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권 23화
123. 상성의 차이 (1).
요한은 빙글 몸을 돌렸다.
달려오는 적들을 그가 혼자 맞이 하려 하자 다키스트는 잠긴 목소리 로 외쳤다.
“피해라!! 공자님께서 우리를 살 리기 위해서 저러시는 거라면!! 반 드시! 반드시 피해야 한다!!”
말을 마친 다키스트는 빠르게 뛰 었다.
다키스트와 병사들이 전장을 이 탈하려 하자 병사들을 이끌던 기사 가 외쳤다.
“잡아라!! 한 놈도 놓치면 안 된 다!”
“어허. 어딜 가시나.”
다키스트를 쫓으려는 기사에게 뛰어간 요한은 그의 머리를 날려버 렸다.
떨어진 기사의 머리를 걷어찬 요 한은 오러 블레이드를 크게 휘둘렀 다.
-콰과곽!!
흙이 튀고 돌이 잘려나간다.
오러 블레이드가 길고 깊은 선을 만들어내 버렸다.
그것을 본 필로틴 제국의 기사들 과 병사들은 주춤 뒤로 물러나 버 렸다.
단 한명이다.
아무리 마스터라고 하지만 성인 도 되지 않은 자다.
그 하나가.
백명이 넘는 사람들을 막고 있었 다.
“이 선 넘고 싶으면 목은 두고 가라.”
불길한 붉은색 오러가 담긴 검이 겨눠졌다.
피가 뚝뚝 흐르는 순백의 검을 들어 올린 요한은 살벌하게 웃었다.
"자신 있으면 와봐.”
그와 동시에 오러 블레이드의 기 운이 강해졌다.
더욱 선명해진 적색의 불꽃이 피 어오르자 요한은 거칠게 외쳤다.
“죽여줄테니까!!”
외침과 함께 한걸음 내딛었다.
그 한걸음.
단 한걸음에 필로틴 제국의 기사들은 뒤로 또다시 물러나버렸다.
“감히 팔돈 기사님을!!”
“네놈이 아무리 마스터라 한들 우리 모두를 상대할 수 있을 것 같 으냐!?”
기세에서 밀려버렸다는 수치심 때문일까?
기사들과 병사들이 거세게 외쳤 다.
"우리 뒤에는 인왕이 계신다!!”
“그래. 축하한다.”
자신만만해 하는 이들을 향해 빈 정거린 요한은 빠르게 뛰었다.
한 자루 미스릴 검이 춤을 추고.
한 자루 오러 블레이드가 연주를 시작한다.
필로틴 제국의 병사들과 기사들 의 비명을 연주 삼아 요한은 죽음 의 무도를 시작했다.
그의 검이 움직일 때마다 흙바닥 에 피가 장식 되어갔다.
그렇게 요한을 상대하던 기사들 과 병사들이 모두 쓰러졌을 때쯤.
요한을 향해 오러가 담긴 철창같 은 화살이 날아들었다.
-채앵!!
화살을 튕겨낸 요한은 붉은 피로 적셔져 있는 검은 머리칼을 쓸어넘 겼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상 대를 노려보았다.
드디어 진짜가 나왔다.
광약 수준의 키를 가진 중년인이 다.
요한보다 조금 작은 대궁을 든 그는 요한을 노려보며 말했다.
“네놈들은 필로틴 제국의 영토를 침범했다.”
"그래서?”
“그 대가는 죽음으로 치러야 할 것이다.”
“그래? 그런데 여기는 로드만 왕 국의 영토인데…… 너도 죽음으로 대가를 치러야겠네?”
요한의 비웃음을 들은 그가 화살 을 당겼다.
그의 화살에 청색의 오러가 깃들 기 시작하자 요한은 가볍게 손을 풀었다.
-태앵!!
시위가 퉁겨지며 막강한 기운이 담긴 화살이 날아들었다.
회색의 오러가 이글거리는 화살 을 향해.
요한은 빠르게 돌진했다.
“하아아압!!”
오러가 담긴 미스릴 검과 화살이 충돌했다.
붉은색 오러와 회색의 오러가 서 로를 잡아먹으려고 하는 동안.
율경은 두 번째 화살을 준비했 다.
“하압!!”
첫 번째 화살을 부숴버린 요한은 빙글 몸을 돌리며 두 번째 화살을 쳐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화살에 오러가 담겨 있지 않았다.
간단히 화살이 베어지자 요한은 이를 갈며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 다.
-채애앵!!
어느새 쏜 세 번째 화살을 오러 블레이드로 튕겨낸 요한은 더욱 빠 르게 뛰었다.
요한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율경 은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자신이 있다는 거지? 하. 그 같 잖은 자신감……그는 화살에 오러를 담았다.
점차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음에 도 율경은 물러나지 않았다.
