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권 20화
120. 몬스터 헌팅 (2).
결국 끝까지 펠론 백작은 오지 않았다.
더 이상은 기다릴 수도 없다.
다키스트는 힐끔 숙소 쪽을 보았 다.
“펠론 백작님께서는 오지 않으실 듯하군요.”
다키스트의 목소리에는 강한 불 만이 섞여 있었다.
아무리 펠론이 로만 후작의 가신 이라고 하더라도.
그는 로드만 왕국의 장군이다.
그렇다면 그에게도 몬스터 토벌 의 의무가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이번 몬스터 토벌의 대상 은 케리만이다.
케리만이 죽인 로드만 왕국의 사 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도 참가하지 않는다
니……"요한. 펠론 백작에게는 말했 나?”
“예.”
“그런데도 오지 않는다라……"저를 신뢰하지 못했나보더군요."
헤르듀크 역시 상당히 불만스러 웠다.
왕족으로서 이번 일은 그냥 넘어 가서는 안 되었다.
“하기 싫다는데 어쩌겠습니까.”
“의무는 그렇게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너와 사이가 좋지 않다고 하더라도!”
당장에라도 펠론 백작에게 갈 것 처럼 헤르듀크는 씩씩거렸다.
그를 향해 요한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기 나름의 기준이 있겠지요. 가기 싫다면 그냥 두십시오.”
"혹시 너와의 불화 때문에 그가 참가하지 않는 건가?”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지 않겠 습니까?”
요한이 펠론 백작과 사이가 좋지 않은 것쯤은 헤르듀크도 안다.
그렇기에 그는 더더욱 분노했다.
“나라의 중요한 일에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참가하지 않는다니. 오만방자한 것도 정도가 있지 ......!!"
“아무튼 저희는 이만 다녀오겠습 니다. 호위는 레인저들에게 맡겨놨 으니 걱정 마십시오.”
“후…… 그래. 잘 부탁한다.”
케리만을 잡을 수 있다면 호위가 문제가 아니다.
헤르듀크는 요한의 어깨를 꽉 잡 았다.
“그래도 네가 왕국을 위해서 일 해주기는 하니 다행이구나.”
‘비록 나를 따르지는 않더라도.’
뒷말은 삼킨 헤르듀크는 쓴웃음 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이번 케리만 토벌에 참여한 이 들에게는 왕가의 이름으로 큰 포상 금을 내리겠다!”
“오? 오오오오!!”
“감사합니다!”
크게 기뻐하는 병사들을 진정시 킨 다키스트는 요한을 보았다.
“슬슬 가셔야 하는 것 아닙니 까?”
“그러네.”
해가 뜨고 있었다.
출발할 시간이 되자 요한은 느긋 하게 걸었다.
"그럼 가지.”
“말에 타시지는 않으시는 겁니 까?”
“산에 올라야 하는데 말에 탈 수 는 없지.”
체력 단련도 되지 않은 귀족이라 면 말렸을 것이다.
하지만 요한은 마스터다.
거기에 그가 훈련을 하던 것을 보면 어지간한 레인저보다 더 체력 이 좋다.
비쩍 말랐지만 그 팔다리에 담긴 힘은 보통이 아니다.
다키스트는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길로틴에게 말했다.
"다른 십인장들을 통솔하며 주변 에 몬스터의 흔적을 확인하도록.”
"예.”
“예스도와 야진에게도 전달해. 소대 이끄는 것도 중요하다.”
“알겠습니다.”
다키스트는 소대에 있는 십인장 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꽤나 꼼꼼한 지시였지만 요한은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지금 그의 머리는 길로틴을 어떻 게 잡을까 고민하는데만 집중하고 있었다.
‘저놈을 어떻게 잡느냐인데……잡을 방법은 많았다.
당장 케리만을 잡을 때 케리만의 공격을 놓친 척하며 잡아도 된다.
정찰을 갈 때 함께 가자고 꼬신 후 잡아도 된다.
아니,그냥 누명을 씌워도 된다.
정 안되면 기분 나쁘니까 죽어 라. 라고 말하고 죽여도 된다.
방법이 무궁무진하니 뭘 선택해 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이거 정말 행복한 고민이군. 나 비효과가 오히려 좋은 방향이 되었 어.’
말 그대로 접시에 올려진 고기 다.
만약 길로틴이 모험가였다면 잡 기 위해서 꽤나 고심을 했을 것이 다.
하지만 지금은 작전을 하기 위한 상하관계다.
길로틴을 죽이고자 한다면 요한 은 얼마든지 죽일 수 있었다.
