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권 2화
152. 이번에 못 하면 (1).
모험가들이 얼마나 요정의 숲에 가고 싶어 하는지 요한도 알고 있 었다.
그렇기에 요한은 요정의 관을 어 떻게 써먹어야 할지도 잘 알고 있 었다.
“이게 나한테 있다는 것을 알았 으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겠지?”
이번에 큰 손해를 봤다.
하지만 요한이 자신들을 요정의 숲에 데려다준다면?
그럼 지금까지의 손해를 모두 메 울 수 있었다.
"하,하하! 노동투쟁은 무슨!”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공자님의 노예가 되지요!”
그들이 쟁기를 들어 올리며 열의 를 보이자 요한은 관을 아공간 주 머니로 되돌렸다.
‘난 데려간다는 말은 한마디도 안 했는데.’
자기들끼리 멋대로 장밋빛 미래 를 그리고 있다.
그들을 잠시 쳐다보던 요한은 하 온달을 잡았다.
“너희가 갈아야 할 나머지 휴경 지는 얘가 말해줄 거다. 하온달.”
“예?,,“재들 휴경지에 안내해줘.”
달콤한 당근을 보여줬으니 상황 은 바뀌었다.
지금까지야 억지로 했지만.
일을 빨리 끝내고 요한에게 최대 한 굽신거린다면?
요정의 숲에 갈 수 있을지도 몰 탔다.
요정의 관은 일회용이다.
즉 혼자 가든 세 명이 가든 저 관은 한번 사용하면 소멸된다.
두 자리가 남으니 최대한 잘 보 인다면 어떻게든 그를 따라갈 수 있을지도 몰랐다.
'요정의 숲에만 갈 수 있다면.’
‘영지전이든 뭐든 할 수 있다r둘의 속내를 요한은 간단히 읽었 다.
이제부터 저들은 전력을 다해 휴 경지를 개간할 것이 분명했다.
“그럼 수고들 해라.”
그가 가볍게 말하자 마세츠와 솔 라는 손수레에 농기구를 담았다.
“자! 빨리 갑시다!”
“다 갈아버리겠다!”
저 의욕 넘치는 모습을 보니 딱 히 관리가 필요한가 싶었다.
둘을 보며 하온달은 뻘쯤히 말했 다.
“그,그럼 가시죠.”
그가 둘을 안내하는 것을 힐끔 본 요한은 바로 저택으로 들어갔다.
저택 앞에는 못 보던 마차가 있 었다.
“왔으면 들어가지 왜 거기 서 있 냐? 아. 물건은 가져왔고?”
마차 앞에 서 있던 헤이로나는 요한을 보자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예.”
“훌륭하다. 그런데 왜 그러고 있 어?”
“스승님께서 전달하라는 서찰이 있습니다.”
그녀는 품에서 서찰을 꺼냈다.
그것을 받은 요한은 서찰을 펼쳐 본 후 씩 웃었다.
“프란츠는 피아노실에 있을 거 다.”
근처에 있는 하인을 잡아 그녀를 안내하라고 시켰다.
헤이로나가 떠나는 것을 본 요한 은 서찰을 펼쳤다.
서찰에는 짧은 글귀만이 있었다.
-만나서 이야기하자. 장소는 보 반 숲. 시간은 언제든 상관없으니 편한 시간을 정해 알려다오.
“보반 숲이면 잘됐네.”
요정의 숲으로 가려면 보반 숲으 로 가야 한다.
어차피 가야 하는 거 쓸데없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요한은 서찰을 품에 넣고 이 층 으로 올라갔다.
터벅터벅 피아노실로 향하던 요 한은 문 근처에 서 있는 헤이로나 와 마주쳤다.
“뭐하냐?”
피아노실 문은 살짝 열려 있었 다.
그 틈새를 통해 흘러나오는 연주 를 들으며 헤이로나는 얼굴을 붉히 고 있었다.
연주에 집중하고 있었는지 요한 이 오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그녀는 화들짝 놀랐다.
“아,아앗!”
"뭔데?”
"아,아아…… 그,그게.”
그때 연주가 멈췄다.
바깥의 소리를 듣고 프란츠가 멈 춘 것이다.
잠시 후 유아랑은 문을 열고 나 왔다.
“어라? 오셨습니까? 그런데 이 분은 누구십니까?”
“인사해라. 프란츠를 이긴 사람 이다.”
그 말을 들은 유아랑은 침음성을 토했다.
프란츠의 패배로 요한이 기분 나 빠했던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그 일의 주역이 여 기까지 찾아올 줄이야.
유아랑의 걱정도 모르고 헤이로 나는 밝게 웃었다.
“반가워요. 헤이로나 엘도만입니 다.”
“아. 예.”
헤이로나를 향해 유아랑은 어색 하게 인사한 후 요한을 보았다.
