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권 20화
70. 다음은 너다 (4).
잠시 후 성기사의 요청을 받고 하이마스가 내려왔다.
하이마스가 들어오자 세이키엘은 기다렸다는 듯 외쳤다.
“바론 따위 아무것도 못 하는 놈 에 불과한데! 어리석은 놈들! 아무 것도 모르는 머저리들!! 차라리 나 를 섬겨라! 이 세이키엘을 섬겨 라!!”
세이키엘의 신성모독에 하이마스 는 분노하며 손에 신성력을 담았다.
당장에라도 후려치기 위해 올려 진 손을 요한은 잽싸게 잡았다.
“하이마스 사제님. 더 하면……“하지만……신성력을 지닌 몸으로 계속해서 신성모독을 하게 되면 결국은 파멸 뿐이다.
이미 아하스의 몸 여기저기는 신 성모독의 여파 때문인지 여기저기 금이 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하이마스는 안타까운 시선을 보 냈다.
그것을 받으며 세이키엘은 단호 히 외쳤다.
“아무것도 모르는 벌레 같은 놈 들……!!”
“확 찢어버리기 전에 주둥이 다 물어라.”
요한의 한마디에 세이키엘은 입 을 다물었다.
악마를 말 한마디로 다물게 하다 니.
보통 일이 아니다.
하이마스는 요한에게 간절히 말 했다.
“요한 공자님. 저 악마를 나오게 할 수 있습니까?”
“야. 나와.”
“차…… 차라리 죽여.”
요한을 두려워하고 있지만 나오 는 것만은 끔찍하게 저항하고 있었 다.
그 모습에 요한은 어깨를 으쓱였 다.
“이제 어찌해야 할까요. 요한 공 자님. 정말 방법이 없는 겁니까?”
“아까 거래를 제시하기도 했지 만…… 계속 거절하더군요.”
하이마스가 안타까워하자 요한은 검을 뽑았다.
“저 악마가 아하스 성기사의 몸 과 혼을 더 더럽히는 것을 막는 것 외에는 답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할 만큼 했다.
그런데도 더 안 된다면 남은 일 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세이키엘이 두려워하는 요한이 불가능하다고 하니 더 이상은 정말 방법이 없어보였다.
“……기도합시다.”
하이마스는 입술을 꽉 깨물며 포 기한다는 것을 돌려 말했다.
“그럼 제가……우울해 하며 성기사가 나서자 요 한은 오러 블레이드를 뽑았다.
“제가 하겠습니다. 그래도 성기 사님께는 형제와 같은 분이실 텐 데.”
마스터인 요한이 힘을 쓴다면 고 통 없이 보내줄 수 있다.
성기사는 납득하고 고개를 숙였 다.
“감사합니다. 최대한 고통 없 이…… 바론님의 품으로 보내주십 시오.”
하이마스가 기도하기 시작하자 다른 성기사들도 기도를 시작했다.
그들의 축성 기도를 들으며 요한 은 오러 블레이드를 뽑았다.
“교대해라. 가기 전에 한마디는 해야겠으니.”
“ 玄...... -S'........”
드디어 요한에게서 벗어날 수 있 겠다 생각한 세이키엘은 아까처럼 아하스를 내세웠다.
아하스는 요한을 올려다보며 부 들부들 떨었다.
“저를…… 구원…… 제발……간절하게 애원하는 그를 마주하 며 요한은 아하스의 심장을 오러 블레이드로 꿰뚫고 그의 귀에 속삭 였다.
“싫어. 자식아.”
심장이 꿰뚫린 아하스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와 동시에 아하스의 몸 주변으 로 저주받은 마법진이 생성되었다.
사악한 마기가 흘러나오는 마법 진이 빛을 발하며 세이키엘이 모습 을 드러내 마법진 안으로 빨려 들 어갔다.
“함께해서 엿 같았으니 우리 다
시는 보지 말자!!”
꽤나 힘을 잃게 되었지만.
요한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세이키엘은 만족했다.
“다시는!! 다시는 보지 맙시다!”
그녀가 사라지고 난 자리에는 불 길한 기운을 내뿜는 깃털 하나만이 남았다.
그 깃털에 남겨 있는 마기와 악 의를 느끼며 요한은 씩 웃었다.
‘덕분에 편하기는 했다만. 그래도 내 일에 끼어든 것을 그냥 용서할 수는 없지. 다음은……깃털을 잃어버리지 않게 아공간 주머니에 넣어 둔 요한은 마음에 새겨두듯 중얼거렸다.
“너다.”
* * *타락천사 세이키엘이 수행 성기 사에게 씌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일 까?
순례단의 분위기는 무척이나 무 거웠다.
