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권 2화
52. 규정대로 해보자 (4).
“아이 참. 당연한 말씀을…… 걱 정마십시오!”
사람 하나 찾는 것으로 은 등급 까지 올라갈 수 있다?
그럼 무조건 남는 장사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의뢰를 하는 동안에 라도 얻어걸리면 그야말로 대박이 다.
“그런데 혹시 어디에 있는지 아십니까?”
“그걸 알면 내가 찾으라고 하겠 냐?”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어렸을 때 그놈들이 뭐 하고 살았는지 알 아둘걸……잡아야 할 몇 명을 제외하곤 이 시기에 어디 있는지 모른다.
그나마 뭘 하고 살았는지 정도는 알았기에 이렇게 시도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아쉬워하는 요한을 향해 요미안 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최선을 다해 찾아보겠습니다.”
그가 후다닥 뛰어가자 요한은 주 머니에 손을 꽂았다.
“그럼 이쪽은 됐고…… 나머지는 내 볼일 보러 가야겠네.”
요한은 곧장 상아탑 지부로 향했 다.
모험가 길드 지부 건물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작은 건물 앞에 선 요 한은 바로 문을 열었다.
“어서 오십시오.”
“물품 구매를 하려고 하는데.”
로브를 입은 청년은 웃으며 인사를 한 후 책자를 들었다.
“필요하신 물건이 마법 도구시라 면……”
“아니. 재료.”
“그렇습니까? 어떤 재료가 필요 하십니까?”
“블러디 만드라고라의 씨앗 스무 개,썬라이즈 위드 씨앗 10kg,월 성초 씨앗 5kg.”
“많군요. 혹시 마법사십니까?”
“그래 보이나?”
요한이 입고 있는 옷이나 허리에 차고 있는 검을 보면 마법사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비싼 옷에 좋아 보이는 검이다.
단순한 모험가라기보다는 귀족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년은 난감해하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지불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 까?”
“전표로 하지. 아. 그리고 이걸 팔고 싶어.”
요한이 꺼낸 것은 에드몬드의 연 구일지 였다.
그것을 물끄러미 응시하던 청년 은 빙긋 웃었다.
“무슨 노트인지는 모르겠지만……”
“에드몬드 몽스웰의 연구일지다.”
“그게 뭡니까?”
청년이 연구일지에 대해서 모르 는 듯 하자 요한은 고개를 끄덕였 다.
가치를 모르는 이들과는 이야기 할 필요가 없다.
“지부장 불러.”
무뚝뚝하게 말한 요한이 근처의 의자에 앉자 청년은 의아해하며 위 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잠시 후.
-우당탕탕!!
“끄어어 억……급하게 내려오다가 계단을 굴러 버린 중년인은 신음성을 토해내며 엉금엉금 기어 나왔다.
“에…… 에드몬드 몽스웰의…… 연구일지를 가, 가지고 오신 분……아이고 아파……“뭐 그리 급하게 나오셨나? 내가 도망가나?”
중년인은 허리를 부여잡으며 신 음하다가 요한을 향해 고개를 숙였 다.
“상아탑 로미단 지부 지부장인 하만 야스입니다.”
“요한 바그너다.”
“요한…… 소문의 그분이셨습니 까…… 반갑습니다.”
살짝 허리를 숙여 인사한 그는 뒤에 서 있는 청년에게 말했다.
“당장 상아탑에 연락해. 에드몬 드 몽스웰의 연구일지를 가지고 오 신 분이 계시다고.”
“아,알겠습니다.”
청년이 안으로 들어가자 하만은 조심스레 말했다.
“오늘은 어째 좋은 날 같군요. 귀한 분께서 귀한 것을 가지고 오 셨으니……”
하만은 요한의 눈치를 살폈다.
타이론 영지에서의 이야기를 들 어보면 요한의 성격은 그리 좋지 않았다.
특히나 야곱이 상아탑에 말했던 내용을 떠올리면 더욱 그랬다.
그러니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바쁘시지 않으시다면 안으로 드시겠습니까? 좋은 차가 있습니다.”
최대한 정중히 나오는 그에게 만 족하며 요한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매우 바쁘니까 할 일만 하고 갈 거야. 쓸데없는 수작질 부리지 마 라.”
대놓고 경계하고 있다.
그를 바라보며 하만은 그저 난감 한 듯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요한,요한 바그너.’
