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권 2화
77. 겨울의 끝 (3).
요한이 모든 영애들과 한 번씩 춤을 추고 돌아왔을 때.
구석에서 샐러드만 먹던 파룬은 감탄했다.
“대단하다…… 너 몇 곡이나 춘 거야……?”
“스물세 곡. 평소 하는 훈련에 비하면 매우 양호한 정도지. 그럼 한 곡 더 추러 가볼까……훈련이라 생각하니 즐겁게 춤을 출 수 있었다.
요한은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았 지만 영애들은 서로를 견제하느라 바빠 보였다.
‘누구랑 춰야 하나……“형님.”
“어? 어. 왜.”
춤출 사람을 물색하던 요한은 프 란츠가 다가오자 의아해했다.
그도 한참 바쁠 텐데 자신에게 온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버지께서 슬슬 파장을 하신다 고 하셨습니다.”
"어…… 그래?”
‘아쉽지만 어쩔 수 없군.’
벌써 꽤 시간이 지났다.
이 파티는 요한을 위한 파티이지 만 실상은 윌카스트 백작의 세력 구축을 위함이다.
필요한 만큼 사람들을 끌어모았 으니 나머지는 파티가 아닌 자리에 서 제대로 이야기를 해야 했다.
“그나저나 춤은 어디서 배우셨습 니까? 보통이 아니시던데.”
“이 정도는 귀족의 기본 소양이 다.”
“그,그런가요?
“너 아까 춤추는 거 보니까 개판 으로 추더라?”
"나름 열심히 춘건데……"그렇게 춤추면 너 아카데미에서 개망신당할걸?”
프란츠도 나름대로 제대로 배웠 다.
하지만 요한의 춤은 모두가 감탄 할 정도의 춤이었다.
그러다보니 요한의 구박에도 그 는 항변할 수 없었다.
“아카데미 가서 망신당하기 싫으 면 올겨울 동안 나한테 제대로 배 워둬. 가르칠 것 많으니까 기대해 라.”
프란츠는 아카데미에서 최대한 평판을 쌓아둬야 했다.
그래야 나중에 아카데미에 갔을 때 요한이 움직이기 편했다.
하지만 요한이 어떤 방식으로 기 사단과 경비대를 가르치는지 아는 프란츠는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었 다.
“그 표정은 뭐냐. 불만이라도 있 는 거냐?”
“그런…… 건 아니지만. 형님께서도 바쁘신데 어찌.”
“동생을 위해 그 정도도 못 해주 겠니.”
“아하하하…… 그,그거 감사드 립니다……차마 싫다는 소리는 못한 프란츠 는 고개를 떨꿨다.
그의 어깨를 툭 친 요한은 윌카 스트 백작에게 다가갔다.
“아버지.”
"오. 그래. 슬슬 파티를 끝내려고 하는데. 문제 될 것은 없겠지?”
“물론이지요.”
“그리고 오늘 밤은…… 미안하지 만 다른 곳에서 자고 올 수 있겠 냐.”
“예.”
요한이 저택에서 자면 영애들이 나 부인들,거기에 귀족들이 찾아 가 그를 귀찮게 할 수도 있었다.
오늘 파티 때문에 요한은 해야 할 훈련을 끝내지 못했다.
그렇기에 윌카스트 백작은 그에 게 훈련시간을 마련해주기 위해 다 른 곳에서 자는 것을 권했다.
‘나야 좋지.’
어디서든 잘 자는 요한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잠시 빠져 있거라.”
윌카스트 백작은 단상 위로 올라 가여러 귀족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와 동시에 파티의 폐장을 알렸 고 사람들은 아쉬워하며 요한과 프 란츠를 보았다.
“야. 어째 너도 나가서 자야 할 것 같은데?”
“안 그래도 마을의 여관에 예약 해놨습니다. 지금 갈건데 형님도 함께 가시지요.”
“됐어. 난•…"
요한은 힐끔 쌓여 있는 선물들을 응시했다.
“뭐 왔는지 확인하고 갈 테니 까.”
“알겠습니다.”
파티가 끝나고 방으로 들어간 요 한은 사용인들이 옮긴 선물꾸러미 를 풀었다.
대부분이 옷이나 악기,검과 갑 옷과 같은 것들이었다.
그것들을 이리저리 풀어 정리하 던 요한은 작은 꾸러미를 들었다.
“이건 또 뭐야…… 마고 후작이 보낸 건가?”
꾸러미를 풀어 본 요한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 그 노인네도 이걸 가지고 있었나?”
마고 후작이 보낸 선물은 바로 붉은색 보석이 박힌 고대의 상자.
바로 호라이즌 큐브였다.
"이거 바로 가서 시험해봐야겠 네.”
요한은 원래 가지고 있던 호라이 즌 큐브와 마고 후작이 보낸 큐브 를 챙겨 들고 늘 가던 탈무의 던전 으로 향했다.
