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권 14화
89. 남이 먹기 전에 (2).
왕국의 기사도 됐고,하이마스와 도 만났다.
수도에 온 지 이틀 만에 요한은 할 일을 다 끝냈다.
남은 시간은 요한의 훈련,그리 고 프란츠의 단련밖에 없었다.
결국 입학식 전까지 요한에게 교 육을 제대로 받은 프란츠는.
“형님! 감사했습니다! 그럼 여름 에 뵙겠습니다!”
아카데미의 입학하는 날이 되자 요한을 끌어안고 인사한 뒤 아카데 미로 도망쳤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보던 마고 후작은 피식 웃었다.
“난 올라온 김에 몇 가지 일을 더 하고 갈거다. 기다릴 텐가?”
“그건 힘들 것 같군요. 저도 할 일이 있어서……“이거 아쉽군. 그래. 조심해서 가 도록 하게.”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가볍게 마고 후작과 인사를 마친 요한은 바로 말에 올랐다.
그를 따르는 야스진은 프란츠의 입학이 끝나자마자 떠나는 요한에 게 물었다.
“왜 이리 급하게 가십니까?”
“가면서 들를 곳이 있어.”
“들를 곳?”
"야도무 영지. 거기에 있는 유적 에 좀 들러야 해.”
“초심의 유적이라고 불리는 거기 말씀하시는 겁니까?”
총 지하 이층까지 있는 꽤 큰 유 적이지만.
다행히도 유적에 서식하는 몬스 터는 대부분 고블린이다.
거기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이유 로 계속해서 고블린이 생성되고 있 다.
그렇기에 모험가 길드에서는 석 급 모험가들의 단련을 위해 유적을 개방하고 있었다.
실전만큼 좋은 훈련은 없으니 말 이다.
“그래.”
“하지만 거기에는 특별한 게 없 잖습니까. 고블린이 계속 나올 뿐 이지.”
“특별한 거 있어. 아직 발견을 못 했을 뿐이야.”
‘한 육,칠 년 후쯤에나 발견되는 것이니. 온 김에 지금 얻어놔야지.’
말에 오른 요한이 앞서가자 야스 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앗! 공자님! 같이 가시죠!”
벌써 멀리 가버린 요한을 쫓으며 야스진은 다급히 외쳤다.
뒤따르는 그를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요한은 말고삐만 잡고 흔들었다.
수도에서 동남쪽으로 사흘 정도 말을 달리면 야도무 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저번과 다르게 꽤나 여유롭기 때 문일까?
야스진의 얼굴에는 편안함이 담 겨 있었다.
“이번에는 빨리 안가셔도 됩니 까?”
저번 로미단 영지에 갔을 때와 비교하면 편안한 여행이다.
물론 야숙을 좀 하기는 해야 했 다.
하지만 몬스터나 산적의 위험 따 위는 없으니 야스진으로서는 편할 수 밖에 없었다.
꽤나 만족해하는 그가 묻자 요한 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는 그다지 급할 게 없 어.”
“그렇군요. 그럼 이제 어디로 갑 니까?”
그들이 야도무 성에 들어온 것은 밤이 되었을 때였다.
일단은 숙소부터 잡는 것이 우선 이라 생각한 야스진은 웃으며 말했 다.
“괜찮은 숙소를 알고 있습니다. 안내하지요.”
“너 여기도 와봤냐?”
“치유사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여기저기 가기 마련입니다.”
“이야〜 너 생각보다 쓸모있는 녀석이었구나?”
“치,칭찬 감사합니다.”
치유사가 길 잘 찾는다는 칭찬을 받으면 기뻐해야 할까?
그가 복잡해 하는 사이 요한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숙소도 좋지만 일단 모험가 길 드부터 가자.”
“알겠습니다.”
야스진의 안내를 받아 시내에 들 어선 요한은 거리를 걷는 모험가들 을 힐끔거렸다.
초심의 유적 덕분인지 이 근처에 는 석급으로 보이는 모험가들이 꽤 있었다.
갑옷은 깨끗하고 무기는 손질이 잘 되어 있다.
하지만 과시를 하려는 듯한 화려 한 투구나 갑옷들을 입었다.
덕분에 그들이 이제 막 모험에 나선 초심자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여깁니다.”
한 번도 길을 헤매지 않고 모험 가 길드까지 요한을 안내한 야스진 은 말에서 내렸다.
그때 모험가 길드의 직원복을 입 은 남자가 다가와 공손히 인사했다.
“마굿간이 비어 있습니다. 하루 말을 보관하는데 50쿠퍼입니다.”
“잠시 보관만 부탁하지.”
