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권 7화
82. 살려는 줄게 (4).
순식간에 목이 잘린 둘이 바닥으 로 쓰러지자 요한은 건물의 뒷문 앞에 섰다.
단단한 철문으로 된 뒷문을 요한 은 차분히 쇠사슬로 고정했다.
이정도라면 안쪽에서 난리를 쳐 도 열리지 않을 것이다.
몇차례 문을 잡아당겨보며 확인 하고 나서야 요한은 몸을 돌렸다.
“이 정도면 됐나•…"
요한의 기억에 있는 데빌스 트랩 의 통로는 정문,그리고 주방을 통 하는 이 뒷문이 다다.
퇴로를 모두 막은 요한은 당당히 데빌스 트랩의 문을 열었다.
-끼이이이익…….
요한이 들어가자마자 시끄럽게 떠들던 소리가 줄어들었다.
안에 있는 것은 험상궂은 인상의 사람들.
개중에는 인간 뿐만 아니라 엘프 나 드워프,리자드맨과 수인 같은 이들도 있었다.
“뭐냐? 애송아. 여간 너 같은 꼬 마가 들어올 만한 곳은 아니다. 가 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오거라.”
배불뚝이에 대머리인 남자가 켈 켈 웃으며 조롱했다.
다른 이들도 비웃기 시작하자 요 한은 아까와 같은 답을 꺼냈다.
“우리 어머니는 나 다섯 살 때 돌아가셨는데.”
“그래? 이상하다? 내가 네 어미 를 봤는데? 어젯밤 내 밑에서 앙앙 거렸던 게 네 어미 아니었냐?”
“크하하하!”
“저 병신!”
“아무튼 입담은 진짜 쓰레기라니 까! 으하하하하!!”
게헤른의 잔과는 다른 반응이다.
대놓고 비웃는 그들을 향해 요한 은 어깨를 으쏙였다.
‘역시 이놈들은 구제할 가치가 없는 쓰레기들이군.’
“원한다면 내가 네 어미를 만나 게 해줄까? 그 대가는 허리에 있는 검이면 충분한데. 어때?”
데빌스 트랩의 사람들이 시끄럽 게 떠들기 시작했다.
그들을 한차례 바라 본 요한은 몸을 돌렸다.
그가 문으로 향하자 도망가는 것 이라 생각했는지 남자는 더욱 기세 등등하게 외쳤다.
“어이〜!”
“그러지 말고 이리 와. 술 한잔 하고 가라고!”
“내가 예뻐해줄게! 흐흐. 아니면 내 애인이 되는 건 어때?”
희롱,조롱.
명백한 악의의 포효 속에서 요한 은 도망치지 않았다.
“우리 어머니는……- 철컥.
그저 도망가지 못하게 문을 잠굴 뿐 이었다.
그 소리를 들은 몇몇 도둑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철로 된 문을 당겨 잠겨진 것을 확인한 요한은 바로 나이프를 던졌 다.
-푹!!
처음 대놓고 요한을 조롱했던 배 불뚝이 남자의 이마에 나이프가 꽂 혔다.
어찌나 강하게 박혔는지 남자의 이마에 꽂힌 나이프는 자루만 보일 정도였다.
한순간에 조용해진 주점의 내부 를 둘러보며 요한은 검을 뽑았다.
“너희들이 만나서 안부 인사 좀 전해드리렴.”
요한의 짤막한 조롱이 끝남과 동 시에 주점 안의 침묵이 깨졌다.
“너 이 새끼!! 뭐야!!”
간단히 동료를 죽인 요한을 향해 도둑들은 무기를 들고 일어났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그들을 향해 요한은 웃었다.
“요한 바그너.”
“요한 바그너!? 이름 한번 거지 같……무기를 겨누던 도둑들은 순간 멈 췄다.
테인 일당들은 무투파다.
하지만 정보를 취급하지 않는 것 은 아니다.
그러니 그 이름을 모를 리가 없 다.
얼굴은 몰라도 로드만 왕국 최고 의 이슈인 요한의 이름만큼은 모를 수 없었다.
“마…… 마스터다!!”
도둑들이 당황하여 빈틈을 보인 순간.
테인의 앞까지 한달음에 달려간 요한은 씩 웃었다.
“잠……그리고 그가 뭐라고 말을 꺼내기 도 전.
요한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붉은색 오러가 실린 검격이 그의 목을 긋고 지나갔고.
그것이 테인의 마지막이 되었다.
“혀,형님!!”
“이 개새끼!! 죽여버린다!!”
“절대 도망 못 칠 거다!!”
도둑들 중에 오러를 쓸 수 있는 이들은 오러를.
