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권 5화
80. 살려는 줄게 (2).
“진짜?”
“예.”
요한과 프란츠의 어머니는 오래 전 병에 걸려 죽었다.
그 사실을 야스진이 인정하자 그 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머뭇거 렸다.
"어…… 음…… 그게. 미안.”
그냥 경고만 하려고 했는데 상처 를 건드리고 말았다.
당혹스러워하는 그녀에게 다른 취객들도 격렬히 비난했다.
“예모. 어떻게 사람이 그런 소리 를 할 수 있냐?”
“부모님 건드리기 있냐!?”
“이러니까 네가 무식하다는 소리 를 듣는 거다.”
“어이. 거기 소년. 자네 어머님을 위해 내가 술 한잔 바치지. 자. 다 들 술잔들 들라고.”
그의 신호에 따라 다른 주당들도 경건히 술을 들었다.
그들은 사자에 대한 예의를 갖추 고 엄숙히 술을 홀짝거렸다.
할렘가의 술집에서 보기 드문 참 으로 훈훈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 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카운터의 바 텐더는 차분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이 자는 게헤른의 잔에 고용된 용병으로 일단은 내 경호원이지.”
“그래?”
"내 밑에 있는 녀석이 실수를 했 다. 대신 사과하지.”
“맨입으로?”
“사과의 의미로 술 한잔 대접하고 싶은데. 괜찮나?"
“난 술은 안 마셔.”
“그래? 그거 아쉽게 됐군. 그럼 주스라도 한잔 하지.”
그는 안에서 주스 한잔을 가져왔 다.
요한의 앞에 주스를 내려 놓은 그는 힐끔 예모를 보며 한소리 했 다.
"아무튼 이래서 용병들이 무식하 다는 소리 듣는 거라니까…… 쯧.”
“으윽……한마디도 못한 예모는 고개만 떨 구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바텐더는 내려 놓은 잔을 가리켰다.
“어머님 일은 안됐네. 안타깝게 되었군. 나도 자네 어머님을 애도 하지.”
그리고 가지고 나온 자신의 잔을 살짝 들어 올렸다.
독한 술을 단번에 마신 바텐더는 메뉴판을 내밀며 물었다.
“乂 仁1 o 9”
一1一'iL i_ ;“야스진. 넌 뭐 먹을래?”
“오믈렛 하나면 됩니다.”
테이블 하나를 차지하고 적게 시 키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할렘가의 술집에서 그런 짓을 했 다간 당장 쫓겨난다.
그런데도 야스진이 오믈렛 하나 만 시킨 것은 요한 때문이었다.
‘어차피 왕창 시키실 텐데.’
하지만 이번에도 요한은 그의 예 상을 무너트렸다.
“땅콩 한 접시.”
“……기다려라.”
바텐더의 눈에 이채가 실렸다.
그는 잠시 요한을 보다가 주방으 로 돌아갔다.
예모는 어쩔 줄 몰라 하다 요한 에게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 아까는 미안했다. 실언 이었어. 사과하지.”
“입은 화를 부르는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니 라는 말이 있는 데 말야.”
“정말 미안하다. 나중에 말실수 에 대한 사과를 따로 하지.”
“그래. ‘나중에’ 받아줄게.‘예모는 다시 한번 진지하게 사과 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녀까지 가고 나자 야스진은 요 한에게 작은 어조로 물었다.
“배고프시다면서요?”
“응. 배고파서 땅콩 시켰는데? 안에 들어가서 먹으려고.”
“그게 무슨……그가 의아해하는 사이 바텐더는 오믈렛과 땅콩을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카운터로 돌아가 컵을 닦 으며 다른 주당들의 주문대로 칵테 일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요한의 접시 에 계속 닿아 있었다.
"어디 보자……오믈렛을 썰기 위한 투박한 나이 프로 요한은 땅콩을 반으로 갈랐다.
그리고 요령 좋게 하나씩 쌓아 올리기 시작했다.
“우와. 어떻게 하신 겁니까?”
“조금만 연습하면 되는 거야.”
땅콩으로 절묘하게 균형을 잡아 가며 탑을 만든다.
여섯 개째의 땅콩을 쌓은 요한이 일곱 번째를 올리려는 순간.
바텐더는 요한에게 다가갔다.
“한창 먹을 나이에 그 정도로는모자라 보이는데?”
“그래 보이지?”
“안쪽에 괜찮은 요리가 있지. 가 겠나?”
“야스진. 따라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 다.