절맥이 치유되고 마스터에 오른 자.
그것이 알려져 신성이라는 이명 을 얻었다.
또 그 로만 후작과 당당히 맞선 사람이다.
‘겉보기가 다가 아닌 사람이지. 괜히 그를 자극할 필요는 없다.’
거기에 요한이 연구일지의 가치 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지도 모른 다.
섣부르게 이득을 얻으려고 그에 게 속이려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일단 상아탑의 연락이 올 때까 지 만이라도 시간을 끌자.’
“아하하…… 바,바쁘시다구요?”
“그래. 이거 얼마에 살래?”
요한은 손에 들려 있는 연구일지 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하만 은 주름진 볼을 긁적거렸다.
“공자님. 그 연구일지가 어떤 물 건인지 아십니까?”
“알아.”
“예?”
“에드몬드는 금기를 연구했고 어 느 정도 성과를 이뤄냈지.”
시간과 차원에 관한 연구는 금기 중의 금기다.
사람이 건드려서는 안 되는 부분 이다.
황금시대의 기록은 물론.
암흑시대의 오래된 자의 기록에 서조차 시간과 차원에 대한 연구를 하지 말라고 당부를 해 놓았다.
심지어 대륙에서 가장 큰 종교인 바론 교단 역시 적극 말리고 있었 다.
다른 몇몇 종교들 같은 경우는 시간과 차원에 대한 연구를 하면 적으로 규정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사람은.
특히 마법사는.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 하는 족속들이었다.
위험하기는 하지만 금기 너머의 비밀을 보고는 싶다.
하지만 그 반동을 감당하고 싶지 는 않다.
그런데 시간에 관한 연구를 한 에드몬드의 연구일지라니.
마법 연구를 하는 마법사들이라 면 누구나 탐낼만한 것이었다.
“이게 금기에 대한 연구라는 것 은 알고 있어.”
a ”
“그리고 퍼지면 골치 아파진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렇다면 처분은 저희 상아탑에 서밖에 할 수 없을 겁니다.”
저 연구 일지를 다른 이가 얻는 다면?
그리고 그것으로 시간에 대한 연 구를 계속해나간다면?
어떤 무시무시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그러니 요한 공자님.”
하만은 자신이 지불할 수 있는최대의 금액을 불렀다.
“삼십만 골드에 이십만 골드어치 마법도구. 어떠십니까?”
도합 오십만 골드.
연구일지 하나의 가격치고는 비 싼 편이었다.
하지만 요한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냥 필로틴 제국의 경매장에 넘기는 게 낫겠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하 만은 당황했다.
“자,잠시만! 잠시만 기다려주십 시오! 금방 상아탑에서 연락이,,“지부장님!!”
아까 들어갔던 청년이 후다닥 나 왔다.
그의 손에는 수정구가 들려 있었 다.
“암왕 레이몬 님께서 직접 연락 을 하셨습니다.”
“그,그래?”
암왕은 상아탑의 로드 중 한 명 으로 흑마법의 대가다.
천하십강이기도 한 그는 상아탑 에서도 손꼽히는 연구가이기도 했 다.
하지만 그는 요새 연구에 빠져 다른 일에는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직접 연락을 할 줄 이야.
하만은 손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았다.
“에,엘릭서 연구로 바쁘신 암왕 께서 연락을 주실 줄은 몰랐습니다. 상아탑 로미단 영지 지부장 하 만……[요한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무뚝뚝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렸다.
하만은 슬쩍 요한을 보았다.
저 요한이 어떻게 나올지가 의문 이다.
그의 기분을 상하게 주의하며 하 만은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 요한 공자님.”
“암왕께서 직접 연락을 할 줄은 몰랐네. 수정구 이리 가져와봐.”
‘암왕과 연락을 하는데 저런 태 도라니……’
암왕과 대화하게 되면 대부분 자 세를 공손히 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요한은 앉은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았다.
‘암왕께서도 성격이 보통이 아닌 데……/하지만 수정구 너머의 암왕은 요 한의 태도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 았다.
“오래간만입니다.”
[그래. 오래간만이군. 절맥에 걸 려 있던 꼬마가 마스터까지 될 줄 은 몰랐다.]
암왕과 요한은 인연이 있었다.
과거 요한이 각성을 하지 못했을때.
그의 절맥을 치료하기 위해서 꽤 많은 강자들이 찾아왔었다.
