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권 20화
145. 너나 신경 쓰시지 (3).
다음날이 되자 요한은 아침부터 바로 나갔다.
오늘은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았 다.
헤르듀크와 함께 아카데미 거리 로 가서 그의 소개로 나온 아카데 미의 교관들과 만났다.
개중에는 프란츠를 가르치는 교 관들도 있었다.
그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들을 주 며,프란츠를 가르칠 때 손속에 정 을 두지 말라 신신당부 했다.
그 후 하이마스 주교를 만나 인 사를 하고,또 예만에게 플로란스 와 만나기로 했다 전했다.
그 외에 수도에서만 만날 수 있 는 귀족들을 전부 만난 후에야 요 한은 간신히 일정을 끝냈다.
“아오. 더럽게 바쁘네.”
모든 일정이 끝났을 때는 푸르던 하늘이 노을로 붉게 물들었을 때나 되어서였다.
하루를 날려버린 요한은 짜증 섞 인 어조로 투덜거렸다.
그를 수행하느라 같이 하루를 날 려먹은 야스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좀 나눠서 천천히 하 시지 그러셨습니까.”
하루에 약속이 몇 갠지.
마차에 오래 타고 있어서 엉덩이 가 아플 지경이었다.
“계속 수도에서 머무를 필요는 없잖냐. 빨리 끝내야 빨리 가지.”
모든 일정을 하루만에 끝낸 덕분 에 이제는 더 할 일도 없다.
차이로에 대한 일은 수도에 남을 지방 귀족들이 알아서 해결해줄 것 이다.
그리고 해결되지 않으면 또 어떤 가.
대응할 방법 따위는 얼마든지 있 다.
그렇다면 굳이 계속 수도에 남을 이유는 없었다.
‘어서 영지로 돌아가서 빌헬미나 가 해준 요리 먹고 속 편하게 훈련 이나 하고 싶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로 요한은 복귀를 강하게 염원했다.
야스진 역시 돌아가고 싶은 것은 마찬가지.
그도 그의 생각에 격하게 동의했 다.
"저도 어서 돌아가고 싶습니다.”
“왜. 헤나 보려고?”
"하하. 뭐 그렇죠.”
어색하게 웃는 야스진의 등을 툭 쳐 준 요한은 마차에서 내렸다.
어느새 마차는 마고 후작의 저택 앞에 도착해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정원에서 차를 마시던 마고 후작은 웃으며 손짓했 다.
“오늘은 온종일 바쁜 것 같구나.”
“수도에서 해야 할 일들을 다 끝 냈습니다.”
"왜?”
“집에 가야죠. 수도에서 평생 사 실 겁니까?”
“그건 아니다만……“그런데 차이로 백작은 어떻게 됐습니까?”
오늘 귀족원에 갔던 마고 후작에 게 묻자 그는 차를 홀짝거리며 설 명했다.
다수의 지방 귀족들의 청원.
그리고 몇몇 중앙귀족들의 인정.
그것 덕분에 하루만에 차이로 백 작에 대한 불신임이 인정되었다.
결국 그의 직무는 한달간 정지되 었고 그 동안 감사가 시행되기로 했다.
“하루만에 처리가 될 줄은 몰랐 는데.”
“어쨌든 차이로 백작은 왕가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나 다름없으 니까.”
그는 국왕이 직접 연 파티를 망 쳤다.
왕가를 중시여기는 중앙귀족들 중에 그의 행동에 분노한 이들이 있었다.
덕분에 일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감사는 내일부터 진행될거야. 그에게 이를 가는 자들은 많으 니…… 감사 자체는 내가 없어도 되겠지.”
“그럼 이제 복귀하시죠.”
“감사 진행되는 거 보고 갈 생각 없나?”
“봐서 뭐합니까.”
“로만 후작이 뒤에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랬으면 좋겠지만 로만 후작이 면 물증을 남겨 두겠습니까?”
나와봤자 후원금 명목의 자금의 전달 정도만 나올 것이다.
그렇기에 요한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내일 아침 바로 출발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저기.”
마고 후작이 가리킨 곳에는 헤이 로나와 담소를 나누는 윌카스트 백 작이 있었다.
무슨 재밌는 이야기를 하는지 둘 은 말을 꺼낼 때마다 크게 웃고 있 었다.
“대단하네.”
“해이로나라는 아이 말인가? 어 제 파티에서도 꽤나 말을 잘하더 군.”
"엘도만 가문은 상가이니까 말은 잘할 수밖에요.”
“프란츠도 이겼다면서?”
마고 후작은 재밌다는 듯 씩 웃 었다.
"아…… 망할.”
