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권 3화
53. 찾았다 (1).
[빌어먹을. 산다.]
암왕은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마법사라는 족속이 가진 호기심 을 이기지 못한 것이다.
[다른 로드들이 알면 날 죽이려 고 들겠군…….]
엘릭서를 만들기 위해서 다른 로 드들의 도움을 받고 상아탑의 많은 재료를 써먹었다.
그 엘릭서를 넘겨야 하니 입맛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수정구 너머에 있는 암왕 의 표정은 꽤나 좋아 보였다.
[네 녀석의 절맥을 내가 치료했 어야 이런 짓거리를 못했을 텐 데…… 에잉.]
순식간에 수정구가 빛을 잃었다.
암왕이 일방적으로 통신을 끊어 버린 것이다.
성공적으로 거래를 마친 요한은 연구일지와 마법서를 아공간 주머 니에 넣었다.
‘좋아. 여섯 번째 코어도 쉽게 만 들겠군.’
여섯 번째 코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엘릭서다.
엘릭서만큼은 요한도 쉽게 도전 할 수 없었다.
물론 제조법을 모르는 것은 아니 었다.
재료 구하는 것과 만드는 과정이 고생이라 그렇지.
회귀 전에도 암왕이 한 병 만든 이후 단 한 번도 세상에 등장하지 않았었다.
그때는 엘릭서를 얻으려고 상아 탑의 개가 되어 엄청나게 일을 했 었지만.
이번에는 쉽게 얻게 생겼다.
‘일지나 마법서나 어차피 내용 다 아는 건데. 그냥 넘겨줘도 된 다.’
마법서와 연구일지의 내용은 회 귀 전에 연구를 끝내고 다 외운 것 이다.
그러니 고이 모셔두는 것보다는 엘릭서를 얻기 위해 쓰는 것이 낫 다.
요한이 씩 웃자 하만은 덜덜 떨 었다.
엄청난 금액이 오간데다가,결국 엘릭서까지 내어주게 되었다.
그런 거래를 앞에서 봤으니 어떻 게 가만히 있겠나.
“저……“아. 아까 필요한 것들은 재한테 다 말해줬으니까. 내일까지 구해놓 도록.”
“아,알겠습니다.”
만족할만한 거래를 마치고 상아 탑 지부를 나온 요한은 거리로 나 섰다.
“어이〜! 거기 공자님! 술 한잔하 시고 가시구려!”
주점에서 일하는 기도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우리 가게는 아주 양심적인 곳 이라고! 밥도 맛있고 술도 맛있고! 그리고 정보를 얻기도 아주 좋아!”
“정보? 정보는 좀 구미가 당기 네. 혹시 순례단에 대한 정보가 있 나?”
“바론 교단의? 그건 바론 교단과 관련된 사람밖에 모르잖아.”
“그럼 모험가 중에……“모험가에 대한 정보는 모험가 길드에 가서 물어보라고.”
“그렇다면 필로틴 제국 쪽……“아니 로드만 왕국에서 필로틴 제국을 왜 찾아?”
“천하십강 중에 찾는 사람이 있 는데.”
“천왕 카일로는 로만 후작의 밑 에 있지. 그리고 필로틴 제국의 인 왕 율경 정도? 나머지는 우리도 몰 라.”
정말 쓸데없는 것들만 대답한다.
요한은 획 몸을 돌렸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정보라야 한계가 있을 테니 관둘랜다.”
“아,아니! 어디 아가씨가 예쁘고어디 술집이 좋고…… 그,그런 건 제대로 알려 줄 수 있다고!”
그의 외침을 무시하며 요한은 바 로 여관으로 복귀했다.
상아탑 지부와 모험가 길드가 있 던 곳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의 여관 안쪽 탁자에 자리를 잡은 요한은 벨을 울렸다.
“주문하시 겠습니까?”
“뭐가 괜찮지?”
“지금 되는 것은 간단한 정식 정 도뿐입니다만……시간이 늦어 제대로 된 요리를 하기는 어렵다.
종업원이 공손히 말하자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삼 인분.”
“알겠습니다.”
그가 바로 주방으로 들어갔을 때.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왔 다.
“엇!? 공자님. 어디 다녀오셨습니 까?”
“넌 안 자고 뭐 했냐?”
“그냥 자기도 그렇고…… 공자님 께서도 급하신 것 같아 말씀하신 것 알아보고 왔지요.”
싱글거리며 그가 앞에 앉자 요한 은 별다른 기대 없이 물었다.
“그래. 알아봤냐?”
“예. 아하스라고 하셨지요? 수행 성기사.”
