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권 23화
48. 고마워. 잘 쓸게 (5).
“형님. 내일은 제가 거하게 대접 으......w“그딴 건 됐고. 대장간이랑 약초 밭 어떻게 됐냐?”
“약초밭은 만들어졌지만,고로는 아직……. 그래도 거의 다 만들었 다고 합니다.”
“그래? 그럼 난 내일부터 잠깐 나갔다 올 거다. 그렇게 알아둬.”
“어디 가십니까?”
“로미단 영지에.”
세금의 납부를 위해 내일 월카스 트 백작이 타이론 영지로 떠나기로 했다.
프란츠는 그때 요한을 같이 보내 고 싶었다.
요한이 가면 병력을 영지에 좀 더 보존시킬 수 있었다.
그만 믿고 있었던 프란츠는 충격 을 받은 듯 멍하니 바라보았다.
“왜 가십니까?”
“필요한 거 있어서.”
“뭐가 필요하십니까!? 제가 구해다 드리겠습니다!”
“블러디 만드라고라의 씨앗,썬 라이즈 위드 씨앗,월성초 씨앗. 일 주일 안에 구해다 줄 수 있냐? 그 럼 안 가고.”
셋 모두 상아탑에서나 쓸 법한 마법 재료였고 구하려면 상아탑 지 부에서 구해야 했다.
하지만 바그너 영지에는 상아탑 지부가 없다.
그러니 가장 가까운 로미단 영지 로 간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는 것 은 아니다.
하지만 프란츠로서는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그걸 도대체 어디에 쓴단 말인 가.
“아니 그런데 왜 로미단 영지로 가십니까? 상아탑 지부는 타이론 영지에도 있잖습니까.”
“그렇지.”
“혹시 순례단을 보시려는 겁니 까? 하긴 그거 한 번 정도는 볼만 합니다. 저희 영지에는 안 오니까.”
매년 추수 시기 바론 교단에서는 몇몇 지역에 순례단을 보낸다.
각 영지를 돌며 올해 수확을 감 사하고,또 내년의 풍년을 기도하 는 연례행사였다.
그중 로미단 영지를 마지막으로 순례를 마치는 순례단을 떠올리며 그가 묻자 요한은 고개를 저었다.
“타이론 영지에 가면 인사다 뭐 다 해서 한 달은 잡혀 있어야 하는 데. 그럴 시간 없다.”
‘그리고 로미단 영지의 순례단에 서 확인해야 할 것도 있고……요한은 팔짱을 끼며 투덜거렸다.
“정 뭐하면 상아탑 지부랑 모험 가 지부 유치해 주든가. 아니 차라 리 잘 됐다. 이번 기회에 유치하 자.”
프란츠는 요한의 기대감 섞인 시 선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모험가 길드는 대륙을 오고 가는 모험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각 지역 에 지부를 만든다.
그리되면 모험가들은 그 지부에 거점을 두고 의뢰를 해결하곤 했다.
하지만 그 모험가 길드의 지부를 유치하는 것도 영주들에게는 꽤나 골칫거 리 였다.
모험가는 기본적으로 어느 한 국 가에 소속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고 다른 나라로 도망가기도 했다.
모험가들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 문제를 일으키기 도 한다.
그리고 그것은 상아탑 역시 마찬 가지였다.
상아탑 지부가 설치되면 마법사 들이 지부의 유지와 더불어 마법 연구를 그곳에서 실시한다.
문제는 마법사들 역시 모험가들이상으로 골칫덩어리라는 것이었다.
마법사들 역시 있으면 편하기는 했다.
자연재해라든가,위험한 몬스터 들이 나타난다든가.
알 수 없는 던전이나 유적이 발 견될 경우 그 문제를 해결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마법사들의 괴팍함은 영 지의 붕괴를 이끌기도 했다.
그러니 영주들은 쉽게 그들의 지 부를 영지에 설립할 수 없었다.
‘그들을 끌어들이느니 그냥 좀불편한 게 낫지.’
프란츠는 요한의 요청에 속으로 생각하며 빙긋 웃었다.
옛날부터 바그너 영지는 모험가 길드와 상아탑의 지부 설립 요청을 거부해왔었다.
바그너 영지에 특별한 위험한 것 이 있는 것도 아니다.
산적이나 도적,몬스터들이 나타 나기는 한다.
하지만 그 정도는 영지의 힘만으 로도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니 문제만 일으키는 모험가 길드와 상아탑의 지부를 유치할 이 유가 없었다.
“그럼 그렇게 하기로 하고.
프란츠도 더는 막을 수 없었다.
그가 납득을 하려고 할 때,이 층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서서들 뭐하니?”