“그럼 10쿠퍼만 주십시오.”
돈을 받은 그가 말을 마구간에 대어 놓았다.
그것을 본 요한은 야스진과 함께 모험가 길드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모험가 길드 야 도무 지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 다.”
길드 사무원의 복장을 한 보라색 머리의 미녀는 생긋 웃으며 요한을 반겼다.
“길드 사무원 에헤카틀이라고 합 니다. 등록을 하시려면……“이미 등록은 되어 있어.”
“인식표를 보여주시겠습니까?”
로미단 영지에서 호세에게 받았 던 흑석급 모험가의 인식표를 꺼냈 다.
에헤카틀은 인식표를 확인하고 홈칫 놀랐다.
“혹시 요한 바그너 공자님이 맞 으십니까?”
“맞아.”
“실례가 많았습니다. 알아보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호세에 의해서 요한의 이름은 이 미 알려져 있었다.
또 그가 길로틴이라는 모험가를 찾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미 협조공문이 왔던 것을 떠올 린 그녀는 살짝 웃었다.
“길로틴이라는 이름의 모험가가 이곳에 있습니다. 혹시 그를 만나 러 오신 것입니까?”
“어? 진짜?”
이건 예상 못 했다.
요한이 놀라자 에헤카틀은 테이 블 한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커다란 덩치에 도끼를 옆에 둔 자신감 넘쳐 보이는 모험 가가 앉아 있었다.
“어허! 체스 두는 사람 어디갔 나!?”
다른 모험가와 함께 체스를 두고 있었다.
테이블 옆에는 금화와 은화가 쌓 여 있는 것이 내기 체스라도 하는 듯 싶었다.
그를 잠시 주시하던 요한은 고개 를 저었다.
“저놈은 아니군.”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야도무 영지에 있는 길로틴은 요 한이 찾는 사람이 아니다.
그것을 공문에 체크해 놓은 에헤 카틀은 서류들을 내밀며 물었다.
“그럼 공자님께서 이곳까지는 무슨 일로 오신 것입니까? 지부장을 불러드릴까요?”
요한 정도 되는 거물은 자신이 상대할 만한 사람이 아니다.
에헤카틀이 묻자 요한은 옆에 놓 여 있는 용지를 들었다.
“그럴 필요는 없고. 파티원을 좀 모집할건데 지금 가능한가?”
“예? 저기…… 혹시 이곳에 새로 운 던전이나 유적이 있는 것입니 까?”
“그럴 리가.”
“그럼 강한 몬스터가 있습니까?”
“아니. 초심의 유적에 들어갈거 야.”
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초심의 유적은 동급 모험가면 혼 자서도 돌파할 수 있다.
요한은 원래 실력대로라면 은급.
거기에 테스트 몇 가지를 통과하 고 교육을 조금 받으면 금 등급까 지도 도전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초심의 유적에 들어가 는데 파티원이 왜 필요하겠나.
의아해하는 에헤카틀에게 요한은 담담히 요청했다.
“석급 모험자 정도면 괜찮아.”
“알겠습니다.”
뭐 때문에 그가 거길 가려는 지 는 모른다.
하지만 그녀는 순순히 고개를 끄 덕였다.
요한 정도 되는 실력자가 나서준 다면 모험가들에게는 큰 공부가 된 다.
강자가 옆에서 지도를 해주는 것 이다.
당연히 위험부담도 적고 얻을 수 있는 것도 많았다.
특히나 유적 탐험의 경험이 없거 나,혹은 한두 번 정도 한 파티라면 강자가 함께할 경우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에헤카틀은 잽싸게 파티 신청서 뭉치를 들어 올리며 밝게 말했다.
“마침 괜찮은 파티가 있습니다.”
“그리고 조건이 있어.”
“어떤 조건입니까?”
“신성력을 다룰 수 있는 사제가 있었으면 좋겠군.”
요한의 조건을 들은 에헤카틀은 한숨을 쉬었다.
모험가 중에 사제를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제는 귀한 계급이다.
특별한 목적이나 사명이 없다면 모험가가 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혹시 수행 사제도 괜찮습니까?”
그렇기에 모험가 생활을 하는 사 제는 수행 사제 정도가 대부분이었 다.
모험가 생활을 하며 돈과 명성을 모으고 그것을 통해 기부와 봉사활 동을 한다.
또 유적이나 던전에서 황금시대 의 성물을 찾아 그것으로 신성력을 높인다.
그런 식으로 활동을 하며 사제에 오르려는 수행 사제 정도가 소개해 줄 수 있는 전부였다.
“상관없어.”
만약 야도무 영지에 사제가 없다 고 하더라도 문제될 것은 없었다.