큰 기대를 하지 않은 요한이 물 을 한 모금 마셨을 때.
야스진은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 었다.
“공자님께서 말씀하신 특징과 딱맞는 자를 찾았습니다.”
“……그래? 어디 있다던?”
요한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하지만 명령을 잘 수행했다는 기 쁨에 야스진은 그것을 눈치채지 못 했다.
“지금 수도에 있을 순례단에 참 가했답니다. 운이 좋았지요. 제 동 기가 순례단 출발 전 만났던 성기 사가 그자랍니다.”
“그런가…… 수도. 수도라……‘수도로 갔다면 꽤 상급의 사제 겠군. 분명 이 시기에 상급의 사제 가 움직이지는 않았던 거로 아는 데.’
자신도 모르게 요한은 탁자 아래 에 쥐고 있던 손에 힘을 넣었다.
‘이거 보험을 기대해도 되려나? 그래. 회귀 전에는 불가능했지만 지금이라면 가능할지도 몰라.’
요한은 기대감을 품고 물었다.
“수도라…… 혹시 그 순례단이 바그너 영지까지 온다던?”
“어? 그건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렇단 말이지?”
야스진의 대답에 만족하며 요한 은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보험 안에 아하스가 포함 되어 있을 줄이야. 이번만큼은 운 이 좋았다.’
천천히 창문 너머의 하늘을 본 요한은 작게 중얼거렸다.
“이렇게까지 도와준다면 최선을 다해서 해야겠네.”
회귀 전이라면 지금쯤 바그너 영 지는 로만 후작의 공격에 계속 당 하고 있어야 했다.
정략,주변 영지의 시비.
가끔 들어오는 도적을 가장한 로 만 후작과 그 일파의 공격.
그러다 보니 영지는 계속 혼란스 립고 누군가를 손님으로 받을 상황 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바그너 영지 느......5로만 후작의 계략을 송두리째 무 너트렸다.
요한이 마스터가 되었다.
거기에 마고 후작을 후원자로 끌 어들였다.
그러다 보니 다른 영지들에서는 함부로 그를 건드릴 수 없게 되었 다.
순례단이 찾아갈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영지가 된 것이다.
또 요한이 들어 놓은 보험도 큰 효과를 발휘했다.
바로 요한이 마스터임을 알리고 화제의 인물이 된 것이다.
요한은 무교다.
바론 교단에서는 요한을 입교시 키기 위해서라도 자세히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
그 이야기를 나눌 사람으로는 상 급 사제 정도 돼야 한다고 바론 교 단에서는 판단한 것이다.
‘거기에 아하스가 포함될지는 몰 탔는데. 하…… 진짜 운이 좋네.’
“그런데 그자는 왜 찾으시는 겁 니까? 아니 그걸 떠나서 어떻게 알 고 계시는 겁니까?”
“그건 알아서 뭐하게?”
“그거야……“내가 예전에 말하지 않았나?”
요한은 놓인 나이프를 살짝 들었 다.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고……“그냥 한번 여쭤본 겁니다. 뭔가 공자님께도 뜻이 있으시겠지요.”
“그래. 바다보다 깊은 뜻이 있 다.”
“하하하. 아니 전 혹시 공자님께 서 바론님의 계시라도 받은 줄 알 았습니다. 주변에서 기적의 아이라 고 부르고 있으니……“에이〜 설마. 그런 기적이 있었 다면 절맥에도 걸리지 않았겠지.”
“이번 기회에 입교하시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시는 건 어떻습 니까? 바로미로 사제님도 공자님이 신도가 되시길 무척이나 기대하시 던데.”
순례단과 접촉하려면 바론 교의 신자가 되어야 했다.
물론 신자가 아니더라도 접촉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처리해 야 할 일이 많으니 그냥 신자가 되 는 것이 낫다.
딱히 바론 교에는 불만이 없으니 신자가 되는 것도 문제는 없었다.
“알았어. 한번 시간내보지.”
야스진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삼 인분이나 되는 요리가 테이블에 놓였다.
금새 요리들이 테이블 위에 가득 차자 야스진은 감탄했다.
“여기서도 그렇게 드시는 겁니 까?”
“먹는 게 남는 거니까. 넌 안 먹 냐?”
“전 괜찮습니다. 아까 먹었습니 다.”
커다란 오믈렛을 썰어 입에 넣는 요한을 본 야스진은 고개를 가로저 었다.
“그럼 공자님. 저는 이만 올라가 보겠습니다.”
“그래. 잘했다. 오늘은 고생했어. 가서 푹 쉬어라.”
“예!?”
