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권 19화
94. 처음이나 그렇지 (3).
황금시대 이전 암흑시대라 불리 던 시기.
그때 오래된 자의 외법서를 얻고 타락한 마법사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타이런트 바이엘.
소환술의 극치를 이룬 절대의 마 법사였다.
하지만 마법사라는 족속들은 마 법에 있어서는 만족을 모르는 자들 이다.
소환술의 극에 올랐지만 그는 더 위로 올라가길 원했다.
결국 소환수의 수에 제약을 풀기 위해 외법서를 연구했다.
그리고 그 연구를 통해 외법을 익히고 소환수의 수에 대한 제약을 풀었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독이 되었 다.
오래된 자의 비법을 통해 무한히 몬스터를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상대해야 할 적의 수가 적으면 고랭크의 몬스터를 소환할 수 없게 되었다.
반쪽 뿐이기는 하지만 성공은 성 공이었다.
오래된 자의 지식을 연구하여 그 정도라면 엄청난 성공이었다.
거기서 멈췄어야 했다.
하지만 타이런트는 멈추지 않았 다.
좀 더 연구를 하면.
좀 더 공부를 하면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그는 자신했 었다.
그것은 달콤한 함정이라는 것을 모른 채.
결국 타이론트는 더 많은 연구를 위해 유적을 세우고 그 안에 틀어 박혀 버렸다.
그리고 외법서를 계속 연구해 나 갔다.
하지만 결국 외법서에 홀려 외법 서의 숙주가 되었다.
‘처음 봤을 때는 어이가 없었지.’
의뢰를 받고 외법서를 찾으러 갔 을 때.
그때는 동료가 많이 있었었다.
그것 때문에 타이런트를 잡는 일 이 엄청나게 힘들었었다.
고랭크에 속하는 몬스터들이 무 한히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곳에 있는 타이런트의 적은 요 한 하나 뿐.
그렇기에 그가 소환할 수 있는 것은 고작해야 고블린 로드가 최대 였다.
‘혼자 하니 이렇게 편한걸. 그때 도 차라리 혼자 다녔어야 했는 데……“잘 가라.”
또다시 요한은 타이런트의 남은 팔을 베었다.
지팡이를 떨어트린 그가 저주를 퍼부으려 하자.
-과직!!
요한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이제 너는 자유다.”
一어억…….
일격에 타이런트의 몸이 반으로 갈라져 버렸다.
이 정도의 타격을 입는다면 버틸 수 없다.
외법서의 저주가 만들어낸 효과 는 불로뿐이다.
결코 불사는 아니다.
마력을 담는 몸이 박살나면 그 불로도 이어질 수 없었다.
결국 미라처럼 굳어 있던 몸이 천천히 가루가 되기 시작했다.
완전히 부스러져 버린 그의 시체 에 눈도 주지 않은 채 요한은 몸을 돌렸다.
“이제 남은 것은……외법서를 챙기는 것 뿐.
요한의 시선에 닿은 책이 은은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자신을 가지라는 듯.
자신을 얻어서 진리를 구하라는 듯.
강력한 힘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보이는 외법서를 요한은 가볍게 집 어 들었다.
그리고.
"하압!!”
낮은 기합성과 함께 전력을 다해 외법서를 베어 넘겼다.
“역시 한 번으로는 안 되나.”
전력을 다한 공격인데도 외법서 에는 상처가 없었다.
튕겨 나간 책을 들어 올린 그는 다시 몇 차례 검을 휘둘렀다.
오러가 잔뜩 담긴 미스릴 검의 공격이다.
아무리 오래된 자의 외법서라고 하더라도 쉽게 버텨낼 수는 없었다.
수십차례 공격을 허용한 외법서 가 결국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저항하기는.”
또다시 일격.
드디어 처음으로 두꺼운 표지에 상처가 생겼다.
그 상처에서 붉은 액체가 흘러나 오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며 요한은 웃었다.
“그만 좀 버티고 가라.”
-우우웅…….
은은한 빛을 뿜어내며 외법서는 요청하고 있었다.
살려달라고.
너에게 종속되겠다고.
진리에 얻는데 전적으로 협력하 겠다고.
하지만 요한은 멈추지 않았다.
그렇게 또다시 수십 차례 외법서 에 검을 휘둘렀을 때.
결국 외법서의 두꺼운 표지가 갈 라져 버렸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악! I귀를 찌르는 끔찍한 비명과 함께 외법서에서 검은 불길이 치솟았다.
암흑시대부터 사용자를 타락시키 던 오래된 자의 저주받은 외법서의 단말마였다.
불타오른 외법서가 완전히 가루 가 되어 사라지자 요한은 검을 검 집에 넣었다.
