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권 15화
90. 남이 먹기 전에 (3).
다음날이 아침이 되자마자 요한 은 신전으로 향했다.
거기서 디바인 마크 하나와 축복 받은 성해포를 구매한 그는 바로 모험가 길드를 찾았다.
밤과는 다르게 아침의 모험가 길 드는 꽤나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 었다.
“테오돈 마을 가실 분!!”
“수도까지 이동하실 청석급 이상모험가 세 분 모집합니다! 전사분 있으시면 환영이요!”
“수레 준비됐습니다! 라고도 협 곡까지 두 명 갑니다!”
모험가 길드가 있는 곳은 영지 내에서 생기는 문제를 모험가들이 해결한다.
영주는 모험가 길드에 비용을 지 불함으로써 영지 내의 문제를 해결 한다.
그리고 모험가들은 그것을 통해 돈을 벌고 실력을 쌓는다.
“드레이크 잡으러 가실 분! 등 급 무관! 아무나 오세요!!”
“미친. 드레이크 잡을 때 왜 등 급 무관이야? 은등급을 찾아도 모 자라는데.”
“텔라돈 잡으러 가실 분 모집합 니다! 흑석급 모험가 계세요!! 청석 이상 마법사 환영!”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야도무 영지 내에 있는 문제들을 알 것 같 았다.
시장통 같은 모험가 길드의 앞을 지나며 간략한 정보들을 얻어낸 요 한은 안으로 들어갔다.
길드 사무소 안쪽은 바깥과 다르 게 꽤나 조용했다.
“어서 오십시오. 요한 공자님.”
접수처에 에헤카틀과 함께 있는 것은 콧수염이 인상적인 마른 남자 였다.
“지부장 하마단입니다.”
“요한이 다.”
“반갑습니다. 어제 말씀하신 모 험가 파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직접 만나보시겠습니까?”
요한이 고개를 끄덕여 승낙하자 하마단은 에헤카틀에게 눈짓했다.
밖에 나와 있던 그녀는 쭈뻣거리 는 모험가들을 접수처로 데리고 왔 다.
셋 모두 요한과 비슷한 나잇대로 보였다.
좋게 말해 풋풋하고,나쁘게 말 하면 경험 없어 보인다.
그들 중 리더로 보이는 남자 검 사를 당기며 하마단은 차분히 소개 했다.
“이쪽이 파티의 리더인 헤로도톤 입니다.”
“청석 모험가인 헤로도톤 발하스 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자네들. 초심의 유적에 들어간 다고 하지 않았나?”
“예. 그렇지만…… 저기 파티원 을 아직 못 찾아서……석급 모험가로 이루어진 파티는 넷이 정석이다.
전사,마법사,그리고 연금술사나 격투가.
혹은 연금술사 대신 수행 사제가 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헤로도톤의 파티는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 드러 나고 있었다.
“지금 유적에 들어가는 것은 힘 들 것 같습니다.”
지팡이를 쥔 검은 머리의 마법사 소녀는 조심스레 말했다.
괜히 위험한 임무를 맡고 싶지는 않았다.
마법사답게 그녀가 냉정히 판단 하자 하마단은 만족했다.
“그런 자네들을 위해 좋은 기회 를 제공하려고 하네.”
“좋은 기회?”
싸구려 경갑을 입은 금발의 사제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를 향해 웃으며 하마단은 요 한을 소개했다.
“이쪽은 흑석급 모험가이신 요한 바그너 공자님이시라네.”
"요한 바그너?”
“……모르나?”
“예. 저기……셋은 얼굴을 붉혔다.
모험가가 된 지 얼마 안 된 그들 이었다.
세상 물정은 아직 잘 모르고 소 식도 둔하다.
그나마 청석급 모험가인 헤로도 톤이 정보를 좀 알고 있었지만.
그도 요한에 대한 소문은 듣지못했다.
그들이 사과하자 하마단은 당황 하며 요한에게 사과했다.
“크흠. 죄,죄송합니다. 모험가들 이 원래 좀……“내 이름을 알든 말든 중요한 건 아니야. 중요한 것은 지킬 것만 지 키는 것이지.”
“배려에 감사합니다.”
마스터들은 대부분 자존심이 강 해 자신을 모르는 이들에게 호의적 이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도 요한은 그런 것이 일절 없었다.
그 모습은 에헤카틀과 하마단에 게 좋은 평가를 갖게 만들었다.
“요한 바그너다. 그것만 알면 되 지 않나?”
