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권 15화
115. 저 비싼 몸입니다 (1).
‘하지만 굳이 그걸 말해 줄 필요 는 없지.’
“아무튼 제 조건은 그게 답니다. 드래곤 하트 주시면 사령관님 밑으 로 들어가지요.”
“그렇다면 나도 제안하지.”
요한의 말이 끝나길 얌전히 기다 린 타로트는 창문을 툭 쳤다.
창밖에는 헨드릭 산맥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척이나 아름 다운 산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저 산맥의 무서움을 아는 자는 단순히 아름답다고만 하지 못 할 것이다.
그것을 아는 타로트는 진지한 어 조로 말했다.
“이곳은 좋은 곳이다.”
“어느 부분에서?”
“강해지는 데 있어서.”
이 부분만큼은 요한도 동의했다.
검은 요새는 하루에도 몇번씩이 나 전투를 하는 곳이다.
필로틴 제국이나 헨드릭 산맥의 산적뿐만이 아니다.
웜,골렘,오크,오거,트롤.
그 외에 식물형이나 곤충형 몬스 터까지.
그 뿐인가?
헨드릭 산맥의 악몽이라 불리는 몬스터 로드 블랙 오우거 케리만까 지 살고 있는 곳이다.
거기에 겨울이 되면 산맥은 험난 해지고 여름에는 미친 듯이 덥다.
혹독한 환경이기에 이곳에서는 살아남는 것만으로도 강해질 수 있 었다.
“마스터들은 항상어떤 훈련을 해야 더 강해질 수 있는지 고민하 지.”
마스터에 올랐다고 해서 끝이 아 니다.
강함의 맛을 본 이들은 더욱 강 해지길 원한다.
하지만 단순한 훈련만으로는 강 해지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 한계를 넘기 위해 마스터들은 항상 연구를 하고 무리를 한다.
“바그너 영지에서 살고 있지? 그 곳이 어떤 곳인지 알고 있다. 젖과꿀이 흐르는 땅이라더군.”
“뭔 젖과 꿀이 흐릅니까? 그런 땅이 있었으면 좋겠군요.”
“이곳에 비한다면 그렇다는 거 지. 비유 모르나? 비유.”
“예. 뭐 비유라고 치고. 바그너 영지는 왜 언급하십니까?”
“그 평안한 곳에서 네가 강해질 수 있겠나?”
“흐......
"이곳은 다르다. 내 밑에서 십 년만 일해라. 그럼 너는 더욱 강해 질 것이다.”
회귀 전 요한도 강해지기 위해서 타로트의 밑으로 들어갔었다.
검은 요새에서 수도 없이 싸우 고,수도 없이 죽을 고비를 넘겼다.
그러면서 강해졌던 요한이다.
그렇기에 요한은 타로트의 말에 동의했다.
“어떤가. 흥미가 있나?”
“훙미는 있지만 사양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밑에 들어가는 것까지 동의한 것은 아니 었다.
‘당신 밑에 안 들어가도 충분히강해질 수 있어.’
어떻게 해야 강해지는지.
어떻게 해야 코어를 만들 수 있 는지는 전부 알고 있다.
그렇다면 굳이 쓸데없는 고생을 해가며 경험을 쌓을 필요는 없다.
요한이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대 답하자 타로트는 눈을 감았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이정도까지 제안했는데도 거절했 다.
그렇다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요 한은 밑으로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 는 이야기다.
타로트는 씁쓸해했다.
하지만 포기한 것은 아니었다.
그의 눈에는 여전히 요한에 대한 갈망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내 제안은 이게 끝이 아 니라는 것을 기억해라.”
“제 거절도 이게 끝이 아닌 것을 염두에 두십시오.”
대화가 끝나자 요한은 곧장 밖으 로 나갔다.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다키스 트는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검은 요새는 강해지기에 충분히 좋은 곳입니다.”
“누가 아니래?”
"그런데 왜 거절하시는 겁니까?”
“여기서는 배울 게 없어.”
심드렁한 대답에 다키스트는 발 끈했다.
그가 완갑에 손을 가져간 순간 요한은 다키스트의 팔을 잡았다.
“윽!?”
순간 섬뜩함을 느낀 다키스트는 요한의 팔을 튕겨냈다.
하지만 요한의 팔은 뱀처럼 음직여 그의 목을 잡아채 냈다.
“_3- ”
멱줄을 잡힌 순간 강한 힘이 들 이 닥쳤다.
