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권 1화
151. 사고를 쳤으면 벌을 받아야 .
지 (4)
“한 명씩 말해봐.”
“제가 팔모 공국에 있는 던전에 서 얻은 유물을 저 엘프가 강탈하 려고 했습니다.”
솔라가 말하자 마세츠는 이를 갈 았다.
“네가 얻기는. 내가 가디언을 잡 고 있는 사이 그 유물을 들고 도망 치려 했으면서.”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그러는 너는 왜 내가 함정에 빠진 사이 먼 저 들어갔냐?”
서로 다시 싸우려 하자 요한은 버터나이프에 오러를 담았다.
그것만으로도 둘은 조용해졌다.
“그래서 뭔데? 이거?”
요한은 아공간 주머니에서 천에 감긴 조각상을 꺼냈다.
그것을 본 마세츠와 솔라는 긴장 했다.
“절대 그 천을 풀지 마십시오. 그걸 봐서는 안 됩니다.”
마세츠가 진지하게 말하자 요한 은 솔라에게 눈을 돌렸다.
“의뢰인이 그 천을 풀지 말고 가 져오라고 했습니다.”
"풀면 어떻게 되는데?”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난다 고……솔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요 한은 천을 풀었다.
“으으]■!!”
마세츠와 솔라는 기겁하며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천이 풀렸음에도 불구하 고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굉장히 잘 만들어진 석상이군 요.”
드러난 것은 석상이었다.
마치 살아있는 불을 조각한 것처 럼 보이는 석상.
하지만 그것이 드러났음에도 불 구하고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
“이게 무슨……마세츠는 당황했다.
그가 알고 있는 정보와 의뢰자의 말에 의하면 저 조각상을 본 자는 반드시 공포에 질려 미치게 된다고 했었다.
하지만 그 정보와는 달랐다.
요한은 물론이고 옆에 있는 이들 도 멀쩡했다.
헤갈은 신기해하며 요한의 손에 들려 있는 석상을 이리저리 살펴보 았다.
"이거로 뭘 하는 겁니까?”
“별거 없어. 그냥 오래된 자의 비법을 쓸 때 필요한 도구야.”
“비법이요?”
마세츠와 솔라도 그건 몰랐던 모 양이다.
들이 의아해하자 요한은 심드렁 히 석상을 이리저리 살폈다.
“딱히 좋은 꼴 못 볼 테니까 그 냥 관심 가지지 마. 별로 중요한 것도 아니고.”
“아……“그리고 이거.”
요한은 석상을 아무런 가치도 없 다는 듯 획 던졌다.
“가짜야.”
애초에 진짜는 요한이 가지고 있 었다.
그것을 알 리 없는 그들은 요한 이 던진 석상을 간신히 받았다.
겨우 떨어진 석상을 받아낸 솔라 는 황급히 품에 안았다.
“내 삼십만 골드……“그거 그냥 돌덩어리라니까. 의 뢰자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진 품 가져오라고 했을 거 아냐.”
저 석상은 그저 잘 만들어진 가 짜에 불과하다.
요한의 말에 마세츠와 솔라는 의 심 스러워 했다.
“가짜라니……“그게 정말입니까?”
물품 탐색의 의뢰를 받으면 무조 건 진품을 가져가야 인정받는다.
그들은 획 요한에게 눈빛을 보냈 다.
“가짜라는 증거가 어디 있습니 까!”
“이게 진짜였으면 너희가 제정신 이겠냐? 그리고 진짜면 이딴 천으 로 봉인 못 해.”
석상을 두르고 있던 천은 단순한 엘븐 실크였다.
“최고급 성해포. 그리고 신성력 이 잔뜩 담긴 성물. 마지막으로 신 성의 궤가 필요하지.”
“그,그런 말은 없었는데요.”
솔라가 억울해하며 말하자 요한 은 녹즙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다가 무덤덤하게 물었다.
“의뢰자가 누구지?”
“그게•…"
“백왕 플로란스?”
둘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대답에 요한은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런데 공자님. 저건 가품이라 고 치더라도. 오래된 자의 석상이 왜 중요하지 않은 겁니까?”
“음?”
“보는 이가 미치게 만드는 것이 라면 귀한 것 아닙니까?”
헤갈의 질문에 요한은 손에 있는 샌드위치를 우물거렸다.
솔라와 마세츠 역시 궁금했는지 눈을 빛내고 있었다.
석상을 보자마자 뭔지 정확히 알 아낸 요한이라면.
뭔가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그는 마지막 샌드위치를 다 먹을 때까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잠자코 기다리던 그들이 다시 물 으려고 했을 때 요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관심 가지지 마. 그게 속 편하니까.”