‘저 외법서가 세상에 퍼지면 곤 란하지.’
회귀 전에도 저 외법서 때문에 엄청난 싸움이 벌어졌었다.
기껏 사람들의 힘을 모아 마왕과 싸우려 했던 요한이었다.
하지만 저 외법서를 요한이 얻었 다는 것이 알려지자 수많은 사람들 은 요한을 공격했었다.
그때 했던 고생만 생각하면 요한 은 아직도 이가 갈렸다.
천 마리 검은 염소를 쌓는 방법 을 가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암살 자가 덤볐다.
그런데 저 외법서까지 요한이 가 지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특히나 오래된 자의 저주받은 외 법서는 사람을 유혹하는 마물이다.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도 그 존재 감과 유혹을 숨길 수 없다.
그러니 그냥 없애버리는 게 나았 다.
‘어차피 나는 내용 다 아는데 굳 이 세상에 내보내서 골치 아픈 일 만들 필요 없다.’
아무런 미련도 남기지 않은 채 요한은 완전히 타버린 재를 걷어찼 다.
그것으로 깔끔히 흔적을 없앤 요 한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여기서 처리할 일은…… 하나 남았나.”
외법서가 남긴 가루가 연기가 되 기 시작한다.
그것을 응시하던 요한은 팔짱을 낀 채 그 연기가 완전해지기를 기 다렸다.
“오…… 오오오!! 드디어!! 드디 어 풀려났다!!”
연기가 완전히 굳어지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거구의 악마였다.
여섯 개의 뿔을 지니고 네 개의 커다란 눈을 가진.
크고 울퉁불퉁한 근육과 거대한 덩치를 가진 악마가 모습을 드러냈 다.
마치 폭력이라는 글자를 형상화 한 것 같은 악마는 무척이나 기뻐 하며 포효했다.
“우오오오오오!!! 이제 다시 폭력 을 불러오리라!!”
누구라도 보면 질려 주저앉을 만 한 악마를 마주하며.
-짝짝짝.
요한은 가볍게 박수를 쳤다.
“축하한다.”
기뻐하던 악마는 요한을 내려다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뭔가 이상했다.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인간의 모 습에 악마는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 다.
“……너 바론의 세례를 받은 자 아니냐?”
“맞아.”
“그런데 왜 나 디아볼로스를 구 한 것이지?”
지옥의 일곱 대군주 중 하나인 폭력의 디아볼로스는 요한을 신기 하다는 듯 응시했다.
그의 흥미가 가득 담긴 시선을 마주하며 요한은 콧방귀를 뀌었다.
“난 그냥 외법서를 없애고 싶었 을 뿐이야.”
요한은 흥미로워하는 디아볼로스 를 마주하며 싸늘히 말했다.
“딱히 널 구하려던 것이 아니니 착각하지 말도록.”
“……호오. 좋아.”
디아볼로스는 신기하다는 듯 요 한을 바라보았다.
“어쨌든 너는 이 디아볼로스를구했다. 자. 나를 구한 자여.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원하는 것이라……“힘을 원하는가.”
지옥의 대악마 디아볼로스의 유 혹이 다.
무인이라면 누구라도 홀릴만한 달콤한 유혹이었다.
그 유혹을 마주하면서도 요한은 눈썹 하나 꿈틀거리지 않았다.
“힘은 됐고. 혹시 사람 찾기 가 능하냐?”
“이 폭력의 디아볼로스에게 고작그따위 일을 시키려 하다니!”
“안되나?”
“대악마에게도 그 격에 맞는 일 이 있는 법이다!”
자존심이라도 상했는지 디아볼로 스는 크게 발을 굴렀다.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는 그를 요 한은 뚱하니 응시했다.
“내 이럴 줄 알았다.”
그의 대꾸에 요한은 흥미를 잃었 다.
힘 따위 코어면 충분하다.
굳이 악마와 손잡을 필요따위는 없었다.
“필요 없으니까 집에 가서 씻고 자라.”
“어째서? 이 폭력의 디아볼로스 와 계약한다면 너는 모든 것을 가 질 수 있다. 나의 폭력이라면……“내가 폭력적으로 변하기 전에 그냥 가라.”
" ,,“엄한 데서 사람 귀찮게 하지 말 고. 아. 그리고. 가는 김에 한 가지 부탁 좀 하자.”
요한은 아공간 주머니에 있던 세 이키엘의 깃털을 꺼냈다.
“지옥 가면 얘 찾아서 나한테 보 내. 그 정도는 해줄 수 있겠지?”
자신을 마주하고 이런 반응을 보 이는 자는 없었다.
