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권 5화
105. 떠날 준비 (2).
그래도 윌카스트 백작은 쉽게 걱 정이 가시지 않았다.
프란츠가 후계자 수업을 받았고.
또 윌카스트 백작이 출타중일 때 영주 대리 업무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은 조금 한가한 시기 나 그랬지 이렇게 바쁠 때는 아니 었다.
“이 아비는 걱정이 되는구나.”
요한은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알 아서 잘 한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요한에게 밀 리는 프란츠가 걱정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강해도,자식 들에게는 참 약한 윌카스트 백작이 다.
그를 향해 웃으며 요한은 담담히 말을 이어나갔다.
“어차피 프란츠도 경험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하온달도 있으니 걱 정 마시지요.”
이때를 위해서 하온달을 키운 것 이다.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았다면 기본적인 부관 노릇을 할 수 있다.
지금도 요한의 부관 역할을 톡톡 히 하고 있는 만큼 프란츠를 도와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여차하면 광약을 쓰면 되니까.’
아낄 수 있다면 아껴두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아끼다 똥 된다고.
광약을 숨겨둔 것은 써먹기 위함 이지 애지중지 모셔두기 위함이 아 니었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윌카스트 백 작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유아랑,헤갈,아단도 도우라고 말해두겠습니다.”
“그래도……아직 남아 있는 그의 걱정을 최 종적으로 달랜 것은 차를 홀짝이던 메이 였다.
찻잔을 내려놓은 메이는 큰 입을 벌리며 호탕하게 웃었다.
“하하하!!! 정 뭐하면 타이론 영 지에서도 기사들과 집사를 보내드 리지요.”
“그래 준다면 우리야 고맙지.”
타이론 영지의 집사라면 내정에 대한 지식도 당연히 가지고 있다.
그제서야 윌카스트 백작은 만족 했다.
“그런데 프란츠 공자님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다른 영지의 지원인데.”
“자기 일 도와주러 오는 건데 의 견은 무슨. 그냥 감사합니다. 하고 끝내야지.”
메이의 질문에 가볍게 답한 요한 은 찻잔을 들었다.
빌헬미나가 가져다준 클로버 차 였다.
익숙한 향기를 즐기며 차를 홀짝 인 그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런데 언제 떠나야 하나?”
“일정상으로 따진다면…… 내일 모레 아침에 떠나시면 될 겁니다. 아니면 내일 저녁에 가시든지.”
이동하며 중간에 사고가 생긴다 는 것까지 가정한다면 여유는 그리 많지 않다.
메이는 마고 후작에게 들었던 대 로 설명했고 윌카스트 백작은 요한 을 보았다.
“나야 상관없다면 너는 어떠냐.”
“저도 상관없습니다.”
‘어차피 시킬 일들은 다 준비해 놨으니까.’
드라이어드는 당분간 유아랑이 혼자 맡아도 된다.
프란츠의 교육은 광약이 맡고 바 그너 영지를 다스리는 것은 하온달 과 야칸이 보좌하면 된다.
그나마 걱정될 만한 것이 기사단 과 경비병 정도다.
“오늘 밤에는 기사단에 가서 자 야겠군요.”
기사들이 안다면 기겁할 만한 소 리를 요한은 아무렇지도 않게 꺼냈 다.
요한이 가면 분명 교육과 더불어 훈련을 진행할 것이 뻔했다.
그것을 아는 윌카스트 백작은 요 한이 나가려 하자 걱정을 담아 외 쳤다.
“너무 힘들게 하지는 말렴!”
“전 안 힘듭니다.”
“아니. 기사들. 기사들의 실력이 늘어나는 것도 좋지만 부상도 생각 해야 하지 않겠니.”
과한 훈련은 오히려 독이 될 수 도 있다.
그것을 윌카스트 백작이 언급하 자 요한은 고개를 저었다.
“바로미로 사제님도 계시는데 부 상을 뭐 하러 걱정합니까. 그리고.”
요한은 월카스트 백작을 향해 싱 글벙글 웃었다.
“힐링 포션 많이 사뒀습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리고 그들도 경각심을 느끼면 열심히 할 필요성을 느끼겠지요.”
가볍게 대답한 요한은 그대로 나 가버렸다.
곧장 기사단으로 향한 요한은 야 간 교육을 실시한 후 지쳐 있는 기 사들에게 말했다.