단번에 벽까지 밀린 다키스트가 완갑의 단검을 꺼내려고 할 때.
요한은 어느새 오러 블레이드를 꺼내 그의 목 옆에 꽂았다.
"내가 여기서 뭘 배워야 하지?”
레인저들은 맨손 격투에도 능숙 해야 한다.
다키스트 역시 검은 요새에서 맨 손 격투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었다.
하지만.
요한의 공격은 막을 수 없었다.
그의 손이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 조차 할 수 없었다.
자신의 허망한 패배에 다키스트 는 굴욕보다는 놀람을 느끼고 있었 다.
“이건…… 뭡니까.”
다키스트가 묻자 요한은 오러 블 레이드를 해제하고 능글맞게 말했 다.
“아아. 이것은 금나수(樓掌手)라고 하는 것이다. 동방 엘프들에게 는 흔한 권법이지.”
“이런 걸 어디서 배우셨습니까?”
다키스트는 조금 전 당했던 것도 잊고 당당히 물었다.
레인저들에게는 패배에 대한 수 치 따위가 없었다.
배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배워 야 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그런데 자신이 모르는 권법이라 니.
어떻게든 알아내야 했다.
“어디서 배웠는지가 궁금한 게아닐 텐데?”
“그,그건……다키스트의 얼굴에 홍조가 드러 났다.
자신의 속셈을 요한이 눈치챈 것 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는 곧 표정을 원래대로 돌렸다.
그를 향해 요한은 씩 웃었다.
“배우고 싶나 보지?”
“예.”
“그럼 내 부탁을 좀 들어줘야겠 어.”
“사령관님을 배신하라는 부탁은 들어드릴 수 없습니다.”
요한과 타로트의 대화를 들은 모 양이다.
그는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뭔 소리야. 내가 왜 사령관님을 배신하라고 시켜?”
“……그럼 뭡니까?”
"이따가 내가 좀 돌아다녀야 하 는데. 그때 마고 후작님 좀 가드해 라.”
“그런 것이라면…… 좋습니다.”
“그럼 식당으로 돌아가자고.”
식당으로 향하면서도 웃음이 자 꾸만 터져 나왔다.
요한은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웃 음을 꾹 감췄다.
‘삼 년 후에 보급될 금나수인 데…… 뭐 빨리 배우면 좋겠지.’
앞으로 삼 년 후.
다키스트의 초청으로 온 엘프 중 하나가 검은 요새에 금나수를 보급 하게 된다.
그리고 오 년 후쯤 되면 그 금나 수를 모르는 이들은 없게 된다.
요한이 쓴 금나수도 바로 그 금 나수였다.
“뭐 좋은 일이라도 있나? 왜 그 리 웃어?”
식당으로 돌아온 요한이 자리에 앉자 마고 후작이 의아해하며 물었 다.
그를 힐끔 쳐다본 펠론 백작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밀어내기 한판승이라도 했나 보 지. 먹고 자고 싸고. 훌륭한 똥 만 드는 기계구만.”
펠론 백작의 빈정거림에 결국 헤 르듀크가 탁자를 내리쳤다.
“펠론 백작. 체통이라는 게 뭔지모르시오? 당신보다 세 배는 더어 린 사람에게 그렇게 비아냥거리고 싶소?”
대놓고 왕자가 나무라니 펠론 백 작도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그는 한차례 요한을 쏘아본 후 고개를 획 돌려버렸다.
하지만 헤르듀크가 나섰다고 요 한이 반격을 하지 않을 사람은 아 니었다.
“나이를 먹었다고 꼭 어른은 아 니죠. 좋겠습니다. 펠론 백작은 언 제까지나 그렇게 순수할 수 있으셔 서.”
“뭐?”
“밤에 주무실 때 동화책이라도 읽어드려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 다.”
“요한!! 너도 그만해라!!”
“예. 예.”
처음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요한과 펠론 백작은 물과 기름이 었다.
헤르듀크가 말리는 와중에도 둘 은 서로를 향해 비웃음과 야유를 던지고 있었다.
그때 식당의 문이 열렸다.
근엄한 얼굴로 들어 온 타로트는 요한과 펠론 백작을 힐끔 보았다.
타로트가 왔음에도 요한과 펠론 백작은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검은 요새에서 아군끼리의 싸움 은 금지하는 것을 모르나? 싸울 거 면 나가서 싸우게.”
얼음장 같은 눈으로 요한과 펠론 백작을 번갈아 본 타로트는 자리에 앉았다.
“그럼 식사를 시작하지.”
