 웃었다.
“그런데 혹시 뭐 따로 시키실 일 은 없으신지……"시킬 일? 시킬 일이야 많지.”
심부름꾼이야 얼마든지 있어도 모자라다.
요한은 자발적으로 일을 해주려 나서는 요미안을 향해 피식 웃었다.
“왜. 너도 요정 필요하냐?”
“어휴! 공자님께서 지키시는 요 정을 어떻게 달라고 하겠습니까. 그냥 저기……요미안은 더더욱 강하게 손바닥 을 비볐다.
지문이 닮아 없어질 것 같다.
그는 요한의 옆에서 행복한 표정 으로 빵을 먹는 요정을 가리켰다.
“이번에 의뢰를 받았는데 마침 요정의 가루가 필요하다지 않습니 까.”
그가 바라는 것은 요정이 아닌, 요정의 가루였다.
마침 요한의 옆에 놓여 있는 손 수건에 요정의 가루가 놓여 있었다.
요한은 그것을 원하며 굽신거리 는 요미안에게 손수건 채 내밀었다.
“옜다. 그리고 나중에 바그너 영 지로 와. 시킬 일 있으니까. 그리고 길로틴 찾는 것은 중지하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것을 받은 요미안은 연신 허리 를 숙이며 떠나가 버렸다.
그들이 가자 요한은 플로란스에 게 눈을 돌렸다.
“그럼 우리도 일 얘기를 좀 해볼 까?”
“저들이 남았다.”
"야. 너희 잠깐 자리 좀 피해줘.”
“알겠습니다.”
그들이 멀어지자 요한은 옆에 있 는 요정을 잡았다.
“너도 좀 다른 곳에 가 있어라.”
“나는 들으면 안 돼?”
“되겠냐?”
“나라도?”
"네가 뭔데.”
시큰둥하게 말한 요한은 파헬벨 을 잡아 획 던졌다.
하늘로 날아오른 그녀가 다른 곳 으로 가려고 할 때.
슬쩍 고개를 들어 올린 플로란스 는 지팡이를 들었다.
그 지팡이에 빛이 맺혔고,빛은 파헬벨의 몸을 감쌌다.
"그럼 얘기를 시작해볼까?”
“내가 뭘 한 것인지 묻지 않는 건가?”
“뭐. 방금 한 거? 드루이드가 은 신의 가호 내린 거잖아.”
요한이 대수롭지 않게 답하자 플 로란스는 살짝 놀랐다.
황금시대가 끝난 이후 드루이드 의 수는 크게 줄어들어 가고 있었 다.
이제 세상에 드루이드는 단 다섯그중 넷은 세상에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요한이 드루이드에 대해 서 알고 있을 줄이야.
플로란스는 요한을 빤히 보다가 물었다.
“나에 대해서 알고 있나?”
“백왕 플로란스를 모르는 사람도 있나?"
그녀에게서 풍기는 위압감이 강 해지자 요한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 소개부터 하지. 나는 요한바그너다.”
“알고 있다. 내가 알고 싶은 것 은 네 이름 따위가 아니다.”
그녀에게 있어서 지금 궁금한 것 은 하나였다.
요한이 가지고 있는 오래된 자의 자료는 무엇인가.
플로란스는 요한을 말없이 노려 보았다.
“네가 지금 뭘 궁금해하는지는 알겠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중요한 것은.”
요한은 다시 빵에 마멀레이드를 발랐다.
그리고 그것을 한입 베어 물고 꿀꺽 삼킨 후 말했다.
"내가 백색병에 대해서 알고 있 다는 거지.”
“그 병에 대한 자료는 어디서 찾 은 것이지?”
“너 자꾸 헛소리할래? 네가 물어 야 할 것은 그게 아닐 텐데?”
플로란스를 마주하는 눈에는 두 려음 따위는 없었다.
그 시선에 플로란스는 신선함까 지 느꼈다.
지금까지 자신을 본 이들의 반응은 셋이었다.
두려워하든.
경외하든.
아니면 적대하든.
하지만 요한은 그 셋 모두 아닌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이 자는 도대체……요한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했 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더 궁금 한 것이 있었다.
“어떻게 하면 백색병을 막을 수 있지?”
이제야 제대로 된 질문이 나왔 다.
요한은 만족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플로란스 가 원하는 답을 내어준 것은 아니 었다.
"못 막아. 대기근이 일어난 이상 백색병은 이미 예정된 일이나 마찬 가지다.”
