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권 3화
78. 겨울의 끝 (4).
다른 철광산을 로만 후작이 차지 했다면?
타로트 왕제에 대한 지원이 다시 시작될지도 몰랐다.
“골치 아프게 됐네.”
‘원래라면 지금쯤 도르마나 영지 에서 무기를 뽑아야 했었지. 그걸 만회하려는 것이군.’
하지만 도르마나 영지를 다른 귀 족이 차지했으니.
무기를 만들 철광석이 부족해졌 을 것이다.
그러니 다른 영지를 노려 철광산 을 확보하려 한 것이다.
“그쪽은 저희가 손을 댈 수 없는 부분이니 어쩔 수 없지요.”
“이거 수도에는 나도 못 가는데 괜히 문제가 생길까 걱정이구나.”
“별일 있겠습니까?”
“그냥 나도 가는 게 낫지 않겠 니?”
프란츠가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요한의 기사서훈을 위해 수도에 가 야 했다.
하지만 윌카스트 백작까지 빠진 다면 바그너 영지를 다스릴 사람이 없다.
그렇기에 둘을 마고 후작에게 맡 겨 함께 올라가게 한 윌카스트 백 작은 걱정이 늘어났다.
그를 향해 요한은 빙긋 웃었다.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아버 지는 이곳에 계시지요. 봄은 바쁘 잖습니까.”
“후우. 그래. 너만 믿겠다.”
언제봐도 믿음직스러운 아들이 다.
윌카스트 백작은 애써 웃으며 요 한의 등을 토닥였다.
"그래도 뭔가 대책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니?”
"어차피 지금 로만 후작이 음직 일 수는 없을 겁니다. 거기에 거리 도 꽤 있고……철광산을 손에 넣었다고 해도 제 대로 써먹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거기에 이번 영지전을 벌인 것으 로 그에게 원한을 품을 이는 늘어 났을 터.
그 대응까지 하려면 로만 후작도 당분간은 바쁠 것이다.
한동안은 여유가 있으니 할 일이 나 하면 된다.
요한이 무덤덤하게 말하자 윌카 스트 백작은 짧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 알겠다. 그럼……프란츠는 윌카스트 백작을 간절 히 응시했다.
댄스 교습도 벌써 몇 시간이나 했다.
이제 그만하고 쉬라는 말이 나오 길 기다리던 프란츠는.
“계속하렴.”
윌카스트 백작의 한마디에 절망했다.
■o— ......w.
“들었지? 자세 잡어.”
무뚝뚝하게 말한 요한이 검집을 잡자 프란츠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윌카스트 백작의 배웅을 받은 요한과 프란츠 는 타오른 영지로 향했다.
그들을 수행하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아니 어째서!? 제가!?”
“뭘 어째서야. 수도 가면 너도 좋지. 넌 매번 좋으면서 투덜대더라?”
“궁금해서 그렇습니다.”
요한에게 잡혀 끌려온 야스진은 당혹스러워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수도를 가는데 굳이 자기를 데려갈 이유가 없다.
의아해하는 그를 향해 요한은 피 식 웃었다.
"너 캐슬 오브 로디악…… 우리 로드만 왕국의 수도에 가봤지.”
“예. 뭐 수도 태생이기도 하고.”
“길 안내나 하라고 데리고 온 거 다. 저번에 보니까 길 잘 찾던데.”
“그거야 어렵지 않습니다만.”
짧게 답한 야스진은 의아해했다.
그저 길 안내 정도라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수도는 길이 그렇게 어렵 지 않다.
거리 마차도 있어 원하는 곳은 쉽게 찾아갈 수 있다.
그런데 길안내라니.
자신이 없어도 되는데 굳이 데리 고 가는 것이 이상했다.
“어디 가시려는 겁니까?”
요한이 수도에서 갈 만한 곳은 몇 없다.
기껏해야 아카데미와 바론 교의 신전,귀족원 정도다.
중얼거리던 그는 손가락을 튕겼 다.
요한은 미식가다.
그렇다면 그가 갈 곳은 쉽게 예 측할 수 있었다.
“다행히 괜찮은 맛집이라면 꽤 알고 있습니다.”
아카데미,귀족원. 교단 지부.
이건 수도에서 아무나 잡고 물어 도 가르쳐 줄 만한 것이다.
그런데도 굳이 요한이 자신을 데 리고 가는 것은 뭔가 이유가 있다 생각되었다.
