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권 18화
68. 다음은 너다 (2).
펼쳐진 날개에서 아까 암살자들 을 죽였던 깃털들이 빗발치듯 쏟아 졌다.
“이까짓 거.”
요한의 몸이 부드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강검의 움직임,그리고 붉은 오러 블레이드의 움직임.
한 번의 움직임 자체에 격식과 예의가 담긴 고상한 춤과 닮아 갔 다.
마치 춤추는 듯한 검술.
가볍고,빠르며 그 안에 예리함 이 담긴 검술인 소드댄싱이 시전되 었다.
一팅! 팅! 팅!!
“이런 미친……이 공격을 막아내는 인간이 있을 줄이야.
세이키엘은 경악했고 그 틈을 요 한은 놓치지 않았다.
길게 뻗은 오러 블레이드가 목을 노리자 세이키엘은 허공으로 떠올 라 간신히 피했다.
그리고 진심으로 의아해하며 물 었다.
“너…… 뭐냐?”
하나 그 질문에 대답할 이유는 없었다.
또다시 이어지는 공격을 겨우겨 우 피해낸 세이키엘은 요한을 위아 래로 훑어보았다.
“신기하구나. 그 몸. 이 정도로 강한 몸이 아닐 텐데…… 후후…… 좋아. 너의 몸…… 나의 다음 몸으 로 좋겠어……세이키엘은 도톰한 입술을 할았 다.
무척이나 탐이 난다는 듯.
그리고 무척이나 궁금하다는 듯.
요한을 응시하던 세이키엘의 몸 이 점차 흐려지기 시작했다.
완전히 어둠 속으로 그녀가 사라 지자 요한은 피식 웃었다.
‘어째 공격 패턴이 똑같냐.’
회귀 전과 똑같은 공격 패턴이다 보니 식상하기 그지없다.
저 공격의 상대법은 그다지 어렵 지 않다.
요한은 검을 축 늘어트리고 그녀 가 공격하길 기다렸다.
“여기다!! 여기다!!”
“여기에서 악마의 힘이 느껴졌 다!!”
“어라?”
갑작스러운 외침에 요한은 고개 를 획 돌렸다.
어느새 하이마스와 순례단의 성 기사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요한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이건…… 암살자!? 암살자에게 공격당하셨던 겁니까?”
성기사 하나가 그에게 말하며 손 을 뻗었다.
그 손길을 요한은 마치 오물이라 도 되는 것처럼 획 피해버렸다.
“아. 괘,괜찮으십니까?”
당황한 남자.
아하스는 요한이 자신의 손길을 피하자 의아해했다.
“댁이 신경 쓸 필요 없어.”
자신도 모르게 살기가 치솟았다.
아하스를 마주하니 평정심이 흐 트러졌다.
그리고 그 순간을 세이키엘은 놓 치지 않았다.
“네놈의 모든 것을 나에게 바쳐 라!!”
“악마!!?”
“타락천사 세이키엘!!”
“하하하!! 머저리 같은 바론의 떨거지들 같으니라고!! 이놈의 몸은 내가 갖겠다!!”
놀란 하이마스와 성기사들은 세 이키엘에게 신성력을 퍼부었다.
그 공격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세이키엘은 빠르게 요한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너의 모든 것을 보여라. 나는 타락한 천사이며,새로운 악마이니. 인간이여. 몸을 바쳐 나의 총애를 얻으라.”
신성력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세 이키엘은 피하지 않았다.
타락하였다고 하더라도 세이키엘 은 천사다.
그런 만큼 신성력에 어느 정도의 저항력을 가지고 있었다.
빗발치는 신성력을 버티는 세이 키엘을 응시하던 요한은 차분히 선 언했다.
“내 영역에 온 것을 환영한다.”
그 순간 세이키엘의 표정이 굳었 다.
요한의 뒤쪽에 갑자기 나타난 거 대한 문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뭐…… 뭐야.”
문이 열리고.
그 안에 있는 위대한 존재와 눈 이 마주친 세이키엘은 온몸에 힘이 풀려 버렸다.
혼을 타락시켜 자신에게 종속시 키는 것은 악마들의 특기다.
일반적으로는 계약을 통해 지옥 과 현계에 연결된다.
하지만 페널티를 감수하고 혼을 타락시켜 그 몸을 차지할 수도 있 었다.
그것을 각오하고 요한에게 접근 한 세이키엘이었다.
이제 다 됐다.
이제 타락만 시키면 된다.
하지만 세이키엘은 아무런 생각 도 할 수 없었다.
지금 그녀에게 드는 생각은 단 하나.