의아해하는 그는 요한을 따라 주 방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주방에 요리 따위는 없었 다.
야스진은 당황했지만 바텐더에게 그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저 벽면을 살짝 밀어 비밀통로 를 보여줄뿐.
완전히 통로가 드러나자 그는 요 한에게 정중히 허리를 숙였다.
“지금은 전쟁 중이라 제대로 된 대접을 하기 힘든 것을 양해해주기 바랍니다.”
“이해하지.”
“길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반말을 하던 그의 태도가 돌변했다.
그 변화에 야스진은 놀라며 요한 을 잡고 물었다.
“고,공자님. 뭡니까?”
“별거 아니야. 넌 왜 이리 겁이 많냐?”
예상치 못한 일들의 연속이다.
자신의 반응이 당연한데도 요한 은 오히려 자신을 나무라고 있었다.
황당해하는 야스진을 데리고 요 한은 비밀 문 속으로 들어갔다.
어쩔 줄 몰라 하며 그를 따라간 야스진은 안쪽의 분위기에 침을 꿀 꺽 삼켰다.
“여긴……“로드만 왕국의 도둑 길드지.”
“도둑길드요!?”
할렘가 지하에 마련된 도둑 길드 는 회귀 전에 왔을 때와 크게 다르 지 않았다.
넓은 복도에 대놓고 장물을 판매 하는 이들이 있다.
다른 방에서는 싸움을 통해 승부 를 내려는 이들이 있다.
복도 곳곳에 무법자들 천지다.
야스진은 자신도 모르게 디바인 마크를 꺼냈다.
"바론님이시여…… 이게 무스......w“뭘 그리 놀라? 따라와.”
느긋하게 복도를 걷던 요한은 가 장 안쪽에 있는 방 앞에 섰다.
그곳을 지키고 서 있던 거구의 남자 둘은 요한을 위 아래로 훑어 본 후 눈살을 찌푸렸다.
“이곳에 출입하려면 허가증이 필 요합니다.”
“허가증?”
요한은 왼손을 음직였다.
그의 손에 나타난 붉은색 오러 블레이드에 남자들은 긴장했다.
“이게 허가증이다.”
-와지끈!!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러 문을 박 살 낸 요한은 달려드는 두 명을 후 려쳐 기절시켰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놀란 도둑 길 드의 길드원들이 달려왔다.
그들의 손에 들린 날카로운 칼을 본 야스진은 요한을 꽉 잡았다.
“고,고,고,고,공자님!”
“아 거참. 내가 있는데 뭐가 그 리 무섭냐?”
“공자님이 무섭습니다!!”
도대체 뭘 할지 모르니 그저 두 려을 뿐이다.
야스진이 떨며 말하자 요한은 짧 게 혀를 찼다.
그때 방 안쪽에서 정중함이 담긴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시지요.”
“말 안 해도 들어가려 했다.”
방 안은 바깥과는 완전히 달랐 다.
붉은색 비싸 보이는 카펫이 깔려 있고 벽장이나 책장들도 고급스러 워 보인다.
그 방 안으로 들어간 요한은 책 상 앞에 놓여 있는 의자 앞에 앉았 다.
“안녕.”
요한의 태도에 책상 뒤에 서 있 던 적발의 여인은 거친 눈썹을 꿈 틀거 렸다.
당장에라도 검을 뽑을 것 같은 그녀를 방의 주인은 손을 들어 말 렸다.
“반갑습니다. 요한 공자님. 공자 님께서 이곳까지 직접 찾아오실 줄 은 몰랐습니다.”
책상에 앉아 있던 청년은 안경을 벗어 옆에 놓았다.
그를 유심히 응시하던 야스진은 홈칫 놀랐다.
‘、절프...... ,’
“정확히는 하프엘프입니다. 인사 드리지요.”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요한에게 정중히 예를 표했다.
“로드만 왕국 도둑 길드 길드장 양유위라 합니다.”
공손한 인사를 요한은 가볍게 고 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받았다.
무례하다면 꽤나 무례한 태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유위는 그것을 문제 삼지는 않았다.
“날 안다면 내 실력도 알 것이 고.”
“그렇습니다. 신성 요한 바그너. 로만 후작과 적대 관계이고…… 최 연소 마스터. 또 한 가지 있더군 요.”
“바론 교단 로드만 왕국 지부 주 교 하이마스의 대자(代구).”
“맞습니다.”
“아는 게 많네?”
“모르는 것도 있습니다.”
양유위는 여유가 가득 담긴 미소 를 지었다.