독이나 암기를 쓰는 이들은 각자 의 무기를 들었다.
자신을 둘러싼 그들을 둘러보며 요한은 오러 블레이드를 뽑았다.
"도망가지 말라니?”
달려드는 도둑들을 앞에 둔 요한 은 짤막하게 말했다.
“누가 할 소리를 하고 있어.”
* * *테인 일당을 전부 쓸어버린 요한 은 터벅터벅 이 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이 층에 있는 테인의 방 문을 가볍게 열었다.
“히,히익!”
테인의 애인인 것일까?
그녀는 구석에 웅크린 채 머리를 감싸 쥐고 두려워만 하고 있었다.
그녀를 무시한 채 요한은 책장을 뒤졌다.
장부,그리고 조직원의 명단.
현재까지 테인이 모은 정보 중 쓸만한 것들까지.
원하는 것을 모두 챙겨 근처에 있는 가방에 넣으려던 요한은 고개 를 갸웃거렸다.
“이건 또 뭐야.”
가방 안에는 작은 책이 한 권 있 었다.
그것을 꺼내 본 요한은 씩 웃었 다.
“어쭈…… 노예거래까지 했다?”
작은 노트에 있는 것은 노예거래 를 위한 장부였다.
그 장부를 천천히 훑어본 요한은 손가락을 튕겼다.
“오.”
테인이 거래한 노예상 중에는 비 토도 있었다.
그리고 그가 얻어낸 노예 중 하 나는 칼리안이라는 이름을 지니고 있었다.
‘칼리안을 도둑 길드에서 쓰고있었나?’
“어이.”
“히이이이이익! 사,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안 잡아먹을 테니까 묻는 말에 나 대답해.”
아까 밑에서 들린 끔찍한 비명을 들은 그녀다.
그런 그녀에게 있어서 피칠갑을 한 요한은 공포의 대상에 불과했다.
그녀는 폭포수처럼 눈물을 쏟으 며 입을 꾹 다물었다.
진정된 그녀를 본 요한은 근처에 있는 의자를 끌고 와 그녀 앞에 놓 고 앉았다.
“테인이 노예를 사들여서 뭘 했 지?”
“그…… 그게. 저는 아무것도 모……그 대답에 요한은 살짝 검을 들 어 올렸다.
그것을 본 여인은 소스라치게 놀 라며 바닥에 넘죽 엎드렸다.
“제,제가 아는 것은 테,터테 인이 노예들을 귀족들에게 나, 나…… 납품•"… 해. 했다는 것 만……‘그럼 귀족들에게 납품했다는 증 거인 장부도 있겠군.’
다시 방을 뒤지려던 요한은 방문 이 벌컥 열리자 피식 웃었다.
“양유위의 부하들이냐?”
“……그,그렇습니다.”
“이래서 머리 좋은 놈들이 편하 다니까. 안 시켜도 알아서 하니 말 야.”
레드바를 간단히 이긴 요한이다.
그가 테인을 쉽게 잡을 것이라는 정도는 양유위도 알 수 있었다.
요한이 테인을 잡는다면.
분명 그 주변에 있는 그의 직속 부하들도 잡을 것이라 양유위는 판 단했다.
그렇다면 뭘 망설이겠나.
적의 세력이 약해지면 바로 치는 것이 당연했다.
양유위는 그가 나가자마자 부하 들을 움직여 테인의 세력을 공격했 다.
“저희가 움직일 것이라 예상하신 겁니까?”
“뻔하지. 이 좋은 기회 놓칠 이 유가 없잖아? 테인의 세력 중 가장 위험한 놈들을 내가 잡아줬는데.”
“으음…… 그,그렇군요.”
“여기 온 이유는 테인이 가진 정 보와 재산을 챙기러 온 거지?”
“예.”
“이쪽은 내가 확인해볼 테니까 너희들은 가서 일층 정리나 해라.”
요한이 자신들은 신경도 쓰지 않 고 벽면과 책상을 뒤지자 길드원들 은 떨떠름해했다.
하지만 어쩌겠나.
상대는 저 테인 일당을 혼자서 쓸어버린 자인데.
지금 물러나더라도 양유위가 크 게 나무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일이 끝나 시면 불러주시길 바랍니다.”
“그래.”
그들이 나가자 요한은 벽면을 두 드리는 데 집중했다.
한참 여기저기 두드리던 요한은 소리가 다른 벽면을 발견했다.
안쪽에 뭔가가 있다.
요한은 씩 웃으며 오러 블레이드 로 벽을 베어넘겼다.
“빙고.”
벽면 안에는 커다란 금고가 있었 다.