탈무의 던전에 들어가자마자 요 한은 곧장 호라이즌 큐브를 사용했 다.
언제나처럼 붉은 아공간이 만들 어지며 몬스터가 등장했다.
이번에 나타난 몬스터는 몸 전체 가 돌로 만들어져 있는 몬스터.
가고일이었다.
- 키에에에엑!!
날개를 펄럭이며 나타난 가고일 을 향해 요한은 오러를 담지도 않 은 채 미스릴 검을 휘둘렀다.
단 일격.
일격만으로 가고일은 산산이 조 각나버 렸다.
“역시 미스릴 검.”
바위와 같은 몸을 지닌 가고일이 일격에 박살날 줄이야.
예상은 했지만 검의 위력이 생각 보다 좋다.
붉은 세상이 사라지자 요한은 바 닥에 놓여져 있는 호라이즌 큐브로 눈을 돌렸다.
“어디 보자…… 그럼 다음 걸 어떻게 하느난데……요한은 두 번째 호라이즌 큐브를 확인했다.
마고 후작이 보낸 호라이즌 큐브 의 위에는 간단한 문장이 적혀 있 었다.
-푸른 눈의 흑룡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고대어를 읽을 수 있는 이들이라 면 쉽게 풀 수 있는 문제였다.
그것을 응시하며 요한은 차분히 호라이즌 큐브를 가동시켰다.
“열려라. 참깨.”
요한이 호라이즌 큐브에서 바라 는 것은 보물 고블린이 주는 스무 칸 짜리 아공간 주머니다
그럼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자 를 여는 것보다는 기회를 더 가지 는 것이 나았다.
-띠딕.
낮은 음과 함께 실패했다는 보고 문이 떠올랐다.
다시 두 번 더 실패한 요한은 호 라이즌 큐브가 만든 아공간으로 이 동했다.
아공간 안에는 하얀 옷의 언데 드,타락한 신관이 있었다.
“으랴!!”
-크어어어!!
타락한 신관이 고개를 들자마자 요한은 바로 검에 오러를 담아 휘 둘렀다.
오러.
검 자체의 위력.
요한의 힘.
그 세 가지가 합쳐진 무지막지한 공격에 타락한 신관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박살 나 버렸다.
“오……타락한 신관이 소멸되며 그 자리 에 은은한 신성력을 뿜어내는 깃펜 하나가 떨어졌다.
그 깃펜을 주워들자 아공간이 사 라진다.
다시 탈무의 연구실로 돌아온 요 한은 고급스러워 보이는 깃펜을 보 며 쓴웃음을 지었다.
‘성령의 깃펜을 여기서 얻게 될 줄은 몰랐네……. 세레나에게 넘겼 던 건데.’
성령의 깃펜은 교리서,혹은 신 성문자를 이용한 스크롤을 만들 때 쓰는 최고급 도구였다.
회귀 전에 구했던 성령의 깃펜은 마땅히 쓸 사람이 없어서 세레나에 게 넘겼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건 하이마스에게 선물로 쓰면 딱이 겠군.’
사제들에게 주는 선물로는 최고 급이라 할 수 있으니 나쁘지 않았 다.
“그럼……이제 남은 것은 훈련을 마치고 자는 일뿐.
시간을 확인한 요한은 미스릴 검 을 꺼냈다.
요한을 위해 만들어진 검이라 그 런지 자루 부분을 잡았을 때 손에 찰싹 달라붙는 것을 느낄 수 있었 다.
"훈련이나 하자.”
요한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훈 련에 매진했다.
* * *세상 모든 것을 얼려버릴 것 같 았던 추위도 한풀 꺾여가고 있었 다.
사람들이 즐기던 안식이 끝나갈 때쯤.
요한은 인상을 찌푸렸다.
“야.”
“헉……“똑바로 안 하지?”
저번 파티에서 댄스를 지적받은 이후.
요한에게 여러 가지 강습을 받 던 프란츠는 딱딱히 굳었다.
“아,아니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요……프란츠는 아카데미에서 해줘야 할 일이 많았다.
그런만큼 최대한 가르칠 수 있 는 만큼 가르쳐야 했다.
댄스,예절,그리고 체술과 검 술.
하지만 짧은 시간에 모두 배우 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 다.
그렇기에 요한은 최대한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요한이 집중하면 뭐하 나.
프란츠가 제대로 못 따라오는 더L요한은 인상을 쓰며 으르렁거렸 다.
“우리 떠나는 날이 언제지?”
“그게"•…“내일이다. 그런데 이래서 어쩌 려고?”
“죄,죄송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평소에 제대로 배워두라고 하지 않았냐. 그동안 뭐한 거야?”