요한의 계획 중 유일한 실패가 프란츠다.
다시 생각하니 열이 치솟았다.
"정말 빨리 돌아가고 싶군요.”
“하하하. 너무 괴롭히지 말게나.”
낮게 웃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 다.
“그럼 식사나 하세. 내일 아침 떠날 준비도 해야 하니…… 일찍 먹고 쉬는 게 낫겠지.”
찻잔을 내려놓은 마고 후작이 안 으로 들어가자 요한은 월카스트 백 작에게 외쳤다.
“아버지!! 식사하시죠!!”
“어? 그래. 헤이로나 양. 즐거운 대화였네.”
“저야말로 즐거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지요.”
“식사라도 같이하고 싶네만.”
“죄송합니다. 아버지께서 혼자 드실 것 같아서……월카스트 백작에게 인사를 한 헤 이로나는 요한에게도 인사하고 나 갔다.
그녀가 멀어지자 요한은 윌카스트 백작에게 물었다.
“마음에 드세요?”
“대화를 하는 게 즐겁긴 하구나. 그리고 저 아이.”
“예.”
“프란츠에게 관심이 있는 것 같 던데. 넌 어떻게 생각하냐?”
“저보다는 프란츠의 의견을 묻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윌카스트 백작이 재촉하자 요한 은 빙긋 웃었다.
"그거야 프란츠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이죠.”
프란츠는 후계자가 되었다고 해 서 마음 놓을 생각은 없었다.
항상 바라던 것을 얻었다 한들.
가장 위협이 될 요한이 물러났다 한들.
제대로 된 영주가 되지 못한다면 다른 이에게 영지를 빼앗길 수 있 었다.
영주가 되려는 자는 강해야 한 다.
그래야 가문과 영지민들을 지킬 수 있다.
그렇기에 프란츠는 남들 다 쉬는 여름방학 기간에도 피를 토하며 훈 련을 하고 있었다.
一명명명…… 픽!
“그게 아닙니다!!”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던 류트 연 주에서 음이탈이 터져나왔다.
그 소리를 들은 유아랑은 삿대질 까지 하며 버럭 소리쳤다.
"아니 도대체 몇 번이나 가르쳐 드려야 합니까!?”
“미,미안. 그런데 말이 너무 심 한 것 아닐까?”
“편안하게 가르침을 받고 싶으면 다른 사람 부르시지요.”
유아랑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 자 프란츠는 그를 잡았다.
안 그래도 농사 지도와 약초 재 배로 바쁜 그다.
그에게 깜을 내서 류트를 가르쳐 달라고 한 것은 프란츠였다.
그러니 그가 그냥 가게 할 수는 없었다.
“에이. 농담이야. 뭘 그리 예민하게 받아들여?”
어색하게 웃으며 프란츠가 사정 하자 유아랑은 한숨을 쉬었다.
“음이탈의 이유는 자신감 부족 때문입니다. 악보는 다 외우셨습니 까?”
“외우긴 했어.”
“그럼 적어보십시오.”
유아랑이 내민 오선지에 프란츠 는 깃펜으로 쏙쓱 악보를 써내려갔 다.
그것을 받은 유아랑은 더 화냈 다.
"악보는 다 외웠으면서 왜 자꾸 같은 곳에서 실수하시는 겁니까!?”
"나도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데……“그냥 최선으로 끝내실 거면 지 금도 충분합니다. 프란츠 공자님.”
« -o 으..... ”
Tzf •“사람들 환호 소리 듣고 싶어서 류트를 배우시는 것은 아니실 테 고……유아랑은 류트를 내려놓으며 물 었다.
“도대체 류트 연주는 왜 배우시 려는 겁니까? 공자님께서는 피아노 도 잘 치신다 들었습니다만.”
이유는 간단했다.
벽에 막혀 고민하고 있던 그에게 광약이 해준 조언 때문이었다..
소드 댄싱은 음악과 춤을 익힐수 록 강해지는 검술이다.
프란츠도 귀족이니만큼 음악과 춤에 대한 소양은 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광약은 거의 모든 악기를 연주 할 수 있었지……소도둑처럼 생긴 외모어L 투박한 손가락을 가진 그였다.
하지만 그의 연주는 정말 대단했 다.
풀피리부터 하프.
그리고 몰래 저택에 들어와 보여 준 피아노 연주까지.
모든 종류의 악기를 자유자재로 연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춤 역 시 수준급이었다.
그런 그가 하는 조언이니 프란츠 로서는 군말 않고 따를 수 밖에 없 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이겨야 해.’
하성제보다 추기제가 더 우승하 기 힘들다.