“하지만……요한은 겉보기에는 비쩍 말라 제 대로 싸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특히나 제일 걱정인 것은 그의 무뚝뚝한 태도와 하마단이 공자라 고 말한 것이었다.
‘귀족처럼 보이는데…… 저 사람 이 잘못되면 괜히 위험해지는 것 아닐까?’
그는 파티의 리더.
파티원들의 목숨도 책임져야 하 는 위치였다.
그런데 실력없는 귀족이 파티에 참가해서 문제라도 일으킨다면?
헤로도톤은 애써 걱정을 숨기려 했다.
하지만 그의 굳은 안색은 누가 봐도 걱정한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 다.
"내 실력을 궁금해하는 것 같 네.”
셋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요한 은 왼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그의 손에 타오르는 불 길 같은 붉은 오러의 검이 형성되 었다.
“마스터!?”
놀란 것은 셋뿐만이 아니 었다.
길드에 있던 모험가들은 요한의 오러 블레이드를 보고 경악하며 수 군거 렸다.
삽시간에 술렁이기 시작한 모험 가 길드 내부를 훑어본 요한은 오 러 블레이드를 넣었다.
“이 정도면 실력의 증명은 됐겠 지?”
“무,물론이죠!”
“이번 유적탐사 간 파티의 리더 는 내가 맡지. 문제 있나?”
“그럴리가요. 최선을 다해 공자 님을 모시겠습니다.”
헤로도톤은 조금 전까지 하고 있 던 불안감을 단번에 지우고 눈에 띄게 기뻐했다.
마스터와 함께한다는 흥분을 헤 로도톤은 간신히 가라앉혔다.
“이,일단 저희 소개부터 하겠습 니다. 저는 헤로도톤 발하스라고 합니다. 라클드 영지 출신이고 검 을 배운지는 오 년 정도 되었습니 다.”
“그래.”
“야민 보가스입니다. 상아탑의 2 클래스 자연 마법사입니다.”
“그렇군.”
마지막으로 금발의 수행 사제는 성실히 고개를 숙였다.
“바론님의 은총이 이 땅에 함께 하길. 수행 사제 미나입니다. 그…… 아직 사제가 되지 못해 성 은 받지 못했습니다.”
사제가 되고자 하는 이들은 성을 버린다.
그 후 사제가 되었을 때 교단에 서 주는 성을 따른다.
입교하기 전의 인연을 모두 버린 다는 의미에서였다.
아직 수행 사제 신분이라 성을 받지 못한 그녀가 마지막으로 자신 을 소개하자 요한은 성호를 그었다.
“그 은총이 모두에게 함께하기 를.”
요한의 대답은 신도의 대답이었 다.
헤로도톤과 야민은 바론 교의 신 도가 아니었다.
그래서 첫 만남이 어색했는데 요 한은 신도라서 그런지 어색함이 크 게 줄었다..
자신에게 살가운 웃음을 보내는 미나를 향해 요한은 넌지시 물었다.
“미나 수행 사제. 혹시 수녀 중 에 아는 사람이 있나?”
“몇 명 알기는 합니다만……“세레나라는 이름을 가진 수녀를 알고 있나?”
“그 이름은 흔한 이름이라 너무 많습니다만…… 혹시 특징이나 나 잇대는 모르시나요?”
황금시대에 활약했던 성녀 중 하 나가 세레나였다.
아름답고,신성하며 자비로움으 로 유명하기에 그 이름을 쓰는 교 도들은 많았다.
미나가 아는 수녀 중에도 세레나 라는 이름을 쓰는 수녀는 셋이나 있었다.
“나잇대가…… 나보다 조금 어린 정도일 텐데.”
“죄송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 알았어. 난 요한 바그너 고. 마스터다. 더 설명은 필요 없겠 지?”
“예!!”
셋이 밝게 답하자 요한은 주머니 에 손을 넣었다.
“그럼 바로 가자고. 시간 끌 필 요 없으니까.”
“준비는 안 해도 됩니까?”
모험가들이 유적을 탐사할 때는 여러 가지 장비들을 챙겨야 했다.
회복약이나 붕대,햇불.
오래 머물 것을 대비한 식량까 지.
하지만 요한은 그저 심드렁할 뿐 이었다.
“하루 안에 끝내고 나올 거니까 장비만 제대로 챙겨.”
“알겠습니다! 그럼 잠시만 기다 려주세요!”
요한이야 그냥 가도 되지만 나머 지는 아니다.
그들이 허등거리며 길드에서 제 공하는 장비를 챙겼다.