심지어 천사조차도 자신의 앞에 서 두려워했었다.
그런데 이 인간은 뭐란 말인가.
“넌 뭐하는 놈이냐?”
“뭔가 하는 놈이겠지.”
“나의 힘을 원하지 않느냐?”
“원하는 것으로 보여?”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디아볼로스는 네 개의 눈에 당혹 감을 담아 그를 뚫어지라 응시했다.
“이 폭력의 디아볼로스와 계약하 고 싶은 자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럼 개들이랑 하든가.”
이 시큰둥함에 오히려 흥미까지 생긴다.
디아볼로스가 입을 다물자 요한 은 어깨를 으쓱였다.
“네가 해줬으면 하는 건 세이키 엘. 개나 나한테 보내는 거야. 그걸 로 끝내자고.”
“고작 그것? 세상을 너에게 줄수도 있다.”
“네가 해줄 수 있다는 거 나 혼 자서도 다 할 수 있으니까 그냥 가 시라고.”
슬슬 짜증이 나려고 한다.
요한은 천천히 미스릴 검에 오러 를 담았다.
자신을 향한 적대감이 피어오르 자 디아볼로스는 난감함을 금치 못 했다.
“괜히 너 껴서 바론 교단과 싸우 면 그게 더 피곤하다.”
만약 회귀 전이었다면 요한은 주 저 없이 디아볼로스와 손을 잡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뭐가 아쉬워서 악마와 계약을 하겠는가.
강해질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알 고 있는데.
여기서 디아볼로스와 손을 잡는 것은 오히려 페널티에 불과했다.
“그러니까 보내줄 때 그냥 가 라.”
마지막으로 요한이 경고하자 멍 하니 그를 보던 디아볼로스는 배 를 잡고 웃었다.
“푸…… 푸하하하하하!! 재밌는 인간이구나! 그래!! 그런 오만함 을 가진 것 역시 인간이지!! 좋다. 하나……디아볼로스는 자신의 뿔을 하나 꺾었다.
소의 뿔과 닮은 긴 뿔을 보며 그는 즐겁다는 듯 웃음을 이어나 갔다.
"인간이여. 세상은 네가 생각하 는 것 이상으로 어려운 곳이다.”
“■흐면" ...... w.
“이 대악마 디아볼로스도 예상 치 못했던 힘에 눌려 봉인 당했다.”
“오래된 자의 힘이었지? 아는 얘기야.”
요한의 답을 들은 디아볼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을 오래된 자의 외법서에 봉인한 힘이 어떤 것인지는 디아 볼로스도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너라 하더라도 위기는 올 것이다.”
디아볼로스는 네 개의 눈으로 눈웃음을 쳤다.
“그러니 언젠가 반드시. 너는 나를 필요로 할 것이다.”
그의 몸이 연기로 변하기 시작 했다.
천천히 흐려지던 디아볼로스는 요한에게 톱날 같은 이를 드러냈 다.
“그때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마지막 말을 남긴 채 디아볼로 스의 몸이 사라졌다.
남은 것은 디아볼로스의 뿔뿐.
마기를 풀풀 뿜어대는 디아볼로 스의 뿔을 사온 성해포로 감고, 성물로 고정했다.
그제야 마기가 사그라들었다.
“세상이 만만하지 않다라……디아볼로스의 말대로였다.
회귀 전 최강자의 반열에 있던 요한이 었다.
하지만 그도 결국은 배신당해 죽음을 맞이했었다.
“확실히 그렇지.”
옛날 일이 떠오르니 입맛이 쓰 다.
요한은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 은 방에서 나왔다.
그가 이 층에 도착했을 땐 아까 봤던 모험자들 중 몇몇과 헤로도 톤의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한 명도 들어오지 않았군.”
요한의 경고 때문일까?
아니면 그를 존중하기 위해서일 까.
그것도 아니면 아까 치솟았던 막대한 마기 때문이었을까.
다들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
“내려가고 싶기는 했지만……“공자님 말씀도 있었고. 그리고 위,위험할 것 같기도 했고……도우러 가지 못한 것이 무척이 나 미안했나 보다.
모험가들은 요한에게 고개를 숙 이며 사과하기 시작했다.
그들을 지켜보며 요한은 입꼬리 를 끌어올렸다.
‘그래•…" 재들처럼 처음 살아 보는 놈들에게는 세상만큼 만만하 지 않은 것이 없겠지.’
회귀 전에는 이런 식의 대응은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능했다.
‘그런데 그건 나랑은 거리가 먼 얘기네.’
2회차인 요한에게 있어서..
세상은 그리 어려운 곳이 아니 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