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권 25화
150. 사고를 쳤으면 벌을 받아야 .
지 (3)
“잠깐! 잠깐!”
“보상은 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돈이야……아무리 사고를 쳤지만 과한 처벌 이다.
당황한 그들은 다급히 외쳤지만 요한은 콧방귀만 뀔 뿐 이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세상 일이 돈 이면 다 되는 줄 아냐?”
“……원하는 것이 무엇이십니까. 밑에서 일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제야 몸으로 갚게 한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게 되었다.
익스퍼트라면 도움이 된다.
소문에 의하면 요한은 로만 후작 과 마찰이 있다고 했었다.
혹시 그때를 대비한 전투 요원으 로 쓰려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솔라는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저희 모험가들이 영지전에 참가 하려면 길드의 허락을 받아야 합니 다.”
"누가 영지전에 너희 쓴다디?”
“그럼 팁니까?”
그 외에 뭐 다른 일이 있을까?
의아해하는 둘을 향해 요한은 칼 을들었다.
“당분간 노동자로 쓸 생각이다. 불만 있으면 말해. 지금 죽여줄 테 니까.”
“저,저희를 죽이면 모험가 길드 에서……“누굴 바보로 아나.”
목에 걸려 있는 모험가 증표를 꺼내 보여주자 둘은 입을 다물었다.
“이런 일에 휘말리면 모험가 길 드는 항의만 해주는 게 규정이지.”
솔라와 마세츠는 입을 꾹 다물었 다.
그들을 내려다보며 요한은 천천 히 말했다.
“내가 너희 왜 살려뒀다고 생각 하냐? 일 시켜먹으려고 살려둔 거 거든? 자. 자. 선택해라. 죽을래? 아니면 노동자 될래.”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하지만 죽기 싫으면 요한의 명령 을 따라야 했다.
"으......«“잘 생각해봐라. 시간은 줄 테니 까.”
그들이 고개를 숙이자 요한은 하 인스에게 명령했다.
“재들 저기 기둥에다가 묶어놔.”
“알겠습니다. 감시는……?”
“내가 하지.”
“알겠습니다.”
두 모험가가 기둥에 묶이는 사이 요한은 검을 움직였다.
“그리고 이스겔에게 전해. 야간 근무 취소됐다고.”
다른 명령도 받아들인 하인스가 나갈 무렵 경비병들이 복귀했다.
그들은 몸을 푸는 요한을 보자 뒷걸음질 쳤다.
"저…… 공자님?”
“약속은 지켜야지? 다들 훈련 준 비 시작해.”
아까 했던 약속.
사고 나면 요한과 훈련을 함께 해야한다는 것.
경비병들은 마음 한구석이 묵직 해지는 것을 느끼며 무기를 잡았다.
병사들을 쥐잡듯이 잡은 요한은 평소대로 활동했다.
과자집에서 밥을 먹고.
개인 훈련을 하고.
추가된 것이라고 해봐야 농지에 들르는 것과 유아랑과 함께 드라이 어드를 살핀 정도다.
그리고 모든 일정을 끝내자 요한 은 밤이 되자 휴경지로 향했다.
포박된 채 요한에게 끌려 온 마 세츠와 솔라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 었다.
“무슨 노동을 시키시려고……?”
“기다려봐.”
요한은 야식으로 가져 온 훈제 닭가슴살을 우물거렸다.
그가 두 덩이의 닭가슴살을 모두 먹었을 때쯤.
수레를 끌며 헤갈이 다가왔다.
“공자님!”
“어. 그래. 다 만들었냐?”
“예.”
수레 안에는 농기구들이 꽤 들어 있었다.
헤갈이 그것을 내려 휴경지에 놓 자 요한은 마세츠와 솔라에게 말했 다.
“잡아. 쟁기가 좋겠지. 땅부터 파 야 하니까.”
쟁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둘은 식은땀을 홀렸다.
슬슬 요한이 뭘 시키려는 것인지 감을 잡았다.
딱딱히 굳어 있는 넓은 경작지.
그리고 농기구.
소나 농부들은 없다.
있는 것은 넷뿐.
솔라는 식은땀을 주룩주룩 흘리 며 입술을 열었다.
“저기…… 요한 공자님?”
“왜.”
“설마 저희에게 밭을 갈라고 시 키시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그거 맞는데.”
농부나 농노들은 밤이라고 해서 쉬는 것은 아니다.
그들도 밤에는 나름대로 다른 작 업을 한다.
그런 만큼 모두에게 야간작업을 시킬 수는 없었다.
또 다음날 아침부터 해야 할 농 사일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만큼 야간에 휴경지를 가는 것은 상당한 무리를 시키는 일이었 다.
“농노랑 농부들은 바빠. 그러니 까 너희가 좀 해라.”
“하하…… 노,농담도.”
솔라가 웃으며 손사래를 치려 한 순간.
그녀의 머리카락이 팔랑거리며 허공에서 떨어졌다.
어느새 요한이 검을 뽑은 것이 다.
