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권 4화
129. 한 놈 잡았고 (1).
“이 개새끼!!”
“감히 펠론 백작님을!!”
“죽여버리겠다!!”
결투장에 분노가 터져 나왔다.
펠론 백작은 분명 다혈질이다.
기분파이고,또 성질이 나면 말 보다는 주먹이 앞서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장군이었다.
전장에서 수많은 부하들을 구하 고,승리를 안겨 준 사람이었다.
로만 후작의 기사들에게는 분명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
그렇기에 기사들은 당장에라도 요한을 공격할 것처럼 무기를 겨눴 다.
그들을 지켜보던 타로트는 입술 을 깨물었다.
요한이 마지막 공격을 제대로 받 지 않은 것.
그리고 가차없이 펠론 백작을 가 지고 놀다 죽인 것.
그 두가지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 일까.
타로트는 심각한 표정으로 로만 후작 측 기사들과 요한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는 기사들이 오히려 더 분노하 기를 바라며 검을 까딱거리고 있었 다.
‘설마 저걸 노린 건가?’
요한은 로만 후작과 사이가 나쁘 다.
그러니 저기 있는 기사들과 병사 들도 거슬렸을 것이다.
이번 결투를 통해 저들이 난리를 치면,그것을 빌미로 저들까지 쳐 내려 한 것일지도 몰랐다.
“뭐하는 거야!?”
“결투에서 졌으면 그냥 꼬리 내 릴 것이지!!”
왕가와 타이론 기사단 역시 발끈 하며 일어났다.
안 그래도 그들에게 있어선 꽤나 고깝게 보이던 놈들이었다.
그런데 결투에서 패배했다고 저 리 나오니 잘됐다 싶었다.
“요한 공자님! 저놈들 다 쓸어버 리죠!”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들던 놈들 이었습니다!”
“저희가 함께하겠습니다!”
한계까지 치솟은 적의가 금방이 라도 폭발할 것 같았다.
타로트는 그것을 말없이 지켜보 다가 크게 발을 굴렀다.
“시끄럽다!! 이게 무슨 소란들이 냐!!”
“하오나 타로트 사령관님!!”
펠론 백작의 기사는 눈물을 쏟으 며 요한에게 칼을 겨눴다.
“저자는 결투의 본질을 흐린 자 입니다!”
“에이〜 내가 뭘'”
“이번 결투에서 상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금지되었습니다! 그것 은 사령관님의 명령이기도 했습니 다!”
“확실히 그렇군…… 요한. 그에 대해서 할 말은?”
“실수였습니다.”
누가 실수로 정확하게 목을 잘라 버리겠나.
하지만 요한은 당당히 실수라고 만 말할 뿐이었다.
“거 결투하다 죽을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는 거지. 참나. 너희들 은 결투하면서 한 번도 상대 죽인 적 없냐?”
유들유들하게 웃은 요한은 자신 에게 적의를 보이는 기사들을 비웃 었다.
“그리고 죽는 게 무서웠으면 알 아서 고개 숙이고 다녔어야지.”
불난 집에 기름을 퍼부었다.
로만 후작 측의 기사들은 야유를 퍼부으며 무기를 들었다.
“웃기지 마라!!”
"빌어먹을 애송이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날뛰는구나!!”
하지만 요한은 그저 여유로울 뿐 이었다.
“오. 그래. 저기 펠론 옆에 눕고 싶은 놈들 있으면 나와.”
이글거리는 오러 블레이드를 뽑 은 요한은 웃으며 검을 까딱거렸다.
"길동무로 같이 보내주지.”
요한의 도발에 기사들이 전부 일 어 났다.
그들이 모두 나서려 하자 타로트 는 크게 소리를 질렀다.
"요한!! 자네는 그만하게!!”
“그러지요.”
씩 웃은 요한은 타로트의 명령대 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로만 후작 측 기사들을 향한 경멸의 시선은 여전했다.
그 시선에 발끈한 이들이 날뛰려 는 찰나 타로트는 손을 들었다.
“결투 도중 목숨을 잃는 일은 비 일비재하다. 비록 내가 명령하기는 했지만……펠론 백작의 마지막 수는 동귀어 진이었다.
방어를 도외시하고 공격에만 치 중했다.
누가 봐도 펠론 백작의 공격에는 살의가 담겨 있었다.
“펠론 역시 요한을 죽이려 한 것 역시 사실.”
"하지만 사령관님!"
"펠론 백작님은! 펠론 백작님은!"
기사들은 억울해했다.
그들의 분노를 마주하면서도 타 로트는 냉정히 말할 뿐 이었다.
“이번 일은 결투에서 있었던 일. 나설 수 있는 사람은 너희가 아니 다.”