프란츠의 상대역을 맡고 있던시녀는 괜히 불똥이 될까 슬그머 니 뒤로 빠졌다.
“동작 그만.”
“히익……“다시 한다. 원,투,쓰리,포.”
아르바이트로 연주를 위해 참가 한 유아랑이 피리를 불기 시작한 다.
다시 시작된 음악을 들으며 프 란츠는 우울한 표정으로 댄스를 시작했다.
“그만.”
연주가 반도 지나지 않았지만 요한은 검집을 쿵 내리치며 중지 시켰다.
“똑같은 부분 틀렸다. 왜. 하기 싫으냐?”
“그,그럴리가요.”
“그럼 집중 좀 해라.”
요한은 프란츠의 손을 꽉 잡고 가볍게 움직였다.
그에게 이끌린 프란츠가 낭패한 얼굴이 되자 요한은 이를 드러냈 다.
“제대로 익혀둬. 이건 소드 댄 싱의 기본이기도 하니까.”
“그,그런데 형님.”
“뭐.”
“투왕의 소드 댄싱을 이렇게 막 가르쳐주셔도 됩니까?”
요한이 어떻게 소드 댄싱을 알 고 있는지를 묻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드 댄싱은 투왕 광약 의 검술이다.
이걸 마음대로 전수했다가 그가 난리라도 치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는 프란츠를 향해 요한은 콧방귀를 뀌었다.
“이건 그가 익힌 것과는 계파가다른거라 괜찮아.”
“그,그렇습니까? 그런 이야기 는 처음 듣는데."
“아카데미에 가면 알려줄거다. 소드 댄싱을 비롯한 오래된 검술 중 몇몇은 계파가 나뉘어져 있어. 내가 익힌건 광약과 다른 계파 야.”
처음듣는 소리다.
자신의 설명에도 프란츠가 걱정 하자 요한은 인상을 찌푸렸다.
“넌 그딴 걱정 말고 기본이라도 좀 익혀둬라. 네가 잘해줘야 내가 편해진다. 제.발. 잘 좀 해라. 응?
내가 무릎꿇고 빌어야 하냐?”
“죄,죄송합니다.”
도대체 뭐가 편해진다는 것인지 는 모르겠지만.
프란츠는 순순히 요한의 명령을 따랐다.
그가 가르쳐주는 것은 확실히 필요한 것들 뿐이었으니 말이다.
월카스트 백작은 그들을 훈훈하 게 바라보았다.
"그래도 많이 늘지 않았느냐.”
“여름에 있을 아카데미의 하성 제나 가을의 추기제에서 우승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
‘그 부상으로 아카데미에 못 들 어가면 현자의 돌은 다른 놈이 얻 는다. 그건 절대 안 돼.’
물론 그 외에도 아카데미에 들 어갈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꽤나 복잡한데다가 귀찮 기까지 했다.
뭐하러 쉬운 길 놔두고 어려운 길을 택하나.
프란츠만 잘해주면 쉽게 끝날 텐데.
요한의 대답에 윌카스트 백작은 부드럽게 웃었다.
"요한. 네가 프란츠를 그렇게 생각하는 줄 몰랐구나.”
‘응? 이건 무슨……? 그냥 내가 현자의 돌 편하게 얻으려는 건 데?’
하지만 그걸 굳이 말할 필요는 없기에 요한은 평온히 고개를 끄 덕였다.
“형이 동생 생각 안 하면 누가 생각합니까?”
“그래. 훌륭하다. 하긴 가문의 이름을 알리는 것도 좋지. 프란츠. 이왕 하는 거 요한의 말대로 우승 을 노려보렴.”
윌카스트 백작과 요한은 서로 다른 생각을 했지만 그 방식은 같 았다.
결국 홀로 그 부담을 감당할 수 밖에 없게 된 프란츠는 울상을 지 었다.
"바로 시작해.”
요한은 프란츠를 다시 자리에 세웠다.
둘이 춤을 추려고 할때 문이 벌 컥 열렸다.
“백작님!! 큰일 났습니다!”
요한은 다급히 들어 온 하인스를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가뜩이나 시간 모자란데 방해가 들어왔다.
기분이 좋을리 없는 요한이 사 납게 바라보자 하인스는 슬쩍 그 의 시선을 피했다.
“저,저기.”
"뭔데 그리 호들갑이냐.”
“로만 후작이 벨토만 영지를 공 격해 그 영지를 흡수했습니다.”
벨토만 영지는 도르마나 영지만 큼은 아니지만 꽤 질 좋은 광산을 보유한 영지였다.
그곳을 로만 후작이 차지했다는 말에 윌카스트 백작은 신음성을 토했다.
“거길 왜?”
“농노가 그곳으로 도망갔다는 핑계로……하인스의 설명에 요한은 평탄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로만 후작이 본격적으로 음직 이고 있구만.”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