그의 예리한 검격이 솔라의 청발 을 잘라내었다.
솔라는 웃는 얼굴 그대로 침을 꿀꺽 삼켰다.
"농담?”
“......꿀꺽.”
“내가 지금 너랑 농담할 사이로 보이냐? 분위기 파악 못하지?”
조금 전까지 무심하기만 하던 요 한에게서 살기가 몰아쳤다.
웃음기 하나 짓지 않은 채 요한 은 미스릴 검을 까딱거렸다.
“이걸 농담으로 듣는 걸 보면 지 금 상황이 재밌어서 그런건가?”
재미?
목숨이 날아가게 생겼는데 재미 를 느끼겠나.
마세츠와 솔라가 침을 꿀꺽 삼키 자 요한은 이를 드러냈다.
“원한다면 내가 더 재밌게 만들 어줄게.”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다.
여기서 한 번 더 토를 달면 다음 은 목이다.
마세츠와 솔라는 요한의 손에 들 린 검을 보았다.
둘은 저 검이 움직이는 것조차도 보지 못했다.
그만큼 요한과 자신들의 실력 차 이가 난다는 것이다.
‘대들면……‘진짜 죽일지도 몰라.’
침을 꿀꺽 삼킨 그들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제야 요한은 살기를 풀었다.
“영지 내에 있는 휴경지 다 갈면 보내주지.”
“너……“너무 과하다는 말은 하지 마라. 목 따이는 것보다는 낫지 않냐?”
“으 ”
“자. 그럼 시작.”
둘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쟁기를 들었다.
하지만 모험가들이 쟁기를 다룰 줄 알겠는가.
그나마 엘프인 마세츠가 좀 나았 지만 어설프기는 마찬가지였다.
‘엘프라서 좀 기대했더니. 뭐 저 래?’
그들이 쟁기만 들고 어설프게 땅 을 갈자 헤갈은 혀를 찼다.
헤갈은 대장장이지만 유아랑을도와 몇 번이나 밭일을 했었다.
그래서인지 쟁기를 다루는 법 정 도는 알고 있었다.
"거 그렇게 해서 어떻게 하겠 수?”
그가 빠르게 땅을 갈아엎기 시작 하자 마세츠와 솔라는 한숨을 쉬었 다.
헤갈이 판 땅과 둘이 땅 파는 깊 이에서부터 차이가 났다.
“이렇게 하는 거요.”
“저기. 소나 말을 쓰면 안 됩니 까?”
“그건……헤갈은 힐끔 요한을 보았다.
솔직히 제일 좋은 것은 그거다.
하지만 요한은 그저 무뚝뚝한 표 정으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공자님.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밭 가는 데는 역시 소나 말을 쓰는 것이 제일 아니겠습니까?”
“소나 말은 노는 줄 아냐? 낮 농 사때 써야 해.”
“하지만 이대로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겁니다.”
“그럼 농기구의 개량이 필요하겠군.”
요한은 헤갈을 쪼그려 앉혀두고 바닥에 그림을 그렸다.
바퀴가 달려 인력으로 가능한 인 쟁기 였다.
“얼마나 걸리겠냐?”
“이정도면 금방 되겠군요.”
기존의 쟁기에서 크게 바뀌지 않 았다.
철 바퀴야 대장간에 몇 개 더 있 다.
그것을 사용하면 되기에 헤길■은 수레를 끌고 돌아가 버렸다.
그가 가버리자 둘은 쟁기만 들고 머뭇거렸다.
"쟁기 쓰기 힘들면 괭이로 파.”
“하아…… 알겠습니다.”
요한의 살벌한 명령에 그들은 괭 이를 잡고 어설프게 땅을 파기 시 작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농부나 농노들 보다 더욱 빨랐다.
자체적인 힘이 강하기 때문이었 다.
익스퍼트라는 것은 유저 단계는 지났다는 이야기다.
즉 오러를 이용해 일반인보다 훨 씬 강한 힘을 가진다.
그래서인지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땅을 파도 농부들보다 훨씬 깊고 빠르게 땅을 팔 수 있었다.
“똑바로 안 하냐?”
하지만 그게 요한의 눈에 찰 리 없었다.
저렇게 파가지고 언제 휴경지를 다 뒤집어 까겠나.
요한이 검을 휘두른 순간 마세츠 와 솔라의 옆에 깊은 검흔이 남았 다.
“히 익!?”
그 검흔을 본 둘은 침을 꿀꺽 삼 켰다.
요한이 작정하고 부려먹으려 한 다는 것을 깨달았다.
목숨에 위협을 느낀 그들은 다시 열정적으로 땅을 갈기 시작했다.
“한심한 놈들.”
하지만 그래도 마음에 들지는 않 았다.
결국 요한은 평이를 들고 밭으로 들어갔다.
“이렇게 하라고. 이렇게.”
요한은 쟁기에 적은 오러를 담았 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마세츠나 솔라보다 훨씬 깊게 땅이 파진다.