“나 북방 갔다 오는 동안 최소 두 명은 더 익스퍼트에 올라 있도 록 해라.”
“ ■ o― ......”.
대답은 없었다.
익스퍼트에 오르는 것이 쉬운 일 이었다면 이미 개나 소나 익스퍼트 에 올라갔을 것이다.
지금 바그너 기사단에도 익스퍼 트는 하인스를 포함해 단 여섯 명 뿐이다.
그런데 여기서 두 명을 더하라 니.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몇몇 기사 들은 부담감에 몸을 떨었다.
그들을 힐끔 본 요한은 여유롭게 말했다.
“유저에서 익스퍼트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강자와의 실전경험이 필 수지.”
천천히 검을 뽑은 요한은 기사들 에게 겨눴다.
“한 명씩 덤벼. 지금 최대한 익 혀 놓고 되새김질해봐.”
강자와의 대무는 약자에게 큰 도 움이 된다.
지금까지 꾸준히 요한과 훈련을 한 기사들이다.
그들이라면 이번 대련을 통해 뭔 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요한이 대놓고 검을 들이대자 기 사들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익스퍼트의 가능성이 있는 기사 들.
그리고 벽에 막혀 있는 기사들이 하나둘씩 나서기 시작했다.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좋다.
‘회귀 전에도 이런 녀석들이 있 었지.’
요한을 진심으로 따랐던 부하들 이 이랬다.
비록 마왕과 싸울 정도로 강하지 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고난과 역경 앞에 서도 오히려 도전했었다.
그들을 떠올리며 요한은 천천히 검을 움직였다.
“너희도 그렇게 될 수 있나 볼 까!!?”
그의 외침이 터져 나옴과 동시에 기사들은 이를 악물었다.
* * *새벽까지 훈련과 대무를 했지만 요한이 일어나는 시간은 동일했다.
아침 훈련까지 끝낸 요한은 곧장 프란츠의 방을 찾았다.
넝마가 된 채 뻗어 있던 프란츠 를 깨운 요한은 차분히 설명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윌카스트 백작은 수도에 가고 요 한은 북방군에 가야 한다.
그러니 둘이 없는 동안 바그너 영지를 알아서 관리하라는 이야기 였다.
"제가요?”
"그럼 누가 하리?”
“어…… 그러네요.”
“타이론 영지에서도 널 도울 거 다. 야칸이 와줄거다. 묘인족이기는 하지만 꽤 능력이 있을거야.”
영지 관리를 한 경험은 프란츠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윌카스트 백작의 보좌 수준 이었지만 말이다.
혼자서 영지를 관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제가 잘할 수 있을까요?”
해보지 못한 일을 두려워하는 그 를 향해 요한은 씩 웃었다.
“난 널 믿는다. 동생아. 설마 이 번에도 나를 실망시키지는 않겠 지?”
“무, 물론이죠.”
“네가 이번에도 형을 실망시키 면…… 그때는…… 그때는……요한은 프란츠의 어깨를 꽉 잡았 다.
그 손에 담긴 힘에 어깨가 아플 정도다.
하지만 프란츠는 그것을 신경 쓸 수 없었다.
요한의 이글거리는 눈이 자신을 죽일 듯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킨 프란츠는 요한의 입이 열리자 숨을 들이마셨다.
“난 너에게 정말 실망할지도 모 르겠구나.”
‘이번에 실패하면 진짜 죽을지도 모르겠다.’
“……저,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이미 한번 요한을 실망시킨 프란 츠였다.
거기서 요한의 자비를 더 바랄 수는 없었다.
프란츠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 자 요한은 눈에 힘을 풀었다.
그의 어깨를 놓아준 요한은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조금 전까지 보이던 무시무시한 기세는 이미 사라졌다.
“어차피 바그너 영지는 네가 이 어받기로 되어 있어.”
"예……“그 예행연습이라고 생각해. 나 중에 네가 영주 되었을 때도 힘들 다,괴롭다. 그렇게 떠들래?”
“그럴 수야…… 없지요.”
“그래. 이번 일이 좋은 경험이 될 거다.”
요한이 고개를 끄덕이자 프란츠 는 잠시 생각하다 물었다.
“그런데 야스진도 데리고 가시는 겁니까?”
“그렇다만.”