“요한 공자님께서 이 쥐 소굴 같 은 곳에 어쩐 일로 오셨는지는 모 르겠습니다.”
“그 의문 풀어줄게. 사실 별거 없어.”
탁자를 툭 친 요한은 그의 책상 에 있는 빵을 들었다.
그것을 한입 크게 베어 문 요한 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내 밑에서 몇년정도 일 좀 해줘 야겠다.”
“의뢰는 아니신 것 같고……“에이〜 도둑놈한테 무슨 의뢰야. 그냥 명령하는 거지.”
"싫다면 어쩌시겠습니까?”
담담히 양유위가 대꾸하자 요한 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뒤에 있는 마스터 하나 믿고 까부냐?”
여인은 빠르게 검을 뽑았다.
요한과 여인이 서로를 노려보자 양유위는 차분히 말했다.
“레드바. 그래도 귀족이시다. 살 살 모셔라.”
허락이 떨어졌다.
그 순간 레드바는 책상을 뛰어넘 어 요한에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빠른 돌진과 동시에 이어 지는 공격을 요한은 가볍게 받아냈 다.
-챙! 챙! 챙!
순식간에 수십 차례의 공방이 이 어진다.
어찌나 격한 공방인지 검으로도 부족해서 오러 블레이드를 뽑아야 할 정도다.
-치이이이잉!!!
레드바의 오러 블레이드를 요한 의 불길한 오러 블레이드가 후려쳤 다.
그것만으로 레드바의 오러 블레 이드가 크게 흔들렸다.
승리를 자신하던 레드바와 양유 위의 표정이 금이 간 것은 그때였 다.
“아니!?”
“자신만만하게 나서더니. 고작 이 정도야?”
검과 검,오러 블레이드와 오러 블레이드가 다시 본격적으로 부딪 혔다.
검격을 나눠갈 수록 레드바의 표 정은 점점 굳어갔다.
요한의 검술이.
그의 오러 블레이드가.
자신을 압도한다는 것을 깨달았 기 때문이었다.
“귀찮게시리.”
오러 블레이드가 크게 일렁거렸 다.
그 순간 요한의 오러블레이드가 더욱 굵고 선명해졌다.
레드바의 오러 블레이드는 가볍 게 눌러내릴 정도로 말이다.
눈을 크게 뜬 그녀를 향해 요한은 오러 블레이드를 크게 휘둘렀다.
불길과 같은 오러를 레드바가 간 신히 막은 순간.
요한은 그녀의 가슴을 힘껏 걷어 찼다.
그 충격에 레드바가 비틀거리자 요한은 검을 휘둘렀다.
그의 예리한 검격은 레드바의 팔 을 크게 베어 넘겼다.
“악,!”
팔이 베이며 검이 떨어진다.
그 고통에 레드바가 흔들린 사 이.
요한은 다시 한번 레드바를 후려 쳤다.
제대로 맞은 탓에 그녀가 쓰러지 자 요한은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붉은 오러가 눈 앞에서 일렁거린 다.
"큭……!!”
그 공격을 간신히 막아낸 그녀가 자세를 갖추려 했을 때.
레드바는 식은땀을 주룩 흘렸다.
어느새 요한의 오러 블레이드가 그녀의 목에 닿아 있었다.
“마스터라는 게 수련도 제대로안 하고 도둑들이랑 노는데 강해질 리가 있나.”
레드바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의 손목이 살짝만 움직여도 목 이 멸어진다는 것을 그녀는 직감했 다.
“이럴 수가……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레드바의 완전한 패배를 직면한 양유위는 크게 놀랐다.
요한이 마스터라는 정보는 있었 다.
하지만 그의 나이는 어리다.
아무리 강해 봐야 마스터 중에 하급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결과는 뭐란 말인가.
“이렇게 강하다니……“아까 물었지? 싫다면 어쩔 거냐 고.”
정보와 다르다.
지금까지 파악한 것과 요한의 경 지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양유위가 입술을 깨물자 요한은 여유롭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별거 없어. 얘 죽이고. 너 잡아 다가 테인에게 가져다주겠지.”
“……만약 따른다면. 저는 뭘 얻 을 수 있습니까?”
떨떠름히 묻는 그를 향해 요한은 한 차례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그 특유의 무뚝뚝한 어조 로 답했다.
“너랑 네 떨거지들.”
그 어조에서 양유위는 태어나 지 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섬 뜩함을 느꼈다.
“살려는 줄게.”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