응원군의 환영을 위한 식사지만 타로트는 별다른 말이 없었다.
그저 말없이 음식만 입에 넣을 뿐이었다.
요한과 펠론 백작의 분위기가 좋 지 않으니 다른 이들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렇게 시작된 조용한 식사가 끝 나자 타로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내일 봅시다.”
그가 나가고 펠론 백작과 헤본 남작도 더 할 말 없다는 듯 획 나 가버렸다.
‘기분 나쁘다는 티를 내고 있지 만 실상은……로만 후작의 전언을 전달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들이 나가자마자 헤르듀크는 한숨을 쉬었다.
“요한. 성질 좀 죽이지 그런가.”
“제대로 죽이고 있습니다만. 제 성질대로 했으면 지금 저 인간 목 이 붙어 있겠습니까?”
"농담도……오직 이 자리에서 야스진만이 요한이 진심인 것을 알고 있었다.
‘정말 요한 공자님 성격치고는 엄청 참은 거지.’
“다키스트. 숙소로 안내해주게. 요한. 요한은 여기가 처음이겠 지?”
사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굳이 밝힐 필요는 없기 에 요한은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와 같은 방을 쓰는 것이 낫겠군.”
요한이 호위도 겸하는 것이기에 헤르듀크는 느긋하게 말했다.
“안내하게.”
“예.”
다키스트의 안내를 받아 요한 일행은 커다란 방에 도착했다.
두 개의 침실과 응접실까지 붙 어 있는 넓은 방이다.
안에 있는 네 개의 커다란 침대 를 본 헤르듀크는 침대 하나에 벌 러덩 누웠다.
“이거 피곤하구만……꽤 긴 마차 여행 이후 침대에 누웠기 때문일까?
헤르듀크는 곧장 잠들어버렸다.
마고 후작 역시 피곤하다며 누 워버리자 요한은 야스진을 잡았 다.
“으…… 저도 졸린데요.”
“아직 초저녁인데 왜 벌써 자 냐?”
“이제 곧 자정입니다만.”
“자정이면 초저녁이지.”
“그럼 뭐 하시게요? 카드라도 가져올까요? 조금 있으면 메이 단 장님도 오실 겁니다. 같이 하시죠. 판돈은 점당 오십실버로……불안감을 느낀 야스진이 황급히 말하자 요한은 고개를 저었다.
“어디 가시려는 겁니까?”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
야스진이 떨리는 눈으로 바라보 자 요한은 천천히 말했다.
"헨드릭 산맥 구경이나 가자 고.”
야스진은 슬쩍 창밖을 보았다.
이미 어둠은 내리 깔려 있었다.
한 치 앞도 제대로 확인하기 힘 든데 핸드릭 산맥에 간다?
“요,요한 공자님? 헨드릭 산맥 은 동네 뒷산이 아닙니다만.”
“알아. 몬스터가 날뛰는 신나는 곳이지.”
요한이 웃으며 말하자 야스진은 획 몸을 돌렸다.
“잠깐만요. 잠깐. 지금 헨드릭 산맥 갔다가 몬스터라도 만나면 어떻게 합니까?”
“내가 잡아줄게.”
“케리만이 나오면요? 헨드릭의 그림자라 불리는……"오. 케리만도 알아?”
“그야 알죠. 헨드릭 산맥의 악 몽,몬스터 로드 케리만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공자님. 부디 다시 한 번 생각을……야스진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를 향해 빙긋 웃은 요한은 그 의 뒷목을 잡았다.
“농담이야. 헨드릭 산맥 갈 거 면 널 왜 데려가냐? 그냥 여기 구 경이나 하자는 거지.”
“정말이십니까?”
“그래.”
야스진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 났다.
“그럼 일단 메이 단장과 다른 기사들이 오면 가시죠.”
“그래야지.”
잠시 후 메이 단장과 기사 여섯 명이 방에서 대기했다.
다키스트까지 와서 자리를 잡자 요한은 야스진과 함께 나갔다.
복도를 걸으며 야스진은 조심스 레 물었다.
“그런데 어디 가십니까?”
“검은 요새 심처.”
“오. 웬일로 요한 공자님께서 어디 가시는지 말씀해 주……야스진은 딱딱히 굳었다.
검은 요새의 심처.
분명 들었던 곳이다.
“...... 그 심처가 아까 다키스트캡틴이 말했던 그 심처는 아니겠 지요?”
“왜 아니겠어?”
야스진은 결국 잔뜩 겁먹은 표 정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