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권 22화
147. 귀환했다 (2).
생명연장의 비법은 인신공양이 필수인 비법이다.
다른 이의 생명력을 소모하여 생 명력을 늘리는 비법.
한 사람의 수명을 늘리려면 백명 의 생명이 필요하다.
그나마도 늘일 수 있는 것은 고 작해야 일년 정도에 불과했다.
십년 정도 늘리려면 최소한 천명 이 넘는 생명을 제물로 바쳐야 했 다.
그런 것을 빌헬미나가 받아들일 리 없었다.
‘예상은 했던 일이지만 속이 쓰 다.’
요한은 빌헬미나를 향해 한숨을 내쉬고 쓰게 웃었다.
“좋죠. 잘 먹을게요.”
“후후후. 그래.”
어색한 공기를 달래려는 듯 빌헬 미나는 일부러 밝게 웃었다.
그녀가 주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며 요한은 고개를 저었다.
‘빌헬미나의 마음을 어떻게 바꿔 야 할까••…-하지만 이것만큼은 요한도 쉽게 답을 내릴 수 없었다.
처음으로 과자집에서 어색한 시 간을 보내고.
요한은 곧장 저택으로 돌아가 훈 련을 시작했다.
해가 저물 때까지 훈련을 한 요 한은 바로 방에 틀어박혔다.
“형님. 식사 땐데 과자집에 안가 십니까!? 안가실거면 같이 식사 하 시죠!”
사용인들은 요한의 방으로 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렇기에 프란츠는 직접 요한을 찾았다.
저녁 식사 시간이 되었는데 요한 이 나오자 않자 데리러 온 것이었 다.
그가 문을 두들기며 외치자 요한 은 담담히 대답했다.
“난 됐어.”
“예?”
방 밖에 있던 프란츠는 벌컥 방 문을 열었다.
하지만 책상에 앉아 있던 요한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혹시 몸이라도 안 좋으신 것 아 닙니까?”
“할머니가 애플파이랑 다른 먹을 것들 싸주셨거든.”
책상 위에 놓인 커다란 바구니를 보고 나서야 프란츠는 안도했다.
“그래도 식사는 제대로 하셔 야……“난 신경 쓰지 말고 너나 많이 먹어.”
“예. 그런데 뭐 하십니까?”
책상에는 꽤나 두툼한 종이들이 있었다.
프란츠가 다가오자 요한은 슬쩍 몸을 돌렸다.
“헉……요한의 손에는 포크가 들려 있었 다.
“궁금해?”
까딱거려지는 포크가 촛불 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포크 끝의 날카로움을 본 프란츠 는 침을 꿀꺽 삼켰다.
“혀,형님께도 개인적인 일이 있으시겠지요. 하하. 동생이 어찌 그 런 것에 관심을 가지겠습니까.”
“그렇지? 동생이 형을 이렇게 신 경 써주다니. 눈물이 날 것 같네.”
“아니 울진 마시고……“이렇게 형을 생각해주는 동생이 있다니. 난 정말로 기쁜 걸? 그 보 답을 위해서라도 내가 좀 더 열심 히 해야겠다.”
전혀 기쁘지 않은 듯한 어조로 말하니 더 무섭다.
프란츠는 내일 있을 요한의 교육 을 떠올리며 조심스레 물었다.
"저…… 형님.”
"왜.”
“내일 뭘 해야 합니까?”
“기대하렴. 지금 준비 중이니까.”
“예?”
설마 지금 책상에 있는 게 준비 하고 있는 것이란 말인가?
뭘 하는지는 둘째치고 양이 무섭 다.
꽤나 많은 종이들을 보며 프란츠 는 침을 꼴깍 삼켰다.
‘도대체 뭘 하시는 거야?’
하지만 물어볼 용기는 나지 않았 다.
여전히 요한의 손에는 포크가 들 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그럼 적당히 하시고. 혹시 출출하시면……“내가 알아서 할 테니 가서 먹어 라. 아버지께는 말씀드리고.”
“예.”
* * *다음날이 되자 요한은 늘 하던대 로 아침 훈련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훈련에는 당연히 파룬 도 동참했다.
꾸준히 훈련을 한 덕분일까?
아침 훈련을 따라하는 것만으로 기절했던 파룬은 이제 곧잘 그의 훈련을 따라갈 수 있었다.
“요새 훈련이 꽤 익숙해졌나 봐?”
“헤. 헤헤. 노력했지.”
요한의 칭찬에 파룬은 어색한 미 소를 지었다.
그리고 주춤거리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응…… 저,저기. 요한. 그럼 이 제 나도 아카데미를……“너 아직 출발선에도 못 섰거 든? 최소한 유저는 되야 하지 않 겠냐?”
“……그렇긴 한데. 그,그게 아카 데미에 입학할 수 있는 기준은, 아. 아니잖아.”