“그렇습니까? 그렇다면야.”
헤갈은 그의 말에 무덤덤하게 긍 정했다.
하지만 요한을 겪어보지 못한 솔 라와 마세츠는 당황했다.
“왜 그런 겁니까?”
"가르쳐주십시오.”
그들의 질문을 들은 요한은 바구 니를 확인했다.
샌드위치도,육포도.
녹즙까지도 전부 다 먹었다.
그럼 이제 쉬는 시간은 끝이다.
“이게 뭔지 아는 게 목숨보다 중 요해? 그럼 가르쳐주고.”
“헉.”
“너희도 모험가잖아? 뭔가를 얻 을 때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알겠지?”
요한은 검을 들었다.
그의 검에 붉은 오러가 실리자 헤갈은 바로 자리를 정리했다.
괜히 곁에 있다가 불똥 튀기 싫 었던 것이다
그가 인사하고 떠나가자 둘은 당 황하며 말했다.
“아,무,물론 중요하지 않겠지 요.”
"목숨은 소중한 거니까……“그렇지?”
씩 웃은 요한은 밭을 향해 검을 겨눴다.
“그럼 가서 일해.”
둘이 밭으로 돌아가 인쟁기로 밭 을 가는 사이.
요한은 그들이 놓고 간 가짜 석 상을 들어 올렸다.
생생한 조각이지만 아무것도 느 껴지지 않는 가짜다.
회귀 전에도 이런 가짜는 꽤 봤 었다.
‘진품도 아니고 가품 때문에 문 제가 생길 일은 없겠지만……회귀 전에는 이런 것들로 문제가 생긴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나비효과까지 생각한다 면?
오래된 자의 석상이 이렇게 돌아 다니는 것이 딱히 좋은 현상은 아 니었다.
그는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석상 을 내려놓았다.
‘빨리 나머지 석상들도 모아놔야 겠군.’
이것을 가지고 애먼 짓을 할 놈 들을 생각하면 모을 수 있는 대로 최대한 모아두는 것이 낫다.
저번처럼 얼굴 없는 자 같은 자 들이 개입하는 것은 사양이다.
"야야!! 똑바로 해!!”
하지만 지금 해야 할 일은 휴경 지 개간.
당장 할 일만 생각하자 결심하며 요한은 솔라와 마세츠에게 외쳤다.
그렇게 두 명의 익스퍼트를 노동 자로 삼으니 작업의 진척이 꽤나 빨랐다.
그들이 휴경지 하나를 전부 가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오 일에 불과했다.
“역시 채찍이 대단하네.”
요한은 잘 갈아진 밭을 확인했 다.
오러까지 써가면서 간 밭이라 그런지 제대로 갈렸다.
부드러워진 흙을 만지작거린 요 한이 말하자 솔라는 흙투성이가 된 채 말했다.
“그,그럼 이제 저희는 가도 되 는 겁니까?”
솔라는 힘없이 말했다.
팔자에 없는 밭일을 한 것은 둘 째 치더라도.
무려 일 년을 넘게 자료를 찾고 던전과 유적을 돌며 석상을 찾았다.
그런데 그게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되니 의욕이 살지 않았다.
당장 다른 유적이나 던전을 탐험 해서 이 손해를 복구해야 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검의 할부금 도 생각하면 이렇게 시간을 날릴 때가 아니었다.
하지만 요한은 냉정했다.
“뭔 소리야. 휴경지는 아직 더 남았어.”
이들이 간 휴경지는 바그너 영지 의 일부에 불과했다.
그의 말에 솔라는 기가 막혔다.
“아니 이만큼 했으면 됐죠!”
“저희도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아닙니다.”
처음에는 서로 죽일 듯 싸웠지만 같은 목적이 되니 힘을 합친다.
서로 합심하여 그들은 요한에게 화를 내버렸다.
씩씩거리는 그들을 향해 요한은 같잖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끝을 내는 것은 너희가 아니라 나 아닐까?”
그의 살벌한 태도에 마세츠와 솔 라는 겁내며 슬쩍 물러났다.
그들을 향해 요한이 차갑게 웃었 을 때.
저택 쪽에서 하온달이 달려왔다.
“공자님!”
“왜. 나 지금 바쁘니까 나중에 얘기하자.”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누구? 백왕?”
“예? 백왕께서 오시기로 하셨습 니까?”
하온달의 반응은 요한의 기대와 는 달랐다.
그가 의아해하자 하온달은 조심 스레 고했다.
“헤이로나 엘도만 영애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아. 그래? 혹시 짐 가져왔냐?”
헤이로나에게 훈련 장비를 요청 했었다.