오직 펠론 백작의 로드인 로만 후작뿐이다.
기사들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타로트를 노려보았다.
그 시선은 다른 이들의 분노를 부르기 충분했다.
“아니 근데 이 자식들이 미쳤 나.”
그들의 불손한 시선에 레인저들 이 움직였다.
들고 있던 무기를 들어 올린 그 들은 대놓고 적의를 드러냈다.
"감히 누구에게 그따위 시선을 보내는 거냐.”
“기사라는 것들이 잘하는 짓이 다.”
레인저와 병사들까지 자신들을 적대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절망한 얼굴로 지켜보던 헤본 남작이 힘없이 나섰다.
“그만들 하시오.”
그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타로 트에게 말했다.
"타로트 사령관님.”
“말해보도록.”
“저희는 이만 물러날까 합니다.”
로만 후작은 분명 말했었다.
괜히 경거망동하지 말고 요한을 얕보지도 말라고.
하지만 펠론 백작은 그 말을 무 시하고 혼자 날뛰고 말았다.
차라리 함정이라도 파고 요한을 공격했다면 나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펠론 백작은 정직하게 결투를 신청했고 패배해버렸다.
그런데 여기서 무슨 얘기를 더 하겠는가.
“저희가 해야 할 일은 이미 끝난 듯싶습니다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그렇다면 그 물을 닦고 물을 엎 지른 놈을 잡을 준비를 해야 한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로만 후작에게 보고하 는 것.
그리고 바그너 백작가와의 영지 전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복 귀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최대한 전력을 보존해야 해.’
당장 마고 후작과 헤르듀크 왕자 의 기사들도 있다.
거기에 타로트와 레인저들까지 있다.
이곳에서 싸움이 벌어져 봐야 이 길 수 있는 확률은 낮다.
그렇다면 승산이 있는 쪽을 선택 해야 했다.
“부디 저희의 사정을 헤아려주십 시오.”
“흐음……잠시 생각하던 타로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귀환을 허가한다.”
“감사합니다.”
헤본 남작은 힐끔 요한에게 시선 을 보냈다.
싱글거리며 자신을 응시하는 요 한을 향해 살짝 이를 간 헤본은 몸 을 돌렸다.
“요한! 자네도 잘했다고는 볼 수 없어.”
타로트는 엄한 어조로 질책했다.
그 질책을 받은 요한은 순순히 긍정했다.
어쨌든 요한은 타로트의 명령을 무시했다.
그것에 대해서는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했다.
요한도 그 부분은 감수하려 했기 에 군말없이 두 손을 모아 내밀었 다.
“감금입니까? 아니면 노역?”
“노역이다. 검은 요새 주변의 몬 스터를 토벌하도록.”
“며칠 동안 해야 합니까?”
“이 주 동안.”
고작해야 이 주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헨드릭 산맥에서의 몬스 터 토벌은 이 주도 길다.
이곳의 몬스터는 다른 곳보다 훨 씬 강하고 많다.
이 주 내내 그들을 토벌하는 것 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따르지요.”
하지만 요한은 순순히 그 처벌을 받아들였다.
‘잘됐네. 훈련 겸해서 토벌이나 해야겠군.’
“필로틴 제국에서 찾아오면 그 날은 좀 빼주십시오.”
“그래야겠지.”
“그리고 개인적으로 할 일도 있 는데. 내일부터 하면 안 됩니까?”
“벌 받는 주제에 원하는 것도 많 군. 할 일이 뭐냐.”
"아…… 그거요.”
“혹시 저들을 도발하고 습격하려 는 것인가? 그것은 인정할 수 없 다.”
‘어차피 펠론 잡았으니까 재들은 됐어.’
지금은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 었다.
요한은 슬쩍 연병장이 있는 곳을 바라보며 차분히 말했다.
“개인사입니다.”
* * *결투가 끝나고 로만 후작의 기사 들은 검은 요새를 떠났다.
그들의 눈에 증오가 담겨 있었지 만 어쩌겠는가.
그들이 멀어지는 것을 성벽 위에 서 지켜보던 요한은 몸을 돌렸다.
“아무튼 이렇게 되었습니다.”
“자네는…… 끙…… 정말……헤르듀크는 얼굴을 감싸 쥐며 신 음했다.
북방에 요한을 데리고 온 것은 그와 좀 더 친해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누 가 알았겠는가.
“일처리를 너무 잘해서 정말 믿 음직스럽다구요?”
“그래. 너무 믿음직스러워서 할 말이 없군.”
“문제 없잖습니까. 왕자님과 후 작님의 호위 문제도 해결됐고.”
“그래. 그래.”