요한은 싱글벙글 웃으며 발걸음 을 더욱 가볍게 놀렸다.
그렇게 반나절 정도를 산을 탔을 때.
다키스트는 요한을 잡았다.
“공자님.”
“음?”
“조금 쉬었다가 가는 것이 어떻 습니까.”
요한의 체력이 좋을 것이라는 예 상은 했다.
하지만 이정도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병사들이 먼저 지쳐버렸다.
다들 십인장 이상의 병사들인데 도 요한의 체력을 따라잡지 못했다.
“뭐야. 고작 이정도로 퍼져?”
“죄,죄송합니다……길로틴을 비롯한 병사들은 땀을 주룩주룩 흘렸다.
그들을 보던 요한은 들고 있던 가방을 옆에 내려놓았다.
"그럼 여기서 요기나 하자고.”
바위에 걸터앉은 요한은 가방에 서 커다란 빵을 꺼냈다.
식당에서 받아 온 부드러운 빵과 육포를 씹어먹던 요한은 병사들에 게 시선을 돌렸다.
“재들 왜 저것만 먹냐?”
병사들이 먹는 양은 요한의 기준 에서는 새 모이 수준이다.
육포 하나와 빵 반 조각.
그나마 빵도 딱딱한 검은 빵이었 다.
“검은 요새의 식량 사정이 그리 좋지는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랬지. 인원이 늘 어서 평소보다 식량이 부족하 니……“이번에 지원된 식량이 있지 않 나?”
"계획에 입각한 배급이 되는지 라……다키스트가 대답했을 때 병사들 은 힐끔힐끔 요한의 가방을 보았다.
“뭘 보는 것이냐!!”
다키스트는 그들을 향해 버럭 소 리를 질렀다.
그것에 놀란 병사들이 고개를 돌 리자 요한은 가방을 휙 던졌다.
“배고프면 먹어.”
“괘,괜찮습니다.”
“됐다.”
자리에서 일어난 요한은 획 숲 속으로 들어갔다.
‘사슴이나 한 마리 잡아오는 게 낫겠군.’
마침 근처에 사슴의 흔적이 있었 다.
나무 위로 뛰어오른 요한은 차분 히 오러를 펼쳤다.
그리고 자신의 오러에 걸린 것을 향해 빠르게 뛰었다.
-끼으]!?
냇가에서 물을 마시던 사슴 한 마리가 요한에게 걸렸다.
그를 발견한 사슴은 딱딱히 굳었 고 그것으로 사슴의 운명은 결정이 되었다.
“냇가도 있고 좋구만.”
쓰러진 사슴을 들어 올린 요한은 단검을 꺼냈다.
오러가 실린 단검은 빠르게 사슴 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모자라니 피를 빼는 작업 은 제대로 할 수 없지만.
그래도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사 슴고기를 가공한 요한은 일행들에 게 돌아왔다.
“헉……“그건 또 어디서 나셨습니까?”
“오다 주웠다. 구워.”
“어…… 예. 예!”
병사들은 허둥거리며 불을 피우 기 시작했다.
커다란 사슴고기를 잘라 나뭇가 지에 꽂은 그들이 굽기 시작하자 다키스트는 걱정스레 말했다.
“이 냄새 때문에 케리만이 도망 가지 않겠습니까?”
“케리만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멀었어. 걱정 마.”
“혹시 몬스터들이라도……"오면 잡으면 되지.”
“헨드릭 산맥의 몬스터는 다른 곳의 몬스터보다 강합니다.”
“그래?”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강할 수밖 에 없지요.”
“그렇구나.”
요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수 풀이 움직였다.
다키스트와 병사들은 움찔하며 무기를 잡았다.
一크SS근 I수풀에서 튀어나온 것은 커다란 트롤이 었다.
“트롤!! 전투대형을 펼……트롤이 몸을 피며 몽둥이를 들어 올리고 포효했다.
-캬아아아아악!!
다른 곳의 트롤이라면 괜찮지만 헨드릭 산맥의 트롤은 달랐다.
레인저라고 하더라도 긴장해야 하는 몬스터 였다.
‘먼저 머리부터 치고 바로 심장 을 노린다.’
트롤은 작은 상처 정도는 쉽게 재생한다.
잡기 위한 방법은 일격에 급소를 찔러 절명시키는 것.
그것이 아니면 아예 회복하지 못 할 상처를 만드는 것이다.
트롤의 상대법을 떠올리며 다키 스트는 단검을 꽉 잡았다.
하지만 그의 긴장은 일 초도 지 속되지 않았다.
-끄어억…….
