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권 20화
45. 고마워. 잘 쓸게 (2).
화이논 마을에 돌아와 하온달에 게 에드몬드의 처치를 알린 요한은 주점으로 향했다.
주점에는 완전히 풀이 죽은 모험 가 셋이 무릎 꿇고 손든 채 앉아 있었다.
“오. 직업 정신 투철한 모험가분 들 아니신가.”
요한의 목소리를 들은 셋은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들의 눈에 담긴 안도감을 읽은 요한은 웃으며 걸어갔다.
“분위기가 왜 이러나? 자유를 승 상하는 분들답게 자유롭게 노시지? 자자. 다들 앉으라고.”
“그. 요한 공자님. 도움에 감사드 립니다.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 입니다.”
일어난 유아랑이 조심스레 말하 자 아단과 헤갈도 고개를 숙였다.
그들을 향해 요한은 여유롭게 웃 었다.
“모험가 나리들께서 잡으셨어야할 리치를 내가 잡아서 어쩌나?”
“……도와주신 것은 감사드립니 다.”
“감사드린다고? 그래. 파리 같은 목숨 연명하게 해줬으니까. 당연히 감사해야겠지.”
요한의 무례하다 싶은 태도에도 유아랑은 정중함을 유지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요한이 아니었으면 자신 들은 에드몬드의 실험재료가 되었 을 것이다.
그 위기에서 구해 준 사람에게 뭐라고 하겠나.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어 찌 보답을 해야 할지……몸 둘 바를 몰라 하는 그들에게 요한은 차분히 제안했다.
“그럼 너희 나랑 일 좀 하자.”
유아랑과 헤갈,아단의 얼굴이 굳었다.
마스터인 요한이.
그것도 자신들보다 압도적으로 강한 요한이 의뢰도 아닌 일을 제 안한다.
뭘 시킬지 걱정이 앞섰다.
“요한 공자님. 공자님이라면 저 희의 무력이 필요가 없……“고작 리치 하나도 못 잡는 너희 한테 싸우라고 시키겠냐? 다른 일 시킬 거야. 할 거지?”
셋은 서로의 얼굴을 보았다.
하지만 망설임은 그리 길지 않았 다.
목숨을 구원받았다.
거기에 그의 충고까지 무시했는 데도 요한은 자신들을 구해줬다.
그런데 무슨 망설임이 있겠는가.
“하겠습니다.”
“진짜? 이건 좀 예상 밖인데?”
주제 파악 못하고 저항할 줄 알 았다.
목숨을 구해줬지만,그 은혜 따 위는 모를 줄 알았다.
하지만 셋의 반응은 요한이 생각 하던 것과 달랐다.
놀라는 요한을 향해 유아랑은 성 실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겠습니다.”
유아랑이 대표로 대답하자 요한 은 만족했다.
‘그래도 얘들은 양심은 있네. 내 가 전에 같이 일했던 놈들은 양심 따위는 다 갖다 버렸었는데……회귀 전에 함께 모험을 했던 놈 들은 목숨을 구해줘도 수익을 똑같 이 분배하자고 했었다.
그들에 비하면 이 셋은 천사가 따로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놔줄 생각은 없었다.
“그럼 유아랑. 넌 바그너 영지에 서 약초 몇 개만 키워. 그리고 헤갈. 넌 제련이랑 금의 순도를 높이 는 작업 좀 하고. 그리고 아단 너 느......,,그를 잠시 응시하던 요한은 여유 롭게 말했다.
“넌 내가 아는 할머니 밑에서 일 좀 해라. 하플링은 요리 잘한다면 서?”
생각보다 정상적인 일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유아랑은 살 짝 기대감을 품고 물었다.
“그럼…… 고용의 형태를 취하시 겠다는 겁니까?”
“고용? 그러네. 고용이지.”
“대가는 따로 받지 않겠습니다.”
헤갈이 둘을 돌아본 후 말하자 요한은 의아해했다.
“대가는 이미 지불했잖아.”
“예?”
“오히려 너무 많이 지불한 것 같 아서 돌려받아야 할 것 같은데.”
뭔가 따로 받은 것이 있나 싶어 서 당혹스러워하는 셋을 향해 요한 은 차분히 말했다.
“너희 목숨값. 그거 꽤 비싸지않아?”
“앞으로 잘 부탁한다.”
간단히 세 명의 모험가를 무상으 로 고용했다.
당분간 노동자가 되어 줄 그들을 향해 히죽 웃은 요한은 테이블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치밀어오르는 살의를 억 누르며 넌지시 물었다.