그 강자 중 하나였던 암왕은 어 딘지 모르게 안도한 듯 보였다.
[본론부터 말하지.]
“그러시죠.”
[연구일지는 그렇다고 치지. 그 전에 천 마리 검은 염소를 쌓는 방 법도 가지고 있다던데.]
“예.”
[그건 어디에서 얻었나?]
그의 질문에 요한은 빙긋 웃었 다.
마치 이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 는 것처럼.
요한은 꽤나 여유로웠다.
“저 거래하러 온 거지 추궁 당하 러 온 거 아닙니다.”
[하…… 좋아. 그럼 거래 이야기 부터 해볼까?]
이 상황을 주도하는 것은 누가 봐도 요한이라 할 수 있었다.
그 모습에 하만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천하십강이라 불리고 상아탑의 로드다.
어지간한 나라의 후작급과 동급 이거나 그 이상인 위치인 것이 암 왕 레이몬 발토다.
그런 암왕에게 저리 당당히 나올 줄이야.
그가 경악하는 사이 암왕은 천천 히 입을 열었다.
[에드몬드의 연구일지는 칠십만 골드. 천 마리 검은 염소를 쌓는 방법은 천오백만 골드 내지.]
엄청난 금액이 나왔다.
그 정도 돈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많을까.
하지만 요한은 심드렁할 뿐이었 다.
“고작 그거? 장난 칠 거면 저 그 냥 이거 필로틴 제국의 경매장에 올릴 겁니다.”
[하…… 영악하기는.]
“물건의 가치를 아는 현명한 사 람이라고 하시죠.”
말만 존대를 할 뿐이지 이 거래 에서 요한은 암왕과 동급이나 다름 없었다.
아니,오히려 그가 더 강했다.
아쉬운 것은 상아탑이었으니 말 이다.
[하지만 내가 지불할 수 있는 금 액은 그게 다다. 지금 연구 중인 게 있어서 자금 회전이 좀 힘들거 든.]
“그런데 천오백칠십만 골드라. 지금으로선 그것도 무리하신 것 아 닙니까?”
[그런 편이지.]
“그럼 이렇게 합시다.”
요한은 마법서를 가볍게 흔들며 히죽 웃었다.
“연구일지와 마법서의 값으로 돈 은 안 받지요.”
[물물교환을 하자는 건가? 좋아. 괜찮은 마법 물품들이 많으니…….]
“괜찮은 마법 물품은 상아탑에서 쓰십시오.”
[……그럼 뭘 원하는데?]
암왕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그가 불안해하는 이유를 정확히 알고 있는 요한은 히죽 웃었다.
“엘릭서를 만들고 있지 않습니 까?”
[너 설마!]
“그 엘릭서가 완성되면 교환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한 모금만 마시면 모든 병을 치 료할 수 있는 궁극의 약.
황금시대에도 단 두 병만 만들어 졌고 이제 세상에는 남아 있지도 않은 것이 바로 엘릭서였다.
그 엘릭서 제조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는 암왕은 그의 말에 당황 했다.
[엘릭서를 만들기 위해 들어간 비용과 노력이 얼마인지 알고나 그 런 소리를 하는 건가?]
“적어도 아까 제시한 금액보다는 많지 않겠습니까?”
[그걸 아는 놈이 그래!?]
“싫으면 관두시죠.”
요한이 몸을 돌리려 하자 암왕은 갈등했다.
호기심이 생기면 그것을 풀지 않 고는 궁금해 죽는 것 같은 족속들 이 바로 마법사다.
그런 마법사가 마법서와 연구일 지를 눈앞에 두고 포기해야 한다?
살아서 지옥을 겪으라는 말과 같 았다.
[끄응…… 끙…….]
“이거 제가 필로틴 제국의 경매 장에 팔면 골치 아파지실텐데.”
요한의 말대로 이 마법서가 경매 장에 올라가면 어떻게 될까.
상아탑에서는 절대 살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 마법서를 구매한 자들 은 그것을 빌미로 상아탑을 이용하 려고 할 것이다.
어쩌면 엘릭서 이상의 손해를 보 게 될지도 몰랐다.
[으으음…….]
“암왕. 이거 아십니까?”
고민하는 것이 수정구로 모두 보 인다.
그를 마주하며 요한은 입꼬리를 끌어을렸다.
“기회는 항상 찾아오는 것이 아 니라는 것을.”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