그것을 수도의 맛집이라 생각한 그가 묻자 요한은 씩 웃었다.
그 웃음은 야스진을 심각하게 불 안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에이 설마. 그래도 공자님께서 위험한 곳에 가시지는 않으시겠지.’
“할렘가 내부.”
“가장 위험한 곳을!?”
할렘가가 어떤 곳인가.
도둑과 양아치,건달,거지,그 외에 무시무시한 놈들 천지인 곳 아닌가.
그것도 외부가 아닌 내부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가면 하 루 만에 칼 맞고 죽을 수도 있는 곳이다.
거길 간다는 말에 야스진은 식은 땀을 흘렸다.
“……저기 그곳은 제 길 안내 옵 션에 등록되지 않은 곳입니다만.”
“잘됐네. 이번 기회에 등록하자.”
남의 속도 모르고 대수롭지 않게 요한이 말하자 야스진은 울상을 지 었다.
* * *타이론 영지에 들른 요한 일행은 마고 후작과 합류한 후 곧장 수도 로 출발했다.
타이론 기사단과 용병대,병사들 이 함께 간 덕분일까?
그들은 별다른 문제없이 수도까 지 도착할 수 있었다.
“캐슬 오브 로디악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마고 후작님.”
수도에 도착하자 검문을 마친 기 사가 인사를 하고 나갔다.
이것으로 수도에 들어가기 위한 모든 일정은 끝났다.
“여기까지 태워주셔서 감사합니 다.”
“별말을 다 하는구만.”
마고 후작은 대수롭지 않아했다.
어차피 가는 길인데 태워주는 것 이 뭐 어렵겠나.
하지만 이어지는 말은 마고 후작 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숙소도 제공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 감사는 받도록 하지.”
이 시기는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자 하는 이들이 많이 온다.
아카데미는 로드만 왕국뿐만 아 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오는 이들이 많다.
그들 대부분은 귀족이나 왕족이 다 보니 수행 인원이 많았다.
당연히 이 시기에 수도의 여관에 는 빈방이 거의 없었다.
특히나 고급 여관은 더욱 그랬 다.
그렇기에 요한은 마고 후작에게 당당히 신세를 지기로 했다.
수도에는 그의 저택이 있으니 말 이다.
“그…… 후작님. 죄송합니다. 저 희 형님이……요한의 뻔뻔함은 프란츠도 어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프란츠가 송구스러워하자 마고 후작은 빙긋 웃었다.
“자네가 미안할 것은 없지.”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보다 입학하기 위한 준비는 다 되었는가? 처음은 좀 힘들거 야.”
아카데미에는 각지에서 인재들이 몰려온다.
성격도,실력도,성향도,가치관 도,그리고 나라에 따른 문화마저 도.
모든 것이 다른 이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런만큼 문제가 생기지 않을리 없었다.
괜히 싸움이 걸려 서로 숙적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예. 뭐…… 배울 수 있는 만큼 은 배웠습니다.”
프란츠는 슬쩍 요한의 눈치를 살 폈다.
수도까지 가는 와중에도 요한의 수업은 멈추지 않았다.
교양이나 일반 상식 같은 것은 가서 배워라.
하지만 검술과 음악,그리고 근 력 단련법은 제대로 배워둬라.
바그너 영지에서 나왔을 때부터 요한은 계속 그것을 주지시켰다.
결국 프란츠는 여행 내내 계속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
“거 동생이라고 꽤나 챙기는구 만.”
프란츠는 힘들어했지만 마고 후 작은 알 수 있었다.
요한이 프란츠를 정말 제대로 가 르치고 있다는 것을.
“형이 동생 안 챙기면 누가 챙기 겠습니까.”
‘두 번 챙겼다간 사람 잡겠네.’
겉으로 보기에는 동생을 매우 생 각하는 형이다.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다.
‘참자…… 일주일만 버티면 탈출 이다……남들에게는 기대와 두려움이 섞 인 아카데미 입학이.
프란츠에게 있어서는 탈출구나 다름없었다.
‘힘들어도 형님 밑에 있는 것보 다는 낫겠지.’
프란츠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것을 본 요한은 싸늘히 웃었 다.
“그래도 마고 후작님의 저택이있어서 참 다행입니다. 그동안,,“그동안?”
“총정리 겸해서 마지막까지 제대 로 가르칠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프란츠는 고개를 푹 숙였다.