“그렇긴 하지.”
“그리고 내가…… 유저까지 올라 갈 수 있을까?”
살이 빠져가고 근육이 붙은 파룬 이었다.
예전에 비하면 괄목상대할 수준 이었지만 파룬은 여전히 자신감이 부족했다.
두려워하는 그를 향해 요한은 차 분히 말했다.
“걱정마. 적어도 유저까지는 내 가 끌어올려 줄 테니까.”
“어어……“그리고 홍보는 좀 열심히 해 라.”
“아,알았어! 본가에 갈 때마다
사람들이 날 보며 놀란다고.”
파룬은 환하게 웃으며 자랑스레 말했다.
불과 겨울까지만 해도 걷는 것조 차 힘들어 보이던 파룬이었다.
그런 파룬이 이정도까지 살이 빠 졌다.
거기에 유저까지 된다면?
그리고 아카데미까지 들어갈 수 있다면?
어쩌면 타고다 상회에서 그 기념 으로 할인행사를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레 날 찾는사람들이 늘어나겠지.’
이번에 수도에서 나마스를 만나 고 확신하게 되었다.
파룬의 살을 빼게 함으로써 생기 는 홍보 효과는 생각보다 크다.
그렇다면 여기서 파룬을 아카데 미에 보내게 된다면?
그 홍보 효과는 더욱 커질 것이 다.
‘백색병이 발병하면 여기저기 돌 아다녀야 하는데…… 움직이는 게 좀 더 편해지겠군.’
물론 마스터로서 방문해도 문제 는 없다.
하지만 하면 된다는 것을 보여 주는 뛰어난 트레이너로서 간다 면?
자식을 아카데미에 보내고 싶어 하는 귀족들은 요한의 방문을 대환 영할 것이다.
로드만 왕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 라까지 말이다.
“나만 믿어. 방법은 있으니까.”
“으응…… 저,저기 요한.”
“왜.”
“그…… 암시…… 같은 거야?”
“암시는 아닌데. 좀 많이 아플거야.”
“지금 바로 할 수는…… 없어?”
말 나온 김에 시험해 보고 싶었 다.
혹시나 한 번에 유저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가 기대하며 요청하자 요한은 그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흡.”
그리고 낮은 기합성과 함께 그의 심장에 오러를 퍼부었다.
“끄아아아아악!!”
유저가 되는 길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스스로 수련하여 오러 를 깨닫고 그것을 다루는 것.
두 번째는 마스터 이상의 실력자 가 체내의 오러를 활성화시켜 강제 로 깨워주는 것이다.
당연히 첫 번째 방법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시간은 짧지만 몸에 부담이 크고 최악의 경우 죽을 수도 있었다.
“이거…… 지,진짜 할 수 있는 거야?”
암시에 걸릴 때 맞았던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고통이었다.
파룬의 눈에 공포가 실리자 요한 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이런 식으로 한 반년 정도 꾸준히 오러를 깨워주면 유저 가될수 있어.”
부담이 큰 것은 둘째 치고 진짜 죽을 뻔했다.
파룬은 아까의 고통을 떠올리며 몸서리를 쳤다.
“이걸 버티려면 몸을 만드는 게 우선이야.”
“그렇구나……결국은 훈련에만 집중해야 한다 는 이야기다.
실망한 파룬은 고개를 푹 숙였 다.
뭔가 목표가 보여야 노력을 할 수 있을텐데.
요새 살이 빠지는 것도 정체상태 라 그런지 더욱 힘들었다.
“뭐든 단계가 있는 거다. 넌 일 단 살을 다 빼고 몸을 만드는 것부 터 우선해야 해.”
“으응……“그래. 그럼 나는 간다. 훈련 열 심히 해라. 오후에 뒤뜰로 오고.”
그의 어깨를 툭 쳐 준 요한은 저 택으로 들어갔다.
그때 마침 병사들과 훈련을 마친 프란츠도 돌아왔다.
“아. 형님.”
“마침 잘 만났다. 따라와. 줄 거 있으니까.”
“헉…… 예.”
프란츠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간 요한은 어제 작성해 둔 종이를 보 여주었다.
꽤나 많은 종이에는 악보들이 그 려져 있었다.
그리고 각각의 악보 위에는 수십 개의 알갱이가 달린 포도송이가 그 려져 있었다.
“이게 뭡니까?"
“소드 댄싱의 수준을 높여 주기 쉬운 곡들만 적어 놨다.”
“예…… 그, 그건 그런^. 이 포 도송이는 뭡니까?”
“한번 완주 끝내고 포도송이에 색칠해. 이 포도송이에 색칠 끝날 때까지 연습 계속하고.”
“……예?”
당황한 프란츠를 향해 요한은 악 보들을 툭툭 쳤다.