요한에게서,그의 뒤에 있는 문 안의 존재에게서 조금이라도 더 떨 어지고 싶다는 것뿐이었다.
“아…… 아아……수십의 구체를 거느린 거대한 존 재가 문 안의 어둠 속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와 시선이 마주친 세이키엘은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얼굴을 가렸 다.
압도적인 공포를 버티지 못하고 미쳐버릴 것 같아서.
자신이 보지 않으면 상대도 자신 을 보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안 되 는 생각을 하며.
세이키엘은 완전히 질린 채 덜덜 떨었다.
“너…… 뭐야…… 뭐야……‘개나 소나 다 저항하네. 더러워 서 빨리 코어를 더 만들든가 해야 지.’
코어의 부족으로 영역전개의 위 력이 낮다.
아쉽지만 어쩌겠나.
영역전개의 위력은 코어의 개수 에 따라 배가되는데.
그냥 인정할 수 밖에.
‘역시 답은 코어를 늘리는 것 밖 에 없군.’
“뭐냐고…… 도대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역전개 를 세이키엘이 무시할 수 있는 것 은 아니었다.
저항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위대한 존재를 마주한 세 이키엘은 완전히 공포에 질려 있었 다.
그런 그녀에게 요한은 한 걸음 다가가며 검을 들었다.
번쩍이는 검을 보고도 세이키엘 은 도망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주저앉은 채.
다리와 날개만 버둥거리며 눈물을 글씽거릴 뿐 이었다.
“시…… 싫어…… 싫어. 오지 마…… 오지 마……또다시 한 걸음.
세이키엘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필사적으로 요한에게 멀어지려 발 버둥 쳤다.
그 모습을 본 성기사들은 당황했 다.
어떤 악마가 인간 앞에서 저리 굴욕적인 모습을 보인단 말인가.
특히나 세이키엘은 자존심 강한 악마로 유명했다.
그런 세이키엘이.
눈 때문에 젖은 진흙에 범벅이 되는 것조차 모른 채 두려워하고 있었다.
“혀,형제들이여! 지금 당장 저 악마를 해치웁시……성기사 중 하나가 다급히 외쳤 다.
그제서야 다른 성기사들과 사제 들도 정신을 차렸다.
그 사이 세이키엘은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이.
숨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그녀의 이성을 마비시켜버렸다.
“피,피해라!!”
그렇기에 그녀는 숨어버렸다.
아까 외친 성기사에게로 달려가 버렸다.
“크아아아악!! 바, 바론님이시 여!! 으아악!! 나,나가라!! 이 악 마!! 끄아아악!!”
그리고 그 성기사는.
“아하스!! 저,정신 차려라!! 혼 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타락해서 는 안 돼!!”
요한의 먹잇감인 아하스였다.
“흐…… 흐아아…… 으…… 흐 ■言一 ......II”
. .
빠르게 아하스의 몸에 들어간 세 이키엘이 그에게 씌어버렸다.
그것을 본 요한은 인상을 찌푸렸 다.
“아이 씨. 하필…… 어?”
무리가 가더라도 한 번 더 영역 전개를 펼칠까 생각했다.
하지만 떠오른 생각에 그는 입을 다물었다.
'성직자가 악마에게 씌었다? 이것도 나쁘지 않네.’
그가 생각하는 사이 한참 저항하 던 아하스가 축 늘어졌다.
완전히 몸을 빼앗긴 아하스의 몸 에서 탁한 마기가 흘러나왔다.
완전히 악마에게 씌었을 때 발생 하는 현상이었다.
코를 찌르는 유황 냄새가 퍼지자 순례단원들은 당황했다.
“안돼……아하스의 몸을 완전히 빼앗은 세 이키엘은 검을 뽑고 달렸다.
요한이 아닌 이 자리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하이마스에게로.
“막아라!!”
쏘아지는 신성력의 포화를 맞아 비틀거리면서도 세이키엘은 멈추지 않았다.
아니,차라리 그것이 낫다는 듯 오히려 신성력을 몸으로 때우고 있 었다.
악마가 계약이 아닌,직접 사람 의 몸을 빼앗게 될 경우 상당한 페 널티를 입게 된다.
빼앗은 몸과 모든 것을 공유하게 되며 만약 그 대상이 죽는다면 크 게 힘을 잃고 지옥으로 강제 소환당한다.
세이키엘이 그것을 모를 리 없었 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신성력을 일부러 맞아 지 옥으로 되돌아가려는 듯이 더욱 날 될 뿐이었다.
“그만!! 더 이상 하다간 아하스 가 죽는다!”