혹시 그걸 가져왔나 싶어 요한은 반색했고 하온달은 고개를 끄덕였 다.
“수레가 꽤 있긴 합니다.”
“그래? 그럼 통과시켜줘.”
하온달에게 대충 답해 준 요한은 두 모험가를 보았다.
둘의 표정이 딱딱히 굳어 있는 것이 요한의 성질을 건드린 듯싶었 다.
“자. 그럼 아까 하던 거 마저 할 까? 아니면 계속 일 할래.”
아예 요한이 오러 블레이드까지 만들어내자 둘은 더 겁먹었다.
하지만 불만은 가시지 않아 보였 다.
“아니…… 그래도.”
“저희가 이만큼 노동을 한 거면 되지 않은 건가요? 저희도 나름대 로 알아봤다구요.”
솔라는 자신들이 다 간 밭을 둘 러 보았다.
꽤나 넓은 밭이다.
이 정도의 밭을 농노나 농민들을 시켜서 갈게 하려면 적어도 이 주 는 걸릴 것이다.
“낮에 농민 하나 불러서 물어봤 는데 이 정도로 가는 것은 농민들 도 힘들다던데!”
“야. 하고 싶은 말만 해. 죽여 달 라는 거야 뭐야?”
요한이 검을 까딱거리자 솔라는 기어들어가는 어조로 말했다.
“그,그러니까. 노,노동환경 개 선!”
“뭐?”
할 말을 찾은 솔라는 다급히 외 쳤다.
"요한 공자님은 지킬 것만 지키 면 대우해주신다면서요!”
“맞습니다. 저희도 헤갈에게 들 었습니다.”
그들은 노동환경 개선과 투쟁을 열심히 외쳤다.
당당한 그들을 보며 요한은 어이 가 없었다.
“남의 동네 와서 깽판 친 놈들이 벌 받으면서 무슨 환경 개선이야?”
하지만 이들이 고생을 한 것도 사실이고,또 밭을 잘 간 것도 사 실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
아직 휴경지가 남았다는 사실이 었다.
‘죽여도 상관없지만 그래도 쓸만 한 노동력이니 그냥 당근을 주는 게 낫지.’
어디 가서 말 잘 듣는 익스퍼트 농부를 공짜로 구하겠나.
만약 이들이 안 하면 영지 내에 있는 익스퍼트들을 굴리든,아니면 농노들에게 일을 시켜야 했다.
당연하겠지만 그건 인력 낭비다.
“그러니까 뭔가 보상이 필요하다 이거네?”
“뭐. 그렇죠.”
“노역하는 놈들이 보상 찾는 게 굉장히 웃기긴 하지만. 채찍만 가 지고는 노동자를 굴려 먹을 수 없 는 건 사실이지.”
마침 저들이 혹할만한 당근을 가 지고 있었다.
요한은 아공간 주머니에 손을 넣 었다.
그의 손이 나오자 긴장하던 마세 츠와 솔라는 입을 쩍 벌렸다.
“헉!!?”
“요정의 관!?”
요한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예 만에게 받은 요정의 관이었다.
세 개의 보석이 박혀 있는 관을 요한은 가볍게 들어 올렸다.
“이게 있으면 요정의 숲에 들어 갈 수 있다는 것 정도는 다들 알 지?”
"무, 물론이죠.”
“그거 모르는 모험가들이 있습니 까?”
정신을 못 차리는 그들 앞에서 요한은 요정의 관을 천천히 흔들었 다.
"내가 이래저래 좀 바빠.”
“예에……둘의 시선은 요정의 관에 꽂혀 있었다.
그들이 군침까지 삼키며 요정의 관을 바라보자 요한은 피식 웃었다.
“농지 개발 및 생산 관리 업무 때문에 휴경지를 갈고 있는 거다.”
“그,그럼 저희가 대신 가면 아, 안됩니까?”
솔라와 마세츠는 침을 꿀꺽 삼켰 다.
요정의 숲은 모험가들이라면 누 구나 가고 싶어 하는 곳이다.
특히 요정의 숲에 있는 요정의 샘물과 요정들이 뿌리는 요정의 가 루.
그것들을 잔뜩 얻을 수 있다면 큰돈을 벌 수 있다.
거기에 요정의 숲에 들어갔다 왔 다는 것을 증명한다면?
명성과 업적이 쌓이게 되고 은 등급 모험가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었다.
그렇기에 둘은 요한의 관을 보며 간절히 말했다.
“미쳤냐? 얌전히 밭 갈고 시키는 일만 해도 생각해볼까 말까 하는데 이걸 왜 너희한테 줘?”
하지만 요한의 대답에는 싸늘함 만이 감돌고 있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