“뭘 그죄 놀래?”
순식간에 오믈렛 하나를 해치운 요한이 뚱하니 묻자 야스진은 당황 했다.
지금까지 요한이 칭찬을 해준 적 은 없었다.
그런데 저렇게 따뜻한 말과 칭찬 을 건네다니.
야스진으로서는 놀랄 수밖에 없 었다.
“오…… 소름 돋네. 저 감동한 것 같습니다.”
“뭐 이런 거로 감동을.”
회귀 전에는 항상 사람들에게 살 가웠다.
그런 것은 요한의 원래 성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요한도 야스 진에게 감사를 느끼고 있었다.
덕분에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지 않았는가.
“아니…… 그게.”
오랫동안 치유사 생활을 하며 눈 치는 꽤나 있는 야스진이다.
그렇기에 요한의 말에 진심이 담 긴 것임을 그는 알 수 있었다.
가슴 한 구석에서 뭔가 울컥한 것이 올라오고 있었다.
절로 눈시울이 붉어지자 그는 쏙 쏙 닦고 코를 훌쩍였다.
“사실 고생이랄 것도 없었습니 다. 수행 사제 중에 제 동기가 있 어서 그냥 물어본 것뿐입니다.”
“그래?”
“예. 그럼 저는……야스진이 올라가려 하자 요한은 돈주머니를 던졌다.
“이거 가지고 둘이 뭐라도 사 먹 어라. 수행 사제들 제대로 못 먹고 다니잖아?”
무려 삼백골드나 들어 있는 주머 니 였다.
그것을 받은 야스진은 머쓱해 했 다.
“이거 적응 안 되네…… 그게 그 렇게 중요한 정보였습니까?”
“왜?”
“알아보니까 그 아하스라는 수행 성기사. 그렇게 강하지도,능력이 대단하지도 않다고 하던데.”
“그렇겠지.”
“뭐,성실함과 신앙심만은 다른 수행 성기사들보다 압도적이긴 하 지만……“하지만 나한테는 중요한 정보 야.”
남들이 그리 신경 쓰지 않는 수 행 성기사 하나 찾았을 뿐이다.
그런데 그게 중요한 일이라니.
야스진은 생각해 보았다.
요한은 스스로 절맥 문제를 해결 했다.
그리고 마스터의 자리까지 올라 갔다.
그런 요한이 직접 지시한 일이 다.
거기에 성공했다고 돈까지 주다 니.
자신은 이해할 수 없는 뭔가 중 요한 일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이런 일은 대부분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
빠르게 생각을 마친 야스진은 자 신의 입을 가리켰다.
“절대 이 일은 발설하지 않겠습 니다. 친구에게도 전하지요.”
“아니 발설해도 상관없는데…… 조용하면 나야 좋지. 마음대로 해.”
순수하게 선의로 돈을 준 것인데 자기 마음대로 함구하겠다고 한다.
알려져도 딱히 문제가 없었던 요 한이 무덤덤하게 대답하자 야스진 은 신나 하며 위로 올라갔다.
야스진이 가고 홀로 남은 요한은 빵을 뜯어 먹으며 빙긋 웃었다.
‘일이 이렇게 됐으니 아하스는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볼 수 있 고…… 남은 건 다른 놈들과 현자 의 돌에만 집중하면 되겠군.’
순례단이 지금 수도라면 바그너 영지까지 오는 것은 석 달은 걸릴 것이 분명했다.
그때까지는 순례자들이 이동하는 데 부담이 없게만 하면 된다.
하얀 빵을 뜯어 먹고,수프를 마 시며 요한은 나이프를 꽉 잡았다.
‘이제 겨울. 굶주린 몬스터들이 움직일 때다. 거기에……산적들도 움직일 것이다.
행여나 순례자들이 오다가 다치 면 어떡하나.
그리고 그러다가 문제가 터져 아 하스가 바그너 영지까지 오지 못하 면 어떻게 하나.
차분히 요리를 먹으며 요한은 생 각을 마쳤다.
‘돌아가는 대로 다 때려잡아야겠 군.’
바그너 영지를 청소해야 한다.
엄한 놈들이 괜히 남의 사냥감 건드려서 도망가게 한다면 어쩔 것 인가.
‘그놈들이 잡아주기라도 한다면 다행이겠지만 그것도 아니면……반쯤 죽이고 놔주면 괴물로 변해 서 돌아오기 마련이다.
특히나 아하스 같은 경우는 고난과 역경을 통해 강해지는 남자다.
그렇다면 기회를 잡는 즉시 바로 제거해야 한다.
“돌아가면 바쁘겠네.”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