그저 신중히 시위를 당기고만 있 을 뿐.
그리고 요한과의 거리가 오미터 도 되지 않았을 때.
-쿠우우응!!!
이것으로 끝내려는 듯 율경은 오 러가 모인 화살을 쏘아냈다.
막대한 힘이 담긴 화살이다.
마치 창과 같을 정도로 커진 화 살은 무시무시한 기세로 요한을 향 해 날아들었다.
그 위력이 어찌나 강한지 주변의 땅까지 파이고 있었다.
“이것도 튕겨내 봐라!”
"피해 주지."
"뭣?”
달려가던 요한은 납작 바닥에 엎 드렸다.
지금까지 꾸준히 화살을 튕겨내 거나 막은 요한이다.
그런 요한이 마지막에 승부를 피 할 줄은 율경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의 눈이 커진 것을 마주하며 요한은 씩 웃었다.
-서걱.
그리고 요한의 미스릴 검이 그의 갑옷을 갈랐다.
깊은 상처다.
바로 치료하지 못하면 죽을 정도 의 치명상.
율경도 그것을 알고 있었는지 필 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크억…… 브,블링•…“ 크.”
그의 입에서 시동어가 나온 순간 율경은 빠르게 뒤로 빠져 버렸다.
순식간에 몇십 미터는 떨어져 버 린 것이다.
“하. 블링크를 쓰셨다?”
“윽...... 으으...... ”
"사령관!!”
“전하!!”
기사들과 병사들이 부상을 입은 율경을 지키기 위해 모였다.
하지만 그가 이동한 거리는 고작 해야 수십 미터.
요한이라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 는 거리였다.
“비켯!!”
“주군을 지켜라!!”
“저 악랄한 놈올 잡앗!!”
아까까지만 해도 기사들과 병사 들을 마구잡이로 제거하던 요한이 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전투를 최대한 회피하며 요한은 율경에게 달라붙었다.
최소한의 적만을 제거하며 음직 인 덕분인지.
아니면 가슴이 깊게 갈라진 상처 때문인지.
율경은 요한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멀리 피할 수 없었다.
“막아!!”
요한을 막기 위해 필로틴 제국의 기사들은 죽음을 각오했다.
그들이 몸으로 막으려 하자 요한 은 이를 드러내며 검을 휘둘렀다.
-서걱.
그저 율경이 피하게 할 시간을 만들려고 할 뿐이다.
방어에만 집중한 덕분에 몇몇은 요한의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 다.
자신을 막는 기사들을 베어 넘긴 요한은 여유롭게 율경의 앞까지 도 착할 수 있었다.
"죽어라.”
율경을 지키는 최후의 기사를 제 거한 요한은 그에게 검을 휘둘렀다.
오러가 담긴 미스릴 검이 그에게 내리쳐진 순간.
요한은 검의 방향을 비틀었다.
-채앵 H오러가 담긴 창을 튕겨낸 요한은 다시 율경을 죽이려 했다.
하지만 어느새 검은 로브를 입은 남자가 율경을 꽉 잡고 있었다.
“블링크!!”
“야!! 치사하게 도망가냐!?”
마법사가 율경을 데리고 후퇴하 자 요한은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블링크를 써서 벌써 저만큼 멀어 졌다면 놓쳤다고 봐야 한다.
요한은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고 개를 돌렸다.
‘놓쳤다고 해도 문제 될 건 없지. 이걸 이용해서 다른 걸 노리면 되 니까.’
“감히 주군의 몸에 상처를 내다 니……아까 창을 던진 기사가 걸어오고 있었다.
꽤나 좋은 갑옷과 검을 든 그가 다가오자 요한은 피식 웃었다.
“나는 율경 전하의……“왼팔이며 필로틴 제국의 마스터 인 에슐론 탈리스만.”
M ,,“율경은 놓쳤으니 너라도 잡아가 야겠다.”
요한이 싸늘히 말하자 에술론의 표정이 변했다.
그의 경계심이 더욱 강해졌다.
병사들과 기사들이 자신을 둘러 싸자 요한은 차분히 검을 내렸다.
본격적으로 싸울 자세를 갖추는 요한을 향해 에슐론은 적의를 드러 냈다.
그의 검에 푸른 오러가 담겼다.
오러로 이글거리는 검을 겨눈 에 슐론은 천천히 자세를 낮추며 말했 다.
“죽여주마.”
“그래? 난 일단 너는 살려 둘 생각이야.”
필로틴 제국의 기사들과 병사들 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들을 둘러보던 요한은 크게 발 을 굴렀다.
“쳐라!!”
달려드는 기사들과 병사들.
그리고 오러 블레이드까지 뽑아 덤비는 예술론을 향해 요한은 검을 휘둘렀다.
