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권 21화
146. 귀환했다 (1).
힘없이 중얼거리는 프란츠를 잡 은 요한은 싱긋 웃었다.
“동생아.”
“……예?”
“형은 정말 기대가 된다. 내가 없는 사이 네가 얼마나 강해졌을 지.”
“그,그게……어떻게 말해야 할까.
현재 벽에 막혀 있고,그 이후로 거의 성장하지 못했다는 것을.
요한이 실망할까봐 프란츠는 차 마 입을 열 수 없었다.
아카데미에 가고 나서야 요한이 자신에게 엄청난 투자를 했다는 것 을 프란츠는 알게 되었다.
그런만큼 요한을 실망시키는 것 이 부담되었다.
“가자.”
결국 프란츠는 주눅든 채 요한의 손에 잡혀 끌려나갔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보던 병사들 과 기사들은 프란츠가 무사하길 진 심으로 기도했다.
요한이 프란츠를 데리고 간 곳은 탈무의 던전이었다.
그들이 들어오자 나무를 깎던 광 약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녀오셨습니까.”
“그래. 뭐 하냐r“류트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나중에 내 것도 하나 만들어 줘.”
"예.”
광약은 만들던 류트를 옆에 놓고 검을 잡았다.
“눈치 빨라서 좋다. 프란츠. 준비 해.”
"예.”
시험을 보는 기분이라 긴장이 된 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마당에 뭘 어쩌겠나.
부족한 실력이라도 최선을 다한 다.
그것이 자신에게 기대를 걸어 준 요한에 대한 답례다.
프란츠가 검을 잡자 그의 눈에 실려 있던 부담과 두려움이 사라졌 다.
그의 기세를 마주하며 광약은 천 천히 검을 당겨 잡았다.
“시작.”
요한의 신호가 떨어지자 광약과 프란츠의 대무가 시작되었다.
빠르게 치고받는 검격을 요한은 말없이 지켜보았다.
-챙! 챙!!
전에 바그너 영지를 떠나기 전에 는 확실히 부족했었다.
하지만 광약에게 집중 훈련을 받 았기 때문일까?
프란츠의 실력은 확실히 늘어 있 었다.
‘이정도면 예상보다 좀 더 실력 이 늘어난 건데…… 역시 근성은 인정해줘야 된다니까.’
광약과 대무를 하며 소드 댄싱을 몸으로 익혔다.
그 덕분인지 프란츠의 몸놀림이 더욱 가벼워졌다.
“하압!!”
머리를 노린 공격에 이어 허세 가득한 회전 베기가 광약의 허리를 노렸다.
그것을 가볍게 튕겨낸 광약은 프 란츠의 몸을 어깨로 들이받았다.
一퍼억!!
“끄엑!”
“야. 방금 그 베기는 뭐냐?”
“그,그게.”
자신도 모르게 어색한 검로를 변 경시켜 멋대로 검을 내질러버렸다.
당황한 그가 머뭇거리자 요한은 한숨을 쉬었다.
‘아직 멀었군.’
더 가르쳐야 한다.
요한은 뭘 가르쳐야 할지 생각한 후 다시 시작 신호를 알렸다.
“시작.”
다시 대무가 시작되었다.
수십 합의 검격이 서로 부딪히기 시작했다.
그들의 대무를 얌전히 지켜보던 요한은 가볍게 박수를 쳤다.
“그만.”
광약은 숨 한번 몰아쉬지 않았 다.
하지만 프란츠는 꽤나 지쳐 있었 다.
숨조차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그가 겨우 진정되자 요한은 강평을 시작했다.
“잘했어.”
“죄송합…… 예?”
“잘했다고. 생각보다 실력이 많 이 늘었는데?”
“에……?”
어리둥절해 하던 프란츠는 얼굴 을 감싸 쥐었다.
압도적인 안심이 몸을 감쌌다.
“으하아아…… 저,정말입니까?”
“내가 이런 거 가지고 농담하겠냐? 수고했어.”
요한은 프란츠에게 다가가 그의 등을 토닥였다.
그가 와서 보고 실망할까 두려웠 던 프란츠였다.
매일 매일이 부담이었기에 항상 훈련에 집중했었다.
벽에 막히고 좌절감 때문에 미쳐 버릴 것 같았다.
그 좌절감을 이겨내게 해준 것이 바로 자신에게 큰 기대를 걸어 준 요한이 었다.
그를 실망시키지 않았다는 것만 으로도 프란츠는 무척이나 감동해 버렸다.
“우냐?”
고개를 숙인 프란츠가 부들부들 떨었다.
한심하다는 듯 광약은 나직이 말 했고,프란츠는 천천히 고개를 저 었다.
"흘쩍. 감사합니다.”