죽일 거냐는 듯한 시선에 요한은 고개를 저었다.
“들어가자고.”
“들어가도 되나요?”
“뭐 어때.”
요한이 허락하자 헤이로나는 그 를 따라 들어가고 숨을 멈췄다.
넓은 유리창에 비쳐 내리쬐어지 는 달빛.
그리고 달빛을 그대로 받으며 눈 을 감고 연주를 하는 프란츠가 있었다.
그 모습은 순간적으로 마음을 흔 들리게 하기 충분했다.
하지만 요한의 마음을 흔들기에 는 부족했다.
“저건 뭘 저렇게 분위기를 잡고 있지? 아무튼 허세는……“그래도 멋있지 않나요?”
“음 틀렸는데?”
퍼포먼스 따위는 관심 없다.
요한이 원하는 것은 완벽한 연 주그것을 통해 소드 댄싱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헤이로나는 프란츠의 연 주에 폭 빠진 듯싶었다.
“가끔 보이는 저런 것 때문에 프 란츠는 아카데미에서 인기가 많아 요.”
프란츠가 인기가 적든 많든 그것 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요한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프 란츠가 추기제에서 우승하는 것뿐.
그러기 위해서는 연주들을 완벽 하게 하는 것만이 중요했다.
그 사이 프란츠의 연주를 홀린 듯 감상하던 헤이로나는 작게 중얼 거렸다.
“추기제에서 우승하려면 저렇게 연주나 할 때가 아닌 것 같은 데……“재가 익힌 소드 댄싱은 악기 연 주나 노래,줌을 통해서도 강해져.”
그러니 피아노든 뭐든 악기 연주 를 제대로 익히는 것이 낫다.
알토든,안단테든.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기본이 필요했다.
요한의 설명에 헤이로나는 입술 만 달싹거렸다.
“왜? 프란츠가 연주하는 모습이 멋있어서 다른 여자들이 관심 가질 까 겁나냐?”
움찔.
헤이로나의 어깨가 떨렸다.
정곡을 제대로 찔린 모양이다.
그녀는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다고 해서 막을 생각은 없 어.”
요한의 말이 끝나는 것에 맞춰 프란츠가 연주를 끝냈다.
그리고 악보에 있는 포도송이에 체크를 하며 기지개를 켰다.
"으다다다다〜”
“다했냐? 확인해 보자.”
“억!”
기지개를 켜던 프란츠의 몸이 굳 었다.
하마터면 뒤로 넘어갈 뻔한 프란 츠는 간신히 버텨내고 자리에서 일 어 났다.
“오셨습니까! 형님!”
“에헤〜 나도 있어〜”
요한의 옆에 서 있던 헤이로나가 손을 흔들었다.
그녀를 본 프란츠는 인상을 찌푸 렸다.
“넌 왜 왔냐?”
“일 때문에 왔거든? 너 보러 온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하…… 그래. 뭐 온 걸 어쩌겠 냐.”
지금 헤이로나가 온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요한에게 검사를 받는 것이 중요 하지.
그는 악보를 피아노 위에 올려놓 고 연주를 시작했다.
아까와는 다른 피아노의 음색이 방에서 퍼져나갔다.
감미로운 연주가 금방 방 안에 가득 담겼다.
꾸준히 연습을 한 덕분인지 연주 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끝났 다.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요한이 통과를 말하자 프란츠는 안도했다.
그가 악보를 옆으로 치우고 아까 연습하던 악보를 잡자 요한은 근처 에 있는 류트를 들었다.
“류트는 왜 가지고 있냐?”
“그…… 류트 연주도 배워두려 고……“나쁘지 않지. 피아노를 들고 다 닐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
“그렇죠. 아카데미에 있는 피아 노 동호회에 들어가기도 그렇고.”
프란츠가 난감해하며 말하자 헤 이로나는 접싸게 손을 들었다.
그녀로서는 프란츠가 그런 동호 회에 들어가는 것은 반대하고 싶었 다.
“예! 맞아요. 악기 연주 같은 동 호회는 좀…… 다들 공부나 훈련은 생각도 안 하고 쓸데없는 짓만 하 려고 한다니까요!”
“넌 왜 홍분하냐?”
“아,안 했는데요?”
헤이로나는 새침하게 고개를 돌 렸다.
그녀의 하얀 목덜미는 살짝 달아 올라 있었다.
하지만 자꾸만 힐끔거리는 것이 요한이 어떻게 말할지 궁금한 듯싶 었다.
“악기 연주 동호회라……“들어가야 합니까? 뭐 필요하다 면 들어가지요. 안 그래도 왕자님 께서 권하셨는데.”
요한이나 광약,유아랑에 비하면 못 미치지만 프란츠의 연주는 수준 급이다.
거기에 아카데미에서 인기도 많 다.