하지만 안 좋은 일이 있었다고 해서 천년만년 바그너 영지에 머물 수만은 없었다.
떠나는 날이 되자 하이마스는 예 정대로 순례단을 이끌며 바그너 성 을 나섰다.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조심히 가십시오. 대부님. 순례 단의 여정에 바론님의 은총이 있기 르 ”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요한은 성호를 그으며 신자의 인사를 했다.
그것을 받은 하이마스는 씁쓸히 웃었다.
“공자께도 바론님의 은총이 가득 하길 빌겠습니다.”
인사를 마친 하이마스는 뒤로 물 러나 월카스트 백작과 프란츠에게 도 인사했다.
일주일간의 체류가 끝났으니 돌 아가려는 것이다.
하이마스와 다른 순례단들이 떠 나자 윌카스트 백작은 말에 올랐다.
“그럼 다녀오마.”
“예,영지의 끝까지는 윌카스트 백작 이 호위하기로 했다.
그가 하인스와 기사들을 데리고 순례단을 따라가자 요한은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형님. 그럼 저는……“아. 그래. 바쁘지? 가서 일해.”
“형님께서는 이제 무엇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딱히 할 일이 없으 시다면……같이 서류 업무나 하자는 뒷말을 그는 꺼내지 못했다.
요한이 대답도 하지 않고 걸어가 버렸기 때문이었다.
프란츠는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뻘쯤히 중얼거렸다.
“어째 좋은 일이 있었는데도 마 냥 좋아할 수만은 없겠구만……이번에 생긴 일은 바그너 영지 입장에서는 나쁠 것이 전혀 없었다.
세이키엘이라는 강한 악마가 퇴 치된 것이다.
잘만하면 바그너 영지가 악마 퇴 치의 성지로 지정될 수도 있었다.
그리되면 많은 순례자들이 찾아 오게 될 것이고 그것은 영지의 상 업 발전으로 이루어진다.
« O ”
...... .
하지만 해야 할 일 역시 늘어났 다.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검은 삭 월이 영지에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것은 바그너 영지의 경비와 보 안 문제와도 직결된다.
영지의 관리자로서는 얼굴에 먹 칠을 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떠나기 전에 할 일 많네.”
봄이 되면 프란츠는 아카데미에 입학해야 한다.
그 안에 최대한 많은 일을 해 놓고 가기 위해 프란츠는 바쁜 걸음 으로 저택으로 들어갔다.
* * *별다른 업무를 맡지 않은 요한은 대장간으로 가 헤갈을 잡았다.
“때가 됐다.”
장비를 만들던 헤갈은 의아해하 다가 퍼뜩 정신을 차렸다.
“바로 미스릴 제련에 들어가는 겁니까!?”
“아니.”
대장간 구석에 쌓여 있는 상자들 을 그는 툭 쳤다.
“금부터 추출할 거다.”
“예? 저기 있는 건 금화입니다 만……“거기서 순수한 금만 추출해야 해.”
금화는 금과 다른 금속으로 이루 어져 있다.
지금 쌓여 있는 금화의 양을 생 각하면 보통 작업이 아니다.
헤갈은 시간을 계산하다가 장갑 을 착용했다.
“바로 시작해야겠습니다. 하지만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다른 장비를 만들지 못합니다만……“저것부터 우선시하도록.”
“알겠습니다.”
그가 금화를 녹이기 시작하자 요 한은 바깥을 보았다.
대장간에서 보이는 약초밭에서 유아랑은 약초들을 하나하나 세심 히 돌보고 있었다.
밖으로 나가 그에게 다가간 요한 은 쪼그려 앉아 약초를 살폈다.
“문제는 없지?”
“문제는 없습니다만……유아랑의 목소리에는 불안감이 섞여 있었다.
“이만큼 약초를 기르고 나면 이 일대는 향후 오 년 동안은 아무것 도 기르지 못할 겁니다.”
약초를 기르기 위해서는 상당한 지력을 소모한다.
그는 앞으로의 문제점을 지적했 다.
하지만 그 또한 요한이 이미 감 안했던 일이었다.
“알고 있어. 약초 상태나 말해 봐.”
“약초는 순조롭게 자라고 있습니 다. 며칠 안에 공자님께서 원하시 는 만큼 자랄 겁니다.”
“그런가…… 생각보다 빠르군.”
“오래간만에 하는 것이라 흥이 나서 즐겼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잘 자라더군요.”
유아랑이 웃으며 말하자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모든 준비는 거의 끝났다.
남은 것은 필요한 만큼의 금을 모으는 것뿐이다.
그것 역시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요한은 약초밭을 물끄러미 응시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난 수련이나……그때.