“너희 혹시 모험가 중에 길로틴 이라고 아냐? 지금쯤 백석 아니면 청석 등급일 텐데.”
그 질문에 셋은 의아해하며 고개 를 가로저었다.
“그런 이름은 들어 본 적이 없습 니다만……“길로틴이라는 이름을 쓰는 모험 가는 수십 명도 더 될 겁니다. 그 이름. 꽤 흔한 이름이잖습니까.”
“혹시나 싶어서 물어본 거야. 모 르면 됐어.”
모험가 생활을 할 때부터 시작해 동료가 되었고.
결국은 자신을 배신했던 모험왕 길로틴을 떠올리며 요한은 살짝 이 를 갈았다.
‘이 자식은 도대체 어디 숨어 있 는 거야?’
* * *화이논 마을에 생긴 일은 처리가 끝났다.
다음 날까지 있다가 언데드들이 등장하지 않는 것을 확인시켜 준 요한은 모험가 셋을 데리고 복귀했 다.
바그너 성에 돌아온 요한은 뻘쯤 하게 서 있는 셋에게 말했다.
“인사.”
“아,안녕하십니까. 모험가 길드 소속 동 등급 모험가 유아랑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같은 모험가 길드 소속 동 등급 모험가 헤갈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역시 동 등급 모험가 아단입니다.”
언데드 토벌하러 간 요한이 모험 가들을 데려왔다.
그것도 동 등급으로.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윌카 스트 백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 등급 모험가가 셋이나 찾아 와주다니. 이거 감사드리오.”
“아닙니다. 하하……대표로 나서서 어색하게 웃는 유 아랑과 악수한 월카스트 백작은 요 한을 보았다.
“요한. 그런데 이분들은 왜 모시 고 온 것이냐?”
같은 인간이라면 모르겠지만 다 른 종족이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예우는 갖춰 줘야 했다.
거기에 동 등급 모험가라면 익스 퍼트급의 실력을 갖춘 것이다.
거기에 아단은 4클래스의 마법 사.
그런 만큼 윌카스트 백작도 쉽게 하대할 수 없었다.
“몇 달 정도 저랑 같이 일 좀 할 겁니다.”
“일? 무슨 일? 마스터 정도 되는 사람이 굳이 일 할 필요 없다. 바 그너 영지가 못 사는 영지도 아니 고……“압니다.”
“그냥 훈련에만 집중할 것이지 무슨 일이냐. 일은. 왜? 돈이 필요 하니?”
“그런 건 아닙니다만. 이래저래 좀 필요한 게 있어서요. 자세한 것 은 나중에 설명해드리지요.”
“그래.”
제대로 된 설명은 없었지만 윌카 스트 백작은 요한의 말을 믿었다.
그가 알아서 하겠다고 하면 알아 서 할 것이다.
윌카스트 백작은 자리에 앉으며 쓰게 웃었다.
“좀 사납기는 해도 착한 녀석이 니 잘 부탁드리겠소. 그런데 보수 는 어떻게……“하,하하하. 저희는 요한 공자님 께 목숨을 구원받아 그 대가로 무 보수로 일하기로 했습니다.”
“아니 그래도…… 모험가 길드에 서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모험가에게 제대로 된 보수를 지 불하지 않으면 모험가 길드에서 규 정을 들먹이며 찾아와 강짜를 놓는 경우가 있었다.
그걸 상대하는 것도 꽤나 귀찮은 일이니 그냥 보수를 주는 게 편했 다.
걱정하는 윌카스트 백작을 본 그 들은 허둥거렸다.
“그 부분은 걱정 마시지요.”
“그건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 다.”
“그저 백작님께서는 마음 편히 계셔주십시오.”
저리 말하는데 계속 권하는 것도 실례다.
윌카스트 백작은 고개를 끄덕이 며 그들의 말을 받아들였다.
“그래도 숙소와 식사 정도는 마 련해줄 테니 그쪽에서 쉬시구려.”
“일하는 곳에서 쉴 겁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그래? 그■럼…… 자. 이것들을 받아주시게나.”
윌카스트 백작은 서랍에서 패를 꺼내 나눠주었다.
임시 영지민의 패였다.
셋이 고개를 숙여 인사하자 윌카 스트 백작은 차분히 말했다.
“그리고 요한. 빌헬미나가 숲에 자리 잡았다. 한번 찾아가 보는 것 이 낫지 않겠니?”
“그래야겠죠. 아. 그리고 들으셨 는지는 모르겠지만……빌헬미나와 나눴던 이야기를 요 한이 말해주자 윌카스트 백작은 씁 쓸해했다.