“잘하긴 했는데…… 너 지금 막 혀 있지?”
"어…… 예. 역시 형님.”
단번에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해 냈다.
“지금 너에게 제일 좋은 것은 악 기 연주를 배우는 거다. 네가 막힌 것은 리듬에 대한 이해가 낮아서 그래.”
"그,그렇습니까?”
“귀족의 교양으로 배운 수준이 아니라,전문적인 수준으로 올라갈 필요가 있어.”
“그렇군요.”
역시 광약의 조언이 맞았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요한은 만 들어지던 류트를 툭 쳤다.
“무슨 악기든 상관없어. 일단 익혀둬. 너 피아노 칠 줄 알지?”
“예. 어렸을 때 배웠습니다 만……피아노는 상당히 비싼 악기다.
요한과 프란츠의 어머니가 시집 올 때 가져온 혼수품이었는데 그것 은 아직도 저택에 남아 있었다.
“악기 하나를 다룰 줄 아니까 다 른 것들도 쉽게 배울 수 있을 거 다. 아마. 지금 수준이면……. 악기 두개 정도를 자유자재로 다루게 되 었을 때.”
요한은 힐끔 광약을 보았다.
그도 같은 생각을 했는지 고개를주억 거렸다.
“너도 익스퍼트가 되겠다.”
아카데미에 가서 유저가 된 프란 츠였다.
그런데 벌써 익스퍼트라니.
놀란 프란츠는 요한과 광약을 번 갈아 바라보았다.
천하십 강.
그리고 괴물이나 마찬가지인 요 한.
둘이 같은 의견이라면 분명히 그 리 될 것이다.
"알겠습니다. 좋은 선생을 찾아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선생?”
요한이 의아해하자 프란츠는 자 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
압도적인 불안감이 프란츠의 몸 을 감쌌다.
"네 눈앞에 있는데 뭘 또 찾아?”
“……형님도 바쁘실 텐데 어찌 제가 감히 형님의 발목을 잡겠습니 까.”
“동생아. 난 너를 진심으로 사랑 하고 아끼는 형이란다. 형이 동생 을 위해서 시간도 못 내겠니?”
등줄기에 식은땀이 주룩주룩 흘 러 내렸다.
프란츠의 눈빛이 떨리는 것을 보 며 요한은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넌 나만 믿으면 된다. 형이 다 해줄게.”
“끼,끼야아아아악!!”
프란츠는 겨울의 악몽을 떠올리 며 비명을 내질렀다.
좌절하는 그를 훈훈하게 바라보 던 요한은 광약을 불렀다.
"그리고 너는 좀 해줘야 할 일이 있다.”
“말씀하십시오. 뭐든 하겠습니 다.”
“별건 아니고. 톨기스 영지에 좀 다녀와.”
바그너 영지에서 남서쪽으로 이 주 정도 걸리는 곳이다.
귀족원장인 예만의 가문이 있는 영지이기도 한 곳.
뜬금없이 그곳까지 가라는 말에 광약은 의아해했다.
"가서 무엇을 해야 합니까.”
"이거 전달해주고 와. 네가 직접 하지는 말고 사람 시켜서.”
요한은 품에 넣어 둔 작은 패와 서찰을 내밀었다.
예만의 패였다.
톨기스 영지에 잡혀 있는 도브다 만 왕국 도둑 길드의 길드원을 풀 어줘야 한다.
서찰과 패를 받은 광약은 담담히 대답했다.
“전달만 하면 됩니까?”
“그래. 확답 같은 건 필요 없어.”
“명을 따르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 내가 가기에 느......,’
요한은 프란츠의 어깨를 잡았다.
“아무래도 할 일이 좀 많아서 말 이지.”
프란츠를 가르쳐야 하고.
개인 훈련을 해야 하고.
거기에 드라이어드를 키울 준비 를 해야 한다.
그것들을 생각하면 고작 서찰 하 나 전하려 요한이 갈 이유가 없었 다.
고작해야 잔심부름에 불과하지만 광약은 별다른 불만없이 고개를 끄 덕였다.
"자. 오늘은 푹 쉬고 내일부터 시작하자. 나도 준비할 것이 있으 니까.”
“준비…… 요? 무슨 준비를요?”
요한이 준비까지 하겠다는 말은 진짜 제대로 하겠다는 이야기다.
프란츠는 두려워하며 물었지만 요한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내가 다 너 잘되라고 이러는 거 다. 야. 다른 놈이었어 봐. 내가 이 렇게 했겠니?”
“어,어떻게 하셨을 겁니까?”
“계속 못하면 갖다 버리고 다른놈 찾겠지.”
굳이 못 하는 사람 데리고 고생 할 필요가 있겠는가.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니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된다.