척 봐도 귀한 것이 있어보이는 금고.
그것을 응시하던 요한은 오러 블 레이드를 빠르게 휘둘렀다.
-챙!!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다르게 금고 는 박살나지 않았다.
그저 약간 찌그러지기만 할 뿐금고의 예상치 못한 강도에 요한 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이야〜 이거 드워븐 스틸인가? 비싼 것도 쓰네. 도둑 주제에.”
금속 중 오러를 막아낼 수 있는 금속이 몇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미스릴.
그리고 드워프의 합금인 드워븐 스틸이 었다.
미스릴 뿐만 아니라 드워븐 스틸 도 어지간해서는 구매할 수 없을 정도로 비싸다.
그런 것으로 금고를 만든다는 것 은 돈을 처발랐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이 안에 뭔가 좋은 게 있다는 얘긴데……이리저리 금고를 살핀 요한은 아 공간 주머니에서 미스릴 검을 꺼내 금고의 틈새에 검을 쑥 밀어 넣었 다.
오러가 실린 미스릴 검은 오러 블레이드와 다르게 치즈 자르듯 가 법게 금고를 잘라내 버렸다.
- 철컹.
굳게 닫혀 있던 금고의 문이 열 린다.
안에 있는 것은 수십 개의 금괴 와 보석이 담긴 주머니.
몇장의 전표.
마지막으로 한 권의 장부였다.
안에 있는 것들을 전부 챙긴 요한은 장부를 펼쳐보았다.
장부에는 귀족들과 거래를 한 내 역이 있었다.
‘귀족들이 도둑 길드와 거래를 한 것이야 공공연한 비밀이니 상관 없지만……책상에 걸터앉은 채 요한은 차분 히 장부를 읽었다.
아까 찾았던 장부와 이 장부를 비교하니 꽤나 재밌는 사실을 발견 할 수 있었다.
‘거래한 전투 노예들은 대부분 다른 나라로 보내졌군.’
하지만 장부에 칼리안의 이름은 없었다.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 까.
요한은 길드원 명부를 확인한 후 씁쓸한 입맛을 다셨다.
‘길드원 명부에도 없다. 들어온 기록은 있는데 팔지도 않았다?’
자료들을 옆으로 챙겨 둔 요한이 신음하자 여인은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물었다.
“뭐’ 뭐 구…… 구…… 궁금…… 하신 것이라도 있으시면……“혹시 묘인족 하나 본 적 없나?”
“묘인족이요? 묘인족은 저 밑에 많은데……“그런 놈들 말고. 목에 물고기 문신이 있고. 눈 밑에 점이 있 는......w“칼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알아?”
“예. 그•…"
머뭇거리던 여인은 힐끔힐끔 요 한의 검을 보았다.
“그게 저기……“살려주면 말한다고? 나랑 거래 라도 하게?”
“히익! 죄,죄송합니다! 살려주십 시오! 이,이 모자란 년이……"아니 그냥 물어본 것뿐인데. 살 려줄 테니까 빨리 말해. 나 바쁘 다.”
요한이 머쓱해 하자 여인은 엉엉 울며 빠르게 답했다.
“예에. 흑…… 훌쩍. 카,칼리는 자,작년 겨울…… 타,탈주했다고 들었습니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 요……“탈주?”
“예! 예! 그,그렇습니다! 타,타 이론 영지를 저,정찰하러 갔다
가……“타이론 영지? 거긴 왜 갔지?”
“그건 저도 훌쩍…… 흑…… 잘 모르겠습니다……여인은 더 아는 것이 없었는지 고개를 조아리며 살려 달라 애원했 다.
요한은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마고 후작의 정보를 캐려는 건 가?’
“나머지는 양유위에게 알아보라 고 해야겠군.”
이곳에 있는 장부들과 정보들만 으로 모든 것을 파악할 수는 없었 다.
그리고 그것을 요한이 직접 파악 할 필요도 없었다.
대신해줄 사람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내가 그렇게 한가한 것도 아니 니……요한은 짐을 챙겨 들고 방 밖으 로 나가 외쳤다.
“야!! 양유위 떨거지들!!”
“예!!”
헐레벌떡 올라온 도둑들은 긴장하며 요한을 바라보았다.
그들을 지나치며 요한은 방을 가 리 켰다.
“저 방에 있는 자료들 전부 옮 겨. 그리고 저 여자는 별거 없으면 풀어주고.”
“예!!”
"난 먼저 간다. 수고들 해라.”
주머니에 손을 꽂은 요한은 터벅 터벅 계단을 내려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도둑 길드원 들은 긴장으로 마른 목을 침으로 간신히 적셨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