백색병 역시 대기근과 마찬가지 로 마왕 등장의 전조다.
이미 대기근이 시작되고,요한이 이곳에서 각성을 한 이상.
절대로 막을 수 없다.
그의 답을 들은 플로란스에게 절 망이 찾아왔다.
대기근을 막지 못했다는 자책감 이 더욱 커졌다.
눈을 질끈 감은 플로란스가 일어 나서 가려고 하자 요한은 그를 잡 았다.
“하지만 피해는 최소화시킬 수는 있지. 걸려도 치료도 가능하고.”
“어떻게?”
절망이 사라졌다.
샘솟는 희망에 플로란스가 기쁜듯 묻자 요한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제부터 협상의 시간이다. 그 걸 가르쳐 준다면 넌 뭘 줄래?”
“뭘 원하나.”
“내 밑에서 당분간 일 좀 해라.”
백색병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준 비할 일들이 많다.
잘못하면 삽시간에 대륙 전체에 퍼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손은 많을수록 좋았다.
“뭘 해야 하지?”
“모을 것들이 많아. 아. 그리고 네가 갖고 있는 오래된 자의 기록같은 건 잘 모아놔.”
“왜지?”
“내가 보고 선발해서 가져갈 것 은 가져갈 거니까. 괜히 쓸모없는 거 갖고 있어 봤자 사고만 난다.”
회귀를 하기 전에도 몇몇은 오래 된 자의 힘을 빌려 백색병을 치료 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불가능했었 다.
“오히려 쓸데없는 사고만 생기는 거니까 말야.”
플로란스가 지금까지 모은 자료 나 물품은 상당하다.
그것을 모두 포기하라는 요한의 말에 플로란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 플로란스를 포섭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신뢰다.
그렇기에 요한은 입을 열었다.
“네 제자 헤이로나 엘도만은 백 색병에 걸려서 죽어.”
그 순간 플로란스의 손이 요한에 게 뻗어졌다.
자신의 어깨를 잡은 손을 힐끔 본 요한은 무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이 반응을 보아하니 너도 봤나 보군.”
플로란스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로브로 가려져 표정은 보이지 않 았지만.
분홍색 입술을 하얘질 정도로 깨 물고 있었다.
“너도…… 계시를 받은 것인가?”
“계시랑은 좀 다르지.”
“혹시 시간에 관한 연구를 한 것 인가? 그래서 알고 있는 것인가?”
계시에 대해 알기 위해서.
그리고 백색병을 치료하고 막기 위해서.
플로란스는 많은 연구를 봐왔다.
당연히 그중에는 금기에 대한 것 도 있었다.
그것을 플로란스가 언급하자 요 한은 인상을 찌푸렸다.
“시간과 차원에 관한 연구는 금 기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둘 다 좋 은 꼴 못 볼 텐데 뭐 하러 하냐?”
이후 대답은 없었다.
잠시 생각하던 플로란스는 고개 를 끄덕였다.
“……뭐든 좋다.”
플로란스에게 있어서 지금 중요 한 것은 하나였다.
백색병.
그것을 막아야 했다.
아니,최소한 헤이로나가 죽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
“그래도 받아들여서 좋네.”
플로란스는 진지한 어조로 말했 다.
“내가 뭘 해야 하지?”
“모아야 할 것들이 있어. 일단 순수한 마력 결정이 좀 많이 필요 해. 이건 도브다만 왕국의 포린 산 에 있는 던전을 탐사하면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유니콘의 뿔이 필요한데. 그건 내가 알아서 구할 테니 신경 쓰지 말고…… 음. 일단 그것만 구해와. 나머지는 나중에 얘기하자고.”
요한이 답해주자 플로란스는 자 리에서 일어났다.
이야기는 끝났다.
하지만 플로란스는 떠나지 않고 있었다.
“뭐 더 할 말 있나?”
“너는 왜 백색병을 막으려는 것 이지? 왜 나를 도우려는 것이지?”
플로란스의 질문에 요한은 어깨 를 으쏙였다.
마왕은 전조에 의해서 죽은 이들 이 많을수록 강해진다.
이미 첫 번째 전조인 대기근을 통해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것을 막지는 못했으니 다음 전 조들이라도 막아 마왕의 힘을 약화 시켜야 한다.
이것은 싸움의 기본이다.
적은 약하게.
나는 강하게.
아무리 회귀를 하여 쉬운 난이도 가 되었다고 해도 요한은 방심할 생각 따위는 없었다.