목소리의 주인은 윌카스트 백작 이었다.
그는 요한의 인사를 받으며 싱긋 웃었다.
“그래. 어서 오렴. 수고 많았다. 요새 몬스터 토벌 때문에 바쁘다면서?”
“전투는 훈련도 되니 상관없습니 다.”
“네가 나서줘서 얼마나 마음이 놓이는지 모른다. 그래. 밥은 먹고 왔니?”
“예.”
“그래? 아. 이거.”
윌카스트 백작은 소박하게 짠 듯 한 스웨터를 들었다.
“빌헬미나에게 감사하다고 전해 주렴. 보답으로 보석과 옷을 좀 보 냈는데 거절하더구나.”
빌헬미나가 바그너 영지에 자리 잡고 그럭저럭 잘 동화되고 있었다.
요한의 살을 찌우기 위해 그녀가 온 것인 만큼 윌카스트 백작도 그 녀를 싫어하지 않았다.
고급스러운 옷만 입는 그가 약간 어설픈 스웨터를 입고 있다는 것 자체가 빌헬미나를 배려한다는 증 거였다.
“소문만큼 문제가 생기지도 않 고.”
빌헬미나의 과자 집에 들어가면 많은 이들이 편안함을 느낀다.
그것 때문에 영지민들이 늘어지 고, 생산량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 아 빌헬미나를 꺼리는 귀족들은 많 았다.
하지만 소문과 달리 그런 일은 없었다.
“그냥 제가 몇 마디 해줬을 뿐입 니다.”
빌헬미나가 있다고 해서 늘어지 는 놈들 있으면 몬스터 토벌할 때 미끼로 써버린다는 요한의 경고 덕 분이었다.
그녀를 데려온 것은 요한이다.
괜히 빌헬미나 때문에 영지가 안 좋아졌다는 소리를 그는 듣고 싶지 않았다.
요한의 말에 윌카스트 백작은 부 드립게 웃었다.
“항상 네가 고생이 많다.”
“고생이랄 것이 있겠습니까.”
“그래……. 그런데 무슨 이야기 를 나누고 있었던 거냐?”
“로미단 영지에 다녀와야 해서 프란츠에게 말해준 것뿐입니다.”
“거긴 왜?”
뜬금없이 로미단 영지 이야기가 나오니 윌카스트 백작도 의아해했 다.
궁금해하는 그에게 요한은 순순 히 답해주었다.
“필요한 마법 재료들이 있어서 사러 갑니다. 바그너 영지에는 상 아탑 지부가 없잖습니까.”
“하긴…… 그럼 다녀오려무나. 하지만 이거 참.”
내일은 월카스트 백작도 타이론 영지로 떠나야 한다.
올해 세금의 납부와 더불어 마고 후작과의 거래 문제 때문에 그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
“널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이 올 텐데……“죄송합니다. 이번에는 기사들만 데리고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개 인적으로 할 일도 있고.”
타이론 영지에 가면 꽤 오래 잡 혀 있을지도 모른다.
그걸 생각하면 요한이 안 가는 게 나을 수도 있었다.
윌카스트 백작은 씁쓸히 웃으며 그의 의견을 존중했다.
“아쉽게 됐구나. 그래도 너무 무리는 하지 말렴.”
“무리 안 합니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윌카스트 백 작을 향해 웃은 요한은 주변을 둘 러 보았다.
“그럼 저는 이만……“언제 갈 생각이니?”
“저도 내일 새벽에 떠날 생각입 니다. 아침에 인사는 못 드리겠군 요. 아,그리고 아공간 주머니의 신 고도 부탁드립니다.”
원래는 아공간 주머니의 획득에 대한 보고를 요한이 직접 해야 했 다.
하지만 이번에는 직접 갈 수 없 으니 마고 후작에게 보고 후 수도 에 전달하는 방식을 쓰기로 했다.
일종의 편법이지만 마고 후작의 후원을 받는 이상 그 정도는 마고 후작에게 맡겨도 될 것이다.
요한의 부탁에 윌카스트 백작은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래야지. 안 그래도 가면 그것 부터 보고 드리려고 했다. 로만 후 작이 널 공격할 틈을 만들면 안 되 니까. 아무튼,잘 다녀오거라.”
그와 인사를 나눈 요한은 곧장 이 층으로 올라갔다.
이 층으로 올라가니 복도 쪽에 야스진과 예쁘장하게 생긴 젊은 시 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마침 잘 됐군.’
느긋하게 웃으며 요한은 그들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야스진은 바그너 영지로 온 이후 가장 편한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요한 덕분이었다.