단 일격에 트롤이 반으로 갈라져 서 죽었다.
허리를 깊게 베여 두 동강이 나 쓰러진 트롤이 꿈틀거렸다.
몸이 둘로 나뉘어 버리니 강력한 회복력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트롤이 축 늘어져 죽자 다 키스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요한의 손에는 어느새 나타난 오 러 블레이드가 들려 있었다.
강력한 몬스터인 트롤을 일격에 잡았다.
하지만 요한은 그것에 대한 우풀 함 하나 없이 고기를 가리킬 뿐 이 었다.
“난 뒷다리 좋아하니까 그거 잘 구워라. 알았냐?”
“아,알겠습니다.”
말을 마친 요한은 바위에 걸터앉 아 빵을 씹어먹었다.
“마스터가 강하다고는 했지만……“이정도일 줄이야……트롤을 상대하기 위해 무기를 들 었던 병사들은 뻘줌히 자리에 앉았 다.
하지만 아까와는 달랐다.
요한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에 는 존경과 선망이 담겨 있었다.
“다키스트 캡틴.”
“왜.”
병사 하나가 요한을 힐끔 보고 작은 어조로 물었다.
“저희가 듣기로는…… 요한 공자 님의 성격이 그리 좋지 않다고 들 었습니다만……“그건 나도 들었다만…… 역시 헛소문 같군. 정보 길드의 정보도 이제는 믿기 힘들구만.”
마고 후작이나 펠론 백작 같은 이들은 이미 몇 번이나 찾아왔었다.
그런 만큼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요한은 처음이니 실수를 피하기 위해 조사가 필수였다.
그리고 정보 길드의 정보에 따르 면 요한은 망나니라고 알려져 있었 다.
바그너 영지에서 아랫사람들을 괴롭히고 시비를 거는 자.
하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요한은 망나니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렇지요?”
짧은 시간에 불과했지만 병사들 은 요한에게 꽤나 호감을 느꼈다.
자신의 먹을 것을 나눠주는 것.
왕국의 적이라 할 수 있는 몬스 터를 토벌하러 가는 것.
거기에 강함을 뽐내지도 않는 것.
어딜 봐도 훌륭한 기사이고 훌륭 한 무인이다.
저런 사람이 망나니라면 세상천 지에 망나니 아닌 사람이 없을 것 이다.
호감이 생기니 요한의 무뚝뚝한 또한 멋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공자님. 저기…… 다 됐습니다.”
“아. 그래?”
접시에 담긴 고깃덩어리를 나뭇 가지로 찍어 씹어 먹은 요한은 인 상을 찌푸렸다.
“더럽게 맛없네.”
피가 충분히 빠지지 않았기 때문 일까?
고기에서는 누린내가 심하게 나 고 있었다.
하지만 투덜거리면서도 요한은 고기를 꾸역꾸역 먹었다.
한 접시를 순식간에 비워버린 요 한은 접시를 내밀었다.
“그만 드시겠습니까?”
“더 가져와. 아니,다 가져와.”
“예.”
맛없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잘 먹 어주는 모습이 보기 좋다.
병사는 황급히 뒷다리를 잘라와 요한에게 가져다주었다.
“썰어 드리겠……“됐으니까 너도 가서 밥이나 먹 어라.”
커다란 뒷다리를 잡은 요한은 단 검으로 살을 잘라 혼자 뜯어먹었다.
그것을 보며 병사는 또 한 번 감 동했다.
‘아. 요한 공자님께서는 식사 시 중도 필요로 하지 않으시구나.’
귀족들 중에는 하인이 없으면 아 예 식사를 하지 않는 자들도 있다.
그런 이들은 전시든 평시든 가리 지 않는다.
병사들이 굶는 것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 생각한다.
그런 귀족들과 요한은 천지 차이 라고 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뭐가?”
“예? 아,저,전부 감사드립니다.”
“헛소리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
말을 마친 요한은 다시 사슴고기 를 씹어 먹었다.
그런 그를 향해 병사는 또다시 감동의 시선을 보냈다.
그 시선을 받던 요한은 결국 벌 컥 화를 내고 말았다.
“남 밥 먹는 거 구경났냐? 저기 트롤 옆에 눕고 싶냐? 어?”
"죄,죄송합니다!”
놀란 병사가 자리로 돌아가고 나 서야 요한은 즐거운 식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하마터면 트롤처럼 반으로 갈라 져 죽을 뻔한 병사가 돌아오자 다 키스트는 쓰게 웃었다.
"그래도 식사하실 때 건드리면 엄청 화를 내신다는 정보는 맞았 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