허탈한 어조로 말한 헤르듀크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요한을 호위로 삼은 것도 펠론 백작을 경계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펠론 백작이 죽고 로만 후작 측의 기사들은 돌아갔다.
대놓고 위험을 찾지 않는 이상 위험한 일은 없을 것이다.
거기에 요한이 몬스터 토벌을 하 는 동안은 레인저들이 호위에 추가 되기로 했다.
그러니 헤르듀크가 소기에 목적 한 일은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었 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헤르듀크에게 인사한 후 요한은 싱글거리며 연병장으로 향했다.
연병장의 중심에는 커다란 기둥 이 있었고,그 기둥에는 길로틴과 야진이 묶여 있었다.
“허억…… 허억……이미 한차례 타작이 있었는지 그 들의 얼굴은 여기저기가 터져 있었 다.
모욕을 주기 위해 뿌려진 것인지 오물이나 음식물 쓰레기도 잔뜩 있 었다.
“공자…… 님……기절한 야진과 다르게 길로틴은 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그는 눈물까지 흘리며 흐느꼈다.
“공자님…… 살려…… 살려주십 시오……길로틴은 눈물을 주룩주룩 흘리 며 빌었다.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도망치 지 않을 것이다.
한순간 미쳤던 것이다.
부디 자비를 베풀어 달라.
길로틴은 간절히 목숨 구걸을 시 작했다.
“요한 공자님!!”
“저딴 놈 옆에 가지 마십시오!”
“저런 쓰레기 같은 자식이랑 무 슨 일을 합니까!”
요한이 온 것을 본 병사들과 레 인저들은 다급히 외쳤다.
다키스트와 다른 병사들의 이야 기를 그들은 전해 들었다.
요한은 귀족이다.
그런데도 그는 평민인 다키스트 와 병사들을 살리기 위해 천하십강 과 대적하는 것을 선택했다.
‘요한 공자님처럼 자비로운 분이 라면……‘저놈들도 살려주겠다는 말씀을하실 거다.’
굉장한 오해를 하고 있는 그들은 필사적으로 요한을 말렸다.
“저놈들은 저희가 쳐내겠습니다.”
“공자님께서 손댈 가치가 없습니 다.”
“시끄럽다. 할 말 있으니 저리 가라. 재도 좀 빼고.”
“예에……병사들이 야진을 데리고 가자 요 한은 팔짱을 낀 채 길로틴을 보았 다.
“삶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네.”
“으…… 살려…… 죄송합니다…… 살려주십시오……“참 웃기는 일이야. 이렇게 삶에 대한 집착이 강했는데. 도대체 뭐 가 널 그렇게 만든 걸까?”
“……예에……?”
퉁퉁 부은 눈을 들어 길로틴은 요한을 보았다.
그는 이해하지 못할 말을 하고 있었다.
“신의도 저버리고,동료도 저버 리고…… 그래. 거기까지는 이해가 가.”
■“그런데 왜 마지막에는 목숨까지 버리려고 한 걸까?”
“무슨…… 말씀…… 이신지......?”
요한은 손을 들어 길로틴의 머리 를 잡았다.
“사실 고문을 좀 더 하고 잡을까 했는데. 지금 네 꼴을 보니 고문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이미 욕도 많이 먹었고 맞기도 많이 맞았다.
괜히 고문하다고 애매하게 보내 버릴 가능성이 컸다.
“하다못해 우리가 함께했던 오랜 시간의 정이 있으니. 내가 끝내주 마.”
“오…… 랜 시간……‘?”
요한을 만난 것은 하루도 채 되 지 않았다.
그런데 오랜 시간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의아해하며 그는 힘겹게 눈을 떴다.
“저는……“차라리 그때도 이렇게 삶에 대 한 욕망을 드러내지 그랬냐. 그랬다면 이런 일까지는 없었을 텐데.”
만약 그 자리에 있던 배신자들 중단한명만.
단 한 명만이라도 자신의 편을 들었다면 어땠을까.
그럼 그 자리에서 도망치는 데 성공하고 회귀를 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저는…… 저는 아닙……“아무튼.”
요한은 허리에 있는 검을 뽑았 다.
그것을 본 길로틴은 필사적으로 외쳤다.
“살려……!! 살려주십시오……!! 살려…… 제발…… 제발 살려주십 시오…… 고,공자님의 노예든 뭐 든 다 하겠습니다! 제발 살……그의 간절한 외침을 들으며 요한 은 빠르게 검을 움직였다.
-푹!
복부를 일격에 꿰뚫어버린 검이 나무기둥까지 뚫고 나왔다.
터져나와 흐르는 피를 마주하며 요한은 죽어가는 길로틴에게 속삭 였다.
“그건 너무 ‘이른’ 발언 아니냐.”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