누가 봐도 안쓰러워 보이는 그를 향해 헤임달은 씩 웃었다.
“제가 알기로 아카데미에 마법학 수업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얘기를 꺼낸다는 것은 기초 는 가르쳐주겠다는 얘기겠지?”
“원하신다면 그리 하지요?”
헤임달의 말에 프란츠의 안색이 파랗게 물들었다.
“나,난 안 원하는데!?”
하지만 그의 말을 신경쓰는 사람 은 아무도 없었다.
요한은 흐뭇해하며 헤임달의 손 을 잡았다.
“마침 잘됐네. 나도 수도에 있는 동안 볼일이 있어서 며칠 자리를 비워야 했는데.”
가문의 마법사가 다른 가문의 후 계자를 가르친다고 하지만.
마고 후작으로서는 굳이 막을 이 유가 없었다.
바그너 백작가와는 이미 동맹이 었다.
그곳의 후계자가 제대로 배워서 큰 사람이 된다면 이득인데 뭐하러 말리겠는가.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가 르치지요.”
“내가 알기로 제자는 죽이지도, 살리지도 말라고 했지. 부탁할게.”
“저도 자랑은 아니지만 제 제자 로 들어오겠다고 한 마법사들 수십 명은 울린 남자입니다.”
요한이 볼일이 있어서 나간다는 말에 반색했던 프란츠는 불안해했 다.
그런 그를 야스진은 안타깝게 바 라보았다.
‘불쌍한 프란츠 공자님……“야스진. 너는 도착하면 짐 풀고 나랑 나가자.”
“예? 어딜요?”
“거기. 말했잖아.”
‘내가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니 구나.’
그가 말하는 ‘거기’ 가 할렘가라 는 것을 야스진은 단번에 눈치챘다.
솔직히 가기 싫었다.
그런 위험한 곳에 누가 가고 싶 겠나?
하지만 요한의 이어지는 말은 그 의 불만을 쏙 들어가게 만들었다.
“왜. 가기 싫으냐? 싫으면 관두 고.”
“아니요. 가야지요. 하하……‘이젠 나도 모르겠다.’
할렘가에 가려니 야스진은 벌써 부터 속이 쓰려졌다.
“어딜 가려는 건가?”
“잠깐 다녀올 곳이 있습니다. 만찬에는 참가할 테니 걱정 마십시 오.”
마고 후작의 입성 환영 만찬이 있다는 이야기는 몇 번이나 들었다.
그 파티에 현재 아카데미에 재학 중인 일왕자 헤르듀크 로드만이 참 석한다는 것도 들었다.
“너도 오늘 밤에는 참석해야 한 다. 알았냐?”
"예.”
“넌 어디 가지 말고 저택에 있 어.”
‘이놈도 편하게 아카데미 생활하 게 하려면 뒷배를 만들어 두는 것이 낫고.’
아무리 요한의 이름이 있다고 하 더라도 대륙 각국에서 인재가 모이 는 아카데미다.
로드만 왕국의 귀족이야 그렇다 고 치자.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까지 요한 을 두려워하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그러니 헤르듀크 쪽에 밀어 넣고 일 년 정도는 그의 비호를 받게 해 야 했다.
기껏 준비해놨는데 엄한 놈에게 밀려버리게 둘 수는 없었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자신의 미래가 이미 요한에 의해 결정되고 있는 것을 프란츠는 눈치 채지 못했다.
자신을 빤히 응시하는 요한을 향 해 프란츠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 웃음을 마주하던 요한은 이를 갈았다.
“어휴. 이걸 진짜 한 일 년 정도 가둬두고 제대로 가르쳐야 하는 데……프란츠의 근성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 외의 것은 인정하지 못한다.
그러니 영 불안한 것이다.
요한은 인상을 쓰며 프란츠의 목 을 잡았다.
“그냥 다 포기하고 내가 교육을 시킬까?”
그 말에 프란츠의 몸에 소름이 돋았다.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오금이 저렸다.
“최,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만하게나. 동생 잡겠구만.”
“;次 ”
一마고 후작의 만류에 요한은 프란 츠의 목을 놓아주었다.
그리고 허리에 있는 검을 풀어 그의 손에 올렸다.
“혀,형님?”
“이거 가지고 가서 잘 써먹어 라.”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언제나 프 란츠가 부러워했던 요한의 청강검 이었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