“그럼 제 치유는 누가 합니까?”
광약과의 무지막지한 대련이 떠 올랐다.
야스진 덕분에 그나마 이 정도 지,만약 그까지 없다면 어떻게 하 나.
프란츠가 걱정하자 요한은 콧방 귀를 뀌었다.
“힐링포션 준비해뒀잖아.”
“그,그래도.”
“하아. 넌 훈련을 하면서 어떻게 다칠 생각만 하냐?”
그럼 아직 유저에 불과한데 천하 십강과 대련하며 멀쩡하길 기대하 나?
억울해하던 프란츠가 입을 열려 는 찰나,요한이 먼저 말했다.
“광약과의 대련에서 다치지 않을 정도가 된다면.”
요한은 테이블에 있는 깃펜을 들 었다.
그 순간 그의 깃펜에 오러가 이 글거리며 타올랐다.
한평생 오러 블레이드는커녕 오 러를 뽑아내지 못하는 자들도 있다.
유저가 되었다고 해서 안심할 수 는 없다.
프란츠가 부럽다는 듯 응시했을 때 요한은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너도 익스퍼트다.”
익 스퍼트.
프란츠에게는 말 그대로 꿈과 같 은 경지였다.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다면.
그것도 여름방학 동안에 오를 수 있다면.
확실히 가치가 있는 경험이다.
프란츠가 작게 고개를 주억거리 자 요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알아들었으리라 믿는다. 이론적으로 궁금한 게 있으면 유아 랑이나 헤갈에게 물어봐.”
"예에……유아랑과 헤갈도 익스퍼트다.
광약이 마스터이기는 하지만 그 는 감각적으로 훈련을 한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학문적인 접근에는 약했다.
프란츠가 광약과 같은 수준이라 면 모를까 광약의 지식은 프란츠에 게는 너무 수준이 높다.
그러니 유아랑과 헤갈에게 도움 을 받아야 한다.
“또 아단은 행정업무도 해봤으니 까 도움이 될 거야.”
거기에 타이론 영지의 지원도 있 다.
이정도면 경험 없는 프란츠도 잘 버틸 수 있을 거다.
“알겠습니다.”
프란츠는 살짝 감동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요한이 자신 을 잘 챙겨주니 그의 기분은 꽤나 좋아졌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저택 내에 첩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 내가 사람 좀 넣어두지.”
살짝 감동하던 프란츠는 고개를 갸웃거 렸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그런데…… 누굽니까?”
“오면서 봤지? 양유위와 레드바.
개들이랑 같이 일하는 녀석들이야. 정확한건 나중에 말해주지.”
요한이 대충 답해주고 밖으로 나 가버렸다.
홀로 방에 남게 된 프란츠는 의 문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 오후에 출발하신다고 하셔 놓고 나중에라니……?”
* * *프란츠의 방에서 나온 요한은 양 유위를 찾았다.
바그너 저택의 장서관에서 책을 골라 읽던 양유위는 요한이 들어오 자 웃으며 반겼다.
“무슨 일이십니까?”
“바그너 영지로 실력 있는 길드 원 두어 명 보내.”
“저택 내의 첩자를 잡기 위해서 입니까?”
“그래. 슬슬 첩자들을 좀 골라내 야겠어.”
양유위는 고민했다.
곰곰히 생각하던 그는 손가락을 튕겼다.
“마침 괜찮은 사람이 근처에 있 니 연락해두겠습니다.”
"이름은?”
"셀마라는 하플링입니다. 유저 수준이니 기본 무력도 되고……“좋아,첩자를 잡아내는 과정에서 싸움 이 생길 수도 있다.
그때 대응하려면 그 정도는 되는 것이 마음이 놓인다.
그래도 도둑 길드의 길드장이라 그런지 인력의 배치는 믿고 맡길 만했다.
“오늘 오후에 출발할 예정이니까 준비해 두도록.”
요한은 양유위의 어깨를 툭툭 치 고 차분히 말했다.
“이렇게 말 잘 들으니 얼마나 좋 아.”
"하. 하하……"이렇게만 해라. 응? 나 실망시 키지 말고.”
“아,알겠습니다.”
요한이 실망하는 날에는 무슨 일 이 일어날까?
양유위는 잠시 생각하다가 크게 고개를 저었다.
‘상상도 안 되는군……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