“그렇게 겉표면만 깔짝대서 의미 가 있겠냐?”
"으......W“이,이런 것은 처음인데 어쩔 수 없지 않나요.”
“처음이니까 말만 하고 끝내는 거다. 너희 내일도 이딴 식으로 작 업해봐. 바로 처형할거니까.”
서슬 퍼렇게 말한 요한은 다시 밭을 나갔다.
그들이 어설프지만 열심히 땅을 가는 사이 요한은 검을 들며 수련 을 시작했다.
그렇게 요한의 훈련이 어느 정도 끝났을 때 헤갈이 돌아왔다.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이 건……수레에 담겨 있는 것은 커다란 바구니 였다.
그것을 본 요한이 의아해하자 헤 갈은 머쏙한 웃음을 지었다.
“야식 드시라고 과자집에서 받아 왔습니다.”
“할머니가 주신거야?”
“예.”
야간에도 일을 한다는 이야기를 헤갈이 한 것 때문인지 빌헬미나가 새참을 만들어주었다.
요한은 신나 하며 바구니를 열었 다.
바구니 안에는 꽤나 많은 샌드위 치와 과일,그리고 잘 절인 육포가 있었다.
“그건 또 뭐야?”
수레 안에는 작은 통도 있었다.
요한이 묻자 헤갈은 씩 웃었다.
“하하! 맥주입니다! 맥주! 노동 후에는 역시 시원한 맥주가 최고지 요!”
맥주 통의 마개를 연 그는 커다 란 잔에 듬뿍 맥주를 따랐다.
여름이라 그런지 해가 진 밤이어 도 꽤 덥다.
하지만 통에 있는 맥주는 꽤나 시원한 것이었다.
“통에 마법 걸었나?”
“예. 빌헬미나님께서 하나 만들 어주셨습니다. 좋지요? 맥주 보관 하기에는 딱입니다.”
커다란 청동잔에 맥주가 잔뜩 따 라졌다.
그 시원함 때문인지 금새 청동잔 의 표면에는 송글송글 이슬이 맺혔 다.
“한잔하시 겠습니까?”
“난 됐으니까 너나 마셔.”
요한은 먹을 것에만 관심을 가졌 다.
그가 식사를 준비하자 헤갈은 밭 에 있는 둘을 가리켰다.
“밥은 먹이고 일 시키시는 게 어 떻습니까?”
“솔직히 재들 먹이기에는 밀 한 톨도 아깝긴 하다.”
일이라도 좀 많이 했으면 먹이는 보람이라도 있지.
하지만 저들이 간 밭은 얼마 되 지도 않았다.
“그래도 인쟁기가 있으니 좀 나 을 겁니다. 이건 힘만 있으면 되는 거니까요.”
인력으로 쓰는 쟁기다.
철로 만들어져 무게가 나가 힘이 많이 필요하기는 했다.
하지만 익스퍼트라면 이정도는쉬울 것이다.
그가 두 대의 인쟁기를 가리키며 말하자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새참 먹고 해!”
땀을 흘리던 둘이 숨을 헐떡거리 며 돌아왔다.
그들이 자리에 털썩 앉자 헤갈은 웃으며 말했다.
“시원한 맥주 한잔씩들 하겠나?”
저들이 동 등급 모험가라는 것은 들었다.
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것인가.
한때는 헤갈도 모험가였지만 지 금은 휴업 중이다.
바그너 영지의 대장장이로서 충 실히 살아가고 있는 헤갈이다.
그러니 영지에서 사고를 쳤다면 모험가라고 해서 존중할 생각은 없 었다.
하지만 맥주 한두잔 정도는 괜찮 지 않은가.
“고,고맙군.”
“으어……기다렸다는 듯 그들이 눈을 반짝 였다.
헤갈은 준비한 청동 잔을 꺼냈 다.
그 잔에 시원한 맥주를 듬뿍 따 른 그가 내밀자 둘은 누가 먼저라 고 할 것도 없이 들이마셨다.
“푸하아아아!!”
“시,시원하다……“어때? 노동 후의 맥주는 달콤하 지?”
갈증이 한 번에 해소되는 느낌이 다.
둘이 한 잔씩 더 바라는 듯하자 헤갈은 웃으며 잔을 채워주었다.
“안주도 먹으면서 해라.”
요한이 바구니 안의 샌드위치를 들어 먹기 시작하자 둘은 오물거리 며 배를 채웠다.
“그런데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셨 수?”
맥주를 홀짝거리던 헤갈이 묻자 둘은 서로를 노려보았다.
“이 여자가.”
“이 망할 엘프가.”
금새 서로를 향해 적의를 보인 다.
둘이 죽일 듯 투기를 피워 올리 자 요한은 녹즙을 한 모금 들이마 시고 말했다.
“그래. 싸워라. 싸워. 한 놈이 어 디 한군데 부러지면 남은 한 놈이 휴경지 다 갈겠지.”
솔라와 마세츠는 언제 그랬나는 듯적의를 풀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