“내가 그래도 동생이라서 정을 담아 가르치려는 거다.”
"가,감사합니다.”
“그러니 오늘은 푹 쉬렴.”
“예에……그래도 몇 시간이라도 쉬는 것이 어딘가.
물론 쉰다고 해도 걱정이 코앞에있으니 제대로 쉬지는 못할 것이다.
어깨를 축 늘어트린 프란츠가 터 벅터벅 나가자 요한은 검을 들었다.
“그럼 우리도 한번 해보자고.”
광약도 안단테를 익히는 과정에 서 어색함을 느끼고 있었다.
늘 빠른 알토만을 쓰다보니 느려 야 하는 안단테에서 막히고 있는 것이다.
그가 검을 들자 요한은 검을 당 겨 잡았다.
“봐주지 말고 전력으로 가자.”
원하던 바다.
광약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 후 요한에게 달려들었다.
광약과의 대련을 마친 요한은 바 로 숲으로 향했다.
“할머니. 저 왔어요.”
과자집의 문을 열자 주방에 있던 빌헬미나가 나왔다.
“어이구! 고생 많았다. 어찜…… 잘생긴 얼굴이 반쪽이 됐네……요한을 잡고 얼굴을 이리저리 살 핀 빌헬미나는 무척이나 안타까워 했다.
“배고프지? 이 할미가 밥부터 해 줄게. 일단 이것부터 먹고 있으렴.”
빌헬미나는 바구니에 잔뜩 담긴 청사과를 가져다주었다.
남들이라면 이것만 먹어도 배가 부를 것이다.
하지만 요한에게는 식전 간식에 불과했다.
“요새 날이 덥긴 한가 봐요. 사 과가 아주 맛있네.”
“그렇지? 과수원에서 잔뜩 가져 다주더구나. 얼마나 고마운지.”
빌헬미나에게 얻어먹은 사람들은입을 싹 닦지는 않았다.
자기들도 뭔가 생기면 빌헬미나 에게 가져다준다.
그 덕분에 좋은 식재료가 많이 생겼다.
“청사과로 애플파이 만드니까 맛 있더라. 오늘 구워 줄 테니까 가지 고 가렴.”
“예.”
청사과를 우적우적 씹어먹던 요 한은 있어야 할 사람이 보이지 않 자 의아해했다.
“아단은 어디 갔나요?”
“마을에 일이 있어서 내려갔단 다. 요새 좀 바쁜가 봐.”
“뭐 하길래?"
“날이 덥잖니. 그것 때문에 열사 병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아.”
빙계 마법으로 거리의 더위를 식 혀주는 것이다.
빌헬미나는 마치 자기 일처럼 자 랑스러워 했다.
“바그너 영지에는 상아탑이 없으 니…… 아단의 인기가 대단하더구 나. 아. 오믈렛부터 먹을래?”
“잘 먹겠습니다.”
금세 커다란 오믈렛을 하나 만들 어온 빌헬미나는 바로 다음 요리를 준비했다.
바삭하게 구운 두툼한 베이컨, 젤리 샐러드.
거기에 양갈비 구이까지.
언제나처럼 양이 많고 먹음직스 러운 요리들이었다.
“많이 먹으렴.”
“예.”
홀로 테이블에 앉아 요한은 꾸역 꾸역 요리를 먹었다.
그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빌헬 미나는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그러고 보니 네 생일이 얼마 남 지 않았구나?”
"그러네요.”
회귀 전에는 생일이 뭔가.
힘을 모으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없었다.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날이다.
요한이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빌 헬미나는 상냥히 웃었다.
“생일 선물로 뭔가 먹고 싶은 것 이 있니?”
"글쎄요. 할머니 요리면 전 뭐든상관없는데.”
“그래도. 아니면 갖고 싶은 것이 라도 있다면 말해보렴. 힘 닫는대 로 구해볼테니까.”
요한은 움직이던 포크를 멈췄다.
슬슬 빌헬미나에게 말을 꺼내야 할 시기가 온 것 같았다.
"갖고 싶은 것은 없고. 할머니가 해주셨으면 하는 것이 있네요.”
“뭐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 면……“오래된 자의 비법 중에 수명연 장의 비법이 있습니다.”
빌헬미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녀가 진지하게 자신을 바라보 자 요한은 베이컨을 썰어 입에 넣 었다.
“할머니가 좀 더 오래 살아주시 는 게 가장 원하는 겁니다. 해주실 수 있나요?”
“그래. 후후. 생각해보마. 아. 베 이컨 다 먹었네? 더 줄까?”
자리에서 일어난 빌헬미나는 상 냥히 웃었다.
그 미소 뒤에 담긴 부정의 뜻을 요한이 읽지 못할 리 없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