"어디 율경이 ‘이번에도’ 널 구하 러 오나 확인해볼까!?”
* * *전장에서 멀어진 다키스트는 심 각한 표정으로 입술을 잘근잘근 깨 물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 요한을 구하 는 것이 낫지 않나 싶었다.
“다,다키스트 캡틴……“저희는 그게…… 도,도망치려 고 한 것이 아니라•“…아까 동료를 버리고 도망쳤던 이들을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들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헨드릭 산맥에서 적은 수로 이동했다간 얼마 못가 죽는다는 것을.
그렇기에 멀지 않은 곳에서 숨어 있던 이들은 다키스트는 쉽게 발견 했다.
그에게 잡힌 길로틴은 고개를 푹 숙였다.
“쓰레기 같은 놈들……“그,그렇지만 어떻게든 살아야했지 않습니까. 그,그리고.” 길로틴은 억울하다는 듯 호소했다.
“요한 공자님께서도 도망치라고 하셨고.”
“닥쳐라. 그 더러운 입으로 공자 님의 이름을 언급하지 마라.”
다키스트는 단검을 들었다.
살아남은 병사들도 꽤나 화가 나 있는 듯싶었다.
그들의 서슬 퍼런 기세에 길로틴 과 야진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 다.
“안되겠다. 나는 공자님을 지원 하러 가봐야겠어. 메간. 삼십 분 내 로 내가 복귀하지 않으면 바로 검 은 요새로 가서 상황을 알려라.”
“알겠습니다.”
메간이 고개를 숙이자 다키스트 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요한 공자님이라면 반드시 살아 계실 거다!”
“저희도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아무리 요한이 강하다고 하더라 도 상대는 천하십강이다.
정말 살아 있을까?
다키스트는 크게 고개를 저어 불 안을 지웠다.
“그럼 다녀오겠……“어디 가는데?”
특유의 무뚝뚝한 어조가 들렸다.
다키스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 다.
피투성이가 된 채 한쪽 손에는 기절한 기사 하나를 든 요한이 어 느새 다가와 있었다.
“고,공자님!?”
“배고프다. 먹을 것 없냐?”
“공자님!!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 까!?”
“다쳤지.”
요한의 몸 여기저기에는 꽤 많은 상처들이 있었다.
하지만 치명상은 아니다.
그를 멍하니 바라보던 다키스트 는 요한의 손에 들려 있는 기사를 보고 더 기겁했다.
“에,에슐론!?”
“율경도 다 잡았었는데 놓쳤어. 타키온이 있더라고.”
아까 블링크를 써서 율경을 데리 고 갔던 마법사.
율경의 수호마법사인 타키온을 떠올린 요한은 쓰게 웃었다.
“설마 그 둘을 다 데리고 올 줄은 몰랐지. 아깝다. 율경을 잡을 수 있는 기회였는데.”
기절한 에슐론을 획 던진 요한은 다키스트의 어깨를 잡았다.
“그나저나 탈주한 놈들은 잡았 나?”
“예.”
“아주 잘했다. 훌륭해. 어디 있 어?”
다키스트는 서슬 퍼런 눈으로 한 쪽을 가리켰다.
몸 둘 바를 몰라 하며 무릎을 꿇 고 있는 둘을 가리킨 다키스트는 단검을 뽑았다.
“전장에서 탈주는 최대 사형까지 가능합니다.”
“고,공자님……“저희가 도망치려고 한 것이 아 니라……길로틴과 야진이 필사적으로 애 원하자 요한은 그들을 내려다보았 다.
그의 차가운 시선에 둘은 눈물까 지 뚝뚝 흘렸다.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제발…… 제발 자비를……“흐음……엎드려 빌고 있는 그들을 보던 요한은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일단 케리만 시체나 챙겨. 가서 얘기하자.”
“감사합니다!”
“이,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겠 습니다! 감사합니다!”
‘난 살려준다는 얘기 안 했는데.’
야진이라는 병사는 그렇다고 치 더라도.
길로틴을 잡을 수 있는 좋은 기 회를 마련했다.
그렇다면 굳이 여기서 잡을 필요 는 없었다.
‘이왕 잡은거 좀 괴롭히고 잡아 야지.’
놓쳤다면 모를까.
잡힌 이상 저들의 목숨은 요한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럼 조금은 즐겨도 되지 않겠는 가.
“그런데 공자님. 예술론은 어떻 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이자를 잡 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키스트는 에슐론을 보며 걱정 스레 물었다.
에슐론은 율경의 왼팔이며 필로 틴 제국의 귀족이고 마스터다.
잘못 건드렸다간 벌집을 쑤시는 꼴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요한은 그 특유의 태평함 을 잃지 않았다.
"문제는 무슨. 잘 된 일이지.”
‘율경도 놓쳤는데 재를 이용해서 교환이나 해야겠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