그런데 악기 연주 동호회에 들어 간다?
그럼 분명히 그를 위한 팬클럽이 니 뭐니 생길 것이 분명했다.
헤이로나는 심각하게 불안해하며 요한을 간절히 응시했다.
“그딴 데 들어갈 시간 있으면 훈 련이나 해.”
“좋았어!”
헤이로나가 활기차게 외치자 요 한과 프란츠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가 좋아?”
“아,아냐. 아무것도.”
금세 딴청을 피워버리는 헤이로 나를 향해 프란츠는 고개를 갸웃거 렸다.
하지만 그뿐이다.
요한의 다음 말을 귀 기울여 들 어야 했다.
“하성제와 다르게 추기제는 마법 사나 연금술사도 참가해. 알지?”
"예.”
“악기 연주를 익히는 것도 중요 하지만 기본 훈련도 잊지 마라. 이 번에는 진짜 잘해야 할 거야.”
이번에도 우승을 못 하면 진짜 요한에게 죽을지도 모른다.
그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요한은 유아랑을 당겼다.
“그럼 프란츠. 너는 헤이로나 접 대 좀 하고 있어. 그리고 헤이로 나.”
“예?”
“지점 문제는 내일 아침에 바로 아버지를 만나서 상의해.”
“알겠습니다.”
그녀가 공손히 답하자 요한은 유아랑을 데리고 나갔다.
그와 함께 나가 도착한 곳은 유 아랑의 약초밭이었다.
허가된 사람 외에는 절대 들어 오지 못하는 곳에 도착하자 유아 랑은 차분히 말했다.
"이제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달빛을 머금고 있는 작은 나무 는 다른 나무들과 같이 녹색의 잎 을 가지고 있었다.
“구아노랑 부엽토,얼마나 남았 냐?”
“아쉽게도 거의 바닥났습니다.”
“그래? 다른 지역에서 캘 수 있 나 좀 알아봐봐.”
고개를 끄덕인 요한은 창고 옆 에 놓인 장치를 들었다.
고대 골렘의 코어와 드레이크의 심장으로 만든 장비였다.
그것을 가리키며 유아랑은 꽤나 뿌듯해했다.
“아단과 헤갈이 만드느라 고생 이 많았습니다.”
“나중에 칭찬해줘야겠군.”
설계한 대로 잘 만들어져 있다.
혹시 몰라 다시 한 번 확인한 요한은 장비의 끝부분을 열었다.
그 안에 마력 결정을 넣자 내부 에 있던 마법진이 반응했다.
-위이잉…….
낮은 진동음.
그리고 은은한 백색의 빛.
순수한 마력이 고대 골렘의 코 어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자. 그럼……장비의 뾰족한 부분을 망설임 없이 묘목에 꽂아 넣었다.
그 순간 백색의 빛이 빠르게 묘 목으로 흡수되었다.
“이대로 두면 됩니까?”
“응. 원래는 한 반년 정도 이렇 게 둬야 하지만……오랜 시간 마력이 쌓인 결정이 다.
그 마력을 전부 드라이어드로 옮기려면 그 시간도 꽤 든다.
하지만 굳이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이것 좀 잡아봐.”
“예.”
유아랑이 마력주입장치를 잡자 요한은 쇠파이프로 장치를 고정했 다.
“그건 뭡니까?”
지지대를 고정하자마자 요한은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허공에서 나온 것을 본 유아랑 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드래곤 스케일.”
“헉!”
그런 기물은 또 어디서 구했단 말인가.
기겁한 유아랑이 드래곤 스케일 을 보는 사이 요한은 드래곤 스케 일을 장치에 끼워 넣었다.
-우우우우웅!!!
드래곤 스케일이 보유한 마력도 고대 골렘의 코어에 흡수되었다.
그것을 보며 유아랑은 긴장했 다.
“이제 몇십일 정도만 주입하면 될 것 같은데.”
“드래곤 스케일은 또 어디서 나셨습니까?”
“율경 것을 빼앗아왔지.”
담담히 말한 요한은 뒤로 물러 났다.
마력이 안정되고 드라이어드에 다시 제대로 공급된다.
유아랑은 기대감을 품으며 드라 이어드를 보았다.
“지아 ....”
“기대되냐?”
“그야 그렇지요. 어떤 엘프도 드라이어드를 키워내지 못했는 데.”
엘프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생 겼다.
유아랑을 향해 요한은 씩 웃었 다.
“그거 말고도 이름 남길 거 많 을 거다.”
“예? 어떤……?”
하지만 요한은 답해주지 않고 떠났다.
그가 멀어지자 유아랑은 고개만 갸웃거 렸다.
"같이 가시죠!!”
달려오는 그의 목소리를 들으며요한은 작게 중얼거렸다.
“광기의 블랙 드래곤 교율을 만 난 엘프로 말이지.”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