“이거 다 못 끝내면 알지? 그리 고 시험 볼 거야. 제대로 익혀.”
너무 많다보니 프란츠는 질린 듯 보였다.
악보에 적힌 곡 중에는 프란츠가 아는 곡도 있었다.
하지만 모르는 곡이 태반이다.
악보만 봐도 어려워서 쉽게 익힐 수 없을 것 같았다.
자신감을 잃은 프란츠를 향해 요 한은 담담히 말했다.
“이거 못하면 넌 죽었다 깨어나도 헤이로나 못 이겨.”
그 한마디에 프란츠의 근성에 불 이 붙었다.
그가 투지를 불태우자 요한은 빙 긋 웃었다.
“오늘부터 죽었다 생각하고 해 라. 알았냐?”
그때 문이 열리며 유아랑이 들어 왔다.
"공자님. 찾으셨다고 들었습니 다.”
어제 자기 전에 야스진에게 시켜 놨었다.
해가 뜨면 유아랑에게 저택으로 오라고.
그 명령을 듣고 찾아 온 유아랑 에게 요한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 다.
“너 당분간 얘의 음악선생 좀 해.”
“예에!?”
“보수는 지급할테니까.”
당황한 유아랑은 머뭇거렸다.
“저기. 공자님. 저도 하고 싶기는 하지만 농지 업무도 있고.”
“예. 형님. 저도 영지관리 업무가……난감해하는 둘을 향해 요한은 담 담히 말했다.
"그 일들은 내가 맡아주지.”
요한의 한마디에 둘은 떨떠름해 하며 생각했다.
‘영지민들은 이제 죽었군.’
‘저 깐깐한 공자님에게 시달릴 영지민들에게 바론님의 가호가 있 기를……“뭔가 또 애로사항 있으면 말해 봐.”
대신 일을 해준다는데 뭐라고 하 겠나.
유아랑과 프란츠는 서로를 보다 가 떨떠름한 어조로 대답했다.
“없긴 한데……“그럼 바로 시작해.”
프란츠가 맡고 있는 것은 치안 유지 및 영지 경영.
그리고 유아랑이 맡은 것은 농업 개량 부분이다.
둘 다 영지관리에서 중요한 부분 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형님. 치안은 그렇다고 치더라도……이미 작년 겨울 요한은 기사단과 경비대를 훌륭히 통솔했다.
또 바그너 영지의 용병들도 쉽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 만큼 치안은 맡길 수 있었 다.
“농업개량 부분은 잘하실 수 있 으시 겠습니까?”
프란츠가 걱정하는 반면,유아랑 은 딱히 걱정하지 않았다.
요한과 함께 약초를 키우며 그가 가진 농업 지식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알 리 없는 프란츠만 의 미 없는 걱정을 할 뿐이었다.
"그건 신경 쓰지 말고 넌 수업이 나 제대로 받아.”
“예……손에 들려 있는 악보를 보며 프 란츠는 시무룩해졌다.
그가 터벅터벅 걸어가자 요한은 유아랑을 잡았다.
“저녁에 시간 좀 내.”
“드라이어드 때문에 그러십니 까?”
“그래. 마력을 넣을 것들을 챙겨왔어.”
아공간 주머니에서 요한이 순수 한 마력 결정을 꺼내자 유아랑은 감탄했다.
이정도라면 요한과 함께 계산했 던 마력 양은 충분히 채울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넌 낮에는 프란츠 지도 하고 저녁에는 드라이어드 돌봐야 한다. 오늘부터 상태 확인해서 마 력 넣을 준비 하자고.”
마력을 넣어준다고 끝이 아니다.
드라이어드가 마력을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그 과정도 쉬운 것이 아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따가 보자.”
유아랑을 두고 요한은 곧장 밖으 로 나갔다.
바그너 영지의 밀밭으로 향한 요 한은 팔짱을 끼고 밀밭을 지켜봤 다.
영지 내의 농업에 대해서는 이미 예전에 확인해뒀었다.
뭐가 문제고,뭘 개선해야 할지 도 생각은 해뒀었다.
‘바그너 영지의 직할 농지는 총다섯. 그중 둘은 휴경지니까……업무가 있다고 훈련을 빼먹을 생 각은 없었다.
그렇다면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일을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바로 나왔다.
61번째 차원은 농업 생산량이 힘 .
의 기준이 되는 곳이었다.
그때 대륙 전체에 유례없는 대풍 작을 일으켰던 요한이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바그너 영지 에서 생산량을 어떻게 높여야 하는 지 정도의 답은 쉽게 낼 수 있었 다.
‘일단 농법부터 바꿔야겠군.’
요한은 무덤덤한 시선으로 밭을 보며 생각했다.
현재 이 차원에서 누구도 모르는 농법.
그것을 도입하는 것이 가장 쉬운 해결책이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