약초밭으로 올라오는 길 쪽으로 야스진이 달려왔다.
“공자님!!”
“뭔데 그리 급하게 뛰어오냐?”
이제는 순례단이 다쳤다거나 습 격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의미가 없 었다.
그렇기에 요한은 심드렁히 물었 고 야스진은 숨을 헐떡이며 대답했 다.
“허억…… 헉…… 저택에 가보셔 야 할 것 같습니다.”
“왜?”
“파룬 공자님께서 찾아오셨습니 다!”
그의 말에 요한은 손바닥을 가볍 게 털고 일어났다.
“가자. 돈 줄 사람 왔네.”
야스진과 함께 저택으로 복귀한 요한은 객실에서 서성거리는 파룬 을 발견했다.
그는 요한을 보자마자 어색하게 웃었다.
“아,안녕.”
“그래. 무슨 일로 오셨나?”
“그게……파룬은 우물쭈물거리며 말을 잇 지 못했다.
그가 머뭇거리고 있을 때 그의 뒤로 검은 머리의 여인이 모습을보였다.
파룬과 대조적으로 마르고 탄탄 한 체형을 지닌 여인이었다.
흰색 바탕에 검은색 레이스로 치 장된 메이드복을 입은 여인은 요한 에게 공손히 인사했다.
“요한 공자님께 인사드립니다. 파룬 공자님의 호위인 헬리안 도가 로라고 합니다.”
인사를 마친 그녀의 머리에는 검 은색 뾰족한 귀가 까딱거리고 있었 다.
뒤쪽에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검 은색 꼬리를 본 요한은 의아해했다.
“묘인족? 타고다 가에서 묘인족 을 데리고 있었나?”
“그렇습니다.”
“저번에는 못 본 것 같은데?”
“한 달 전부터 다시 파룬 공자님 의 호위를 맡게 되었습니다.”
“그런가? 그런데 왜 왔냐?”
“사실…… 네가 해준 그 암시가 풀렸거든……파룬이 손을 들자 헬리안은 옆에 놓아둔 상자를 가볍게 들었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비해 꽤나 힘 이 강한 것이 호위로 지정될 만 해보였다.
그녀가 상자를 열자 안에는 금화 가 가득 차 있었다.
“받아. 이,일만 골드야.”
작게 말한 파룬이 눈치를 살피자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받겠다고 찾아왔는데 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도 아니니 바로 하면 된다.
“야스진. 준비해둬.”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번에 하 셨던 그런 식으로 하시는 겁니까?”
“그래.”
요한은 야스진이 힐링 포션을 꺼 내자 의자를 잡았다.
한번 했던 것이라 그런지 파룬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 저번처럼 입 막는 게 나으 려나?”
“그,그게 낫겠지?”
파룬은 허겁지겁 옷으로 재갈을 만들었다.
준비를 마친 파룬이 눈을 질끈 감자 요한은 옆에 놓인 의자를 잡 았다.
“흡!!”
그리고 기합성과 함께 의자를 파 룬에게 내려쳤다.
-파삭!!
하지만 의자가 파룬에게 명중되 는 일은 없었다.
내리쳐지던 의자가 헬리안의 손 에 의해 부서졌기 때문이었다.
“뭐냐? 너.”
의자의 등받이만 잡은 채 요한은 시큰둥하게 물었다.
그녀의 날카로운 손톱은 길어져 있었고 헬리안의 눈은 무시무시하 게 변해 있었다.
“무슨 짓입니까!!”
수인족들은 상대에게 적대감을 품으면 몸이 변한다.
그녀의 손등에 까끌거리는 검은 털이 나고,흑단 같은 짧은 단발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내려을 정도 로 길어졌다.
흉포한 눈매를 드러낸 그녀를 향 해 요한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너 미쳤냐? 눈 똑바로 안뜨지? 당장 그 털 안 집어넣어? 확 카펫 으로 만들어줄까!?”
“파룬 공자님께 손대는 자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그것이 마스터 라 하더라도!!”
필사적으로 외친 헬리안은 파룬 의 앞에 서서 잔뜩 긴장한 채 외쳤 다.
“파룬 공자님!! 도망치십시오! 목 숨을 걸어서라도 제가 막겠습니 다!”
요한과 헬리안은 서로를 노려보 았다.
누군가 움직이면 그 순간 싸움이 시작될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시작 했을 때.
요한은 손가락을 튕기고 파룬에 게 물었다.
“너 혹시 암시 걸 때 어떻게 해 야 한다는 거 설명 안 했냐?”
“어? 어어……? 아,암시에 대해 서 말해도 되는 거였어?”
“하아……요한은 짜증이 담긴 얼굴을 쓸어 만졌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