‘정 안되면 저 녀석을 모험가로 등록시키고 데리고 가면 되니까.’
요한은 힐끔 모험가 길드에 비치 된 잡지를 읽는 야스진을 보았다.
그의 시선에 닿은 야스진은 움찔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요한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첸 그가 물었다.
그 질문을 슬그머니 무시한 요한 은 에헤카틀의 답을 기다렸다.
“있긴 합니다. 있긴 한데……“문제라도?”
“그 파티의 실력이 그리 대단치 않고. 요한 공자님께서 만족하실지 는......"
“누군데? 지금 만날 수 있나?”
“내일 아침에 오시면 매칭을 시 켜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늦었고 그들도 자 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석급 모험가들은 대부분 가난하 다.
그러니 하급 여관이나 마구간에 서 자거나 노숙을 하는 경우가 많 다.
그런 만큼 정확한 거주지를 알 수 없었다.
“몇 시까지 오면 되지?”
오밤중에 그들 찾아오라고 길드 에서 난리 칠 생각은 없었다.
그가 순순히 물러나자 에헤카틀 은 안도했다.
“그들은 아침 일찍 의뢰서를 확 인하기 위해 길드로 찾아오니…… 언제든지 오셔도 됩니다.”
“좋아. 그렇게 하지.”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에헤카틀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모험가 길드를 찾는 귀족치고 요 한은 꽤나 점잖은 편이다.
다른 귀족들 같은 경우 없으면찾아오라고 난리를 친다.
혹은 당장 차부터 내오라고 소란 을 피운다.
그것도 아니면 지부장부터 나오 라고 한다.
하지만 요한은 그런 것은 일절 없이 필요한 것만 정확히 이야기를 했다.
‘다른 귀족들도 요한 공자님 정 도만 되면 좋겠네.’
에헤카틀은 요한의 신사적인 태 도에 만족하다가 고개를 갸웃거렸‘그런데 왜 로미단 영지에서는그런 얘기가 나왔지?’
로미단 영지에서 전해 듣기로 요 한의 성격은 무척이나 더럽다고 나 와 있었다.
그렇기에 에헤카틀도 잔뜩 긴장 했었다.
하지만 요한은 그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성격이 좋았다.
‘호세 지부장님은 사람 볼 줄 모 르신다고 생각하자.’
“뭐 할 말이라도 있어?”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에헤카틀이 공손히 인사하자 요 한은 바로 몸을 돌렸다.
체스를 두는 모험가들 옆에서 구 경을 하던 야스진은 자신의 뒷목이 잡히자 획 고개를 돌렸다.
“벌써 볼일 다 보셨습니까?”
“내일 오란다.”
야스진과 함께 밖으로 나온 요한 은 말을 받고 여관으로 향했다.
그리 좋은 여관은 아니었지만 그 래도 잠은 잘 수 있는 곳이었다.
방에 짐을 풀어놓은 야스진은 침 대에 앉으며 물었다.
“그런데 뭐 하시려는 겁니까?”
“네가 따라오면 가르쳐줄게.”
“초심의 유적이요? 거기 몬스터 나오지 않습니까?”
“고블린이랑 슬라임 정도? 야. 내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
단순한 고블린이라고 하더라도 위험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특히나 야스진은 수행 사제도 아 니고 치유사다.
싸움은 동네 길거리 입싸움만 몇 번 해 본게 다인 그다.
몬스터 토벌때도 병사들이나 기 사들의 호위를 받을 수 있을 때만 따라갔었다.
그런만큼 유적에 들어가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다.
지금은 자신을 지켜 줄 병사나 기사도 없지 않은가.
“음. 그냥 안 듣는게 나을 것 같 습니다.”
전에도 요한이 말하지 않았는가.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고.
괜히 궁금하다고 덤벼들다가 죽 고 싶지는 않았다.
야스진이 깔끔히 포기하자 요한 은 씩 웃었다.
“왜? 가르쳐줄게.”
“사,사양하겠습니다.”
그가 격렬히 거부하자 요한은 어 깨를 으쏙였다.
“사실 필요한 인원을 구하지 못 했다면 너한테 유적 구경 시켜주려 고 했는데. 아쉽게 됐다. 그렇지?”
‘바론님이시여. 진심으로 감사드 립니다.’
야스진은 두 손을 모아 기도했 다.
안도하는 그를 향해 요한은 키득 거렸다.
“그래도 너무 섭섭해 하진 마. 내일 모험가들이 거절하면 너 데리 고 갈거니까.”
야스진은 오늘 밤을 새워가며 바 론에게 기도하기로 마음먹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