혼자서 마왕과 싸우려면 사전준 비는 필수였다.
“백색병의 피해를 최소화시키는 것은 나에게도 필요한 일일 뿐.”
“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마라. 백 색병을 억제하는 일이 끝나면 너랑 놀 일 없으니까.”
요한은 더 할 말 있냐는 듯 바라 보았다.
결국 플로란스는 아무런 말도 꺼 내지 못했다.
그가 일어나 가버리자 요한은 그 의 뒷모습을 보며 외쳤다.
"그리고 나중에 볼 때는 그 로브 좀 벗어라. 안 덥냐?”
요한의 외침에 플로란스는 발걸 음을 멈췄다.
하지만 끝까지 로브를 벗지 않고 가버렸다.
“;次 ”
“요하안〜 이야기는 끝났어〜?”
다시 하늘을 날아 요정이 내려왔 다.
요한의 옆에 앉은 요정은 먹던 빵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야. 나 이제 갈 거야. 너도 알아 서 숨든지 해라.”
“나도 갈 거야.”
“응?”
“요정의 숲에 갈 거라면서? 길잡 이 안 필요해? 빵이랑 쟁만 더 주 면 길잡이 해줄게!”
요정이 밝게 웃으며 외치자 요한 은 코웃음 쳤다.
"나도 길 잘 알거든?”
어느새 다가온 마세츠와 솔라는 요한의 옷을 잡았다.
아공간 주머니에서 꺼낸 요정의 관을 제단 위에 휙 던졌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이 변했다.
푸른 하늘이 녹색으로 물들고, 제단을 제외한 주변의 인위적인 물 품들이 전부 사라졌다.
“와…… 여기가……“요정의 숲……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신기해하는 마세츠와 솔라.
그리고 여기서도 무덤덤한 요한.
그들을 향해 하늘을 날던 파헬벨 이 내려왔다.
“요정의 숲에 온 것을 환영할 게!”
“환영은 좋은데.”
요한은 미스릴 검을 뽑으며 숲을 가리켰다.
“재는 뭐냐?”
그가 검으로 겨눈 곳에는 하얀 몸을 가진 뿔 달린 말이 있었다.
그리고 그 뿔 달린 말은 명백한 적대감을 품으며 요한 일행에게 뿔 을 겨누고 있었다.
-이히히힝!!
그 말을 본 솔라와 마세츠는 당 황하며 무기를 뽑고 외쳤다.
“유니콘이다!!”
그들이 외친 순간 유니콘은 날카 로운 뿔을 번뜩이며 달려들었다.
“잘됐네. 어차피 잡았어야 했는 데.”
긴장하고 있는 마세츠나 솔라와 는 달랐다.
요한은 미스릴 검에 오러를 입히 고 유니콘을 향해 달렸다.
-채애엠!!!
오러가 실린 미스릴 검과 유니콘 의 뿔이 부딪혔다.
한 번의 충돌만으로도 유니콘은 요한의 실력을 깨달은 듯싶었다.
뒷걸음질 쳐 물러난 유니콘은 투 레질을 하며 요한에게 적개심을 피 워 올렸다.
“왜 유니콘이 공격을 하는 겁니 까!?”
“그럼 자기 영역에 들어왔는데 그걸 그냥 놔두겠나?”
다시 돌진한 유니콘을 향해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그 이후 이어지는 연격.
하지만 유니콘은 놀랍게도 날카 로운 뿔을 이용해 그 공격을 전부 막아냈다.
“이히힝!! 망할 놈이 제법이구 나!”
“말했다!!?”
솔라가 외치자 유니콘은 힐끔 솔 라에게 눈을 돌렸다.
하지만 곧 관심 없다는 듯 다시 요한을 공격할 뿐이었다.
그 반응에 마세츠는 솔라를 보았 다.
“유니콘은 순결한 처녀에게는 순한 양이 된다던데?”
“나 처녀야!!”
“그런데 재는 왜 저래?”
빠르게 요한을 공격하던 유니콘 은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유니콘의 뿔에 전격이 맺혔다.
-과광!!
천둥의 화살이 요한을 향해 날아 들었다.
하지만 요한은 그것을 가볍게 튕 겨내 버렸다.
자신의 마법이 튕겨 나간 것에도유니콘은 놀라지 않았다.
그저 솔라를 향해 코웃음을 칠 뿐이었다.
“취향이 아니야!”
“……내가 어디가 어때서!?”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