성기사 중 하나가 다급히 외쳤지 만 아하스는 피를 흘리면서도 간절 히 외쳤다.
“날 죽여!! 머저리 같은 바론의 개들!! 네놈들이 증오하는 악마가나다!! 날 죽여!!”
차라리 여기서 죽어 지옥으로 강 제 소환당하는 것이 낫다.
아까의 그 공포를 다시 마주하는 것보다는 백배,천배 낫다.
세이키엘은 어떻게든 더 공격을 받기 위해 무기를 들어 하이마스를 베려 했다.
“흡!!”
하지만 어느새 다가 온 요한은 세이키엘의 등을 찌르고 다리를 걷 어차 바닥에 쓰러트렸다.
“컥……!!"
꽤 깊은 상처를 입었음에도 세이 키엘은 나오지 않았다.
숨을 헐떡거리며 아하스에게 끝 까지 씌어 있을 뿐.
“하아…… 으•…" 으으……공격당했으면서도 세이키엘은 필 사적으로 기어 하이마스에게 접근 하려 했다.
“자,잡아라!!”
성기사들이 요한에게 짓밟혀있는 아하스를 신성력이 담긴 밧줄로 묶 기 시작했다.
그것을 지켜보던 하이마스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중얼거렸다.
“성기사가 악마에게 씌다니…… 그것도 타락천사 세이키엘에게 ,,요한이 세례를 받은 이 기쁜 날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성직자가 악마에게 씐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굴욕이다.
신앙심이 부족하기에 악마가 들 어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증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하이마스는 부들부들 떨며 세이 키엘에게 씐 아하스를 응시했다.
“죽여라!! 저주받아 마땅할 바론H 그 개 같은 자!!”
아하스의 몸으로 세이키엘은 다 급히 신성모독을 해나갔다.
그것을 들을수록 하이마스는 가 슴이 아팠다.
“……형제님을 편하게 해드리게.”
“아직 포기하기는 이릅니다.”
하이마스가 결국 포기하고 아하 스를 죽이려 하자 요한은 고개를 저었다.
그가 자신을 죽이는 것을 막으려 하자 세이키엘은 당황했다.
“날 죽이지 않으면 이놈의 혼을완전히 타락시켜 살이 뜯어지는 고 통을 느끼게 하고!!”
“바론님이시여……“이놈의 몸을 완전히 썩게 만들 고!!”
“당신의 어린 양을 구원하소 서……“성직자의 몸으로 바론을 저주하 여 죽음 이후에도 지옥에서 고통받 게 할 것이다!! 그러니 어서 죽 여!!”
그녀의 저주와 신성모독,협박에 하이마스와 성기사들은 눈을 감고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그녀의 협박,저주에 요 한의 마음은 무척이나 훈훈해졌다.
요한은 빙긋 웃으며 그녀의 귓가 에 상냥한 어조로 작게 속삭였다.
“부탁한다.”
“……뭐?”
“아주 기대가 된다. 네가 어디까 지할수 있을지.”
의아해하는 그녀에게서 떨어진 요한은 모두를 둘러보며 말했다.
“바론님의 뜻을 따르는 신도는 고작 이따위 악마에게 굴복하지 않 을 것임을 저는 믿고 있습니다. 하이마스 사제님.”
“예. 요한 공자님.”
“하이마스 사제님께도 그리 생각 하시겠지요?”
“무,물론입니다. 하지만……“바론님의 뜻을 따르는,비록 수 행 성기사라 하나 그 뜻을 따르는 자는. 결코 악마에게 굴복하지 않 을 것이라 믿습니다.”
“……그렇지요. 저 역시 믿고 있 습니다.”
“그러니.”
요한은 천천히 세이키엘에게 눈 을 돌렸다.
“저 악마가 스스로 바론님의 은 총을 깨닫고 떠나갈 때까지!!”
놀란 눈으로 자신을 보는 세이키 엘에게 요한은 아무도 모르게 살짝 윙크했다.
“저는 이 성기사님께서 버텨줄 것이라 믿습니다.”
“하아…… 알겠습니다. 저도 포 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해봐야겠지요.”
“예.”
“일단 신전으로 가지요. 바로 엑 소시즘을 준비하겠습니다.”
“저는 볼일이 있어서…… 금방 신전으로 가겠습니다. 먼저 가 계 십 시오.”
하이마스와 성기사,사제들이 세 이키엘을 끌고 가는 것을 본 요한 은 검을 검집에 넣었다.
‘마음 같아선 한 두어 달 정도 고통받게 하고 싶지만…… 그럴 여 유가 없는 게 한이군.’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과자 집 을 향해 걸으며 요한은 키득거렸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