“너를 손자처럼 취급하겠다 라…… 빌헬미나는 평민이다. 그녀 가 상아탑의 로드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괜찮겠니?”
평민이 귀족을 함부로 친족 취급 할 수는 없었다.
물론 빌헬미나가 자신의 집에서 잘 나오지 않는다지만 그것을 문제 시 삼는 자들이 생긴다면 그 대응 도 걱정이었다.
아니,그것보다 요한이 빌헬미나 와 문제가 생길까도 큰 걱정거리였 다.
‘요한을 믿기는 하지만 저 녀석 성격이 보통이 아니니……“예. 상관없습니다.”
“그렇다면 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으마. 너라면 알아서 잘할 테니 까.”
결국,윌카스트 백작은 하던 대 로 요한에게 무한정한 신뢰를 보내 주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아,한 가 지 부탁드릴게 있습니다.”
“뭔데 그러니?”
“영지의 일부,그리고 추수가 끝 난 후 할 일 없는 영지민들을 좀 써도 되겠습니까?”
“좋을 대로 하려무나. 프란츠에 게는 내가 말해놓으마.”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윌카스트 백작과 인사를 마치고 나온 유아랑은 감탄했다.
“이야〜 굉장하신 분이십니다.”
“뭐가?”
“윌카스트 백작님 말입니다. 요 한 공자님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시 군요.”
“난 착한 아들이니까.”
뻔뻔하기 그지없는 대꾸에 유아 랑은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다년간 모험가 생활을 하며 쌓은 순발력은 그 당황을 능숙 하게 넘기게 만들었다.
“아…… 예. 그…… 조,좋으신 분이지요.”
“그래. 아버지 외에 소개해줄 만 한 사람은 프란츠 정도인데…… 개 는 요새 바쁘니까 나중에 소개해주 지. 일단 너희는 방에 가 있도록 해.”
“방이요?”
“어이.”
지나가던 하녀는 요한의 부름에 돌처럼 딱딱히 굳었다.
“고,고,고,공……“넌 뭔 괴물이라도 봤냐?”
오들오들 떠는 모습이 전설의 메 두사라도 본 듯싶다.
그녀의 모습에 아단은 생각했다.
'저 괴물이라면 메두사보다 더 무서울지도……혼자서 리치를 잡은 강자다.
거기에 세상에 무서운 것 따위는 없어 보이는 자신감을 가진 남자다.
또 성격도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고.
그런 사람에게 잘못 걸리면 어떻 게 되겠나.
저 시녀가 두려워하는 것도 이해 할 수 있었다.
“얘네 둘. 빈방에 보내 놔. 그리 고 네가 얘들 맡아서 시중 좀 들어 주고.”
“아,알겠…… 알겠습니다.”
간신히 시녀가 대답하자 요한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해주었다.
“그리고 필요한 거 있다고 하면 가져다줘.”
“예에……“뭐든 상관없습니까? 맥주도?”
헤갈이 눈을 빛내자 요한은 피식 웃었다.
과한 음주는 문제가 되지만 목 좀 축이는 정도는 웃으며 봐줄 수 있었다.
“그래. 즐길 수 있을 때 즐겨놔 라. 그리고 취하지 마. 얘 데려다주 고 너희도 가야 되니까.”
“알겠습니다.”
유아랑과 헤갈이 시녀를 따라가 자 아단은 떨떠름히 물었다.
“그럼 저는 주방으로 갑니까?”
“아까 뭐 들었냐? 빌헬미나에게 갈 거다.”
저택에서 나와 바그너 영지에서 관리하는 숲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숲지기는 공손히 허리를 숙였 다.
“오셨습니까. 요한 공자님.”
“그래. 빌헬미나가 왔다면서?”
“예. 아까 백작님과 함께 오셨다 가 홀로 숲에 남으셨습니다.”
“알았어. 가자고.”
“예.”
숲지기의 안내를 받으며 숲 안쪽 으로 들어간 요한은 오솔길에 들어 서자 숲지기가 당황한 것을 보았다.
“왜 그래?”
“여긴 원래 오솔길이 없는 곳인 데? 뭐,뭐지?”
숲지기는 영주의 숲을 관리하는 자다.
당연히 숲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자신이 모르는 오솔길이 생겼다?
그것도 바그너 백작가의 공자이 자 개망나니로 소문난 요한이 보는 가운데?
숲지기는 잔뜩 겁에 질려버렸다.
“고,공자님……“겁먹지 마라.”
“예?”
“빌헬미나 때문일 테니까.”
환생한 공자님께서 회귀하셨다