“야스진 치유사님. 이것 좀 드세 요.”
“아이고. 뭐 이런 걸 다.”
“치유사님 덕분에 저희가 혼날 일이 많이 줄었어요. 정말 감사드 립니다.”
“에이〜 헤나. 우리 사이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바그너 백작가의 사용인들에게 야스진은 최고의 인기인이었다.
백작가의 사용인들은 요한을 두 려 워한다.
예전에는 망나니여서 두려워했었 다.
하지만 이제는 존재 자체가 공포 다.
병에 걸려있을 때도 그의 독설과 짜증을 견디는 것은 유리 정도뿐이 었다.
하지만 그녀는 헤임달 영지로 가 버렸다.
평소라면 유리가 대신해줄 일들 을 이제는 직접 해야 했다.
그러니 두려울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일을 야스진이 대신 맡았다.
당연히 사용인들에게 야스진은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요한 공자님께서 한번 보실 때 마다 얼마나 무서운데……“공자님께서는 지킬 것만 지키면 쓸데없이 시비는 걸지 않으신다고. 다들 너무 두려워하는 것 같다. 어 째.”
“그래도 그 눈만 마주하면 오금 이 저려서……이미 공포라고 각인된 존재다.
그런 사람의 앞에서 지킬 것을 지키는 것도 상당히 힘들다.
헤나가 귀엽게 시무룩해지자 야 스진은 씩 웃었다.
“하하하. 그래? 그런 거라면 어 쩔 수 없지. 그런데 헤나. 내일 밤 에 시간 있어?”
야스진은 요새 분위기가 좋은 하 녀 헤나를 향해 웃으며 그녀의 손 을 살짝 잡았다.
헤나도 야스진이 싫은 것은 아니 었다.
아니,오히려 호감을 가지고 있 었다.
그렇기에 접근하는 그를 뿌리치 지 않았다.
그저 부끄러워하며 살며시 몸을 비비 꼴 뿐이었다.
“어머. 치유사 님도 참〜”
“괜찮은 식당을 예약했는데…… 같이 저녁이나 먹을까?”
살짝 팔을 치며 헤나가 대답하자 야스진은 싱글거렸다.
둘의 분위기가 좀 더 훈훈해졌을 때.
그 분위기를 급속도로 얼리는 차 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뭐냐. 둘이 사귀냐?”
“어맛!?”
“어? 공자님. 오셨습니까?”
인기척도 내지 않고 요한이 등장 했다.
그를 본 헤나는 완전히 겁에 질 려 버렸다.
딱딱히 굳은 채 오들오들 떨어버 린다.
그런 그녀를 살짝 감싼 야스진이 공손히 인사하자 요한은 복도의 벽 에 기댄 채 웃었다.
“보기 좋네. 계속해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진심인데? 이야. 일하라고고용해놨더니만 감히 직장에서 연 애질을 해? 대단한데!?”
“그,그게……“너희 내일부터 손 꼭 잡고 다녀 라. 응? 너희 손 떼고 다니는 거 보이면 진짜……“하하하. 공자님도 농담을 그리 살벌하게 하십니까. 헤나. 그럼…… 알지?”
“모,몰라요! 고,공자님…… 저, 저…… 저는 이만……“그래. 가라.”
헤나가 얼굴을 가리며 뛰어가자 요한은 그녀의 뒷모습을 가리키며 물었다.
“취향은 존중하겠는데 너 사제 되면 계급 바뀌는 거 아니냐?”
“그렇긴 하죠.”
“평민이랑 결혼하려고?”
“안됩니까?”
야스진이 당당히 대꾸하자 요한 은 어깨를 으쓱였다.
“안될 건 없지. 뭐 그건 알아서하고. 야. 너 짐 싸.”
“……예?”
야스진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다.
요새 야스진이 요한을 치유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기껏해야 훈련이나 몬스터 토벌 로 다친 병사의 치료와 일하다가 다친 영지민들의 치료가 다였다.
물론 그것이 야스진의 진짜 일은 아니 었다.
그의 일은 요한의 병을 치유하고 그를 돌보는 것이다.
하지만 요한이 멀쩡하다 못해 다 른 이들을 압살하다 보니 본래 일 을 안 하는 것뿐이다.
귀족을 치유해야 하는 치유사가 본래 일을 안 하게 되면 어떻게 될 까?
답은 간단했다.
해고다.
야스진은 창백하게 질린 채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필사적으로 애원 했다.
“공자님! 절 버리시는 겁니까!? 저,저 진짜 공자님의 개처럼……“뭔 개소리야. 내일 아침에 로미 단 영지에 갈 거야. 준비해둬.”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