그 사이 요한은 하마단에게 말했 다.
“말했다시피 오늘 내에 복귀할 거다.”
“알겠습니다. 그럼 복귀하신 후에 잠시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으 십니까?”
요한 정도 되는 사람과는 되도록 친분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어쨌든 이번에 요한의 요청이 있 었고,그것을 최선을 다해 수행했 다.
조금은 기대감을 가지는 것도 나 쁜 것은 아니라고 하마단은 생각했 다.
“상관없겠지. 하지만 늦을지도 모를 텐데?”
“괜찮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기 다리고 있겠습니다.”
하마단이 밝게 웃으며 대답하자 요한은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렸 다.
그가 나가자 세 초보 모험가들은 다급히 그를 쫓았다.
“그런데 요한 공자님께서 여긴 왜 오신 것일까요?”
“글쎄? 그거야 모르지. 하지만 그 요한 공자님이라고.”
“ O 으 ”
-- T그 •“돌아오시면 지금까지 해결하지 못한 의뢰를 부탁드려야겠다.”
“괜찮을까요?”
길드를 나가는 넷을 본 에헤카틀 이 걱정스레 말했지만 하마단은 연 신 미소지을 뿐이었다.
“정당한 대가도 지불하며 의뢰를 맡기는 건데. 문제 될 것 있겠나.”
즐겁게 말한 그는 지금까지 해결 하지 못한 몬스터 처치 의뢰를 펼 쳤다.
“토린 산에 있는 하피를 처리해 달라고 부탁드리는 게 제일 좋겠 군.”
에헤카틀은 불안감이 가득 담긴 표정으로 하마단을 보았다.
"괜히 억지로 강요하다가 공자님화 안내게 하세요.”
신사적인 요한이다.
하지만 그가 무례에도 신사적인 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에헤카틀의 조언에도 하만은 즐 겁게 웃을 뿐 이었다.
초심의 유적 입구 앞에 요한 일 행이 도착하자 유적을 지키고 있던 길드원은 바로 서류를 내밀었다.
“유적에는 몬스터가 나타납니다. 그 몬스터에게 공격당할 것을 생각 하셔야 합니다.”
“안다.”
“그렇다면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 였을 때 책임을 모험가 길드에서 지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해주십 시오.”
길드원이 내민 문서에 요한은 깔 끔히 서명했다.
다른 이들도 서명을 끝냈을 때 직원은 웃으며 물었다.
“헤로도톤의 방패 파티군요. 파 티명은 이대로도 괜찮으십니까?”
흑석급 모험가인 요한이 있는데 그 이름으로도 괜찮냐는 질문이었 다.
파티의 리더도 요한이니 헤로도 톤은 그의 눈치를 살폈다.
"공자님께서 원하신다면 파티명 으......»“파티명 따위는 아무래도 좋아.”
“그렇다면 헤로도톤의 방패 파티 로 등록을 해두겠습니다.”
“예.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비상시 이 마석을 파괴 하시면 그 위치로 길드에서 구원을 갑니다만……구원이 늦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 다.
셋이 고개를 끄덕이자 길드원은 유적의 문을 열어주었다.
“지금 유적 내부에는 이미 다른 모험가들도 들어가 있습니다. 마찰 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 부탁드립 니다.”
싸우지 말라는 이야기는 하지 않 았다.
유적 내에서 모험가들끼리의 싸 움은 물론 살인을 저지르는 경우도 심심치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유적은 대부분 유기적으로 연결 되어 있다.
잘못된 함정을 건드려 유적 내의 함정이 전부 발동되는 경우도 있다.
건드려선 안 될 것을 만져 감당 하기 힘든 몬스터가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것을 막으려면 피치 못하게 싸 울 수밖에 없었다.
잘못해서 유적 안에 있는 모험가 모두가 위험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 외에도 유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주의사항은 많았다.
주의사항을 전부 설명한 길드원 은 꾸벅 허리를 숙였다.
“그럼 부디 무사히 복귀하시길 빌겠습니다.”
그의 인사가 끝나고.
유적의 문이 열렸다.
드러난 어두컴컴한 통로를 보며 헤로도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전에 갔을 때,결국 더는 싸우지 못하고 도망쳐 나왔었다.
이번에는 가능할까?
그는 슬쩍 요한을 보았다.
어두운 통로를 보면서도 요한의 표정은 변화가 없었다.
그는 그저.
"가자.”
담담히 한마디만 꺼냈을 뿐이다.
그 모습에 헤로도톤과 야민,미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 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