어쩌면 헤이로나보다 더 강한 이 들이 참가할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강해지기 위해서는 춤이든 악기 연주든.
뭐든 해야 했다.
“좀 더 강해져야 해. 그러려면 악기 연주를 익혀야 하고……“아……“추,추기제에서 우승 못 하면,,"앗…… 아아……진짜 요한에게 피살당할지도 모 른다.
프란츠가 오들오들 떨며 말하자 유아랑은 납득했다.
“요,요한 공자님이라면 진짜 그 럴 것 같군요.”
프란츠가 헤이로나에게 패배했다 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극대노한 요한에게 야스진조차 쉽게 접근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데 추기제에서도 프란츠가 우승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나.
영지의 가신들을 위해서라도 프 란츠는 이겨줘야 했다.
‘그리고 프란츠 공자님도……허세기가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잔정이 많은 프란츠였다.
그래서인지 유아랑은 그가 마음 에 들었다.
그런 사람이 죽게 놔둘 수는 없 지 않은가.
“다시 하지요. 놀 여유는 없잖습 니까.”
“그렇지.”
유아랑의 말대로 프란츠는 다시 류트를 잡았다.
그가 현을 튕기려는 순간.
벌컥 문이 열렸다.
“무슨 일이지?”
의아해하는 프란츠를 향해 하온 달은 크게 외쳤다.
“백작님께서 귀환하셨습니다!”
“……오우야.”
“어,어서 업무보고 준비해!”
윌카스트 백작이 복귀했다는 말 은 그 말은 요한이 왔다는 말과 같 았다.
하온달이 보고서를 준비하는 사 이 프란츠는 황급히 나갔다.
헐레벌떡 뛰어 저택 앞까지 나간 프란츠는 노심초사하며 기다렸다.
분명 요한은 오자마자 확인부터 한다고 할 것이다.
그것이 부담감이 되었다.
얼마 전부터 한계를 느꼈다.
아무리 훈련을 해도 늘지 않았 다.
그렇기에 광약의 조언대로 악기 연주를 배웠지만 아직 이렇다 할 진전은 없었다.
‘형님께서 아시면……뭐라고 할까.
칭찬할까?
그건 아닐 것 같았다.
‘분명 나무라시겠지…… 으으. 난 죽었다.’
그가 불안해하는 사이 멀리서 마 차 한 대가 다가왔다.
긴장으로 돌아가지 않는 목울대 를 움직인 프란츠는 침을 꿀꺽 삼 켰다.
“무,무사 귀환을 축하드립니다.”
마차에서 내린 것은 윌카스트 백 작과 야스진이었다.
하지만 한 명이 보이지 않는다.
프란츠는 의아해 하며 주위를 두 리 번거 렸다.
“형님께서는 오지 않으신 겁니 까?”
“저기 뒤에 오고 있을 거다.”
“……설마 이 날씨에 뛰어오시는 겁니까?”
“그래.”
여름의 더위 때문에 농부들조차 일을 많이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날씨에 뛰어온다니.
“탈수에 걸리시지나 않으실까 걱 정이군요.”
“어휴. 그런 걱정은 마십시오. 그……"오십니다.”
멀리 길을 내려다보던 병사 하나 가 말했다.
그의 말대로 홁먼지까지 휘날리 며 달려오는 남자가 있었다.
“후우. 덥구만.”
‘덥구만? 이 날씨에 저렇게 뛰고 덥구만으로 끝이라고?’
“오래간만에 제대로 뛴 것 같네.
거기. 물 좀 줘봐.”
“예. 예에……병사가 황급히 수통을 내밀자 땀 에 절어 있던 남자.
요한은 물을 들이마신 후 한숨을 쉬었다.
“푸하. 물맛 좋다.”
“고,고생하셨습니다. 형님.”
“그냥 준비운동한 거 가지고 고 생했다고 하면 쓰나.”
요한은 가볍게 몸을 풀었다.
“하온달이 업무보고 준비는 끝냈 겠지?”
“예에…… 그,그렇지만 제가 같 이 보고를……하지만 요한은 프란츠의 말은 들 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 날도 더운데 어서 들어 가시죠. 하온달이 기다리고 있답니 다.”
“너는?”
“저는……요한은 힐끔 프란츠를 보았다.
그 시선을 받은 프란츠는 뱀 앞 의 개구리처럼 딱딱히 굳었다.
“저 녀석 실력 확인 좀 해보고오겠습니다. 프란츠.”
“예에……"따라와.”
프란츠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처럼 슬픈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유일하게 도와줄 수 있는 윌카스트 백작은 웃으며 들어갈 뿐 이었다.
“아아…… 아버지…… 저를 버리 시나이까……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